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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일본 치바 마쿠하리 메세에서 개막한 도쿄게임쇼 2026 현장에서 엔씨의 미소녀게임 기대작 '아스트라에 오라티오' 미디어 발표가 진행됐다.
개발사 디나미스 원이 '아스트라에 오라티오'의 장르를 국내에서는 굉장히 생소한 표현인 '신전기'라고 표방하고 있기에 이와 관련한 웃지못할 질문들이 자주 나오곤 하는데, 이 자리에서도 "90년대에 큰 화면으로 즐긴 신전기 장르를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으로 보면 생소할 것 같다"는 질문이 나와 순간 기자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한일 기자단 공동 행사로 치뤄졌기에 일본 기자들에게 이 질문과 답이 어떻게 통역될지를 흥미진진하게 기다렸는데, 다행히 정확한 질문과 답이 통역되지 않고 처리된 것 같다.
전기와 신전기, 신전기는 명확하게 설명 가능한 장르 아니야
행사에 참여한 디나미스 원의 임종규 디렉터나 김인 AD는 신전기 중에서 '나스 키노코', '타입문'의 작품을 주로 참고했다고 언급했고 '아스트라에 오라티오'의 설정과 시나리오를 총괄하는 양주영, 이사쿠상으로 더 유명한 그는 나스 키노코를 존경하며 그의 영향을 받았음을 숨기지 않는 라이터이다.
김인 AD(왼쪽)와 임종규 디렉터
신(新) 전기이니 그 전에 전기물이 있었다는 것이고, 거기서 뭔가 변화가 생겨 신전기로 정립되었을 것이라는 것은 표현 자체에서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표현에서 '신전기'가 명확하게 어떤 장르인지는 정립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일본식 어반 판타지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은 전기물은 세상을 뒤에서 조종하는 흑막이 있어 그에게 피해를 입은 주인공이 흑막을 타도하기 위해 나서거나, 역사가 왜곡되고 있어 역사의 줄기를 원래 역사로 되돌리기 위해 싸우는 내용 등 현실이지만 일반적으로 인식되지 않는 이면이나 역사가 있다는 설정의 작품 들이 많았다.
20세기가 마무리되며 전기물은 힘을 잃어가게 되는데... 그러다 나스 키노코가 등장한 후 그의 작품들에 공통되는, 우리가 모르는 신비가 존재하고 그 신비가 현실 세계를 침범해 오는 식의 기존 전기물과 조금 다른 스타일을 신전기라 칭하게 됐다는 것이다. '신전기'라는 표현이 그저 나스 키노코의 작품을 해설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용 표현으로 별도의 장르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신전기가 장르로 성립했다는 입장에서도 00년대에 생겨났다고 보는 쪽이라, 애초에 90년대에 신전기 장르를 즐긴 아재들은 없는 것이다.
아스트라에 오라티오의 세계관은 유신에 실패한 일본일까
나스 키노코 스타일의 현실 사회의 이면에 신비가 존재하고 그런 신비를 다루는 마법사들과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암약하고 대결하는 세계관은 매력적이었고, 아스트라에 오라티오에도 마법사들이 존재하고 대결한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나스 키노코 스타일과 조금 다른 점도 엿보인다. '아스트라에 오라티오'가 평범한 현실 세계에 신비가 존재하는 식으로 묘사하지 않고 특정 시점에서 분화된 대체 역사 설정을 채택해 신비, 마법이 일상적으로 사용된다는 식으로 묘사하고 있는 점이다.
이는 양주영 라이터가 나스 키노코 이후의 전기, 혹은 신전기를 표방한 작품들도 꾸준히 즐겼고 참고했다는 것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전기 혹은 신전기 장르를 표방한 작품은 10년대에도 간혹 나왔는데, 그중 걸작으로 평가받는 작품들이 바로 왜곡된 역사를 실제 역사로 되돌리려는, 혹은 특정 시점에서 실제 역사와는 달라진 미래에서 세상을 구하기 위한 주인공들의 노력과 전투를 그린 신비와 역사를 함께 다루는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쿠로가네회희담'(クロガネ回姫譚)과 '상주전신관학원 팔명진'(相州戦神館學園 八命陣) 같은 작품들을 보면 역사와 신비라는 두 축을 사용해 무겁고 깊이있는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는데, 특히 쿠로가네회희담은 2차대전에서 패배하고 일본이 왜곡되었다고 생각해 일본이 승리한 역사로 덧칠해버리려는 흑막에게 대항하는 주인공들이 '일본은 패배에서 배웠고, 희망이 있다'고 역설하는 작품으로 인상에 강하게 남았다.
'아스트라에 오라티오' 스토리를 진행하면 초반에 만나는 적 마법사를 보고 "'신센구미'의 마법사인가, 아니다 교토 '미마와리구미' 소속 마법사다"라는 대화하는 내용이 나온다. 교토미마와리구미 소속 마법사가 도쿄로 출동해 주인공들과 대적하는 내용으로 게임이 시작되는데, '아스트라에 오라티오'는 19세기 유신에 실패하고 그대로 미래를 맞이한 일본이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
신센구미, 신선조야 유명하니 설명할 것이 없겠고, 교토미마와리구미(京都見廻組) 역시 신선조처럼 애도막부측 준군사조직이다. 유신에 실패한 일본에서 교토에는 막부세력이 건재하고, 도쿄에는 일본 정부가 설립되어 100년 넘게 대립중인 세계관. 막말 난립하던 준군사조직, 민간조직들이 건재하고 각각 마법사를 거느리고 있다는 설정. 그야말로 양주영 라이터의 취향이 폭주한 설정이라는 느낌이다.
여기서 더 복잡한 세계관을 들고나올 수도 있는 예측불가함이 라이터 양주영의 매력이다. 유신에 실패한 일본이라는 설정은 기자 취향에 딱 맞는 설정이지만, 기자가 예상하지 못한 다른 세계관이 되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전기 혹은 신전기로 작품을 표현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이지만 기자의 견해로는 엄밀하게 따지면 '아스트라에 오라티오'는 신전기 보다는 전기 장르를 표방하는 것이 더 어울리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드는데, 아직 게임의 전모를 확인한 것이 아니니 추가 정보를 기다려 봐야할 것 같다.
'아스트라에 오라티오'의 도쿄게임쇼 2026 데뷔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 같다. 폭주하는 양주영 라이터를 제지하지 않고 "갈 데까지 가보라고 풀어줬다"는 박병림 대표의 말처럼, 족쇄풀린 양주영이 어디까지 폭주할지 기대하게 만드는 내용, 연출,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주는,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는 시연버전이었다.
하필이면 왜 미마와리구미를 딱 내세웠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양주영 라이터는 마쿠하리 메세 현장에서 발견할 수 없었다. 박병림 대표에게 물어보니 마감을 못지켜 회사에 갇혀 글을 쓰고 있다는데(...) 엔씨는 일정 관리가 매우 엄격한 퍼블리셔인 만큼, 양주영 라이터를 공식석상에서 보는 날은 당분간 찾아오지 않을 것 같다는 걱정이 든다.
그리고... '아스트라에 오라티오'의 CBT가 기대된다. 기대하게 만드는 시연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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