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마비노기' 팬들이 기다리고 있던 엔진 교체 프로젝트, '마비노기 이터니티'의 알파 테스트가 마무리 됐다.
'마비노기 이터니티'는 원작 '마비노기'의 초 장기 엔진 교체 프로젝트다. 언리얼 엔진 5를 기반으로 게임 전반을 다시 구축하면서 동시에 원작이 오랜 시간 쌓아온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민경훈 총괄 디렉터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존의 '마비노기'를 잘 계승하여 지속 가능한 영속적인 '에린' 세계를 새롭게 만들어 낸다"가 최종 목표다.
2023년 6월 처음 '마비노기 이터니티' 프로젝트가 공개된 이후 어느덧 3년이 지났다. 그 사이 개발 과정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유되거나 한정된 환경에서의 시연이 이루어지기도 했지만, 기다림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유저들 사이에서 정작 보기만 하고 먹지는 못한다는 의미에서 '(자린고비의)굴비'라는 웃지 못할 별명마저도 생겨났다.
그렇기에 이번 알파 테스트는 유저들에게 있어 오랜 기다림 끝에 내리는 가뭄에 단비 같은 테스트였다. 부족하거나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파 테스트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 성공적인 테스트라고 할 수 있다. 개발팀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지, 또 목표로 했던 바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고, 익숙하지만 새로워진 '에린'의 모습을 경험하는 것 그 자체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관련 기사: [체험기]'영원'을 꿈꾸는 넥슨 '마비노기 이터니티', 영속(Eternity)을 위한 도전의 과정을 경험하다
20년 이상 쌓인 모든 것을 '영속' 시키기 위한 도전
사례를 찾아보면 엔진 교체를 시도하고 성공했던 게임은 생각보다 많다. 엔진이나 기술 기반을 바꾸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기는 하나 게임업계에서 전례 없는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터니티 프로젝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엔진 교체라는 기술적 측면에만 있지 않다. 20년 넘는 긴 시간 서비스 되고 있는 게임에 쌓여온 모든 것들을 '영속' 시키기 위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대대적인 엔진 교체는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것과는 또 다른 종류의 어려움을 요구한다. 새로운 게임이라면 기존 게임이 가진 기술적 부채를 내려놓고 처음부터 시스템과 개발 환경을 설계할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게임의 엔진 교체는 이미 서비스 중인 게임을 새로운 기반으로 옮겨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는 것.
개발팀은 어려움을 모두 감수하고 엔진 교체를 택했다. 유저들이 '마비노기2'와 같은 후속작을 바라지 않기도 하거니와 새로이 만든다 하더라도 바꿀수 없는, 아니 바뀌어서는 안 되는 것들도 많다. 20년 넘게 쌓여온 '마비노기'를 아우르는 여러 요소들과 유저들의 추억은 단순 데이터로 치환할 수 없는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터니티 프로젝트의 핵심 가치는 '마비노기'라는 게임이 다음 세대로도 이어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오랜 시간 쌓여온 유저들의 추억을 새로운 '에린'으로 잘 옮겨 담는 것에 있다.
그래서 이터니티 프로젝트에 있어 가장 어려운 과제는 기존 엔진을 언리얼 엔진으로 옮기는 기술적인 작업 그 자체가 아닐지도 모른다. 진짜 어려운 일은 새로이 만들어진 '에린'에서도 '마비노기'를, 그리고 추억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번 알파 테스트에서 새롭게 구현된 '에린'을 둘러보며 인상적이었던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그래픽은 확실히 달라졌지만 티르 코네일과 던바튼, 캐릭터들과 NPC들이 완전히 낯선 존재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익숙한 공간과 인물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구현됐다는 감각에 가까웠다.
물론 이것만으로 이터니티의 성공을 판단할 수는 없다. 전투와 UI·UX는 아직 다듬어지는 과정에 있고, 이번 알파 테스트에서 공개된 콘텐츠 역시 일부분에 불과하다. 넥슨 역시 이번 테스트의 목적을 완성된 게임을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핵심 플레이와 초반 성장 동선을 실제 플레이를 통해 검증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알파 테스트는 이터니티 프로젝트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가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 꾸준히 개발팀이 언급했던 것처럼, 이터니티 프로젝트는 '마비노기'를 '더 예쁘게 만드는 작업'에만 그치지 않고 있었다.
미래를 위해 선택한 어려운 길, 이 프로젝트를 지켜봐야 하는 이유
오랜 시간 서비스된 게임에는 콘텐츠가 쌓이는 만큼 기술적 부채도 쌓인다. 당시에는 합리적이고 새로웠던 시스템과 개발 환경이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데 제약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미 수많은 유저들이 살아가고 있는 세계를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이주' 시키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개발팀은 상당히 어려운 길을 택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마비노기'가 '마비노기'로 이어질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새롭게 만드는 것. 그래서 '영속성'이라는 표현이나 프로젝트명도 단순히 오랫동안 서비스를 이어가겠다거나 그래픽을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선언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기존의 플레이 경험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계승할 수 있는지, 새로우면서도 '마비노기다움'을 얼마나 잘 유지할 수 있는지, 새로운 기술 기반이 실제 개발 환경에 있어 얼마나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인지, '영속'되는 서비스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까지.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질문들이다.
장수 MMORPG의 기술적 한계를 해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기존 게임을 계속 업데이트하며 기술적 부채를 감수할 수도 있고, 핵심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교체할 수도 있다. 아예 후속작을 만들어 새로운 출발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파이널판타지 14'의 사례처럼 동일 타이틀이지만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극히 이례적이다.
개발팀이 선택한 길은 그중에서도 상당히 부담이 큰 방법이다. 이미 살아 있는 게임을 유지 및 보수하면서 기반 자체를 새로이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이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 된다면 그 의미는 '마비노기'라는 하나의 게임에만 머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서비스 중인 게임을 내치지 않고, 그 게임의 정체성과 유저 경험을 그대로 계승하면서 기술적 기반을 세대교체하는 방법을 다른 게임들도 선택지에 올려둘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아직 이터니티를 성공 사례라고 부르기는 이르다. 이번 알파 테스트는 말 그대로 첫 번째로 다수의 유저들을 대상으로 하는 검증 단계였다. 실제 서비스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개발 과정이 남아 있다. 따라서 지금 이터니티를 평가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은 '성공적인 엔진 교체'가 아니라 '가능성을 보여줬다'에 가까울 것이다.
20년 넘도록 서비스를 이어온 게임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은 단순히 후속작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그 어려운 선택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 프로젝트를 끝까지 지켜봐야 할 이유다.
이터니티 프로젝트가 궁극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것은 새로운 엔진으로 얼마나 아름다운 '에린'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가 아니다. 강산이 두 차례나 바뀔 정도로 오래 서비스된 게임이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은 채 새로운 기술 위에서 다시 영원을 꿈꿀 수 있는가. 그 답을 찾는 과정과 결과야말로 '마비노기 이터니티'가 게임업계에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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