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트아웃 집단소송, 위헌 소지 크다" 법무법인 율촌, '집단 소송 법제화' 관련 전문가 세미나 개최

등록일 2026년09월23일 15시30분 트위터로 보내기



 

법무법인(유) 율촌(대표변호사 강석훈)은 23일, 파르나스타워 율촌 렉처홀에서 ‘집단소송 법제화 과정에서의 쟁점과 기업의 대응전략’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9월 22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김소연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안다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발제하고, 박종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계인국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 표정률 율촌 변호사가 토론자로 나섰다.

 

참석자들은 제22대 국회에서 발의되어 계류 중인 집단소송법안들이 채택한 제외신고(opt-out) 방식과 무제한적 적용 범위, 소급적용 부칙이 헌법적 한계를 넘어설 소지가 크고, 이미 행정규제가 작동하는 영역까지 집단소송을 확장하는 것은 제도의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옵트아웃, 재판청구권·자기결정권 침해 소지 커”

첫 발제에 나선 김소연 교수는 참가신고형(opt-in)을 채택한 김남근의원안(의안번호2215824)과 제외신고형(opt-out)을 채택한 오기형의원안(의안번호2215877)을 비교 분석했다. 김 교수는 옵트아웃 방식의 가장 큰 문제로 ‘피해자가 소송에 참가하겠다는 명시적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음에도 제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기판력을 강제한다’는 점을 꼽으며, 이는 헌법 제27조 재판청구권과 제10조에서 도출되는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특히, ‘옵트인’이라는 대안으로도 집단소송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어 피해의 최소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피해자가 구제를 원치 않는 경우까지 국가가 정한 방식을 강제할 수는 없어 법익의 균형성에도 반한다고 분석했다. 기간 내 제외신고를 하지 못한 피해자를 위한 이의신청 및 추후보완 절차가 없는 점도 적법절차원칙 위반 소지로 지적됐다.

 

“기업은 소급적용으로 예측 가능성 떨어지고 영업비밀 보호 장치 미비”

안다연 율촌 변호사는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집단소송 관련 제·개정안14건이 계류돼 있으며, 대다수가 분야 제한 없이 손해배상청구 전반에 옵트아웃 방식을 적용하는 ‘전 분야 대표당사자형’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법안은 법 시행 전에 생긴 사유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도 적용하는 소급적용 부칙까지 두고 있어, 기업이 행위 당시 예정하지 않았던 집단적·집중적 소송 위험을 사후적으로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안 변호사는 피고 기업의 방어권 보장과 영업비밀 보호를 위한 절차적 장치가 주요 법안에서 상대적으로 제한적이고, 비밀유지명령이나 열람범위 제한은 일부에만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개인정보 분야의 경우 현행법상 이미 법정손해배상·징벌적 손해배상·과징금 제도가 있어 동일한 위법행위에 집단분쟁조정, 손해배상, 과징금, 집단소송이 중첩 적용될 수 있다며 기존 제도와의 정합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두 기본권의 충돌… 한 번에 해결하려 말고 점진적 도입, 실증 데이터에 기반해야”

토론에 나선 박종현 한양대 교수는 집단소송제가 옵트아웃으로 인한 피해자의 자기결정권 제한과 기업의 방어권·영업비밀 보호 등 영업활동의 자유 제한이라는 두 축의 기본권 제한 문제를 동시에 일으킨다며, 이를 기본권 충돌의 관점에서 규범조화적으로 접근해 ‘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기보다 한 걸음씩 점진적으로 제도 도입을 모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옵트아웃 방식이 재판 참여에 대한 자기결정을 사실상 완전히 부정하는 양태라는 점에서 수단의 적합성 단계부터 문제 삼을 수 있으며, 제외신고 미이행자에 대한 구제절차 부재도 피해최소성·대안가능성 논의와 결합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미국에서도 법원이 집단소송의 적법요건을 매우 까다롭게 심사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우리나라에 도입되더라도 남용에 따른 사회적 문제를 고려해 소송허가 요건의 문턱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현재의 논의가 과학적 데이터에 근거한 입법인지, 정치적 이데올로기나 여론의 압박에 따른 것인지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기업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는 입법인 만큼 실증적 근거에 기반해야 입법의 생존 가능성도 확보된다”고 말했다.

 

“4중 제재로 기업은 언제든 죽을 수 있어…공적 규제 작동하는 영역까지 확장은 위험”

계인국 고려대 교수는 집단소송제도의 본래 취지가 왜곡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행정규제로 위법이 확인되고 제재가 이뤄지고 있는 영역까지 집단소송을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경험을 근거로 들었다. “집단소송을 앞서 운영한 미국에서도 형사처벌, 과징금, 행정규제, 집단소송이 겹치는 ‘4중 제재’가 기업을 죽일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됐고, 행정규제가 약해서 집단소송이 발달한 것이냐는 실증 검토까지 이뤄졌다”며 “그 결론은 집단소송이 공적 제재로 해결하지 못한 피해자 구제를 보완하는 제도라는 것이었다. 공적 집행으로 제재와 구제가 가능한 영역까지 집단소송을 무한정 확장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계 교수는 “우리나라는 피해자 구제를 명분으로 과징금을 징벌적으로 올리는 데 주저함이 없지만 그 과징금은 피해자에게 가지 않는다”며 “미국이 사베인스-옥슬리법에서 페어펀드(Fair Fund)를 도입한 것은 집단소송·과징금·부당이득 환수가 중복되는 문제를 하나의 일관된 기준으로 일원화하고 그 재원을 피해자 구제에 쓰도록 한 것이다. 우리는 이런 설계까지 염두에 두고 집단소송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지 상당한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집단소송법을 민사 일반에 적용되는 일반법으로 만드는 것, 그리고 공적 규제가 작동하는 영역까지 집단소송을 무차별적으로 확장하는 것은 모두 상당히 위험하다”며 “피해자 보호가 분명히 필요한 영역에는 민사소송법 등에 엄격한 요건을 두어 보완적으로 작동하도록 하고, 입법 이전 단계에서 이러한 쟁점을 충분히 공론화해 정리한 뒤 진정한 피해자 구제를 위한 집단소송제를 설계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고 제언했다.

 

“증권집단소송 한 건에 10년… 구성원 특정·손해액 산정, 실무에서는 훨씬 어려워”

증권관련 집단소송을 다수 수행해 온 표정률 율촌 변호사는 실무 경험을 토대로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이 소송허가 단계에서 1심 불허가, 항소심 번복, 대법원 확정까지 7~8년이 걸린 뒤에야 본안에 들어가 10년을 넘기고 있다”며 “이것이 피해자든 기업이든 어느 쪽 관점에서도 효율적인 분쟁 해결 방법인지, 피해자 구제에 정말 적합한 방법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통성·적합성·효율성 같은 소송허가 요건은 판단이 매우 어려운 영역이어서 다툼이 길어질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논의되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표 변호사는 피해자 특정과 손해액 산정이 가장 용이하다는 이유로 도입된 증권 분야조차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으로 자료를 모으는 데만 수년이 걸리고, 재간접 펀드 투자자나 동명이인, 손익 합산 문제로 구성원 특정과 손해액 산정이 실무적으로 극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법안 상당수는 적용 영역조차 특정하지 않고 있는데, 당사자 특정과 손해액 산정 문제에 어떻게 접근할지 의문”이라며 손해 발생 여부 자체부터 복잡한 분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원의 직권 증거조사와 문서제출명령을 어떤 요건에서 허용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 그리고 단체나 피해자 측이 장기 소송 끝에 패소했을 때 소송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도 입법 과정에서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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