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말의 해, 2026년 병오년(丙午年)의 추석 연휴가 찾아왔다.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말을 포함해 총 4일로, 연휴 치고는 다소 짧아 아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어느 정도 길게 휴식을 가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물론 연휴 하면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거나 꿀 같은 휴식을 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게이머들에게는 그동안 라이브러리 한켠에 밀어두었던 미뤄 둔 게임들을 진득하게 클리어하거나 새롭게 달릴 게임을 물색하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시기이기도 하다.
게임포커스는 매해 매해 굵직한 연휴마다 즐길 만한 엄선된 작품들을 소개해 왔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게이머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추천 게임들을 준비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검극 액션부터 오랜만에 복귀해 즐기기 좋은 히어로 슈팅, 독특한 콘셉트의 인디 게임들과 명작 JRPG까지 게임포커스 기자들이 엄선한 추석 연휴 추천 게임들을 살펴보자.
김성렬 기자: 복귀하기에 딱 좋은 타이밍 ‘오버워치’, 호쾌한 검극 액션 ‘귀무자: Way of the Sword’
나흘간 이어지는 여유로운 명절 연휴에는 역시 못했던 게임을 즐기는 것이 게이머들에게는 가장 큰 휴식일 것이다. 올해 추석 연휴 추천할 게임으로는 두 가지를 준비했다.
우선 '오버워치'의 경우 지금 복귀하기에 꽤 좋은 타이밍이다. 최근 넥슨이 PC 서비스를 이관 받아 신규 시즌 '부산의 영웅들'을 진행 중이며, 다가오는 2026년 5시즌에서는 또 다른 신규 영웅 '독트린'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번 연휴에 오랜만에 복귀해 친구들과 파티를 꾸려 빠른 대전에서 '즐겜'을 하거나 경쟁전에 도전해도 좋을 것 같다. 특히 넥슨 계정과 블리자드 배틀넷 계정을 연동해 원래 즐기던 계정의 데이터와 스킨 등을 그대로 옮겨와 이어서 플레이 할 수 있다.
캡콤의 신작 '귀무자: Way of the Sword'도 연휴에 시작 및 마무리 하기에 좋은 타이틀이다.
당초 예정됐던 출시일을 앞당겨 9월 4일 출시된 '귀무자: Way of the Sword'는 '귀무자' 시리즈의 맥을 잇는 최신작이자 다섯 번째 타이틀로, 에도 시대 초엽 독기에 잠식되어버린 교토를 배경으로 한 다크 판타지 액션 게임이다. 전설의 검호 '미야모토 무사시'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일본 대표 배우 중 한 명인 미후네 토시로를 모델로 한 것도 특이사항이다.
캡콤의 자체 개발 엔진, 'RE엔진'으로 재탄생한 이번 작품은 '귀무자' 시리즈를 상징하는 액션 '일섬'은 물론이고 받아넘기기와 쳐내기, 승부 가리기, 코등이 싸움 등 여러 시스템들이 추가돼 검격 액션의 차원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밀도 높은 화끈한 검격 액션 게임을 원한다면 '귀무자: Way of the Sword'가 제격이다. 얼마나 깊게 플레이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체로 초회차 플레이 타임 자체는 그렇게 길지 않기 때문에 4일 동안 끝내기에도 좋다.
박종민 기자 : 취향에 맞으면 갓겜! 게임 속의 게임 ‘개발자 연대기’
올해 BIC에도 모습을 드러내며 관심을 받아온 오리진 스튜디오의 신작 ‘개발자 연대기(Creator Chronicles)’가 스팀 할인을 진행 중이다.
게임을 플레이하며 또 다른 게임 세계를 마주한다는 발상은 언제나 게이머의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개발자 연대기'는 그 시선을 아예 한 걸음 더 깊숙한 곳으로 밀어 넣은 독특한 타이틀이다. 자신이 만든 가상 세계 속으로 빨려 들어간 개발자를 구출한다는 메타적 설정을 바탕으로, 플레이어가 직접 '길드장'이 되어 게임 속 가상 온라인 세상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굴려 나가는 재미를 정면으로 내세웠다.
이 작품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게임 안에서 하나의 완결된 MMORPG 라이프를 시뮬레이션 형태로 고스란히 구현해 냈다는 점이다. 플레이어는 단순히 하나의 영웅이 되어 칼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의 성격과 전문 기술을 지닌 가상의 길드원들을 모아 육성하고, 장비를 파밍하며, 던전과 고난도 레이드로 파티를 밀어 넣어야 한다. 채광, 낚시, 연금술로 물자를 생산하고 경매장을 통해 재화를 굴려 마을을 키워나가는 일련의 흐름은, 흡사 과거 우리가 밤을 새워가며 몰입했던 온라인 게임의 거대한 생활·경제 시스템을 모니터 안의 상자에 압축해 옮겨놓은 듯한 묘한 기시감과 몰입감을 제공한다.
특히 MMORPG나 공격대 레이드를 진득하게 경험해 본 게이머라면 무릎을 칠 만한 디테일들이 곳곳에서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패배 후 멘탈이 나가 게임을 강제 종료해 버리는 이른바 '유리멘탈' 길드원들을 달래가며 조합을 짜고(실제로 파티를 나간다), 던전 공략에 실패했을 때 전투 로그(대미지 미터기와 힐 미터기가 존재한다)를 뜯어보며 딜량과 사망 원인을 분석해 다음 트라이를 준비하는 과정은 실제 온라인 게임 공격대장의 피 마르는 고뇌를 너무나도 현실감 있게 비틀어냈다. 파티를 굴려 레이드 보스를 쓰러뜨리고 더 상위 던전으로 길드원들을 진입시키는 성취감은 여타 단순 경영 시뮬레이션에서는 맛보기 힘든 '개발자 연대기'만의 확실한 개성이다.
비록 게임 안에서 게임을 온전히 굴려야 하는 장르적 특성상 파티 관리와 생산 동선의 피로도가 만만치 않고 다듬어야 할 디테일들도 존재하지만, MMORPG에 청춘을 바쳤던 이들에게는 그 시절 파티원들과 부대끼며 레이드를 돌리던 감각을 싱글 패키지의 호흡으로 다시 곱씹게 만드는 대단히 신선하고 유쾌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혁진 기자: JRPG의 전설이 추석 직전에 나온 것은, 몰아서 즐기라는 뜻... '하늘의 궤적' 시리즈
기자가 PC, PSP, PS Vita 버전을 다 산 '하늘의 궤적' 두번째 작품 '하늘의 궤적 2nd'가 추석 전주에 발매됐다.
먼저 나온 '하늘의 궤적 1st'와 마찬가지로 풀 리메이크되어, 시리즈의 유일한 허들이었던 그래픽까지 현대화되어 약점이 없는 완벽한 JRPG로 재탄생했다. 1편, 2편 모두 수십시간 플레이해야하는 JRPG 타이틀로, 도중에 끊을 수 없는 몰입감과 매력적인 스토리를 담은 게임이다.
1편만 나왔을 때에는 2편과 합쳐 하나의 스토리가 되는 작품이라 추천하기 애매했지만 이제 추석을 앞두고 2편이 나왔으니 연휴 동안 1, 2편을 몰아서 하리 딱 좋은 타이밍이다.
'궤적' 시리즈는 마을 사람들과 대화하며 세계관을 이해하고, 작은 사이드 스토리들을 파악하는 특유의 재미를 가진 시리즈이다.
예전에는 메인 스토리가 진전될 때마다 전 세계를 돌며 마을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보고 변화가 없나 봐야하는 소위 '마라톤'을 해야 했지만, '하늘의 궤적' 리메이크에서는 새로운 대화가 있는 NPC를 표시해 준다. 정말 팔콤이 이런 기능을 추가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그 외에도 원작에는 없던 편의기능들이 많이 추가되고 연출도 일신되었으니, 원작 '하늘의 궤적' FC와 SC를 했더라도 1st와 2nd는 다시 플레이할 가치가 있는 리메이크작이다.
신은서 기자: 캐릭터만 원숭이인 줄 알았는데 나도 친구들도 원숭이가 되는 게임, ‘봄바나나!’
평소에는 친구들과 간단한 모바일게임만 같이 하지만 명절에는 게임을 오랫동안 플레이할 수 잇는 만큼 길게 즐길 수 있는 협동 게임이나 테이블 게임을 함께하는 편이다.
그리고 올해 추석에도 함께 즐길 게임을 고민한 끝에 고른 게임이 바로 튀르키예 인디 게임 개발사 레프토 스튜디오가 2일 출시한 ‘봄바나나!’이다.
봄바나나!는 세 명의 플레이어가 각각 눈, 귀, 입이 하나씩 막힌 상태로 협동해 폭탄을 해제하는 게임이다.
말을 못하는 사람은 매뉴얼을 해석해 이모션으로 폭탄 해체를 위한 암호를 알려야 하고, 귀가 안 들리는 사람은 둘 사이에서의 정보를 취합해 전달하는 역할이며, 직접적인 폭탄 해체는 눈이 안보이는 사람이 진행한다.
물론 나와 내 친구들은 안지 20년이 다돼 블러핑도 서로 안 통하는 베스트 프렌드(라 쓰고 악우라고 읽는)이기에 금방 폭탄 해체하겠지만 폭탄 해체에 실패해도 나름의 재미가 존재한다.
이런 게임의 특징이 서로의 의도가 잘 전달되지 않는 이유는 알지만 스테이지 실패 후 실패의 원인을 남 탓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아무래도 친할수록 이 때의 건전한 피드백(?)이 꽤나 재미있게 흘러가 이 또한 게임의 콘텐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결국 협동보다는 목소리 크기로 싸우는 시간이 될지라도 그 과정 속에서 함께 원숭이가 돼 즐길 수 있는 봄바나나!를 이번 추석에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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