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타다시 원작, 오키모토 슈우가 그린 만화 '신의 물방울'은 아버지의 유언으로 와인의 세계에 뛰어든 주인공 '칸자키 시즈쿠', 그리고 소믈리에를 꿈꾸는 '시노하라 미야비'의 여정을 그렸다.

2004년 11월부터 코단샤 위클리 모닝에 연재를 시작해 2014년 6월 단행본 총 44권 분량으로 완결됐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후속 시리즈인 '마리아주'가 연재됐고 2023년부터 새로운 전개도 시작됐다. 전 세계 판매량은 누계 1500만부를 넘었다.

일본 현지에서 2009년 실사 드라마가 방영되는 등 인기를 모았던 이 작품은 국내에서도 한때 와인 바람을 일으키는 역할을 했다. 2023년에는 일본과 프랑스, 미국 합작으로 드라마판이 제작됐고 2026년에는 애니메이션도 방영될 예정이다.

12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 애니메이션, 게임 전시회 'AGF 2025' 2일차인 6일 오전, 시노하라 미야비를 맡은 인기 성우 우치다 마아야와 와타나베 유우키 포니캐년 프로듀서가 무대에 올라 애니메이션 뒷 이야기를 공개했다.

현장 취재: 나도일본어를여성성우로배웠습니다
기사 작성: 이혁진 기자

한국 팬들, 일본 성우 신변잡기까지 다 알더라
이날 사회는 일본 닛폰방송 소속 요시다 히사노리 아나운서가 맡았다. 그는 "아침부터 술 이야기를 하게 됐다"며 "신의 물방울 애니메이션은 일본에서 정식 발표한지 얼마 되지 않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9월 말 성우 '이사카와 카이토'와 결혼을 발표한 우치다 마아야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며 "한국 애니메이션 팬은 성우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작년에는 '일본어는 모두 여성 성우로 배웠다'는 티셔츠를 입고 있더라"고 덧붙였다.

우치다 마아야는 "한국에 도착했는데 5일 하루 일정이 비어 가로수길과 압구정, 성수동을 돌아보고 종이 봉투를 네 개 채울 정도로 옷을 샀다. 이번에 산 옷을 언젠가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서 막국수를 먹으면 '뭔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 한국에서 먹고 싶었다. 어제 점심으로 먹었지만 정말 맛있었다"고 덧붙였다.

우치다 마아야 "동생 권유에 따라 따뜻한 코트를 챙겼어요"
당일 행사장이 위치한 경기도 고양시 기온은 영하로 내려가는 한편 오후에는 진눈깨비가 내리기도 했다. 이날 한국의 추위도 화제로 올랐다.

우치다 마아야는 "작년에 AGF를 찾은 동생(우치다 유우마)이 한국이 매우 춥다고 해서 온라인에서 다운 코트를 샀다", 와타나베 유우키 프로듀서는 "저도 코트를 캐리어 가방에 챙겨왔다"고 말했다.

요시다 아나운서는 "추운 날씨에는 몸이 따뜻해지는 술이 생각나는데 한국에서 어떤 와인을 마셨느냐"고 물었다.

우치다 마아야: "5일 저녁에 삼겹살을 먹으며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각각 한 병씩 따서 마셨습니다. 그 뒤에 막걸리 집에 가서 벌꿀이 들어간 막걸리를 마셨어요. 이 작품 관련 일을 하게 된 뒤로 와인을 마시게 됐는데 마셔도 낯빛이 안 바뀌는 걸 보니 의외로 술이 센 것 같습니다"

원작 연재 이후 20년 지나 애니메이션 나온 이유는...
만화 '신의 물방울'은 한국에서도 '와인 입문서'로 불릴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주인공의 라이벌로 등장하는 '토미 잇세이'가 한국 배우 배용준을 모델로 했다는 뒷이야기도 뒤늦게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원작 발표 후 지금까지 애니메이션이 나오지 않았다. 분기마다 30개 가까이 애니메이션이 제작되며 원작 수급난을 겪는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와타나베 프로듀서는 "2023년에 애니메이션 제작 작품 후보를 찾던 중 이 작품을 선택했고 당시에는 드라마가 있다는 것도 몰랐다.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지 못했던 이유가 있었는데 와인의 움직임을 투명한 와인잔에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제는 기술도 발전했고 마치 숙성된 와인을 따는 것처럼 애니메이션을 만들 시기가 왔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우치다 마아야는 "오디션을 앞두고 원작을 처음 접했는데 읽으면서 와인을 마셔보고 싶다, 재미있는 세계가 펼쳐졌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와타나베 프로듀서 역시 "원작을 읽으며 와인을 알게 될수록 마시고 싶어지고, 여러 종류 와인을 비교해보고 싶어진다"고 전했다.

칸자키 시즈쿠와 시노하라 미야비가 이끄는 이야기
'신의 물방울' 주인공인 칸자키 시즈쿠는 아버지에게 와인 영재교육을 받았지만 맥주회사인 '태양 맥주'에 취직하며 와인을 피해왔다. 그러나 아버지의 유언장을 게기로 환상의 와인 '신의 물방울'을 찾아 여러 전문가와 대결을 벌인다.

칸자키 시즈쿠의 성우는 아이돌 그룹 '캇툰'(KAT-TUN!) 출신이자 배우인 카메나시 카즈야가 맡았다. 그는 2009년 방송된 드라마에서도 칸자키 시즈쿠 역을 맡았다.

칸자키 시즈쿠와 짝을 이루는 시노하라 미야비는 와인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춰지만 소믈리에 자격증을 따지 못하며 고민하고 있었다. 와인을 잘 모르는 칸자키 시즈쿠를 도우며 와인의 세계에 깊게 빠져든다.

시노하라 미야비 역에는 오디션을 거쳐 우치다 마아야가 선정됐다. 그녀는 "시노하라 미야비는 칸자키 시즈쿠가 가진 천재적인 후각, 아버지의 와인 지식을 자신의 정열로 조합하는 과정이 재밌다고 느꼈고 이를 더빙때도 살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너무 대 배우라 성우는 안 하실 줄 알았는데...
칸자키 시즈쿠 목소리 연기를 맡은 카메나시 카즈야는 1999년 첫 드라마 데뷰 후 지금까지 많은 드라마의 주연을 맡은 유명 배우다. 요시다 아나운서는 "드라마에서 주연한 배우가 애니메이션까지 맡는다는 건 드문 일"이라며 그 경위를 물었다.

와타나베 프로듀서는 "출연자를 정하는 회의에서 애니메이션 감독이 '카메나시씨에게 먼저 요청하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하는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회의적인 분위기에서 본인에게 요청해 봤는데 응해 주셨다"고 답했다.

우치다 마아야는 "카메나시 씨는 대 배우지만 연기 뿐만 아니라 주변 음, 지나가는 행인 등 등장 인물까지 소화하며 함께 더빙에 참여하고 있다. 저는 '카메씨'라고 부르고, 사토 타쿠야씨(토미네 잇세 역)는 '카메쨩'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와인은 말을 하지 않는다... 표현은 여전히 고민중
와타나베 프로듀서는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해 음향감독과 1주일간 프랑스 파리와 보르도 등을 돌면서 매일 와인을 마시고 와이너리를 견학했다. 처음에는 '꼭 가야 하느냐'고 했지만 꼭 필요하다고 해서 실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애니메이션 제작의 어려움도 털어놨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와인이지만 와인은 당연히 말을 하지 않죠. 그래서 감독과 상의해서 여러 아이디어를 짜고 고민했고 표현은 아직도 고민중입니다."

이어서 "보통 애니메이션 삽입곡은 먼저 음악을 만든 뒤 그것을 영상에 얹는데, 이 작품은 어느 정도 만들어진 영상에 따라 음악을 만들고 있다. 굉장히 신경쓰고 있기 때문에 주목해 달라"고 당부했다.

우치다 마아야는 "빨리 완성된 작품을 원작자 집에서 보고 싶다. 다음에 원작자 집에 들를 기회가 있다면 작품에 등장한 와인도 마시고 싶다"고 말했다.

책임감 가지고 제작중... 따뜻한 봄에 만나요
공연 이후 관객들과 기념 촬영을 마친 두 명은 국내 팬들과 45분간의 짧은 만남을 마치고 애니메이션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와타나베 유우키: "오늘 아침 일찍부터 모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침부터 가득찬 행사장을 보며 여러분의 기대도 느끼고 있습니다. 책임감을 가지고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고, 따뜻한 봄(2분기 추정)에는 보여드릴 수 있을테니 기대하며 기다려 주세요"

우치다 마아야: "오늘 모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이번에 처음 한국에 와서 여러분을 만나 기쁩니다. '신의 물방울'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에서 저도 와인을 많이 공부하고, 많이 마시고, 노력해서 더빙하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