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든 액션게임 '와룡: 폴른 다이너스티', 청룡언월도만 믿고 갑니다

등록일 2023년03월16일 10시40분 트위터로 보내기



 

'인왕' 시리즈로 이름을 알린 코에이테크모 팀 닌자가 선보인 3인칭 액션게임 '와룡: 폴른 다이너스티'(Wo Long_ Fallen Dynasty)를 클리어했다.

 

시리즈가 이어지는 작품이 아니지만 '인왕' 시리즈를 플레이했다면 시리즈로 묶어 생각하지 않을까 싶은 게임이었다. 디렉터는 그대로 '인왕' 시리즈의 야스다 후미히코가 맡았으며, 프로듀서는 '블러드본' 프로듀서로 활약한 야마기와 마사키가 담당했다.

 



 

게임을 플레이하며 느낀 점들을 정리해 봤다.  리뷰를 '인왕' 시리즈를 플레이한 시선으로 작성했고 플레이스테이션5로 플레이했다. '인왕'의 공식 명칭은 'Nioh'인 것 처럼 와룡도 공식명칭은 'Wo Long' 이나 본문에서는 '와룡' 으로 표기했다.

 

리뷰 작성 및 스크린샷 제공: 게임포커스 리뷰어 김명훈
기사 작성: 이혁진 기자

 

첫인상, 인왕 시리즈와 연속성 느껴져
'인왕'이 일본 전국시대가 배경이었다면 '와룡'은 중국 삼국시대가 배경으로,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184년(광화 7년) '황건적의 난' 시점에서 게임이 시작된다.

 



 

많은 한국인에게 더 익숙한 배경이다. 등장인물이나 지명이 모두 친숙하고 스토리 중간중간 설명없이 건너뛰어도 이해에 전혀 문제가 없는 정도이다. 완벽하게 그 시대에 맞춘 고증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삼국지연의-창작물- 정도 선에서 배경, 갑옷 등이 잘 표현되어 있다.

 



 

게임을 플레이하며 '인왕'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귀무자', '다크소울', '디아블로', '닌자가이덴' 등등 액션게임 걸작들에서 다양한 요소를 수용해 버무려진 시리즈지만 이쯤 되면 이 작품의 장르는 '인왕'이 맞을 것 같다.

 

눈에 띄는, 신경써야 할 게임 시스템
가장 먼저 사기와 군기가 눈에 들어오는 요소이다. 이 게임의 가장 중요한 시스템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전장에는 사기가 존재하고 사기가 높아지면 군세가 강해진다는 간단한, 그리고 코에이가 '삼국지'류 게임에서 계속 보여준 논리에 입각한 시스템이다.

 

0부터 25까지 존재하며 보정치가 굉장히 커서 5 이상 차이나면 쉽게 싸우기 힘든 수준이 된다. 즉 스테이지 내에서만 적용되는 일종의 '레벨' 개념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적을 잡으면 사기레벨이 올라가고, 죽으면 최저치로 떨어지는 식이다. 다만 최저치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는데 그것이 군기다.

 

전장의 주요 지점에 군기를 꽂을 수 있는 지점이 있고, 구석구석에 표기(조금 작은 깃발)를 꽂을 수 있는 지점이 있다. 군기는 대부분 지키는 중간보스급 적이 배치되어 있는 편으로, 즉 '이곳까지 군세가 몰려와서 주요 거점을 점령했다' 는 식의 묘사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그래서 스테이지의 기본적인 진행은 군기와 표기를 모두 찾아내서 사기 최저치를 확보하고 보스전에 돌입하는 식이 된다. 물론 최소한의 군기만 꽂고 보스전을 할 수도 있지만...

전투 시스템은 기세, 받아치기, 비기, 절맥 등의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기세는 0에서 시작하며 평타, 받아치기 등 능동적인 행동을 하면 올라가고 방어, 회피 등 수동적인 행동을 하면 내려간다. 적의 공격으로 최저치인 -1000을 넘으면 '인왕'에서 스테미너가 소진되었을 때처럼 그 자리에서 헉헉대며 동작을 멈추게 된다. 다만 플레이어가 일부러 선술, 무예를 써서 -1000에 도달시킨다고 바로 그로기 상태가 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기억하자.

 

적의 기세 상한(하한)은 플레이어의 기세공격, 무예 등으로 깎을 수 있으며 기세를 다 깎으면 그로기 상태에 빠진다. 여기서 소위 '앞잡'으로 통칭되는 절맥 공격으로 체력을 많이 깎을 수 있으며 그로기 이후에는 기세 상한이 회복된다. 즉,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전투는 '기세상한을 낮추고 기세를 깎아 절맥' 이 기본이 된다.

 



 

선술은 인왕의 술법과 인술 개념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목금화수토 오행의 술법으로 버프, 디버프와 공격, 방어선술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선술 시전시에 기세를 소모하며 강한 선술은 높은 사기 레벨을 요구한다는것에 주의하자.

 

무예는 무기에 포함된 특수기술이다. 기세를 소모하여 시전하며 중요 포인트는 가드불가라는 점이 포인트이다. 이외에 무예에 따라 다양한 부가효과가 존재하므로 확인해 보자.

 



 

장비에는 상감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장비에 랜덤하게 붙는 옵션을 떼어내고 붙이고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수치가 잘 붙은 좋은 옵션을 얻기 위해 동일한 장비를 수십 수백개 파밍하던 기존 '인왕'에 비해 엄청나게 편해졌다. 물론 일부 레어한 옵션은 갯수제한이 존재하지만 구하기 과히 어렵지 않고 '다시 빼낼 수' 있다.

 

인왕 시리즈처럼 방어구 부위별로 상감 가능한 종류가 다르다. 적 감지는 투구에만 가능하고 무예로 발동시키는 버프/디버프는 무기에만 붙일 수 있는 식이다.

 

호감을 느낀 부분
일단 삼국지 배경 그 자체가 매력적이다. 관우, 장비와 함께 호로관에서 여포와 싸운다. 더 설명이 必要韓紙... 심지어 '응원'도 가능하다.

 



 

그 시절 건물과 복장 묘사가 잘 되어 있어 팬 입장에서 즐거울 따름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 시절에 집채만한 호랑이와 번개를 쏘는 새가 있었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인왕' 신작(?)이라는 점도 호감이 가는 부분. 라이트해진 '인왕'으로 보스전 난이도와 별개로 스테이지 필드 진행은 굉장히 매끄럽게 진행되어 게임 플레이가 길어져도 피로도가 적은 편이다.

 

기기괴괴한 배경과 음산한 분위기인 '인왕'에 비해 비록 전쟁통에 수십만이 죽어나가는 시대라도 분위기는 밝은 편이라 정서적인 스트레스가 덜하고, 절벽에서 떨어지거나 물에 빠진 경우 바로 사망하지않고 피 1로 돌아오기 때문에 탐험 시 압박감도 적어졌다.

 



 

대부분 스테이지는 동행자와 같이 갈 수 있기 때문에 필드에서 급사하거나 하는 일도 거의 없어졌다. 적 탐지, 표기 탐지 옵션을 상감으로 간단하게 설정 할 수 있게 되었다는것도 난이도 하락에 한몫 하고 있다.

 

맵 탐색도 점프의 존재로 단순화됐었다. 이전에는 사다리와 문을 이용해서 억지로 지역을 나누었기 때문에 수직, 수평으로 미로처럼 꼬여있어 건물안에서 길을 헤메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는 '점프로 갈 수 없는 곳' 만 파악하면 길찾기에 어려움이 없어졌다.

 

'당신도 할 수 있다, 보스전!'
리뷰어 기준 모든 메인 보스를 공략을 참고하지 않고 클리어한 첫 소울라이크 타이틀이 됐다. 모든 보스가 아닌 것은 딱 하나 오나라의 '그놈들' 때문이다.

 

분명 야스다 디렉터는 위나라빠(?)로 장료가 최애였을 텐데, 오나라가 강해야 장료가 빛나기 때문일까, 오나라 뭐야 몰라. 무서워...

 



 

그렇다고 게임이 너무 쉬운가 라고 하면 그렇지는 않다. 수십번 트라이한 보스도 있고 어찌어찌 운으로 클리어한 보스도 존재한다. 물론 보스마다 편차가 조금 있기도 하고 세팅이 정립된 후반부는 확실히 쉬운 보스가 많았다.

 

난이도가 높지 않은 보스전이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라 생각하지만 일단 게임 방향성 -라이트유저를 포섭한 삼국지 배경의 인왕라이크- 에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장량이 어려운 그대, 장량을 잘 잡을 수 있게 되면 게임에서 특별히 어려운 보스전은... 거의 없다. 장량만 돌파하면 탄탄대로이니 장량을 상대로 연마하자.

 

아쉬웠던 점
사기 시스템은 호오가 갈릴 것 같다. 이 게임의 특색을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사기'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좋아하는 쪽은 꼼꼼하게만 진행하면 막힘없이 진행되는 편안한 구성에 만족할 것이고(특히 깃발을 모두 세운 뒤엔 초반지역 탐험이 아주 편해진다),  파고들기 좋아하는 하드 유저라면 루트를 제한하고 직보(...)를  막는 설정이라 싫어할 것 같다.

 



 

메인 루트를 따라 세우는 군기는 문제 없다고 느꼈지만 맵을 구석구석 찾아야하는 표기 시스템은 굳이 필요했나 조금 의문이 남는다. 군기만 사기 최저치와 연동을 시키고 표기는 스테이지 클리어 보상에 영향을 주는 시스템이었다면 문제없었을 것 같기도 하고.

 

스토리도 '인왕' 처럼 흘러간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아야할 것 같다.

 

'인왕'은 배경이 되는 전국시대를 잘 몰라서 어느정도 난장판인지 체감이 없었다면, '와룡'은 확실히 체감이 된다. 그야말로 난장판. 물론 연의의 인물들을 이리저리 비틀어서 나름 잘 엮어둔 이야기이긴 하지만...

 



 

막간 설명은 그야말로 '삼국지니까 다 아시죠?' 수준에 스테이지 서사라고 해 봐야 아무튼 주인공이 조력자랑 돌격해서 다 해결하는 일기당천. 이런 식이면 병사는 왜 있는 것인가.

 

'인왕' 시리즈가 원래 이렇지 라고 대충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좀 당혹스러운 수준일 수 있다. 스토리에 대해서는 기대치를 조금 낮추고 중이병스러운 단어를 되뇌여야 한다. 역사의 그림자, 이름없는 영웅. '이면' 인 것이다.

 

아쉬운 볼륨과 매끄럽지 않은 완성도
볼륨과 회차진행, 그리고 DLC에 대해서도 언급해야할 것 같다. '인왕'을 플레이한 유저라면 '와룡'에 대해서도 '인왕' 시리즈니까 DLC 3으로 완성되는 게임이라는 암묵적 이해가 있을 것이다. 본편만으로는 콘텐츠가 모자란 것을 '역시'라고 느낄 것 같다.

 

하지만 게임의 '정가'는 DLC를 포함하지 않은 가격이다. 그렇다면 '정가'를 주고 산 게임은 그 가격에 맞게 나름 완성된 컨텐츠를 보여줘야할 것이다.

 

게임의 볼륨은 미묘한 수준으로, 스테이지는 40개 이상 준비되어있지만 서브 스테이지 대부분은 1:1 이벤트전이고 메인 스테이지만 진행하면 대략 20시간 정도의 짧은 플레이타임을 가진다.

 

서브 스테이지를 모두 클리어하고 깃발도 모두 점령, 수집도 완료하는 플래티넘 트로피에 소요되는 시간은(특정 보스에 과하게 지연되지 않는 기준으로) 40시간 정도.

 



 

2회차가 준비되어 있고 DLC가 모두 출시되면 5회차까지 가능한 게임이니 컨텐츠가 충분하다고 하기에는 1회차 기준으로는 볼륨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근래 나오는 게임들이 플레이타임을 길게 가져가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인왕' 시리즈나 '삼국지'라는 이름에서 갖는 기대가 있어서 생기는 아쉬움 같기도 하다.

 

앞서 언급된 단점들은 의견이 갈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로 나왔다는 점은 확실히 아쉬운 부분이다.

 

튜토리얼 있고 시작이벤트 있고, 마지막 결전도 있고 엔딩도 있다. 그걸로 완성이라고 하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가구를 샀는데 표면을 사포로 마무리하지 않아 거칠고 왁스칠도 안 되어 있는 상태 같은 느낌을 받는다. UX가 날것의 상태이다.

 

창고 접근성, 기존 장비와 비교하는 UI, 창고에서 자동충전 되지 않는 화살 등등 '인왕2'에서 이미 다 만들어 뒀던 시스템이 날아간 상태이다. 창고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 유저가 태반이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출시일을 일찌감치 정해놓고 무리하게 일정에 맞춘 것 아닐까 싶다.

 

총평, '인왕3'를 기다리던 입장에서는 축복과 같은 게임
장단점을 길게 늘어놨는데, 리뷰어와 기자는 매우 만족했다. 이 게임은 '인왕3'다. 데모 버전까지는 '인왕에서 벗어나려고 한 시도인가 아닌가' 긴가민가했지만 클리어한 시점에서 확실히 말해 '인왕3'가 맞다. 굳이 인왕과 차이를 찾자면... 음... 점프?

 



 

'인왕3'를 간절히 바란 리뷰어에겐 사실상 축복과 같은 게임이었다. 그것도 삼국지 배경이라니... 그것도 이정도로 '할 만한' 인왕이라니! 잇폰다타라 다마시로를 삼백개 모아서 하나씩 비교해 보지 않아도 된다니!!

 

'인왕3'라고 생각하고 보면 이제 궁금한 것이다. 제작진은 '인왕2'의 그 하드코어한 포텐셜을 싫어하는 것인가? 그래서 와룡을 이렇게 만든 것일까?

 

물론 본편은 페이크고 DLC 3 까지 가면 다시 그 심부의 끝까지 내려가는 신묘한 세팅과 파밍이 반복될지도 모르겠지만...

 



 

점수를 매기자면 각설하고 85점을 주면 될 것 같다. 삼국지 배경의 인왕라이크로 라이트 유저를 감안한 무난한 난이도까지 대중적으로 어필하면서 '인왕' 시리즈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꿔줄만한 게임이다. 다만 완성도가 아쉬울 뿐이다.

 

사실 리뷰어는 인왕 시리즈의 열렬한 팬이라 그저 장점과 찬양만 쓰고 싶었으나 대장간에서 상감 몇번 해보다가 마음을 바꿨다. 이건 분명 인터페이스 전반을 수정해야 하는데 DLC 만들기 바쁜 팀이 수정을 할까? 그리고 DLC를 안 산 사람은 어떻게 하지?

 

물론 첫 작품인 '인왕'이 발표는 2005년에 하고 발매는 2017년에 한 게임인 만큼 '발매가 미뤄지느니 발매하고 고친다' 라는 마음은 십분 이해가 가지만...

 

'인왕' 1, 2편으로 이 시리즈는 거대 타이틀이 되었고 정신적, 물질적(?) 후속작이라면 무게에 걸맞은 완성도로 나왔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내용물은 훌륭한데 마무리가 아쉬웠다.

 



 

리뷰어의 입장을 내려놓고 팬의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초절무예로 적의 '뚝배기를 깨는' 것 만으로 스트레스가 다 풀렸다. 대략 올해의 게임 후보이다. 12월에 DLC 3이 나오면서 올해 전체를 관통해 최고의 게임으로 완성(?)될 것이다.

 

기억하자. 청룡언월도는 신이고 연산열벽주는 갓이다. 관우가 왜 만인지적이었나, 청룡언월도에 등교기봉이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취재기사 기획/특집 게임정보

화제의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