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사이버펑크 2077' PS4 버전, 만들다 만 듯한 미흡한 완성도와 깊이없는 도시

등록일 2020년12월14일 13시05분 트위터로 보내기



 

'위쳐3'로 세계적 명성을 쌓은 CDPR의 근미래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쳐 '사이버펑크 2077'이 출시되어 큰 기대를 품고 플레이해 봤다.

 

당초 계획은 기자는 PS4 PRO로, 리뷰어는 PS5 하위호환으로 플레이해 경험과 게임 퍼포먼스를 비교해보는 것이었는데, PS4 PRO로는 도저히 게임을 진행할 수 없어 PS5 하위호환 플레이를 통한 경험만 후술했다.

 

리뷰어가 PS5에서 게임 옵션을 변경해 기능들을 끄고 하면 할만하다고 PS4 PRO에서도 기능들을 끄고 해보라고 조언했는데, 콘솔게임을 몇십년 플레이하며 옵션 변경 및 기능 비활성화가 플레이에 필수적인 경우를 경험하지 못했던 기자로서는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모를 순간이었다.

 



 

PS4 PRO로 플레이한 사이버펑크 2077은 만들다 만 것을 대충 출시한 것에 가까운 완성도로, NPC들은 문과 벽을 통과하고 심심하면 공중 부양을 하며, 그래픽 처리도 안되어있고 무엇보다 게임이 끊겨서 진행이 너무 힘들었다. 자주 튕기는 현상도 있었는데 이런 부분은 패치로 수정이 가능하겠지만 전체적 완성도가 너무 낮아 이게 패치 몇번으로 해결될지 의구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위 영상은 기자가 1.04 패치가 된 상태에서 프롤로그를 마치고 나이트시티에 나와 거리를 둘러보고 싶어 집 근처를 달려보고 찍은 영상이다. 아마 '영상이 왜 이리 끊기지'라고 생각한 독자가 많을텐데 실제 플레이 영상 그대로이다. 거리에는 사람도 없고 차도 없지만 그냥 걸어다니기만 해도 게임이 끊긴다. '어쌔신크리드 유니티'가 프레임 드랍이 심한 게임이었지만 화면이 완전히 정지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는데, 사이버펑크 2077은 화면이 정지하는 수준이었다.

 

멀리서 보면 반짝이는 도시가 들여다보면 공허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그래픽을 떠나 나이트시티에는 스토리상 보여주는 설정, 연출이 전혀 구현되어 있지 않았고, 몇 안되는 NPC는 4~5가지 패턴으로 똑같이 생긴데다 반응도 없고 멀리 보이는 차량행렬은 다가가보면 신기루였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주방장의 웍질이 너무 사이버펑크 2077의 현 상태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아 무의식중에 찍은 영상으로, 주방장이 화려한 손놀림으로 그럴듯하게 웍질을 하고 있지만 내용물은 그냥 붙여둔 텍스쳐일 뿐, 허망하다.

 

여기까지는 기대하고 시작했다 너무나 실망스런 완성도에 충격을 받은 기자의 넋두리였고, 본문에서는 PS5로 옵션을 다 끄고 플레이한 리뷰어의 감상을 정리해 봤다.

 



 

리뷰 작성 및 스크린샷 제공: 게임포커스 리뷰어 김명훈

기사 작성: 이혁진 기자

동영상은 PS4 PRO에서, 스크린샷은 PS5에서 촬영

 

리뷰어는 PS5 업데이트 버전이 나온 뒤에 사이버펑크 2077을 구입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어쌔신크리드 발할라'를 예정보다 빠르게 끝내고 밤새 들려오는 사이버펑크 2077 콘솔판에 대한 불평을 보고 있자니 도대체 어떻게 만들었길래 Xbox와 PS 양 진영이 대통합하게 되었을까 궁금해져 게임을 사러 달려가게 됐다.

 

퍼스트 임프레션
디스크 2장 구성으로 데이터 디스크와 플레이 디스크로 나뉘어져 있다. 데이터 디스크를 넣고 설치를 시작했는데 패키지 어디에도 데이터 디스크를 먼저 넣어야 한다는 설명이 없다. 친절함이란 여유가 있을 때 발휘되는 것일 텐데, 개발사에 여유가 없었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설치 시간이 꽤 길고 80% 정도에서 PLAY 디스크로 갈아줘야 한다.

 

게임을 시작하면 캐릭터 설정부터 하게 되는데, 커스터마이징에 모든 혼을 쏟아부은 다음 게임을 시작하면 바로 거울에 비친 주인공 V의 얼굴을 볼 수 있... 지 않다. 다른 사람이 비춰져 있다.

 



 

캐릭터 설정 창은 차세대 그래픽인데 처음 본 화면은 한세대 전 그래픽 정도이다. 하지만 FPS 게임에서 주인공 얼굴 볼 일은 없으니까 넘어가 줄 수 있는 부분 아닐까 싶다.

 



 

리뷰어(그리고 기자도)는 주어진 옵션으로 시작했다 고생을 좀 했는데, 일단 그래픽 설정으로 가서 필름그레인, 색수차, 피사계심도 옵션을 OFF하자. 1인칭 시점이란 것에 몰입해서 외곽 시야가 왜곡돼야 한다거나 그런 것은 이론의 영역일 뿐 눈은 두개이고 티비 화면은 1개이다.

 

PS5 기준 게임 프리셋을 해상도 모드로 바꾸고 하는 게 낫다는 평이 많아 해상도 모드로 바꾸고 플레이했다. 여기에 L3를 눌러서 감마 보정을 '꼭' 해줘야 한다. 옵션으로 따로 나와있는 것이 아니라 못보고 지나치는 유저가 많을 텐데 '화면이 번쩍번쩍해서 눈이 피곤하다' 는 평은 대부분 감마값이 원인이다.

 

더빙과 UI, 그리고 그래픽
짧은 오프닝 전개 후 전투 튜토리얼을 하게 되고(한동안 계속 튜토리얼이지만) 본편이 시작된다. 지도에 뭔가 할일은 많고 여기저기서 연락이 와서 의뢰가 쌓이는데, 뭘 해야 하지?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주변에 지나다니는 사람은 말 걸면 욕부터 하고 길가엔 널부러진 부랑자가 가득하다. '세기말 사이버펑크' 느낌이 물씬 난다.

 



 

플레이어가 이렇게 느끼는 것을 개발사가 의도한 것이라면 높은 점수를 줘야할 부분일 텐데... 네트워크로 뇌가 이어져 있고 혼자만의 가상세계에 틀어박힐 수 있다면 주변에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고독한 게 기본인 시대 반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서브퀘스트나 수집요소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튜토리얼 부분을 만들다 말고 출시한 것 뿐일지도 모르지만...

 

한국어 음성으로 진행하면 잘 녹음된 외화 더빙판을 보는 느낌이다. 대사 분량이 산더미인데다 NPC 음성도 모두 성우가 붙어 더빙되어 있다. 배경이 배경인만큼 메인스토리 대사의 20%는 욕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것도 호오가 갈릴 요소 아닐까 한다.

 



 

UI 면에서는 인터페이스를 PC에 맞춰두고 패드 최적화를 안한 느낌을 받았다. 마우스를 사용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인터페이스로 커서를 움직이고 커서가 간 창에서만 스크롤이 되는 것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설정 메뉴나 인벤토리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게임플레이 자체가 마우스 기반인 것 같다. 개발자들이 콘솔 패드로 플레이해 봤는지 물어보고 싶은 수준으로, 획득물이 여기저기 널려 있는데, 커서를 획득물에 가져가면 획득메뉴가 나오는 식이다.

 

즉 패드의 경우 L스틱으로 획득물 앞까지 간 다음 R스틱으로 휘적휘적 시점을 바꿔서 정확하게 획득물을 화면중앙에 타게팅해야 네모버튼으로 획득 가능하다는 것으로, 전투중에 총알이 날아다니는데 시체 앞에 가서 시체 쪽으로 시점을 내리고 총을 정확하게 센터에 놓고 스위치, 탄약을 센터에 놓고 스위치, 회복약을 센터에 놓고 스위치...

 



 

PS5로 플레이하며 어느 정도 납득 가능한 수준은 된다고 느꼈지만 그래픽이 썩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건물에 거미줄을 쏘며 날아다니는 모 론칭작과 비교하면 1.5 세대정도는 차이가 나는 느낌이 든다. 나이트시티의 건물들은 대부분 그냥 텍스쳐고 들어갈 수도 없는 장식품이니 멋지게 표현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아서 대체 뭔가 싶어진다.

 

전투와 퀘스트
게임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전투는 크게 네 파트, 화기/냉병기/해킹/잠행 정도로 나눌 수 있겠다.

 

총을 쏘는 느낌은 조금 처참하다. 총이 아닌 비비탄을 쏘는 느낌으로, 총기 반동은 강한데 타격감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칼 혹은 주먹의 경우 위쳐 시리즈의 노하우가 있어서인지 어느 정도 괜찮은 수준을 보여준다.

 



 

해킹은 꽤 본격적인 느낌을 주는데, 여기서 본격적이라는 표현은 해킹이 메인 콘텐츠인 '와치독스' 시리즈와 비슷하다는 의미로 적은 것. 잠행은 웅크려서 걸어가는 것과 잠행 테이크다운+시체은닉 정도로 포텐셜이 있어 보이지만 대개는 총과 카타나로 두들겨 패는 쪽을 선호하지 않을까 싶다.

 

메인퀘스트는 꽤 흥미롭다. 따로 설명이 필요없이 퀘스트 진행으로 세계를 설명하고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건 꽤 잘해둔 느낌이다. 엉터리 오픈월드를 밀어붙이지 말고 스토리를 이어가는 '라스트 오브 어스' 스타일로 만들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계속 하며 플레이하게 된다.

 



 

서브퀘스트나 수집요소는 유비 스타일 오픈월드에서 늘 보던 느낌으로 '널려 있는'데, 이런 뿌려둔 콘텐츠는 어느 시점에서 플레이어가 질려 이탈하느냐, 질려도 계속 진행하느냐가 중요하다. 사이버펑크 2077 초반에 경험한 이런 요소들은 크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해킹할 때 해킹 게이지를 일정량 소모하고 해킹으로 전자렌지를 가열해서 터트리고 적의 시야를 해킹으로 돌려서 빠져나가고, CCTV를 해킹해서 녹화영상을 분석하고 전투중에 적이 플레이어를 해킹하려 하고. 거기에 전기충격총을 쏴서 비살상제압을 하고 드론을 띄워 촬영하고 로봇을 해킹해서 조종하고, 지나가던 NPC를 분석하면 개인정보가 보이고 가상화폐를 해킹해서 획득가능한 게임. 여기에 더해 차량을 몰 때의 조작감은 마치 빙판 위에 떠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누가 '와치독스3'라고 하면 속고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총평
버그, 버그, 버그. '위쳐3' 출시 시점을 보는 듯한 버그의 산. 리뷰어는 위쳐3를 출시와 동시에 PS4로 플레이하여 그 버그들과 함께 2주만에 엔딩을 봤기 때문에 이번 사이버펑크도 자신있게 시작했다. 감상은? 그때와 똑같다. 알파빌드 겨우 넘은 수준의 완성도로 무수한 패치와 함께 완성되어 가지 않을까.

 

'매드맥스'와 '북두의 권'에서 캐릭터를 가져오고 '공각기동대'에서 배경과 기술 설정을 가져오고 와치독스의 시스템을 잘 섞은 듯한 느낌의 게임인데 섞어서 굽든 끓이든 해야하는데 덜 구운 채로 그냥 식탁에 내놓은 음식 같다.

 

리뷰어는 와치독스 1편을 재미있게 했고 공각기동대도 재미있게 봐서 사이버펑크 2077의 세계관, 스토리, 게임 디자인 자체는 취향에 잘 맞았다. 와치독스의 그 기묘한 운전과 기묘한 총격전도 적응하고 재미있게 했기 때문에 큰 불만은 느끼지 못했다.

 



 

그래픽과 완성도에 큰 문제가 있지만 게임 자체는 재미있다. 메인스토리가 탄탄하고 사이버펑크 설정이 여기저기 잘 녹아있기 때문에 스토리를 즐긴다면 게임에 몰입해서 플레이하는 데 문제가 없는 수준이다.

 

게임에 불만을 갖고 여기저기 욕하면서 포기하는 게임이 있고 게임에 불만이 있어도 투덜거리면서 꾹 참고 플레이하는 게임이 있는데 사이버펑크 2077은 후자였다.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기묘하게 계속 하게 된다. 시간도 금방금방 지나가고.

 



 

하지만 미완성의 게임을 옵션을 다 끄고 뭉개진 폴리곤과 함께 지금 플레이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를 생각하면, PS4 버전을 플레이하라고 추천하기 망설여진다. PS5 버전이 제대로 나오면 그 때 제대로 플레이하면 될 것 같다. 리뷰어(그리고 기자도)는 도중에 플레이를 멈추고 PS5 버전이 제대로 나올 때까지 게임을 묵혀두기로 했다.

 

게임이 완성된 모습을 상상하고 점수를 매기자면 90점 이상을 매겨도 될 것 같지만, 현 상태로는 점수를 매길 수조차 없다. 출시 전 PS4 버전이 PS4, PS4 PRO에서 어떤 퍼포먼스로 구동되는지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유저 기망행위라고 해도 변명할 말이 없을 것이다.

 

엄격한 QA 절차로 유명한 소니가 사이버펑크 2077을 이런 상태로 출시하도록 허용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PS5 버전은 시간을 갖고 제대로 개발해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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