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주무부처-e스포츠협회 같이 모였다... 'e스포츠 선수 권익 보호' 위한 대책 토론회 개최

등록일 2019년12월10일 09시15분 트위터로 보내기

 

최근 e스포츠계를 뒤흔든 불공정 계약 사건, 일명 '카나비' 사건와 관련하여 국회의원회관에서 향후 제도 마련 및 대책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이번 토론회에서는 김대호 전 그리핀 감독의 내부 고발 방송으로 시작된 '카나비' 서진혁 선수의 불공정 계약 사건과 관련하여, 라이엇게임즈 박준규 대표가 나서 현재 국내 및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 소속 프로 선수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조치 경과를 발표했다.

 

더불어 한국e스포츠협회 김철학 사무총장이 e스포츠 선수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수립 계획을 발표하고, 현장에 참석한 패널들이 국내 e스포츠 및 선수 권익 보호, 불공정 계약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자유롭게 토론하는 패널 토론 시간도 진행되었다.

 

이날 토론회 현장에는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를 비롯해 이동섭 의원 및 의원실 이도경 비서관, 하태경 의원,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산업과 박승범 과장, 라이엇게임즈코리아 박준규 대표,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김훈기 사무총장, LAB 파트너스 조영희 변호사, 국민일보 윤민섭 기자 등이 참석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게임과 국회는 무관하지 않아... 표준계약서 관련 개정안 조속히 처리할 것"

본격적인 발표 및 토론에 앞서, 바른미래당 이동섭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선수들의 연령대가 낮아 e스포츠 특성상 불공정 계약이 발생하기 쉬운 구조였음에도 어영부영 넘어가는 사례가 많았다. 앞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섭 의원은 지난 10월 말 선수와 구단 간의 계약 시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한 표준계약서로 계약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e스포츠 진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해당 개정안은 그 중요도가 높음을 고려하여 간사 합의를 통해 우선순위로 올렸다는 것이 이동섭 의원의 설명이다.

 



 

하태경 의원 또한 환영사를 통해 말을 보탰다. 그는 "입법 과정에서 (해당 법안이) 우리 사회에 잘 정착되도록 각 이해관계 집단들의 의사를 확인하고 원칙을 공유하여, e스포츠가 조금 더 공정한 기반 하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각오와 결의를 다지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e스포츠가 그동안 국회에서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오늘을 계기로 e스포츠에 공정과 정의가 뿌리내리는 자리가 되리라 믿겠다"고 전했다.

 

더불어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또한 "게임 개발과 유통, e스포츠 선수의 활동 등이 국회와 무관할 것 같지만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다. 모든 제도가 입법으로 완성되기 때문이다"라며 "이 자리를 통해 e스포츠 산업을 활성화하고, 공정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뜻깊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특히 오신환 원내대표는 현재 법안 소위를 통과한 표준계약서 관련 개정안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공정과 정의를 세우고 e스포츠계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본인과 하태경, 이동섭 의원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라이엇게임즈코리아 박준규 대표 "선수 권익 보호 및 관리에 소홀... 실망 안겨드려 죄송하다"

이어 라이엇게임즈코리아 박준규 대표가 연단에 올라, 그 동안의 사건 경과 개요를 설명하고 향후 조치할 내용을 공유하는 발제를 진행했다.

 



 

라이엇게임즈코리아 박준규 대표는 "e스포츠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 선수 권익 보호 및 체계적인 관리에 소홀했고, 매끄럽지 못한 리그 운영으로 많은 분들께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앞으로 권익 침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후속 조치들을 충실히 이행해 나가겠다"고 정중히 사과했다.

 



 

박 대표가 밝힌 후속 조치는 크게 ▲계약상의 권리 보호 ▲일반적 권익 향상 등 두 가지로 분류된다. 먼저 계약 상의 권리 보호에는 공통 사항으로 2020년 1분기 내 ▲선수 및 코치 계약서 전문 제출 의무화 ▲리그 전반 모든 계약서 전수 조사 및 대응 방안 수립(정부 기관에서 자체 전수 조사를 진행할 경우 적극 협조) ▲'LCK' 표준 계약서 도입(정부 차원 표준 계약서) ▲프로팀 관계자의 에이전트 사업 참여 금지 조항 신설 ▲선수의 에이전트 계약 체결 여부 전수 조사를 통한 현황 파악 및 대응 방안 수립 등이 포함됐다.

 

e스포츠 특성상 나이가 어린 미성년자 선수들이 많음을 고려하여 특별 보호 조항도 구성됐다. 우선 ▲선수 계약 체결시 미성년자 여부를 사전에 고지하도록 의무화하고 ▲미성년 선수 계약 관련 변동 사항이 발생할 시 부모님 등의 법정 대리인에게 사전에 동의를 받는 것을 의무화한다. 더불어 ▲미성년 선수를 별도로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을 구축하고 ▲미성년 선수 및 보호자를 대상으로 계약 체결 관련 교육을 진행할 예정(2020 시즌 중)이다.

 

자료 제공: 한국e스포츠협회

 

선수들의 처우 개선 및 커뮤니케이션 지원을 위한 일반 권익 향상 항목도 소개됐다. ▲현재 2천만 원인 선수 최저 연봉을 인상하는 것을 검토하고 ▲프로팀 연습생에 대한 실태 조사 및 대응방안 수립도 이루어질 예정이다. 또 ▲프로팀의 아카데미 사업 현황을 파악하여 필요 시 이 또한 대응방안을 마련한다. 처우 개선 지원 관련 항목들은 2021년 시행할 것을 예고했다.

 

이 외에 ▲선수들이 불공정 계약 및 부당한 처우를 당했을 때 신고할 수 있는 창구를 개설하고 ▲선수 전용 무료 법률 검토 서비스 창구도 개설하겠다는 대책을 내세웠다.

 

자료 제공: 한국e스포츠협회
 

박 대표는 "가장 중요한 일원인 선수를 보호하고 지원하는데 스스로가 소홀했다는 것을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 연령대가 다른 스포츠에 비해 어리고 미성년 선수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을 보호할 장치는 부재했던 것이 사실이다"라며 "선수와 팀간 계약에 있어 제3자가 개입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리그를 운영하는 주체로서 제도를 마련하지 않고 관리 감독했어야 했으나 미흡했음을 반성하고 있다. 후속 조치들을 충실히 이행하여 선수 권익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내부 고발자에 대한 중징계, 박 대표 "안타까운 상황... 다른 내부 고발자 피해 사례 접수 받아 사실 관계 파악 중"

한편, 내부 고발을 한 김대호 전 그리핀 감독에게 중징계를 내리고 이후 유보한 것이 향후에 문제가 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는 질문에 박 대표는 "한없이 안타까운 상황이다. 분명 쉽지 않은 내부 고발이었고, 오히려 포상을 받아야 할 사항이다"라면서도 "조사 과정에서 공교롭게도 다른 내부 고발자들의 피해 사례를 접수했다. 징계를 내리지 않으면 안되는 수준의 것이었고, 현재는 제3기관에서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징계를 내리는 것이 적절했는지 검증하는 단계다"라고 밝혔다.

 

또 박 대표는 오상헌 e스포츠 총괄을 중심으로 한 체제에 변함은 없을 것이며, 개선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이유는 결국 시스템적인 정비가 필요한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내부의 '카르텔'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그런 것은 전혀 없으며, 모든 것을 개선하여 이러한 의혹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한국e스포츠협회 김철학 사무총장 "불공정 계약 사례를 기반으로 한 표준 계약서 준비할 것"

박 대표에 이어, 다음으로는 한국e스포츠협회 김철학 사무총장이 자리에 올랐다. 김 사무총장은 "일련에 사태에 대해 협회가 맡은 바 소임을 다 했는지 되돌아보고 많은 반성을 했다. e스포츠를 사랑하는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본인을 포함한 모든 임직원은 e스포츠의 균형 발전과 저변확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 권익 보호 부분에 있어 부족한 부분이 있었음을 인정한다. 이를 계기로 협회가 선수 중심의 맡은 바 소임을 다 하도록 준비해 나가고, 반면교사의 기회로 삼아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불공정 계약 사례에 대한 철저한 실태 파악을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불공정 계약 사례를 기반으로 새로운 표준계약서를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불공정 조항이 발견되면 해당 팀과 선수를 조사하고 외부 법률자문을 통해 시정 명령을 내린다는 계획이다.

 

자료 제공: 한국e스포츠협회
 

더불어 ▲e스포츠 표준 계약서를 조기 도입하여 기본안을 확립하고, 'LCK 스프링' 개막인 2020년 2월 이전에 참가 팀의 신규 표준계약서 준용을 의무화한다. 또 ▲2020년 상반기 중으로는 종목선정기관의 선정 종목을 대상으로 표준계약서를 적용 권고 및 확대하고 ▲2020년 하반기에는 비선정 종목들을 대상으로 적용 권고를 내려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민원 접수와 조사, 권고 및 시정을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분쟁조정위원회(가칭)를 설치하여 운영할 계획이다. 해당 분쟁조정위원회는 '상벌위원회'와 '중재위원회', '윤리위원회' 등 3가지 위원회를 산하에 두고 있으며,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독립 조직으로 운영한다. 위원단 구성은 법조계, 언론계, 학계, 스포츠계 인사 등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또 ▲전, 현직 선수들이 직접 참여하는 선수 정례회의를 마련할 계획이다.

 

자료 제공: 한국e스포츠협회
 

한국e스포츠 선수 등록 시스템 구축도 추진한다. 과거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운영 당시 '선수등록제도'를 통해 선수 신분 조회, 드래프트, 임대, 이적, FA, 웨이버공시 등을 원활히 진행했던 경험을 살리겠다는 것이다. 우선 선수 등록 기준을 정립하고, 이에 따른 선수 등록 의무화를 선행하여 권익 보호를 이루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해당 선수등록시스템 도입 작업은 각 종목사와의 협의를 통해 의무화가 논의 중에 있으며, 웹페이지 구축 업무와 사전 등록을 희망한 팀 및 선수를 대상으로 등록 절차가 진행 중이다.

 

마지막으로 e스포츠 종목 등록 의무화도 진행한다. 현재 e스포츠 종목을 선정하는 기관이 존재하나, 적극 이용되고 있지는 못한 실정이다. 종목으로 선정되는 것은 원하는 종목사(게임사)가 직접 신청해야 하며, 이렇게 종목으로 선정 되었다 하더라도 대회 자체가 적고 종목사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혜택이 부족한 것이 문제다. 김 사무총장은 원활한 제도적 지원을 위해서는 종목 등록 의무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총장은 "협회 혼자만의 힘으로는 이루어 낼 수 없다.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고착화된 문제들을 적극 해결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신뢰를 회복하고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겠다. 초심으로 돌아가 권익 보호, 증진에 더욱 힘쓰겠다"고 전했다.

 

또 김 사무총장은 "협회가 이슈에 대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그동안 개별 사항에 대해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것은, 시스템적인 문제로 보고 구조 개선 및 재발방지 대책을 위해 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또 변명만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다"라며 "오늘과 같은 토론회 자리가 팬들과의 소통을 위한 자리이고, 또 이 외에 각종 질의응답을 통해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 앞으로도 토론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또한 선수 권익 보호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 박승범 과장은 e스포츠가 게임산업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을 알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 발표될 게임산업 중장기 진흥 계획에 이번 사건으로 비롯된 권익 보호 관련 내용도 담아 내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중장기 계획으로 여성가족부와 협의하여 청소년 보호법을 개정, 미성년자 선수들의 '셧다운제' 예외 방안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카나비' 서진혁 선수에게 법률적인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는 조영희 변호사는 표준계약서를 만드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닌, 각자의 이해관계가 서로 잘 맞물려야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조 변호사는 "팀과 리그, 선수간에는 각자 이해관계가 있고, 이 때문에 이해 상충이 언제라도 생길 수 있다. 각자 이해관계가 조정되지 않은 상태로 흘러가다 보면 선수가 보호받지 못하게 된다"며 "표준 계약서를 쓴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동일한 계약서 조항에 대해 팀, 리그, 선수가 각기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면 좋은 계약서가 아니다. 표준계약서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의미가 중요하다"며 속도만을 중시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프로축구협회 김훈기 사무총장 또한 시스템의 변화에 대해 강조했다. 김 사무총장은 축구선수협회가 2012년 발족한 이후 정식으로 인정받기까지 8년이 걸렸다며, 선수들이 외압에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창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e스포츠의 선수 생명이 그리 길지 않고 은퇴 후에도 고충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전, 현직 선수들이 하나가 되어 구체적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현실적으로 바꿔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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