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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거장들을 빛낸 재능 이타즈 요시미, 그의 첫 영화가 기대된다

등록일 2019년10월24일 09시15분 트위터로 보내기
 
이타즈 요시미(板津匡覧) 감독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작품이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감독으로 만든 작품은 지금까지 TV 애니메이션 '볼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ボールルームへようこそ) 하나 뿐이기 때문이다. '볼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가 국내에도 정식 소개되어 감상한 사람이 많지만, 감독으로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아직 보여준 게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애니메이터로서 참여한 작품들의 목록을 늘어놓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애니메이션을 좀 봤다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앗 이 작품은'이라고 할 걸작들로 가득하다.
 
© 2014-2015 Hinako Sugiura•MS.HS / Sarusuberi Film Partners
 
이타즈 요시미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람이 분다', 콘 사토시의 '파프리카'와 걸작 TV 애니메이션 '망상대리인', 이소 미츠오의 '전뇌코일', 하라 케이이치의 '백일홍 미스 호쿠사이' 등등...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의 전설들이 빚어낸 걸작들에 원화, 작화감독 등으로 참여하는 한편, 단편 애니메이션 '피그테일'로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며 감독으로서도 큰 기대를 모았다.
 
© 2015 Machiko Kyo/SHUEISHA, ITSV
 
그가 함께 일한 '천재' 콘 사토시 감독의 유작 '꿈꾸는 기계'의 후임 감독으로 발탁되었다는 소식에 세계 애니메이션 팬들이 안도했지만, 결국 '꿈꾸는 기계'는 미완의 작품으로 남아버려 아쉬웠던 기억도 생생하다.
 
이타즈 감독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 프로젝트에서 애니메이터로 작업한 뒤 지금은 프로덕션 IG의 차기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제작 중이라는데... 앞으로는 애니메이터보다는 감독으로 일할 기회가 더 많을 것 같다.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어 내한한 그를 만나 거장들과 함께 일한 경험담을 들어보는 한편, 그가 앞으로 보여줄 애니메이션이 어떤 모습이 될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타즈 요시미 감독과 나눈 이야기를 정리해 봤다.
 
근래 참여한 작품들에 대해
이혁진 기자: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한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신가요
이타즈 감독: 두번째 방문입니다. 전에 관광으로 서울에 온 적이 있고, 이번이 두번째 방문입니다.
 
BIAF에 심사위원으로 오셨는데, 영화제를 둘러본 느낌은 어땠나요
이타즈 감독: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어 정말 즐거웠습니다. 부천에는 제가 참여한 장편 애니메이션들, 그리고 제가 감독한 '피그테일'도 상연된 적이 있어서 인연이 있는 영화제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올 수 있어서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볼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후 소식이 좀 뜸했던 것 같습니다. 근황을 좀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이타즈 감독: 몇편의 TV 애니메이션에서 각본, 디렉터, 애니메이터 등의 작업을 했습니다. 일이 꽤 많았죠. 극장용 애니메이션 작업에도 몇 편 참여해 도와주는 한편 제 작품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 감독으로 만들고 있는 작품도 있어서 관객 여러분과 만날 날이 기다려집니다.
 
TV 애니메이션 중에는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風が強く吹いている) 작업을 했는데, 감독(노무라 카즈야)가 오랜 친구라 즐겁게 참여해 12화의 연출, 콘티를 담당했습니다. '아니마 옐!'(アニマエール!)이라는 작품에도 참여했는데, TV 애니메이션이고 사토 마사코씨의 감독 데뷔작입니다. 저는 8화 콘티를 담당했는데, 사토 씨는 스튜디오 지브리 시절부터 알던 사이로 그녀의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 참여했습니다.
 
최근 참여한 작품 중에는 관심이 많으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님의 신작도 있었죠. 제가 맡은 작업은 다 했지만 완성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습니다.
 
TV 시리즈인 '볼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로 감독 데뷔하셨는데, 감독으로 일해보니 어떠셨나요
이타즈 감독: TV 시리즈 작업을 하며 지금까지 몰랐던 많은 분들과 알게 되었습니다. 감독일을 하면서 음향, 연출 쪽 사람들과도 알게 되었고, 함께 일하며 그 사람들의 기술이나 개성에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덕분에 애니메이터만 할 때에는 안 보이던 다양한 시점에서 작품을 보게 되었죠.
 
거장들과 함께 일한 경험들
이타즈 감독님이 애니메이터로 참여한 작품들 중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바람이 분다', '파프리카'가, TV 애니메이션은 '망상대리인', '전뇌코일'이 먼저 떠오릅니다. 특히 전뇌코일은 한국 애니메이션 팬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를 모은 작품입니다
이타즈 감독: 전뇌코일에 참여한 게 10여년 전이니 시간이 꽤 흘렀네요. 전뇌코일에 참여하게 된 것은 마침 파프리카 작업을 끝낸 다음 매드하우스에서 이걸 만들고 있으니 도와달라는 요청이 온 것이었습니다.
 
전뇌코일의 감독인 이소 미츠오씨는 애니메이터 출신 감독으로 저도 매우 존경하는 분입니다. 거기에 혼다 타케시가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고, 그 외에도 우수한 분들이 잔뜩 모인 작품이었습니다. 저로서는 제가 애니메이션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동경하던 분들이 잔뜩 있는 일터인데다 재능있는 동 세대 분들도 잔뜩 있어서 라이벌로 서로를 의식해가며 일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까지 일하며 가장 자극이 강한 작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파프리카 다음이 전뇌코일이었군요. 콘 감독과 함께 일한 느낌은 어땠나요
이타즈 감독: 애니메이터 일을 시작해서 5년 정도 다른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처음 프리 애니메이터가 된 즈음에 콘 감독과 알게 되었습니다. '망상대리인'을 시작하기 전, '도쿄갓파더즈'를 만들던 즈음으로 제가 하고싶다고 부탁해 콘 감독이 받아주셔서 같이 일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후 망상대리인과 파프리카 작업에 참여했지요.
 


 
콘 감독의 유작 '꿈꾸는 기계' 감독으로 내정되셨다고 해 기대했는데, 무산되어 안타깝습니다
이타즈 감독: 관련해서는 제 입으로는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습니다만, 저로서는 못 끝내고 남겨둔 일이라는 감각이 계속 남아있습니다. 다른 일을 할 때에도 콘 사토시 감독과 같이 일하던 감각이나 콘 감독에게서 배운 것이 제 안에 남아있다는 걸 느끼고요.
 
한편으로 그렇게 콘 감독의 영향이 내 안에 제대로 남아 있다, 내 안에서 내 것으로 바뀌어간다는 감각이 있으므로 제가 계속해서 콘 사토시의 작품을 만들고 있다는 감각도 있습니다.
 
'꿈꾸는 기계'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없게 된 것은 죄송한 일입니다만, 저로서는 다른 작업을 하더라도 계속 그 작품을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있는 겁니다.
 
이렇게 되니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일한 경험도 궁금해지는데요
이타즈 감독: 제 느낌으로는 미야자키 하야아 감독은 에너지를 엄청 발산하는 사람이라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고양되는 듯한 감각을 느끼게 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오라가 발산되는 듯한 그런 감각을 느끼는 거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말이 엄청 강하고 한마디 한마디가 '연출된다'기보다 '표현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함께 일하면 자극이 강하고, 제대로 된 것을 못 보여주면 그만큼 미야자키 감독에게서 반응이 오고... 저로서는 많은 에너지를 나눠받은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람이 분다' 후 오랜만에 미야자키 감독의 신작에 참여해 보니 어땠나요
이타즈 감독: 이번에 애니메이터 일을 지브리에서 집중적으로 해 보니 역시 감독을 해서 시점이 넓어졌구나 하는 느낌은 들더군요. 콘티를 읽는 단계에서 어떤 장면을 컷으로 하고 어느 컷을 이을까, 소리는 어떻게 들어갈까 등 애니메이터만 해서는 알 수 없다기보다 상상도 못하던 부분을 감독을 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 감각이 그림 콘티를 읽는 단계에서 보며 상상이 되는 단계로 나아가서 감독으로서도 애니메이터로서도 큰 무기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당분간 작화는 할 기회가 없을 것 같네요.
 
이타즈 요시미가 만들 영화들은 어떤 모습일까
애니메이터로서 다양한 성격의 작품에 참여하셨는데, 가공의 세계를 그리는 것과 현실을 그리는 것 중 어느 쪽에 더 관심이 있으신가요
이타즈 감독: 딱 이거다 하는 것은 없지만 현실 세계의 사람이 생각하는 걸 영상으로, 이미지처럼 표현하는 것, 여기서의 이미지와 현실의 낙차가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바람이 분다'에서 지로가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지로의 상상이 표현되는 장면에서 미야자키 감독도 내 감각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 표현이 좋습니다. '볼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도 그래서 그런 작품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2015 Machiko Kyo/SHUEISHA, ITSV
 
단편 '피그테일'로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단편 작업이나 TV 시리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타즈 감독: 단편은 표현주의, 아트 애니메이션에 가까운 도전을 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TV 애니메이션은 좀 더 중간관리 성격이 강해서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자기가 표현하고싶은 것이 이런 것이다'라는 인상을 주는가가 중요한 일이 됩니다.
 
극장용 영화가 되면 좀 더 한 작품에 관여하는 시간이 길어져서 농밀하게, 제대로 그 작품에 대한 몰입도가 깊어집니다. 모두 재미있는 작업입니다. 다만 앞으로 수년 동안은 극장판 작업을 계속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타즈 감독: 아직 오리지널 작품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원작이 있다고 해도 원작을 읽고 느낀 감각이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만화 원작이라고 해도 각 콤마 별로 시선이 얼마나 머무르는지가 사람마다 다른 개성이 아닐까 합니다.
 
원작이 있다고 해도 결국 자기 나름의 영상이 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감각입니다. 같은 원작을 영상화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만들면 다른 작품이 될 것입니다. 좋은 원작을 영상화하는 것도, 오리지널 작품도 다 만들어 보고 싶다는 쪽으로 어느 쪽이 더 좋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볼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격렬한 움직임이 들어가는 작품이었는데, 액션표현에는 자신이 있으신가요
이타즈 감독: 사실 자신이 별로 없습니다. 저는 애니메이터 중에는 의외로 생활 중심의 평범한 묘사를 선호하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액션 묘사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많으니 도전은 하지만 내 장기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온 것의 연장선상에서 전쟁이나 액션이 강한 작품보다는 밝고 두근거리는,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다음에 보여주실 작품의 성격에 대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이타즈 감독: 대중에게도 사랑받고 챌린지도 되는 작품이라고 하면 조금 거창하게 들리네요. 도전적인 요소를 어떻게 상업적인 작품에 집어넣을까가 테마라고 생각합니다. 그림이나 표현 부분에서 아트작품이라고까지는 말하지 못해도 챌린지가 되는 표현을 하면서 최대한 엔터테인먼트로서도 재미를 줄 수 있도록 만들려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이타즈 감독: 영화제에 오면 다양한 작품을 보게 되는데, 어떤 작품을 보더라도 생각하는 건 소리와 화면의 링크입니다. 아름답고 멋지고, 혹은 기분좋은 그림과 소리의 링크 순간이 쾌감을 준다는 것을 늘 느끼게 됩니다. 제 작품에서도 그런 쾌감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금부터의 제 테마라고 생각합니다.
 
감독으로서 더 성장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도전적인 작품들도 계속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보여드릴 애니메이션을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프로덕션 IG가 준비중인 이타즈 요시미 감독의 작품은 프로덕션 IG답게 글로벌을 타깃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도 이타즈 감독의 작품을 만날 수 있을 텐데, 그가 만들고 있다는 신작이 정말 기대된다. 일본 최고의 애니메이터 중 한사람인 그의 작품이 뛰어난 영상미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본적인(?) 기대는 물론, 거장들의 걸작들에 함께했던 그가 자신만의 영화에서 어떤 것을 담아 보여줄지에도 관심이 간다.
 
이타즈 요시미가 애니메이터로서 보여줄 작업물을 아앞으로 보기 힘들어질 것 같다는 점은 아쉽지만, 그 대신 뛰어난 감독을 만날 수 있게 되면 애니메이션 팬으로서는 환영할만한 일 아니겠는가.
 
이혁진 기자 (baeyo@gamefocus.co.kr)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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