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디어콘텐츠 시장에 '애니메이션' 열풍이 불고 있다. 이는 극장, OTT, 방송 등 모든 플랫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가장 크게 체감되는 곳은 단연 극장가다. 팬데믹 이후 좀처럼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던 극장은 2025년 대형 극장판 애니메이션들이 연이어 흥행하면서 열풍의 진앙지로 부상했다.
2025년, '진격의 거인'으로 시작해 '주토피아2'로 마무리되는 애니메이션 전성기
신호탄은 3월 개봉한 '진격의 거인 극장판: 더 라스트 어택'이었다. '진격의 거인 극장판'은 열혈 팬들의 N차 관람에 힘입어 총 95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열풍의 흐름은 여름 '귀멸의 칼날: 무한성'이 개봉되면서 더욱 가속화됐다.
'귀멸의 칼날:무한성'은 누적 관객수 566만명을 돌파하며 '국내 2025년 박스오피스 1위'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일본 콘텐츠가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통틀어서 국내 박스오피스 연간 1위에 오른 것은 '귀멸의 칼날: 무한성'이 처음이다. 뒤이어 개봉한 '체인소맨: 레제' 또한 300만의 관객을 넘기며 흥행세를 이어갔다. 11월에는 미국 애니메이션이 바톤을 이어받았다. '주토피아2'는 개봉 5일만에 210만 관객을 돌파하며 '명불허전' 디즈니의 저력을 다시 증명했다.
애니메이션 열기는 OTT와 방송에서도 감지된다. 6월 공개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은 넷플릭스의 모든 오리지널 작품 중 최다 조회수를 기록했고, OST, 굿즈, 관광, 푸드, 테마파크 등 다양한 부가사업으로 확장되며 2025년 가장 영향력 있는 IP로 자리매김했다.
심지어 유튜브에서는 2025년 가장 인기가 높았던 주제어 10개 중 무려 3개가 '케이팝 데몬 헌터스', '귀멸의 칼날', '진격의 거인'이었다. 유튜브 연간 톱10 검색어에 애니메이션 주제어가 3개나 포함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애니플러스 사상 최초 시청 점유율 1위 기록, '나혼렙'은 애니메이션 전체 시청률 1위
방송도 예외는 아니다. 애니메이션 전문채널 '애니플러스'는 케이블TV, IPTV, 스카이라이프 등 국내 유료방송을 통틀어 애니/키즈 채널 중 2025년 누적 시청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닐슨 시청률 데이터 분석 결과, 애니플러스의 유료가구 통합 시청점유율은 12.71%이며, 비중이 가장 큰 IPTV 내 시청 점유율은 15.6%에 달한다. 프로그램별 시청률도 순위권에 올랐다.
애니플러스 독점 방영작인 '나 혼자만 레벨업'은 2025년 국내 방영된 모든 애니메이션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0.049%).
15~35세의 고연령층 대상의 일본 애니메이션을 편성하는 애니플러스가 연간 시청률 1위를 차지한 것은 2010년 개국 이래 처음이다. 여기에 동일 타겟을 대상으로 하는 계열사 '애니맥스'와 합산하면 시청점유율은 무려 27%에 달한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특정 장르의 선전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이 15세 이상에서도 폭넓게 소비되는 주류 장르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애니메이션 = 아동용'이라는 인식이 고착화되면서 애니메이션 산업이 키즈 중심으로 발전해 온 탓에, 많은 전문 채널들이 미취학 및 저학년 대상으로 운영중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함께 글로벌 애니메이션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은 대중적 기반을 갖춘 미국 애니메이션에 비해, 15~35 세대의 강한 팬덤에도 불구하고 긴 시리즈로 인한 진입장벽이 높아 최근까지도 '마니아'들이 즐기는 서브컬처'로 분류됐다.
그러나 이른바 '귀주톱'이라고 불리는 '귀멸의 칼날', '체인소맨', '주술회전' 시리즈의 극장판이 연달아 흥행하면서 재패니메이션의 소비층은 3040대로까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여기에 '케데헌'과 '주토피아2'로 대변되는 미국 애니메이션의 대중적 성공이 더해지면서,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강력한 팬덤 문화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심의 폭넓은 관람층이 맞물려, 말 그대로 '애니메이션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애니메이션은 작화 스타일에 대한 문화적 수용 거부감이 낮고, 실사 영상물에 비해 시대적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IP 생명력이 길다. 또 IP 영향력이 장기간 지속되는 과정에서 충성팬 형성도 쉬워, 머천다이징, 테마파크 등 부가사업 확장도 유리하다.
그에 따라 'IP' 중심으로 재편되는 국내외 미디어콘텐츠 시장에서 가까운 미래에 애니메이션이 드라마와 영화에 버금가는 '주류 장르'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몇 년 전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이 국내 극장가를 강타했을 때만해도 애니메이션 열풍을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이제는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이 보는 것”이라는 전제는 구시대적 사고가 되었다. 애니메이션의 열풍이 2026년에도 이어질 것인가. 당분간 미디어콘텐츠 시장의 시선은 여기에 집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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