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만화가협회(회장 권혁주, 이하 협회)는 지난 10월 27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UNESCO) 본부에서 개최된 국제회의 ‘디지털 환경에서 인간의 창의성과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증진(Promoting Human Creativity and the Diversity of Cultural Expressions in the Digital Environment)’에 참석해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 웹툰 창작자의 권리 보호와 문화다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국제회의는 유네스코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문화예술 창작과 유통, 창작자의 권리 및 문화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문화예술계, 기술기업 관계자들이 참여해 AI 시대의 문화정책과 국제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권혁주 한국만화가협회장은 국립공주대학교 교수이자 웹툰 창작자로서 두 번째 패널인 ‘권리와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AI 시스템 개발(Developing AI Systems That Respect Rights and the Diversity of Cultural Expressions)’에 초청받아 한국 웹툰산업의 경험과 창작자들의 입장을 전달했다. 해당 세션은 프랑스 파리사클레대학교의 알렉산드라 벤사문(Alexandra Bensamoun)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국제음반산업연맹(IFPI),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문화예술계 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했다.
AI 학습에 동의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리 필요
권 회장은 한국 웹툰 창작자들이 생성형 AI 기술의 발전에 따른 변화를 체감하고 있지만, 자신의 작품이 AI 학습에 사용되는 것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지 충분한 정보와 수단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만화가협회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응답자 164명 가운데 약 90%가 AI 학습 거부 방법을 알지 못한다고 답했고, 81.1%는 사전에 동의를 구하는 옵트인(Opt-in) 방식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창작자들이 AI 기술 자체를 무조건 거부하기보다는 자신의 작품이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지 알고, 그 이용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기를 원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권 회장은 웹툰작가의 그림체가 단순한 시각적 표현을 넘어 오랜 시간 축적된 창작자의 정체성이자 창작활동의 중요한 기반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따라서 AI 학습에 관한 권리 보호는 기술 발전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창작자가 안심하고 창작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AI 캐릭터 챗봇 등 새로운 콘텐츠 환경에 맞는 권리 체계 필요
권 회장은 AI 기술이 단순한 이미지 생성에 머무르지 않고 웹툰 캐릭터를 활용한 AI 챗봇 등 새로운 콘텐츠 서비스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웹툰 작품의 연재를 허락하는 것과 AI 모델 학습을 허락하는 것, 나아가 작품 속 캐릭터를 AI 서비스에 활용하도록 허락하는 것은 서로 다른 권리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창작자가 자신의 작품과 캐릭터가 어떤 목적으로 활용되는지 확인하고, 이용 범위에 따라 동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AI 생성 콘텐츠에 대한 표시 의무와 함께 학습 데이터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창작자의 동의 및 거부 의사가 실제로 반영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제사회, 창작자의 동의권과 공정한 보상에 주목
이번 국제회의에서는 인간 창작의 고유한 가치와 문화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역할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유네스코 친선대사이자 전자음악 작곡가인 장미셸 자르(Jean-Michel Jarre)는 AI를 인간의 상상력을 확장하는 도구로 활용하되, 창작의 목적과 방향을 결정하는 주체는 인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CISAC)의 앙헬레스 곤살레스 신데(Ángeles González-Sinde) 부회장은 AI 학습에 대한 실질적인 동의권, 학습 데이터의 투명성, 창작자에 대한 공정한 보상체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역시 창작자가 자신의 창작활동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저작권 환경이 문화다양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기반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은 유네스코의 2005년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 협약과 관련한 디지털 환경 정책 논의에도 참고될 예정이다.
한국만화가협회, 창작자 중심의 AI 정책 논의 지속
한국만화가협회는 이번 국제회의 참석을 계기로 생성형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창작자의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국내외 논의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특히 AI 학습에 대한 창작자의 동의권, 학습 데이터의 투명성, 창작물 이용에 대한 정당한 보상, 웹툰 IP의 새로운 활용에 따른 계약 및 권리 보호 문제를 주요 과제로 삼을 예정이다.한국만화가협회는 기술 혁신과 창작자 보호가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추구해야 할 목표라는 점을 강조하며, 인간의 창의성과 다양한 문화적 표현이 존중받는 AI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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