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누적 판매량 5억 장을 돌파한 '콜 오브 듀티' 시리즈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액티비전의 신작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의 일부 게임 화면과 관련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반도를 배경으로 게임 속 가상 전쟁 상황을 묘사하고 있는 과정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영상이 사용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사건을 처음으로 보도한 MBC는 27일, 단독 보도를 통해 해당 영상의 사용과 관련한 심폐소생술을 하는 사람과 경찰 통제선, 바닥에 누워 있는 희생자들의 모습 등 게임 속 일부 장면이 2022년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 영상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MBC는 게임 화면과 실제 영상의 인물 배치, 현장 구조 등을 비교했으며, 법영상분석연구소 황민구 소장은 두 영상의 구도와 주변 인물 등이 일치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로 해당 영상은 게임 초반부 미션을 진행하면서 볼 수 있는 장면으로 북한이 남한을 침공했다는 게임 내 뉴스 연출 컷씬 약 2초~3초 분량에 해당된다.
이태원 참사 자료활용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한 MBC 보도화면 중 일부
액티비전은 공식 입장을 통해 “스토리 설정을 위해 일부 실제 뉴스 영상을 사용했다며 이태원 참사나 특정 비극을 언급하거나 가볍게 다루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해당 영상이 실제 참사의 기록이라는 점뿐만 아니라, 게임 속에서는 가상의 전쟁 상황을 전달하는 장면으로 활용됐다는 데 있다. 현실에서 발생한 비극의 기록이 가상의 다른 사건을 묘사하는 데 사용되면서, 원래 영상이 담고 있던 의미와 맥락이 달라졌다는 지적이다.
“게임은 게임일 뿐” vs “실제 희생자의 고통을 이용”
이번 논란을 바라보는 게임 이용자와 유족·일반 시민의 시각은 엇갈린다.
일부 게임 이용자들은 게임 속 상황과 현실의 사건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상의 전쟁을 묘사하는 게임에서 현실의 영상이나 사진을 참고 자료로 활용하는 행위 자체를 문제 삼는다면, 실제 전쟁과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삼는 다양한 창작물의 표현 범위까지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품의 의도와 맥락을 살피지 않은 채 특정 소재의 사용만으로 비판하는 것은 창작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유족과 일반 시민들은 게임이라는 매체의 특성이 실제 참사 영상 사용의 정당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한다. 실제 희생자와 유족이 존재하는 사건의 기록을 오락 콘텐츠에 활용했다면, 제작 의도와 별개로 당사자들이 느낄 고통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논쟁 과정에서는 9·11 테러 당시의 현장 영상을 게임에 사용하더라도 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있겠느냐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게임 속 전쟁이라는 가상 설정이 실제 참사 기록의 사용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 되묻는 것이다.
이러한 반론의 핵심은 현실의 사건을 창작물에 등장시키는 행위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과는 다르다. 실제 사건을 재현하거나 역사적 비극을 다루는 것과, 특정 참사의 현장 기록을 별개의 가상 상황을 연출하는 데 활용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는 취지다. 실제 희생자의 모습이 작품 속에서 어떤 맥락으로 소비되는지에 따라 사회적 책임도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게임이용자협회 “사과와 검열은 별개 문제”
게임이용자협회 측도 이번 사안에 대해 개발사의 사과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논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게임 서사에 대한 부당한 제한이나 검열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회는 실제 참사 영상이 게임 진행 맥락과 무관하게 사용돼 유족 등에게 고통을 되살린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영상이 선택된 이유와 사용 과정, 대체 가능한 표현 수단이 있었는지 등을 설명하고, 피해 당사자와의 소통을 통해 해당 영상을 교체하는 등 자율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실제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는 이유만으로 게임의 설정과 서사를 일률적으로 제한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영상 사용의 적절성을 따지는 것과 작품 전체의 표현을 제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취지다.
또 다시 불붙은 게임 내 창작의 자유, 어디까지 허용되나
이번 논란이 단순한 의견 대립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창작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이 충돌하는 지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누적 매출은 400억 달러(약 53조 원 이상, 2026년 10/28일 기준)를 넘어섰다.
게임을 비롯한 문화예술 작품은 전쟁과 재난, 역사적 비극을 소재로 삼을 수 있으며 실제로 적지 않게 활용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 사건을 재현하는 것과 사건의 현장 영상을 별개의 가상 상황을 연출하는 데 활용하는 것은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실제 피해자의 모습이 포함된 기록이라면 작품의 사실성을 높이는 데 얼마나 필요한지,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수는 없었는지, 피해 당사자에게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했는지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액티비전은 특정 비극을 가볍게 다루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의도가 없었다는 설명만으로 영상 사용의 적절성까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사회적 비판이 제기됐다는 사실만으로 게임의 표현 자체를 부당한 것으로 단정하거나 창작물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 논란이 커지고 있는 쟁점 역시 이 부분이다.
현재 액티비전은 해당 영상 삭제 및 변경을 요구하는 유족들의 요구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논란이 특정 게임에 대한 비난이나 옹호를 넘어, 게임업계가 현실의 비극을 다룰 때 지켜야 할 책임과 창작의 한계를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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