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 2026에서 '블루 아카이브'가 어떻게 개발되었는지 그 과정의 일부를 엿볼 수 있는 포스트 모템이 진행됐다.
NDC 2026 DAY 3에서 넥슨게임즈 IO 본부 차민서 부본부장 겸 '프로젝트 RX' PD가 연단에 올라 게임 디렉터의 관점에서 되돌아 본 '블루 아카이브' 포스트 모템을 진행했다.
(출처: NDC 2026 온라인 스트리밍)
차민서 부본부장은 2015년 '히트'의 레벨 파트장을 시작으로, '오버히트'의 콘텐츠 및 시스템 팀장을 거쳐 '블루 아카이브'의 게임 디렉터, 부PD, PD까지 역임했다. 2023년부터는 신작 '프로젝트 RX'의 PD 겸 IO 본부의 부본부장을 맡고 있다.
그는 '블루 아카이브'의 개발 과정, 그리고 라이브 1년까지의 시간 동안 목표로 설정하고 잘 해낸 것 그리고 아쉬운 점들에 대해 밝히며, 다음 작업을 할 때 어떤 기조와 목적을 갖고 만들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스스로의 고민을 공유했다.
세션에서 공개된 문서가 작성된 시기는 '블루 아카이브'의 1부 최종편이 끝난 시점이었다. '블루 아카이브'가 이미 라이브 서비스 중인 게임인 만큼 차 부본부장은 이를 내부에 공유하지는 않았으나,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마음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시점이 되어 이번 기회에 공유하게 되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출처: NDC 2026 온라인 스트리밍)
비전 빌드의 명확화를 통한 개발팀 전체의 목표 설정
차 부본부장이 밝힌 '블루 아카이브' 개발 과정 도중 '잘한 점' 중 첫 번째는 비전 빌드를 명확히 만든 것이었다.
그는 TF가 구성되고 난 이후 합류하게 되었는데, 당시 개발팀은 전투 프로토타이핑의 구현, 전투/연출 영상 작업 등 크게 두 가지를 중심으로 개발 중인 상황이었다.
게임의 실행부터 전투까지 이어지는 5분 분량의 M3(세 번째 마일스톤) 비전 빌드를 연말까지 완성하기로 한 개발팀은 구현은 최소화하되 '피쳐가 구현된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당시 내부 피칭한 빌드의 기본 요소는 타이틀 화면, 로비 화면, 스테이지 선택 화면, 팀 편성 화면, 전투 플레이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출처: NDC 2026 온라인 스트리밍)
실제로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완성된 M3 비전 빌드는 전투의 기본 구성 등 현재 서비스 중인 '블루 아카이브'와 일정 부분 공유하는 요소도 있지만, 말 그대로 비전 빌드였기 때문에 번역이 완벽하지 않은 스크립트를 사용하거나 전투 시스템이 상이한 등 차이점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차 부본부장은 "게임이 완성되는 시기에도 절대 변하지 않을 '비전'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고, 실제로 그것에 잘 도달했다고 보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비전이 담긴 빌드를 모두가 함께 만든 뒤 효과는 긍정적이었다. 재미있는 이야기와 멋진 아트를 갖춘 만큼 '판매 가능한 게임'으로서의 조건을 빠르게 완성해야 한다는 목표가 개발팀에게 생겨났고, 마찬가지로 시장에서의 가능성도 보았다. 이후 개발팀은 조건을 빠르게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탐색했다.
(출처: NDC 2026 온라인 스트리밍)
개발팀이 찾은 방법은 '위임'이었다. 게임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김용하 본부장, 시나리오 리드, 아트 디렉터에게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대신 게임 완성을 위한 가이드라인의 최저선(플레이 시간, 계정 레벨, 학생 수 등), 일정 내 아트 에셋의 숫자, 스케쥴 등에 대한 협의를 거쳤다. 차민서 부본부장은 게임 프레임워크 측면, 즉 만들어진 세계를 게임으로 보여지도록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선점 효과, 그리고 단순한 원칙을 반복하는 '개밥 먹기'
일정을 잘 준수한 것도 차 부본부장이 '잘한 것'으로 꼽는 요소였다. '블루 아카이브'의 일본 버전 론칭은 2021년 2월 4일이었지만, 당초 목표는 2020년 11월 말이었다. 3개월 연기는 CBT 결과 반영 등을 고려한 결과였다.
'블루 아카이브'의 개발 시작 시점인 2018년 4월부터 2021년 2월 론칭까지는 약 34개월, 즉 3년 내로 개발을 끝내고 출시가 이루어졌는데, 신작 게임을 개발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일정이 잘 지켜진 편이었다는 설명이다. 이후 글로벌 버전은 2021년 11월 9일, 중국 버전은 2023년 8월 3일 순차적으로 론칭했다.
(출처: NDC 2026 온라인 스트리밍)
차 부본부장은 당시 패권작이었던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를 언급하며, 만약 론칭이 더 늦어졌다면 '블루 아카이브'가 일정 수준의 선점 효과를 누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즉, 개발 과정에서 게임이 완성되어 유저들에게 도달하는 시기를 예측하게 되는데, 이러한 예측을 가장 잘 지키는 방법은 개발팀이 예상한 일정에 정상적으로 게임이 론칭 하는 것이다.
더불어 일정을 잘 지킨 방법은 단순하고 확실한 단기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었다. FGT에서는 2시간 플레이, CBT에서는 20시간 플레이, 오픈 이후에는 한 달 플레이 및 3개월 라이브 스케쥴 분량을 목표로 하는 '단순한 계획'을 수립해 이를 지키기 위한 콘텐츠 제작에 힘을 기울였다. 이는 개발자이기 이전에 게이머로서 이 게임을 하루에 몇 시간을 플레이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가치 측정을 하고, 이 플레이 타임을 늘리기 위한 방법을 보다 쉽게 논의하기 위함이었다.
(출처: NDC 2026 온라인 스트리밍)
차 부본부장은 멋지게 만들어진 게임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한편으로는 불안감이 존재한다는 점도 짚었다. '이렇게 만들어도 되나?', '이렇게 만들면 망하나?', '불안한데?' 와 같은 불안감이나 걱정은 '무한한 공포'를 낳게 된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차 부본부장은 내부에 테스트를 권유하거나 외부(유저)의 피드백을 받아보자는 의견을 피력하며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개발팀은 게임에서 고쳤으면 하는 요소가 있다면 자유롭게 제안하고, 이를 다음 버전에는 무조건 반영을 하는 단순한 원칙을 반복하며 꾸준히 고쳐 나갔다.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에서 흔히 '개밥먹기(dogfooding)'이라 불리우는 것으로, '개 사료를 팔기 위해서는 직접 먹어봐야 한다'는 숙어에서 나온 방법론이다. 즉, 개발자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직접 사용하며 불편한 점을 고쳐 나가는 것을 뜻한다. 그 과정은 괴롭지만 '나만이 할 수 있다'는 자세로 이를 게임에도 적용했다는 후문이다.
(출처: NDC 2026 온라인 스트리밍)
장기 운영을 위해서는 전세계 론칭 전략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블루 아카이브'의 경우 한 번에 모든 권역을 준비하기에는 론칭 당시 규모가 70~80명 수준으로 작았다. 이에 중요한 지역, 할 수 있는 지역부터 순차적으로 론칭을 하게 됐다. 차 부본부장은 "만약 동시 론칭을 하려 했다면 요스타와 함께할 수 없었을 것이며, 중국 지역 론칭을 기다렸다면 출시 자체가 어려워지거나 선점 효과가 적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소녀 X 밀리터리 게임에 '수풍지화'가 웬말이냐"… 장기 서비스를 위한 초안의 구성
흔히 수집형 게임에서는 캐릭터들의 판매 수단으로 '강함', 즉 성능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또 유저들은 가장 강력한 1개의 파티만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고, '페이트/그랜드 오더'나 '퍼즐앤드래곤' 등 당시 일본 장기 서비스 게임들은 '수풍지화' 등의 원소 속성 기반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었다. 또 PVE이지만 경쟁 요소가 다소 포함된 '그랑블루'의 '고전장'이나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의 '클랜 배틀' 등도 존재했다.
(출처: NDC 2026 온라인 스트리밍)
이에 개발팀은 게임의 서비스가 장기화 되며 생기는 문제를 타파하고 매력적인 여러 캐릭터들이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하고자, 납득 가능하고 맥락이 존재하는 상성 중심의 시스템, 경쟁 PVE 중심의 콘텐츠(총력전), 전략 맵 등으로 장기 서비스의 초안을 구상했다. 이는 멋진 스토리와 아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상성 시스템의 경우 배우기 쉽게 하기 위해 적의 외형이나 체력 바의 색상으로 쉽게 유추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면 '헬멧단원'은 외형적으로 척 보더라도 장갑이 그리 두껍지 않은 경장갑이고, '블랙마켓 탱크'는 탱크이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중장갑을 적용하는 식이다. 지형 효과 또한 밀리터리 및 택티컬 요소가 어느 정도 포함된 게임인 만큼 실내, 시가지, 야외 등 '전장'을 표현하듯 나누어 납득 가능한 효과로 구현했다.
(출처: NDC 2026 온라인 스트리밍)
전략 맵의 경우 아이디어는 '소녀전선'에서 얻었지만 최종 결과물은 다소 다르게 나왔다. '총력전'도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를 보고 착안한 콘텐츠였지만 경쟁이라는 측면에서는 결과물이 다르게 나오게 됐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일정 부분 장기 리텐션과 게임의 자연스러운 '학습 곡선'에는 효과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아쉬운 빌드 안정성, '일상' 콘텐츠의 부족과 '없데이트'
반대로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일본 서비스 초기 '블루 아카이브'는 안정성이 떨어지고 버그가 많기로 유명했다. 특히 2021년 8월 발생했던 50시간 점검의 경우 상당한 파급력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목표한 DAU의 500% 이상을 달성하는 등 많은 이용자가 몰렸던 점, 예상할 수 없었던 AWS 도쿄 리전 마비 등의 문제도 발생했다. 심지어 퍼블리셔와의 계약 후 론칭까지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대면 회의를 할 수 없는 환경적 문제까지 터졌다.
이에 대해 차 부본부장은 "당시 외부 퍼블리셔와의 협업이 처음이었고, 넥슨게임즈의 주요 게임들은 대부분 넥슨 QA를 거쳐 론칭 했기에 그 환경에 익숙해져 있었다. 내부 QA 기준을 단단하게 세우지 못한, 저희의 준비가 미흡했던 것이 원인이었다"고 회고했다.
(출처: NDC 2026 온라인 스트리밍)
차 부본부장은 게임 내 일상 콘텐츠의 부족도 아쉬움으로 꼽았다. '블루 아카이브'의 개발 당시 능력과 애정 중 애정을 보다 중요시하는 PD의 기조가 있었기에, 이 게임은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과 유사하다는 골자를 갖고 개발됐다.
'블루 아카이브'와 같이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장르에 어느 정도 교집합이 있는 게임이라면 전투 외에도 교감하는 콘텐츠가 필수적이었다. 모모톡, 카페, 학원들은 모두 이러한 기조 하에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하지만 이러한 교감 콘텐츠는 아트와 시나리오 리소스를 절대적으로 많이 요구했다.
기본적으로 아트와 시나리오의 비용이 개발에서 가장 비싼 자원이다. '블루 아카이브'가 개발 중이던 당시 국내에는 미소녀가 중심이 되는 게임 개발 경험을 가진 개발자가 적었고, 그 가운데서도 일상 콘텐츠를 제작해본 경험을 가진 개발자가 거의 없었다. 양질의 글과 그림을 원하는 시장은 이미 컸기에, 아트 및 시나리오 작업 능력을 보유한 이들은 웹소설, 웹툰, 픽시브 등의 일러스트 커뮤니티로 가는 편이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출처: NDC 2026 온라인 스트리밍)
단순히 개발자 확보의 문제를 넘어, 매 업데이트 일정을 고려했을 때 일상 콘텐츠는 '가장 비싼 업데이트'다. 구현 자체는 단순히 '축'을 하나 추가하는 것이지만, 이것이 쌓이면 캐릭터 내러티브 구성과 아트 에셋 제작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이기 때문이다.
업데이트의 부재, 일명 '없데이트'도 잘 해내지 못한 일로 소개됐다. 개발 과정에 있어 향후 업데이트될 콘텐츠나 이벤트를 미리 만들어 두는 일종의 '세이브 원고'는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지만 초기 서비스 당시 이 분량의 예측을 실패했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1~2개월치 정도면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현재는 가능하다면 최소 3개월에서 많게는 6개월 분량은 준비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차 부본부장은 "현재는 '프로젝트 RX'를 개발하고 있다. '블루 아카이브' 유저 분들이 걱정하실 수도 있지만, 저보다 더 뛰어난 개발자들이 만들어나가고 있으니 응원 부탁드린다. 저 또한 놀고 있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으니 IO 본부와 '프로젝트 RX'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출처: NDC 2026 온라인 스트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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