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극장가에서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들이 연이어 크게 성공하고, '더 퍼스트 슬램덩크', '진격의 거인', '귀멸의 칼날', '체인소맨' 등 만화 원작 애니메이션들도 수백만 관객을 동원하자 일본 애니메이션 수입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그런 와중에 국산 애니메이션 한편이 10월 1일 개봉을 앞두고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김용환 감독의 감독 데뷔작으로,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된 '연의 편지'가 그 주인공.
2024년 부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BIAF)에서 3관왕에 오르고 해외 심사위원들에게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기자 역시 부천에서 보고 드디어 한국에서도 이렇게 재미와 감동을 갖춘 고퀄리티 애니메이션 영화가 나왔다는 것에 감동했던 기억이 난다.
1년의 기다림 끝에 마침내 10월 1일, '연의 편지'가 정식 개봉한다. 사전 시사, 프리미엄 상영 등을 통해 이미 호평이 쏟아지고 있고, 흥행 기대감이 매우 높은 작품이다.
오랫동안 깨지지 않고 있던 '마당을 나온 암탉'이 가진 국산 애니메이션 흥행기록은 무난히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고,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들의 흥행기록과 겨뤄볼만 한 작품으로 꼽힌다.
김용환 감독(이하 스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개봉에 앞서 '연의 편지'로 장편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데뷔한 김용환 감독을 만났다. 지난해 BIAF에서 만나고 싶었지만 아직 개봉이 많이 남은 상황에서 언론 노출이 조심스럽다는 입장에 1년 미뤄 이제야 만날 수 있게 됐다.
김용환 감독과 나눈 대화를 옮겨 본다.
6년 동안 모든 것을 쏟아냈어, 아쉬움 남지 않은 진정성 담은 작품
이혁진 기자: 지난해 BIAF 후 이우혁 심사위원과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심사한 작품 중 심사위원 사이에 가장 이견이 없었던 작품으로 '연의 편지'가 거론됐습니다. 이우혁 선생님은 스스로 다른 창작자의 작품에 대해 후한 평가를 거의 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계신 분인데 '연의 편지'에 대해서는 흠잡을 데 없는, 그냥 잘 만든 작품이라 평하시더군요. '연의 편지'가 감독 데뷔작이라는 것에 심사위원들도 모두 놀라고 저도 매우 놀랐는데, 데뷔작에서 이렇게 퀄리티를 유지하고 작품 밸런스(원작과 감독의 에고 사이의)를 유지한 비결이 궁금합니다. 어떤 생각으로 제작에 임하셨나요
김용환 감독: 처음 원작 웹툰을 봤을 때, 너무도 아름다운 여운이 오랫동안 남았는데요. 그만큼 감독으로서 이 이야기를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잘 옮겨낼 수 있을지에 대한 부담과 책임감도 컸습니다. 무엇보다 원작만이 가지고 있는 감성을 온전히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인물들의 선한 행동에서 오는 울림이 있었고, 진심이 담긴 편지에서는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상황은 다르지만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 봤을 보편적인 정서가 담긴 이야기라서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연의 편지'가 가진 이야기와 감성을 애니메이션 영화로 확장해 더 많은 분들께 전할 수 있다면, 용기와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원작만의 감성과 이야기에 저와 제작진 모두 집중하며 시간과 정성을 들여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제작 초기에 구상한 것과 최종 결과물 사이에 어느 정도 간극이 있었는지, 얼마나 가까운지 현재 시점에서 되돌아본 느낌을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용환 감독: 초기 시나리오 단계부터 최종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수많은 제작 과정을 거쳐 완성된 작품입니다. 물론 작은 아쉬움이나, 처음 목표했던 방향과는 조금 다르게 나온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6년에 가까운 제작 기간 동안 저와 제작진은 정말 모든 걸 쏟아냈기 때문에 후회나 아쉬움은 없습니다. 저와 저희 제작진의 진심과 진정성은 분명 관객 여러분께도 전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자회견에서도 여쭤봤지만 BIAF 2024 스나미 심사위원이 '신카이 감독 이후 이런 감성을 담아내는 작품, 감독을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고 극찬을 했습니다. 치밀한 배경 묘사, 철도, 버스 등 탈것에 대한 애정, 보컬곡을 적절하게 사용한 연출 등으로 개봉 후 신카이 감독과 아마 비교가 많이 될 것 같습니다. 치밀한 배경 묘사, 하늘과 숲, 빛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생각, 어떤 부분에 집중했는지 듣고 싶습니다
김용환 감독: 청량한 여름날의 정서를 바탕으로 하되, 특히 편지가 숨겨진 장소들은 각기 다른 콘셉트와 비주얼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공간마다 고유한 분위기와 매력이 드러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편지가 숨겨진 각 장소들을 설계하고 연출하는 과정은 상당한 작업량이 요구되는 일이었지만, 각 공간의 개별적인 퀄리티를 유지하면서도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학교와 편지가 숨겨진 장소를 제외한 많은 배경들은 전국 각지를 직접 촬영하며 수집한 실제 장소의 정보를 바탕으로 제작했습니다. 서울 도심, 터미널, 동호대교, 하동의 시골 마을, 원주의 기차 건널목, 경북 낙동강 철교, 지방에 있는 기차역 등에서 촬영한 자료를 활용해 장면을 구성했습니다. 한국적인 아날로그 감성과 정서를 화면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이를 사실적이고 아름답게 표현해내는 데에도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영향을 받은 감독, 작품이 있다면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김용환 감독: 초등학교 때 미술학원에서 선생님이 비디오로 틀어주신 '천공의 성 라퓨타'를 처음 보고 애니메이션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된 것 같습니다. 그 뒤로 일본 애니메이션, 미국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작품들을 보면서 성장해 왔습니다.
제가 어떤 특정 작품이나 감독님의 영향을 받았다고 자신있게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독창적인 시도나 어떤 컨셉이 있거나, 인간의 내면을 건드리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예를 들면 '카우보이 비밥' 같은 작품을 좋아합니다.
관객들에게 용기와 위로 전하는 작품이 되기를...
BIAF 김성일 프로그래머가 '연의 편지'가 국산 애니메이션 흥행 기록은 깰 것 같다고 예상하더군요. 제가 보기에는 신카이 감독 작품들의 기록들과 경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중성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지, 대중성에 대해서는 어떤 고민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김용환 감독: 성인을 타깃으로 한 장편 영화로서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어야 하며, 애니메이션만의 연출과 재미, 이야기의 전달력, 그리고 관객에게 감동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첫번째 고민의 시작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저를 포함한 저희 제작진은, 모두 원작 '연의 편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팬들이었기 때문에 그 애정을 바탕으로 작업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외부에서 참여해주신 아티스트 분들 역시 '연의 편지'라면 흔쾌히 함께하고 싶다고 말씀해 주신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바로 '편지' 였습니다. 편지를 하나씩 찾아가는 재미와, 편지의 주인을 추측하는 과정에서 쌓이는 기대와 호기심, 그리고 마지막 편지를 발견했을 때 오는 감동까지 이런 부분들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설계하고 하나 하나 빌드업을 쌓아갔습니다.
그 빌드업들이 복선이 되어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고, 결말에서는 모든 것이 퍼즐처럼 맞아 떨어지며 깊은 감동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부분에 집중하면서 '연의 편지' 애니메이션만의 재미와 감동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선행 상영에서 성우들의 더빙에도 많은 칭찬이 나오고 있습니다. 캐스팅에서 정해뒀던 원칙, 더빙 디렉션에서 어떤 점을 중시하셨는지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김용환 감독: 우선 '연의 편지'가 가진 이야기가 잘 전달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교실 속에 한명쯤 있을 법한 자연스러운 톤을 살리고자 했고, 각 캐릭터의 개성을 표현하면서도 편지의 이야기가 진정성 있게 전해질 수 있도록 감성과 전달력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이러한 부분에 집중해 캐스팅과 디렉팅을 했습니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했던 부분인데, 원작이 있는 작품에서 원작을 어느 선까지 지키고 어느 선까지 감독의 주관을 담을지는 정말 균형을 잡기가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의 편지는 그런 면에서 일본, 미국 작품들까지 포함해 근래 보기드문 절묘한 밸런스를 보여줬는데, 어떻게 가능했나요
김용환 감독: 첫 제작 단계인 시나리오 구성 과정에서 다양한 방향성을 폭 넓게 열어두고 검토했었습니다. 그러나 원작인 '연의 편지'가 가진 이야기의 울림과 감동에는 분명한 힘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각색 과정에서 너무 지나치게 변형하면 그 감성과 감동이 훼손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각색 초기에 첫번째 미션도 '원작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넣자'는 것이었고, 이후 수많은 논의와 수정을 거치며 '연의 편지'의 숨겨진 이야기를 찾고 감성도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가치를 끝까지 지킨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새삼 느꼈던 것 같습니다. 또 원작자 조현아 작가님께서 진행 과정에서 저와 제작진에게 최대한 맡겨 주셨는데, 그 무한한 신뢰가 제작진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첫 작품을 너무 잘 만드셔서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도 커졌습니다. 본인의 이야기, 즉 오리지널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도 있으신가요
김용환 감독: 스튜디오 리코 소속으로 원작이 있는 작품뿐만 아니라, 오리지널 작품도 제작하고 연출해 왔습니다. 창작 과정에서 오리지널 작품만이 지닌 매력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주어지고 만들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면,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상투적인 질문입니다만, 흥행에 대한 기대가 꽤 큰 분위기입니다. 어느 정도 흥행, 평가를 기대하시나요
김용환 감독: 추석 연휴에 많은 관객 분들이 극장에서 '연의 편지'를 찾아주신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 같습니다. 온가족이 함께 보기에 너무 좋은 따뜻하고 재미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 애니메이션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연의 편지'도 극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일본에도 개봉될 예정으로 압니다. 한국적 정서와 배경을 담은 이 작품이 해외 관객들에겐 어떻게 다가가길 바라시는지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김용환 감독: 해외 영화제에서 소개되었을 때,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고 박수를 쳐 주셔서 감동받았던 것 같습니다. '연의 편지'는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본 보편적인 정서가 담긴 작품이기 때문에 배경은 다르지만 해외 관객들도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기를 바랍니다.
또 최근 소개되는 애니메이션들이 빠른 전개와 강렬한 작품들이 공개되고 있는 것 같은데 '연의 편지'는 '연의 편지'만의 감성과 이야기가 특별한 포인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한국 애니메이션이 아닌 '연의 편지'만의 차별화된 매력을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개봉이 임박했으니, 작품을 기대하고 있을, 어떤 작품인지 궁금해할 게임포커스 독자들을 위해 '이런 작품이니 한번 보시라'는 추천과 기대의 코멘트를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김용환 감독: '연의 편지' 속 소리의 편지 찾기는 곧, 소리의 잃어버린 용기 찾기입니다. 나를 위로해준 편지는, 나의 작은 용기에서 시작된 것을 알게 되는데요. 편지를 찾기를 통해 용기를 내고 점점 성장해 가는 소리의 이야기는 재미와 감동 모두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상황은 다르지만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 봤을 이 아름다운 이야기가 관객분에게 작은 용기와 따뜻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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