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강화되는 중국 정부 게임규제... 실속 없는 中 시장 대신 동남아 등 대안 시장서 성과 내는 게임사들

등록일 2021년09월09일 12시15분 트위터로 보내기

 

중국의 사상 교육 및 미디어에 대한 규제가 점점 더 강해지면서 현지 시장에 대한 리스크 또한 점차 커져가고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중국 현지 시장의 하이리스크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북미 유럽 시장과 일본, 동남아, 인도 등 글로벌 시장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과거 마오쩌둥이 주창했던 '정풍운동(整風運動)'과 유사한, 소위 '제2의 문화대혁명'이라 불릴 정도의 강도 높은 검열과 사상 교육, 기업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연예인 및 인플루언서에 대한 강력한 규제 방안이 발표되는가 하면, 알리바바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 길들이기와 사교육에 대한 철저한 규제도 거침없이 펼쳐지고 있다.

 

이중에서도 중국의 게임 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젊은 세대가 주로 즐기는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규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게임은 특히나 이러한 미디어 중에서도 대표격으로 여겨지며 전면 규제 대상으로 낙인찍힌 상황이다.

 



 

우선 출판 및 게임 심의, 판호 발급 등을 담당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의 까다로운 게임 심의 절차는 이미 국내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자국 내 서비스되는 게임의 개수를 제한하는 게임 총량 규제, 게임 내 '도덕적 해이'를 가진 온라인게임의 수정 및 퇴출을 지시할 수 있는 온라인게임 윤리위원회 발족, 미성년자에 대한 감독 및 검열 강화 등 이미 수년 전부터 게임 산업에 대한 전방위적인 규제를 계속해왔다.

 

심지어 최근에는 '게임은 아편과 같다'는 발언이 주요 해외 외신을 통해 보도되는가 하면, 우리나라의 '강제적 셧다운제'가 우스워 보일 정도로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18세 미만 청소년들이 평일에는 온라인게임을 할 수 없도록 하고, 금요일 저녁, 주말, 공휴일에만 하루 1시간만 플레이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방안을 발표해 충격을 줬다.

 

중국 현지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모바일게임 '왕자영요'
 

이렇게 전방위적인 규제는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 세 번째 연임을 위한 초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연임을 내년 10월 앞두고 있는 가운데, 현 독재 체제를 유지하고 소위 '시진핑 식 사상'을 자국민들에게 일찌감치 심어 사상적, 이념적 결집을 이루고자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시진핑 주석의 움직임은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과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심화되고 있는 미국과의 갈등은 소련과의 대립 구도와 비슷하며, 마오쩌둥의 기업 국유화는 시진핑 주석의 각종 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닮아있다. 사상을 전파시키고 대중을 컨트롤하기 위한 '인터넷 홍위병'을 이미 수년 전부터 대거 모집했다는 것 또한 닮은 꼴이다.

 



 

사실상 진출 불가능에 가까운 중국 시장... 극소수의 성공 사례만이 존재
이러한 정세 속에서, 일찌감치 중국 시장에 진출했던 국내 게임사들은 고민에 빠지는 모양새다.

 

1년에 한 두개만 '생색내기'로 발급해주는 판호,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으로 강력하게 전개되고 있는 중국 현지에서의 게임에 대한 전방위적 규제, 진출 과정에서 입을 수 있는 피해와 리스크, 이미 뒤집어진 것으로 평가되는 게임 기획 및 개발 능력과 성공 가능성을 모두 고려한다면 현재 시점에서 중국 시장은 지나치게 '하이리스크'이며, 사실상 진출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중국에서의 성공신화를 쓴 게임사들은 극소수다. 이 또한 이미 10여년 전 진출해 일찌감치 성공을 거뒀거나, 혹은 텐센트 등 대형 게임사와의 '밀월 관계'를 유지하며 수수료 등을 통해 수익을 거두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넥슨과 스마일게이트다. 두 게임사는 그동안 중국 현지에서 '던전앤파이터'와 '크로스파이어'를 일찌감치 서비스해 성공시켰고, 이 게임들은 현재까지도 주요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해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현지에서의 성공신화를 거론할 때 늘 이야기되는 게임사다.

 

가장 최근 중국 현지에서 성공을 거둔 게임사는 크래프톤이 있다. 크래프톤은 텐센트와의 협업을 통해 '배틀그라운드' IP 로열티를 수수료 명목으로 받아 상당한 수익을 거뒀고, 이러한 실적은 현재진행형이다.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dart, 크래프톤 투자설명서)

 

제동 걸린 중국 성공신화, 기회 있는 타 권역 공략이 더욱 매력적
하지만 이러한 성공 신화에도 제동이 걸렸다. 넥슨은 이번 2021년 2분기 실적 투자자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통해 '던전앤파이터'의 매출이 기대치를 밑돌았으며, MAU와 유료 이용자(Paying User)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넥슨은 이번 2분기에서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한 매출(한화 5733억 원)과 42% 감소한 영업이익(한화 1577억 원)을 거두는데 그쳤다. 물론 다수의 신작을 준비하고 있고 국내에서의 실적이 상승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이나, 지난해 상승폭이 컸던 만큼 감소분을 완전히 상쇄하지는 못한 모양새다.

 



 

크래프톤 또한 중국과 인도의 국경 분쟁으로 인한 '배틀그라운드' 인도 현지 퇴출 사건을 경험했다. 게임의 서비스 품질이나 콘텐츠 내용과는 무관하게, 단순히 양 국가간의 분쟁으로 인한 조치에 휩쓸린 것. 

 

지난해 9월 중국과 인도는 국경 지역을 놓고 갈등을 겪었다. 당시 인도 정부는 중국 기업이 서비스하는 스마트폰 앱과 게임 일부를 차단 및 서비스 종료한 바 있다. 이 조치로 인해 인도 현지에서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서비스는 일시 중단됐고, 크래프톤은 인도 현지에 대폭 투자하면서 직접 서비스하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를 따로 만들어 시장 재진입을 노리고 있다.

 



 

물론 중국 현지에서의 '달콤한 열매'는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며 사업을 영위하기에는 예측 불가능한 요소들이 산재해 있으며 기존에 진입에 이미 성공을 거두고 있는 회사들과 비교하면 성공의 열매보다 리스크가 더 커졌다는 부담이 생겼다. 특히, 국내 게임사들과 협업하는 중국의 대규모 게임사들이 중국 정부의 정치적 움직임에 휩쓸리는 모양새여서 국내 게임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가능성이 극도로 낮은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에만 목메는 것 보다는, 아직 기회가 남아있는 북미 및 유럽, 동남아시아, 일본 등의 권역을 공략하는 것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북미 유럽부터 동남아시아까지, 중국 떠나 글로벌로 진출하는 게임사들
이미 수년 전부터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특히 불확실한 시장이지만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던 인도, 동남아시아 등이 신흥 시장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우선 고퀄리티의 콘솔 및 PC 게임이 주로 선호되는 북미와 유럽 등의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 게임사는 펄어비스와 네오위즈가 대표적이다. 콘솔과 '스팀' 등의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게임으로 진출을 도모하며, 모바일게임 일변도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우선 펄어비스는 자체 개발한 게임 엔진 '데저트 엔진'을 바탕으로 '검은사막' 등의 액션 MMORPG를 개발한 역량이 있는 게임사다. 이미 콘솔 버전과 PC 버전을 동시에 개발 및 서비스하는 기술력과 전 세계 시장 진출 및 서비스 경험도 갖추고 있다. 현재 '붉은사막'과 '도깨비', '플랜8' 등 신작들을 다수 개발 중에 있다. 다수의 중견 게임사 중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회사로 손꼽힌다.

 



 

네오위즈 또한 '스팀' 플랫폼과 콘솔 플랫폼의 퍼블리싱 사업에 일찌감치 관심을 보인 회사다. 본래 주 사업 영역은 웹보드 게임이지만, 다수의 플랫포머 액션 게임부터 인디게임, 그리고 자사의 대표 타이틀 중 하나인 리듬게임 '디제이맥스' 시리즈까지 콘솔과 '스팀' 플랫폼에 선보이면서 최근 몇 년 동안 노하우를 빠르게 쌓았다.

 

뿐만 아니라 '블레스 언리쉬드'를 통해 콘솔 및 PC 동시 개발 및 서비스한 경험도 있으며, '블레스 언리쉬드'를 개발한 라운드8스튜디오는 소울라이크 액션 게임 'P의 거짓'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팀'을 통한 글로벌 공략에는 위메이드도 가세했다. 자사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MMORPG '미르4'를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면서 공략에 나섰는데, 게임과 가상 자산인 유틸리티 코인 그리고 NFT 등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면서 다소 독특한 방향으로 시장에 접근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미르4' 글로벌 버전에는 블록체인 기술인 유틸리티 코인 'DRACO(드레이코)'와 NFT(Non-Fungible Token)가 적용된다. 이용자들은 게임 캐릭터 및 흑철 자원 등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을 경험할 수 있다. 위메이드는 '미르4'의 유틸리티 코인인 DRACO의 티징 사이트와 NFT 캐릭터 거래 사이트를 공개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해당 버전이 서비스되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시장 공략이 덜 이루어진 동남아시아에는 그라비티와 엠게임 등 중견 게임사들이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최근 들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시장으로, 스마트폰과 인터넷 보급률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성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곳이기도 하다.

 

글로벌 게임 분석기관인 뉴주(Newzoo)에 따르면, 2019년 동남아시아의 모바일게임 시장은 전년 대비 17% 성장 했으며, 동남아 전체 게임 시장에서 모바일 게임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69.4%에 달한다.

 

그라비티는 이러한 성장세에 잘 편승한 게임사다. '라그나로크' IP를 활용한 다수의 게임들을 동남아시아 지역에 차례로 선보이면서 호실적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지난 6월 동남아시아 지역에 '라그나로크X: Next Generation'을 론칭하는 등 적극 진출에 나서고 있어, 향후 성적에 이목이 집중된다.

 


 

유니크한 시장 성격 때문에 공략하기에 다소 어려운 시장으로 손꼽히는 일본에도 진출을 위해 노력하는 게임사들이 있다. 최근 데브시스터즈는 일본 현지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쿠키런: 킹덤'을 출시했고, 사흘 만에 무료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하면서 게임 이름 알리기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그랑사가'를 개발 및 서비스하고 있는 엔픽셀은 국내 시장에서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일본 현지 진출을 연내로 예정하고 있다. 넥슨 또한 '블루아카이브' 등의 타이틀을 통해 현지 서브컬쳐 이용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나서기도 했다.

 

한편, 넷마블과 컴투스 등 모바일게임 중심으로 체제 전환을 빠르게 했던 게임사들은 글로벌 진출 시류에 빠르게 반응해 성과를 냈다.

 

특히 양사는 북미, 유럽, 동아시아 등 권역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종류의 게임들을 서비스하면서 실적에서의 해외 매출 비중을 높였고, 국내와 중국 등 특정 국가에만 의존하지 않는 탄탄한 실적 구조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중에서도 컴투스는 '서머너즈 워'를 통해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각광을 받았고, 현재까지도 이러한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이처럼 중국 시장이 아니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과 '하이리스크 하이리턴'만을 고집하는 것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과 미개척 시장에서의 선점을 목표로 하는 전략이 앞으로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특히 게임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높은 눈높이를 갖추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높은 게임 개발력과 재미를 추구하는 기획, 게임 자체에 대한 철학적인 접근, 유니크한 세일즈 포인트와 합리적인 BM을 모두 갖춰야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주류인 모바일 MMORPG 장르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며, 그 누구보다도 이용자들이 이러한 기조와 방향성을 잘 알고 있다. 이제는 중국에 대한 맹목적인 러브콜에서 벗어나,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과 게임사 본연의 역량을 갖춰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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