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규제 혁파부터 거버넌스 재편까지... 각계 전문가들이 본 게임법 전부개정안의 가치와 제언

등록일 2026년04월13일 22시30분 트위터로 보내기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가 13일 서울 HJ비즈니스센터에서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 전문가 포럼 정책 토론회’를 마련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게임법 전부개정안을 두고 학계와 법조계, 게임 이용자 단체 대표까지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번 토론회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가 올해 1월 발족한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 전문가 포럼’이 그간 운영하며 도출한 주요 논의 사항을 중간 발표하고 개정안의 입법 가치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이날 모인 전문가들은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규제 중심에 머물러 있던 현행법 체계가 급변하는 게임 산업의 진흥, 이용자 보호 등의 담론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적극 공감했으며, 이번 개정안이 실질적인 진흥과 이용자 보호의 균형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토론회에는 전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을 비롯해 김성회 의원, 김교흥 의원, 이기헌 의원 등이 영상과 서면 축사를 전했다. 

 

먼저 조승래 의원은 축사에서 게임을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콘텐츠이자 국민들이 일상 속에서 향유하는 대표적 여가 문화로 평가하며, 플랫폼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산업 구조가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기존 제도와 규제가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조 의원은 2025년 9월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전부개정안은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이용자 보호가 조화를 이루는 공정한 게임 생태계 구축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논의되는 제언들을 새겨듣고 입법 과정에 적극 반영해 나가겠다. 앞으로도 산업 현장과 긴밀히 소통하며 대한민국 게임 산업이 공정한 환경 속에서 지속 성장하고 세계 시장에서 더욱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의정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또 이날 축사를 보낸 의원들 역시 게임 산업의 문화적 가치 제고와 이용자 권익 보호를 위한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밝혔다.

 



 

황성기 의장 “게임법 전부개정안, 게임산업 향후 20년 새로 설계할 중대한 이정표”

기조 발제를 맡은 황성기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의장은 이번 전부개정안에 대해 한국 게임 산업의 향후 20년을 새로 설계할 수 있는 중대한 이정표라고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황 의장은 “조승래 의원의 게임법 전부개정안은 게임 이용자, 산업계 등 이해 당사자들에게 영향을 끼칠, 게임계에서는 오랜만에 등장한 ‘대형 법안’이다. 이번 개정안은 그간 쌓인 숙제를 한꺼번에 풀어보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황 의장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전부개정안에는 아케이드게임(특정장소형게임)과 온라인게임(디지털게임)의 분리, 온라인게임에 대한 경품 규제 폐지, 등급분류의 민간 이양, 규제에서 진흥 위주로 변화하는 게임 행정 거버넌스 개편, 자율규제 및 지원 근거 마련 등 게임법의 기본 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올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그는 아케이드게임과 온라인게임의 개념 도입, 게임법 규율체계의 이원화 측면에서 이러한 분리를 통해 규제 유지(아케이드게임), 규제에서 진흥으로의 전환(온라인게임)이라는 방향성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규율체계 이원화를 전제할 때 웹보드게임 규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고도 제언했다. 이 웹보드게임 관련 조항의 경우 전부개정안의 입법 가능성을 좌우할 정도로 민감한 이슈라는 설명이다.

 

황 의장은 게임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폐지됨에 따라 현재 남아있는 선택적 셧다운제도 폐지하는 것이 타당한 만큼 개정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본인인증 및 법정대리인 동의 절차의 합리화, 시대적 흐름에 따른 등급분류의 민간 이양, 게임진흥원 및 게임관리위원회 등 게임 행정 거버넌스의 개편에 대해서도 진일보한 내용이 많다고 긍정 평가를 내렸다.

 

다만 게임 행정 거버넌스 개편에 대해서는 현 거버넌스의 효율성과 한계에 대한 성찰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개정안이 제시하고 있는 새로운 거버넌스가 기존 제도의 단점과 한계를 극복하고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즉 개정안이 상정하는 게임 거버넌스 개편의 성패는 입법자의 철학을 얼마나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형태로 구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게임진흥원 설립이 형식적인 조직 확대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명확한 역할 분담, 책임 구조의 정립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문화체육관광부 등 주무부처의 역할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장주 소장 “본인확인제 정교화와 표현 및 핵심 개념 명확화 필요”

이어진 발제에서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은 심리학적 관점에서 전부개정안의 취지 외에 문화, 이용자 등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전부개정안이 ‘게임문화 및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이 게임을 단순한 산업 영역이 아닌 고유한 문화 영역으로 인정하는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다만 개정안이 게임문화 진흥을 전면에 배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구조는 여전히 과몰입 예방 등 ‘보호 프레임’이 강하게 남아 있으며, 문화 진흥과 이용자 보호의 관계가 지원 중심이 아닌 통제 중심으로 이해될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했다.

 

특히 이 소장은 거짓 정보를 자주 반복해 접하면 진실이라고 믿게 되는 환상 진실 효과(Illusory Truth Effect)에 대해 설명하며, 게임 관련 법제가 20년간 검토 없이 반복되면서 검증되지 않은 전제들이 기정사실처럼 굳어져 게임과몰입 등의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음을 덧붙여 지적했다.

 



 

그는 게임과몰입이라는 개념과 용어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과몰입의 정의와 기준이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자의적 시행의 우려가 있으며, 과몰입은 ‘게임’만으로 인해 생겨나는 단일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이 소장은 과몰입 예방, 과몰입 치유를 ‘균형 있는 게임이용 지원’으로 용어와 개념을 전환하는 것을 제언했으며, ▲낙인(잠재적 중독자)->지원(지원이 필요한 문화 향유자) ▲통제(규제 및 치료 대상)->자기조절(균형과 조화를 스스로 찾는 주체) ▲병리(게임 = 문제)->문화(게임=의미 있는 여가 및 문화 활동) 등으로 관점을 바꿔야함을 강조했다.

 

또 그는 인디, 비영리, 장르, 세대, 지역 다양성을 보호하는 형태로 문화 관련 조항을 강화하하는 것을 주문했다. 더불어 실효성이 낮은 현재의 광범위한 본인인증 대신 유료 결제수단 등록, 청소년 이용 불가 콘텐츠 접근, 현금성 가치가 이전되는 거래 유사 행위 등 금전적 위험이 발생하는 핵심 지점에만 인증 역량을 집중하는 ‘본인확인제 정교화’를 제안했다.

 




 

이도경 사무총장 “이용자를 ‘보호 객체’에서 ‘책임 있는 소비의 주체’로 격상시킨 긍정적 변화”

다음으로 발제에 나선 이도경 청년재단 사무총장은 피해 구제 센터, 핵 프로그램 이용자 처벌, 사설 서버, 해외 게임사 국내 대리인 지정 등 크게 네 가지 쟁점을 두고 각각 제언했다.

 

먼저 피해 구제 센터의 경우 현재 확률형 아이템 관련 피해만 다루도록 된 한계를 지적하며, 실제 이용자들이 겪는 무단 계정 정지나 환불 거부 등의 피해로까지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외에도 센터의 운영 과정에 있어서도 최저임금보다 조금 높은 수준의 임금을 주는 파견직 인력이 남용되는 점을 지적하며 전문성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절차 측면에서도 게임사와 이용자 간 조정 불발 시 강제력이 없는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로 이관되는 점을 꼬집으며 이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핵 프로그램은 현 개정안에 금지 조항은 있으나 처벌 조항이 없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한편, 병합 심사될 발의안들과 함께 심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과거 범법자 양산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던 20대 국회와 달리, 22대 국회 전문위원실은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어 통과될 가능성을 높게 보았다.

 

사설 서버에 대해서는 게임사의 수익을 침해하고 도박 사이트와 연계된 대규모 기업형 악성 사설 서버는 강하게 규제하고, 게임사가 전략적으로 허용하거나 공식적인 서버 또는 서비스가 없는 경우 등 선량한 경우에는 보호하는 방향을 제언했다. 이러한 방향으로 제언한 배경에는 과거 멀티플레이가 지원되지 않는 ‘GTA 산 안드레아스’의 모드로 온라인 환경을 구축한 사설 서버의 운영자들이 불필요하게 처벌을 받은 사례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해외 게임사를 대상으로 한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의 경우, 현행 기준으로는 중소형 악성 해외 게임사가 법망을 빠져나갈 우려가 있으며, 자료 제출 권한을 출입 조사 권한으로 확대하고 연락 수단 확보 기한 명시하는 것을 제언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이미 현지 법인 등록 의무화로 대리인 지정 제도보다 훨씬 강력하게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열띈 토론 속 다양한 제언 나와… 용어와 표현 지정에도 심혈 기울여야

마지막 순서인 토론 시간에는 한양대 선지원 교수, 법무법인 율촌 이용민 변호사, 한국게임이용자협회 이철우 협회장 겸 변호사, 이화여대 진예원 교수 등 전문가들이 참석해 각 발제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먼저 한양대 선지원 교수는 현행법상 게임, 스마트폰 등 두 가지에만 과몰입 규제가 존재하는데 이는 학부모의 자녀 통제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규제의 초점을 ‘오래 사용한다’는 행위가 아닌 그로 인해 나타나는 결과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성인의 경우 규제보다는 자율적 극복 지원으로, 청소년의 경우 게임법이 아닌 청소년보호법 체계로 일원화 할 필요성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더불어 현행 금지행위 규정은 행위 자체만 보는 ‘퍼 세(Per Se)’ 방식이지만, 목적이나 결과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전환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법무법인 율촌 이용민 변호사는 과몰입과 균형 있는 이용 모두 법적으로 정의하기 어려우며, 이를 정의하면 그 범주 밖에 놓이는 경우가 문제가 된다고 짚었다. 프로게이머나 게임 개발자처럼 몰입이 곧 직업이 되는 경우가 있어 일률적으로 정의 내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또 핵 이용자 처벌의 상습성 기준에 대해, 상습성 기준을 하위 규정으로 하기 보다 법원의 판례가 쌓이며 자연스럽게 기준이 형성되는 것이 적합하다고도 제안했다. 웹보드 게임의 경우 촘촘한 규제 아래 큰 문제 없이 관리되어 온 만큼, 이번 전부개정안 취지에 맞게 자율규제로의 전환 논의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 이철우 협회장은 문화예술진흥법에 게임이 포함된 일,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 1위가 게임이라는 조사 결과, 그리고 이번 법 제명의 변경까지 세 가지 사례가 게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를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본인 확인 제도의 경우 2015년 헌법재판소는 6대3으로 합헌이라 판단했는데, 당시 반대 의견으로 유료 결제나 청소년 이용 불가 접근 시에만 인증해도 충분하다는 주장이 있었음을 되짚었다. 즉 10년이 지난 현재 다시 판단한다면 위헌 결정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 사설 서버는 저작권법의 공정이용 개념을 참고해 어떤 형태의 사설 서버가 허용되는지 그 기준과 면책 조항을 법에 명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폐업 게임사의 게임, 모드 처럼 허락을 받을 수 없는 경우도 고려해야 함을 강조했다.

 

더불어 해외 게임사 국내 대리인 제도에 대해서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도 잘 지키지 않는 게임사가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를 지킬리가 없다고 꼬집으며 실효성 강화를 촉구했다. 특히 정보통신망법처럼 플랫폼 사업자에게 자정 노력을 유도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뿐만아니라 그는 확률형 아이템 논란을 언급하며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사후 관리 전문성을 지적하고, 독립성을 확보한 '게임 이용자 권익 보호 센터'로의 확대 개편과 인력 전문성 재검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화여대 진예원 교수는 법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건전한 게임 문화'라는 표현은 기준이 모호해 집행자의 자의적 해석을 허용하고, 게임 이용자를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전락시키며,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위험이 있어 삭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용어와 관련해 진 교수는 게임 과몰입이라는 개념 역시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학술적으로 불안정한 용어이며, WHO의 게임이용장애 개념조차 그 근거가 된 주요 논문들이 게이밍과 겜블링을 혼동해 측정한 구조적 오류가 최근 연구로 밝혀진 만큼 이를 법의 핵심 근거로 삼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대부분의 과도한 게임 이용은 치료 개입보다 삶의 맥락 변화를 통한 자연 회복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연구 결과를 고려할 때, 법의 무게중심을 규제에서 진흥으로 옮겨 영화진흥법처럼 독립·인디 게임 육성, 인력 양성, 문화 다양성 지원 조항을 담아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뿐만아니라 EU가 2023년 게임과 e스포츠를 디지털 헤리티지(유산)으로 격상시킨 사례처럼 게임을 문화적 자산으로 육성하는 장기적 시각을 법에 반영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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