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대체 불가능한 대규모 전장에서의 전면전을 다시 한번, '배틀필드 6'

등록일 2025년10월22일 14시20분 트위터로 보내기

 

'배틀필드 6'는 출시 전부터 많은 숙제를 짊어진 게임이었다. 정통 밀리터리 슈터라는 공통분모를 지닌 '콜 오브 듀티' 시리즈와의 비교는 이제 두말 하면 피곤할 정도다. 2021년 출시된 '배틀필드 2042'의 부침은 시리즈의 지속 가능성에 물음표를 남긴 상태인 만큼 후속작의 성공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했다. 4개의 게임 개발 스튜디오가 하나의 게임을 만든다는 새로운 개발 문법에 대한 우려를 종식할 '증명'도 필요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우려 속에서도 '배틀필드 6'는 성공적인 시작을 알렸다. 오픈 베타 테스트에는 시리즈 사상 최다 인원이 참여했고, 출시 직후 스팀에서만 동시 접속자 74만 명을 기록했다. 출시 3일 누적 판매량은 700만 장을 돌파했다. 빈스 잠펠라가 마법을 부린 것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다.

 

'배틀필드 6'는 시리즈의 명성과 특유의 재미를 잘 담고 있는 야심작이었을까? 4년 만에 출시된, 많은 슈팅 게임 마니아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시리즈 최신작 '배틀필드 6'를 진득하게 35시간 가량 즐겨본 소감을 전한다.

 



 

다시 완벽하게 구현된 '배틀필드'만의 대체 불가능한 압도적 현장감

'배틀필드'를 즐기는 이유를 꼽자면 언제나 전장에서의 현장감이 언급되곤 한다. '배틀필드 6'는 전작에 비해 한 번에 매칭되는 인원 수나 맵의 규모 자체는 어느 정도 손질이 가해졌지만 그 현장감과 '배틀필드' 다움은 그대로 느껴볼 수 있다. 이는 현존하는 슈팅 게임들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배틀필드'만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강점이며, 이번 작에서도 잘 계승되었다. 이 전장에서의 현장감 하나만으로도 '배틀필드 6'를 즐길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이러한 현장감을 더더욱 살려주는 것이 워테이프 V.A.L 옵션이다. 꼭 헤드폰을 끼고, 이 옵션을 켜보고 플레이 하길 권하고 싶다. 각종 장비들이 날아다니는 소리나 폭발 소리를 들으면서 교전하다 보면 진짜 전장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순간 들 정도다.

 

출시 시점에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맵 위주로 선보여졌기 때문에 '배틀필드 2042'처럼 장시간 이동을 해야하는 경우 보다는 보병 간 근접(30m 이내) 교전이 상당히 빈번하게 발생한다. 전투 템포가 빨라지고 교전 거리도 짧아진데다 TTK도 매우 짧은 만큼 '콜 오브 듀티'의 건 플레이와 너무 유사해진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이는 모드나 맵 마다 또 다르고 장비들의 영향력이 아예 사라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상쇄되는 면이 있다.

 



 

맵의 완성도는 조금 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중소규모 맵 위주로 출시된 만큼 우회가 쉽지만은 않다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몇몇 거점은 수정이 필요한 느낌을 받았다. 다만 추후 중대형 맵 들이 추가되기 시작하면 어느 정도 이러한 문제들이 해소될 것으로 생각된다.

 

모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다. 전통의 컨퀘스트는 언제나 늘 먹던 그 맛의 컨퀘스트다. 만약 '배틀필드' 시리즈를 처음 즐기는 사람이라면 컨퀘스트로 어떤 게임인지 맛을 보는 것이 좋다. 브레이크스루의 경우 공격 진영이 약간 불리하게 느껴지는 밸런스가 아쉽지만 새로운 모드인 에스컬레이션에서는 전반적으로는 물고 물리는 공방과 역전이 꽤 잘 이루어지는 편이다. 러시의 경우도 템포가 매우 빠르며 계속 벌어지는 치열한 전투가 매력적이다. 다만 소규모 모드들은 특별히 흥미롭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특히 분대 데스매치는 룰을 조금 손보거나 솔로 플레이는 지양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매우 뛰어난 최적화도 호평하고 싶은 요소다. 최근 많은 게임사들이 하드웨어의 발전과 DLSS 등을 믿고 최적화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는 모양새인데, '배틀필드 6'는 이와 반대로 매우 뛰어난 최적화를 보여주고 있다. 비교적 사양이 부족한 게이머도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만큼 입문하기에 제격인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드별 용량 관리도 옵션에서 지원하므로 캠페인을 클리어 한 뒤, 고화질 텍스쳐가 필요하지 않을 경우 삭제도 가능하다.

 



 

숫자 0을 하나 더 붙인 것 같은 언락 조건들, 대폭 완화 필요해

이미 나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가젯, 총기, 총기 파츠 해금 문제는 현 시점에서 입문에 걸림돌이 되는 명백한 단점이다. 단순히 수치만 많이 요구된다면 어떻게든 누적해서 가능 하겠지만(사실 이 자체도 문제지만) '한 매치에서 탑승 장비 수리 6000'이나 '한 매치에서 200m 이상 헤드샷 처치 10회' 등 매우 높은 난이도의 과제도 있다. 장비와 파츠를 빨리 해금하기 위해 '포탈' 봇 경험치 작업방이 성행하고 있을 정도이고, 심지어 이 봇 경험치조차 오르지 않도록 조치하면서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평범하게 멀티플레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레벨이 오르고, 파츠가 풀리고, 병과 가젯들도 해금되면서 이런 저런 장비들을 써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레벨 디자인이어야 하지만 현재 '배틀필드 6'는 그렇지 않다. 조금이라도 게임을 늦게 시작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총기 성능으로 오랜 시간 플레이 해야하는 상황인데 이는 썩 긍정적이지 못하다.

 

총기 자체의 밸런스는 현재까지는 아주 나쁘지는 않은 수준으로 느껴졌다. 900RPM에 30 대미지를 갖춘 팔방미인 'M4A1'이나 시가지 근접전 스페셜리스트 'KV9'와 같이 일부 많이 사용되는 무기들이 있기는 하나, 중거리 연사가 장점인 'KORD'나 반동은 심하지만 근거리에서 강력한 'TR7'처럼 저마다의 장단점이 두드러지게 존재해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총기 파츠 밸런스는 어느 정도 조정이 필요한 상태다. 3D 스팟이나 적의 미니맵에 보이는 문제 때문에 소음기를 거의 기본으로 채용하는 추세인데 이 때문에 세팅이 경직되고 획일화되는 면이 있다. 파츠들에 대한 조정이 이루어지고 세팅을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으면 '모딩'을 하는 재미가 살아나지 않을까 싶다. 혹은 새롭고 매력적인 파츠들이 추가되면서 고착화된 세팅에 변화를 주는 방향도 괜찮아 보인다.

 



 

전투도 하고 팀원 살리고 보급도 하고… 특정 병과에게 쏠린 과도한 역할

병과에 주어진 역할이나 유용한 가젯들이 공병, 보급병에게 너무 과도하게 몰려 있다는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보급병은 전투를 기본적으로 참여하되 팀원을 소생하고 탄약 보급도 하는 등 해야 하는 일이 많은 반면, 돌격병은 연막탄조차 주어지지 않아 전선을 돌파하거나 변수를 만들어 내는데 한계가 있다. 물론 비콘을 보유하고 있어 전선 유지나 의외의 침투 플레이도 가능하기는 하나 그뿐이다. 일부 병과들의 부담을 줄여주고 특색이 뚜렷하지 않은 병과는 살리는 방향으로 가젯을 재 배분 하는 것도 검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캠페인의 경우 첫인상은 괜찮은 편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완성도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두드러진다. 사실 '배틀필드' 시리즈를 캠페인을 즐기기 위해 구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말이다. 구색은 갖췄다, 또는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이들이 게임의 핵심 특징을 느껴볼 수 있는 튜토리얼로 소화하기에는 나쁘지 않은 느낌이다. 개발 과정에서의 문제가 결국 완전히 해결되지는 못한 결과물로 보인다. 짧은 분량은 둘째 치더라도 초중반에 보여준 꽤 괜찮은 완성도 때문에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것이 정말 아쉽다.

 

불편하게 느껴지는 인터페이스는 개선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메인 화면의 인터페이스는 너무 여러 단계로 나뉘어져 있어 불편하고, 각종 옵션 설정을 세세하게 지원하는 건 좋지만 조금 복잡한 면이 있다. 특히 총기 모딩의 경우 훈련장에서 바로 교체되는 방식이 아니라 계속 커스터마이징 화면을 오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흥행도 주목도도 시리즈 사상 최고인 '배틀필드 6', 운영에 방점 찍고 힘 써주길

'배틀필드 6'는 전반적으로 현재 시점에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배틀필드'를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 와 닿는 타이틀이었다. 전작에서의 혹평과 부침을 딛고 근본으로의 회귀를 성공적으로 해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장기 라이브 서비스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시리즈의 미래를 다시 그려볼 수 있는 게임으로 자리를 잡은 모습이다.

 

앞서 본문에서는 아쉬운 점 위주로 적게 됐지만, 완성도 높은 건 플레이부터 '배틀필드' 특유의 현장감과 대규모 현대전이 잘 구현되어 있는 등 전반적인 완성도가 상당히 좋은 편이다. 다만 총기, 총기 파츠, 가젯의 언락 문제나 맵 및 거점 밸런스 문제 등 아직 존재하는 문제들도 있다. 팬들과 함께 게임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마련한 커뮤니티 피드백 시스템 '배틀필드 랩스'를 선보였던 이유와 그 결과물을 잊지 않고, 커뮤니티의 의견을 경청하며 운영에 힘 써주길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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