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큰 성공을 거두고, '올해의 게임'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는 JRPG를 플레이하며 성장한 개발자들이 모인 프랑스 개발사에서 개발한 게임이다.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 그리고 2023년 나온 '씨 오브 스타즈' 등 일본 밖에서 개발된 JRPG 수작이 연이어 나오며 '우리도 해 보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다.
유럽은 물론 북미, 아시아에서도 비슷한 흐름으로 스토리를 중심에 두고 캐릭터, 턴제 전투 등 JRPG 요소를 내세운 게임들이 다수 개발되고 있는 시대가 됐다.
기자 역시 어린 시절부터 JRPG를 꾸준히 즐긴 게이머로 일본 밖에서 개발되는 JRPG 타이틀들을 유심히 지켜봐 왔는데, 현재 가장 주목하고 있는 두 타이틀은 한국 이키나게임즈에서 개발중인 '스타바이츠'와 프랑스의 인디 개발사 아티산 스튜디오(Artisan Studio)에서 만들고 있는 '로스트 헬든'(Lost Hellden)이다.
마리오 리조 총괄 프로듀서(오른쪽)와 줄리앙 부르주아 게임 디렉터
국산 게임인 '스타바이츠'에 대해서는 몇차례 소개했지만, '로스트 헬든'에 대해서는 자세히 소개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직접 게임을 확인하고 마리오 리조 총괄 프로듀서, 줄리앙 부르주아 게임 디렉터와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봤다.
JRPG를 플레이하며 성장한 프랑스 개발자들, 진짜 JRPG를 만들자고 결심하다
아티산 스튜디오를 처음 알게된 것은 꽤 오래 전인데, 일본의 게임사 컴파일하트에 방문해 고치와 노리히사 게임 개발부 디렉터(現 컴파일하트 대표)와 만났을 때의 일이다.
고치와 디렉터가 매년 새 작품이 나오던 컴파일하트의 간판 IP '넵튠' 신작을 처음으로 외부 개발사에 맡겨 개발해 출시할 예정이라며, 우리 팬이라는 젊은이들이 있어 맡겨 봤다고 했는데, 그 외부 개발사가 일본 개발사가 아닌 프랑스 개발사라 놀랐던 기억이 남아 있다.
그 프랑스 개발사가 바로 아티산 스튜디오로, 그들의 첫 타이틀은 국내에도 정식 소개된 '용사 넵튠 세계여 우주여 주목하라!! 얼티밋 RPG 선언!!'이었다.
이 타이틀은 평소의 '넵튠'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디자인에 서투른 모습도 있었지만 JRPG를 사랑하는 유럽 개발사의 '진짜 JRPG 도전'으로 인상에 깊게 남았다.
그 후 아티산 스튜디오는 오리지널 타이틀 '아스트라 어센딩'을 선보였고, 세번째로 '테일즈 오브' 시리즈나 '성검전설'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턴 베이스 액션 RPG를 개발중이라고 해 신규 프로젝트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일본의 횡스클롤 액션 장르 명가 인티 크리에이츠를 설립한 아이즈 대표는 기자와 만나 "게임 개발을 맡겨 보면 대개 세번째 타이틀에서 대표작, 걸작이 나온다"는 지론을 설파한 적이 있는데, 기자는 경험과 노하우가 쌓였고 아직 열정이 남아있는 시점이 보통 세번째 작품을 만드는 시점이라는 의미로 이해했다.
JRPG 개발에 뛰어들어 한 우물만 파 온 아티산 스튜디오의 세번째 작품인 '로스트 헬든'은 그런 점에서도 기대가 되는데, 개발 과정이나 실제 플레이를 확인하고 기대가 더 커졌다.
'로스트 헬든'은 '딥 2D'라 불리는 유니크한 수작업 3D 페인팅 아트 스타일과 실시간 액션과 턴제 전략을 결합한 혁신적인 전투 시스템을 특징으로 내세운 JRPG다.
'파이널 판타지 택틱스', '파이널 판타지 12' 등으로 이름을 알린 사키모토 히토시 음악 감독, '그라비티 러쉬'의 오가 타케시 일러스트레이터가 참여해 JRPG다운(?) 겉모습도 더 제대로 갖췄다.
"우리가 이전 게임들에서 겪은 문제는 많은 RPG 유저들, 특히 일본 RPG 유저들이 분리되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턴제 게임의 팬들이 있고, 그런 분들은 '메타포 리판타지오' 같은 작품을 좋아하죠. 반대 편에는 액션게임을 좋아하는 부류가 있습니다. '엘든링'부터 '테일즈 오브' 시리즈 같은 게임을 즐기는 분들이죠.
그래서 우리는 자유로운 이동과 액션을 제공하면서도 보다 현대적으로 느껴지는 게임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엘든링'만큼 유저들에게 큰 부담은 주지 않으려 했습니다"
아티산 스튜디오에서 '로스트 헬든' 개발을 지휘하고 있는 마리오 리조 총괄 프로듀서의 설명이다.
'JRPG의 영향을 받은 게임'이 아니라 '진짜 JRPG'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 하에 아티산 스튜디오는 '로스트 헬든'에서 일본 크레이어터들과 협업을 진행했다. 음악과 아트를 일본의 거장들에게 맡긴 것.
고전 액션 JRPG 테이스트 그대로 담았어
실제 확인한 '로스트 헬든'은 '성검전설', '테일즈 오브' 시리즈처럼 필드에서는 자유롭게 캐릭터를 움직여 심볼 인카운터로 진행되고 전투는 '테일즈 오브' 시리즈처럼 전투 필드로 전환돼 액티브 턴과 액션이 조합된 스타일의 게임이었다.
일본식 액션 RPG에 익숙하다면 적응이 쉬울 게임으로, 턴제 게임을 선호하지 않는 RPG 마니아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만한 게임이다.
애니메이션 수준이 대단했는데, 줄리앙 루르주아 게임 디렉터가 이끄는 개발팀은 애니메이션 컷신만 200개 정도를 준비했고, 중요한 순간에는 완전히 렌더링된 3D 시네마틱을 20개 정도 사용해 몰입감을 높이고 스토리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전체 맵을 보니 게임 볼륨도 상당히 커 보였다. 마리오 총괄 프로듀서는 "메인 스토리 진행에만 35시간 정도, 사이드 퀘스트와 추가 콘텐츠를 충분히 즐기면 70시간 정도는 걸릴 것"이라며 "플레이스테이션5의 트로피 컴플릿도 비슷하게 70시간 정도에 가능할 것으로 본다. 조금 더 빨리 달성하는 유저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드래곤 퀘스트'를 공짜로 받고 RPG에 빠지다
JRPG 전성기에 어린 시절을 보낸 게이머들이 성장해 '우리도 RPG를 만들어 보자'고 일본 밖에서 JRPG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 시대. 앞서 언급한 이키나게임즈 배준호 대표도 비슷한 흐름에서 JRPG '스타바이츠'를 개발중이다.
아티산 스튜디오 역시 그런 RPG 마니아들이 모인 개발사로, 설립 후 쭉 RPG 외길을 파 왔다.
"JRPG 명작들은 다 플레이했습니다. 제가 처음 한 RPG는 '드래곤 퀘스트'였어요. 그때 제 나이가 여덟살이었죠. 부모님이 첫 닌텐도, 그러니까 '패미컴'을 사 주셨는데 미국에서 당시 '드래곤퀘스트'가 '너무 일본적이라' 아무도 안 살까 봐 걱정했다더군요.
그래서 미국의 Nintendo Power라는 잡지가 있었는데, 잡지에 광고를 내서 '이름과 주소를 적어 닌텐도 아메리카로 보내면 게임을 하나 공짜로 보내주겠다'고 했죠. 저는 여덟살이라 돈이 없었어요. 부모님이 게임을 잘 안 사주셨죠. 제 이름이 '마리오'라 닌텐도만은 사 주신 것 같기도 합니다.(웃음)
그래서 새 게임을 원하면 '집안일 해서 돈을 벌어 사라'고 하셨고요. 그런데 그 광고를 보게 되었으니, 바로 적어 보냈죠. 그리고 닌텐도 아메리카에서 보내준 '드래곤 퀘스트' 1편을 우편으로 받았어요. 미국 제목은 'Dragon Warrior'였던 것 같네요. 아마 더 강렬하게 들리라고 그렇게 제목을 붙였나 봅니다.
그것이 제 인생 첫 RPG였고 100시간 넘게 플레이했을 거예요. 완전히 푹 빠졌죠. 레벨, 몬스터같은 개념을 게임에서 처음 접했으니 정말 충격이었어요. 그 전에는 RPG를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 경험이 큰 영향을 줬죠. 그 후에는 당연히 RPG를 계속 플레이했고, '크로노 트리거', '파이널 판타지' 등등... 정말 다 플레이했습니다"
마리오 총괄 프로듀서의 경험담이다.
한국 게이머들의 실력과 도전욕 잘 알아, 충족시켜주는 게임 만들려 노력중
'로스트 헬든'은 오가 타카시의 아트를 잘 살린 게임이었다. 예전 바닐라웨어 작품들의 느낌... 고전 JRPG 느낌을 잘 낸 그래픽을 담았다.
그래픽은 3D가 섞인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모두 2D 드로잉으로 제작되어 필드 화면에는 물리 엔진이 적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2D로 날씨 변화, 상호작용을 구현한 것은 고전 RPG 마니아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킬 것 같다.
필드에서 적의 뒤를 잡고 전투를 시작하면 전투가 유리하게 시작되고, 실제 전투에서 백어택이 대미지를 더 주는 등 전투에도 친숙한 요소들을 잘 담았다. 마을에서 즐길 수 있는 미니게임도 그 자체로 재미있게 잘 만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줄리안(디렉터)과 저는 RPG를 하며 자랐고, 일본 게임을 사랑해서 '우리도 하나 만들자'고 의기투합했습니다. 사실 스튜디오를 시작할 때 모두가 말렸어요. '일본에서도 이제는 아무도 그런 것을 만들지 않는다', '지금은 무료 모바일 가챠게임을 만들어야지, 콘솔로, 더구나 클래식한 게임은 돈이 안 된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바보같다는 이야기도 들었죠.
그때 사카모토씨를 만나 도움을 받았고, 다른 개발자들을 소개받았습니다. 3년 넘는 시간 동안 30명 가량의 개발자들과 함께 꿈을 향해 달렸고, 그것이 여기까지 온 과정입니다.
'로스트 헬든'은 저희의 세번째 게임이지만, 앞의 두개는 '참여'에 가깝고,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저희가 만든 '우리 게임'입니다.
회사를 시작하면서 스튜디오 자금이 필요해 집을 팔기도 했어요. 저와 줄리안 디렉터 모두 집을 팔았죠. 투자자도 찾아야 했고요.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이제 거의 끝에 왔고 매우 기쁩니다. 기자님이 느끼신 것처럼, RPG 팬들이 이 게임에 담긴 애정을 그대로 느끼셨으면 합니다"
마리오 총괄 프로듀서의 진심이 우러나는 말을 듣고 기자 역시 숙연해졌다. 그의 말처럼 '로스트 헬든'은 JRPG 키드들이 성장해 '우리도 해 보자'고 만든 JRPG로, JRPG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게임이었다.
고전 걸작들을 본받아 만든 게임이지만, 현대적으로 편의성도 신경을 썼는데, 난이도의 경우 스토리부터 이지, 노멀, 하드까지 4단계를 지원해 강한 자만 클리어할 수 있었던 고전들과 달리 액션게임에 약한 유저도 클리어할 수 있도록 했다고.
난이도가 들어간다면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은 역시 난이도와 관련된 트로피가 있는지 여부인데, "난이도 관련 트로피는 없다"는 확답을 받았다.
줄리앙 부르주아 게임 디렉터는 "컷신을 보고 스토리만 즐기고 싶은 분들을 위해 스토리모드도 준비했다"며 "제 아내도 이런 게임을 할 때면 스토리만 보고싶어 하던데, 제 아내도 클리어하고 스토리를 다 볼 수 있는 모드를 넣어야 한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플래티넘 트로피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난이도와 관계없이 게임을 클리어만 하면 된다. 기자님에게는 너무 쉬운 플래티넘 트로피가 될지도 모르겠다"며 "난이도 뒤에 플래티넘 트로피를 숨겨둘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마리오 총괄 프로듀서는 마지막으로 "한국 유저 여러분이 도전을 좋아하시는 걸 잘 안다. 그래서 이번에 '액션과 리액션', '상성과 약점'이 공존하는 전투 시스템을 기획했으니, 한국 여러분께 새로운 도전이 되길 바란다"며 "충분히 짜릿하고, 한국, 서울의 실력있는 유저들이 자신의 기량을 재미있게 시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서 "한국 유저들은 좋은 전투 시스템과 달성감을 중요시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 기대해 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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