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임박한 '북극백화점의 안내원', 이타즈 요시미 감독의 이야기

등록일 2024년06월11일 11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첫 극장용 작품을 맡았다는 소식에 세계 애니메이션 팬들의 큰 기대가 모였던 이타즈 요시미(板津匡覧) 감독의 '북극백화점의 안내원'이 마침내 국내 관객들과 만난다.

 

2023년 일본에서 개봉돼 큰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부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도 초청되어 호평 속에 상영된 극장용 애니메이션이다. 미디어캐슬이 수입해 19일 국내 개봉이 확정되었으며, 개봉에 맞춰 이타즈 감독이 내한해 국내 관객들과 만날 것이라는 발표가 나와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을 기쁘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이타즈 요시미라고 하면 일반적인 애니메이션 팬이라면 떠오르는 작품이 쉽게 나오지 않을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감독으로 만든 작품은 TV 애니메이션 '볼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ボールルームへようこそ) 정도 뿐이기 때문이다.

 

'볼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가 국내에도 정식 소개되어 감상한 사람이 많지만, 감독으로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이번 '북극백화점의 안내원'이 첫 작품이다. 원작 만화도 아직 국내 소개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원작 역시 국내 출판 계획이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니 애니메이션과 함께 원작도 우리말로 즐기게 될 날이 곧 올 것 같다.

 

감독으로 보여준 작품은 많지 않지만 이타즈 감독이 애니메이터로 참여한 작품들의 목록을 늘어놓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애니메이션을 좀 봤다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앗 이 작품은'이라고 할 걸작들로 가득하다.

 



 

이타즈 요시미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람이 분다', 콘 사토시의 '파프리카'와 걸작 TV 애니메이션 '망상대리인', 이소 미츠오의 '전뇌코일', 하라 케이이치의 '백일홍 미스 호쿠사이' 등등...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의 전설들이 빚어낸 걸작들에 원화, 작화감독 등으로 참여하는 한편, 단편 애니메이션 '피그테일'로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며 감독으로서도 큰 기대를 모았다.

 

그가 함께 일한 '천재' 콘 사토시 감독의 유작 '꿈꾸는 기계'의 후임 감독으로 발탁되었다는 소식에 세계 애니메이션 팬들이 안도했지만, 결국 '꿈꾸는 기계'는 미완의 작품으로 남아버려 아쉬웠던 기억도 생생하다.

 

이타즈 감독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 프로젝트에서 애니메이터로 작업한 뒤 프로덕션 IG의 차기 극장용 애니메이션 '북극백화점의 안내원' 감독을 맡았다. '북극백화점의 안내원'은 BIAF에서도 좋은 반응을 끌어내며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을 수상했다.

 

이타즈 요시미 감독은 BIAF 심사위원으로 내한했던 2019년 기자와 만나 극장용 애니메이션 감독을 맡게 되었으니 다음에는 자신의 작품으로 인터뷰를 하자는 약속을 나눈 바 있다. 실제 자신의 작품으로 다시 한국을 찾은 이타즈 감독에게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북극백화점의 안내원, 상업적 재미와 아트적 표현 두루 갖춘 작품
이혁진 기자: BIAF19에 이어 2023년에도 부천을 찾아주셨습니다
이타즈 감독: 2019년 방문했을 때 너무 잘해주셨고 심사위원도 좋은 경험, 공부가 됐습니다. 은혜를 갚자는 생각도 있고 BIAF에는 감사한 마음이 있어서 다시 방문하게 됐습니다.

 

2023년에는 저녁마다 고기를 먹었는데 늘 맛있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문화가 가깝고 전철을 타도 익숙한 기분이라 지내기 편한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가게에 가면 늘 친절하고, 스트레스 없이 지낼 수 있는 나라라 좋은 것 같습니다.

 



 

2019년 만났을 때, 차기작에 대해 표현은 아트적으로 하되 상업 엔터테인먼트로 재미있는 작품이 되도록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목표대로의 작품이 된 것 같으신가요
이타즈 감독: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시간을 들여 만들었는데 대단한 작품이 됐고, 완성해서 한국에도 개봉하게 되어 마음이 좀 놓입니다. 일본에서 개봉했을 때 아주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습니다. 이 작품만 20년 정도 봐도 좋겠다는 분도 있었죠.(웃음)

 

'북극백화점 안내원'는 어떤 작품인가요
이타즈 감독: 만화 원작 극장용 애니메이션입니다. 모든 고객이 두 발로 걷는 동물이고 접객하는 것은 사람인 신비한 백화점을 무대로, 한 여자아이의 성장을 그리는 작품입니다.

 

헐리웃에서는 근래 '주토피아'와 같은 두 발로 걷는 동물을 소재로 한 영화가 한국에서도 성공했습니다만, 일본 작품 중에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타즈 감독: 제가 생각한 것은 과거의 토에이 작품들입니다. 우리가 어릴 때에는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세계를 일상적으로 볼 수 있었죠. 그 시기 받은 그 인상을 현대적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하나의 콘셉트였습니다. 그래서 나이가 든 분들은 그런 설정, 세계관에서 위화감을 느끼지 못할 텐데, 젊은이들은 신선하게 생각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원작이 아직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모양인데 곧 소개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리더군요. 원작은 원래 좋아하셨나요
이타즈 감독: 네. 감독을 맡기 전부터 좋아하던 작품으로, 연재가 시작될 때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읽으며 애니메이션에 맞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죠. 움직이는 그림에 색을 붙이면 더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단행본 1권이 나온 시점에 일찌감치 마츠시타 프로듀서에게 이 작품 어떠냐고 제안을 해 통과가 됐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고, 모든 컷을 제 취향대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감독 전에 애니메이터이다 보니 가급적 좋아하는 그럼으로 그리고 싶다, 움직이기 쉬운 그림이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림이 와닿아서 기획을 세우는 것이 빨랐던 것 같습니다.

 

옴니버스 스타일의 작품인가요
이타즈 감독: 기본적으로는 옴니버스지만 이야기를 합치거나 순서를 바꿔서 하나의 이야기로 보이도록 연출한 작품이니 그렇게 느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타즈 감독님의 작품이라면 역시 작화에 힘을 준 작품이 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이타즈 감독: 회사에 이 작품 어떤가 제안을 했을 때 단편 연작 같은 형식이 좋겠다는 반응이었고 원작이 단편 연작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보다 원작에 가까운, 그림책에 가까운 그림을 만들고 그림에 더 힘을 기울여서 만들자고 생각했고 그럴 예정이었죠.

 

그런데 마츠시타 프로듀서가 장편으로 해보지 않겠냐고 해서 저도 장편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것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장편으로 만들 경우 잘린 이야기가 죽 나열될 뿐이면 힘이 약하니 보다 강한 방향성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와 주인공의 이야기를 강화해서 이 사람은 어떻게 행동할까, 어떻게 변화할까를 한편의 영화로 만들어 내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해 시나리오를 써내려 갔습니다.

 



 

시나리오를 직접 쓰신 거군요
이타즈 감독: 물론 시나리오라이터는 있었습니다만, 큰 줄기는 제가 써서 그 방향으로 제작이 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에피소드는 원작에서 많이 가져왔지만 마지막 드라마는 원작을 섞되 오리지널 이야기로 갔습니다.

 

원작에서 남기고 싶었던 부분과 더하고 싶었던 부분은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이타즈 감독: 동물들이 잔뜩 나오는데 그 안에는 이미 멸종한 동물들도 있습니다. 소비 중심의 세상을 상징하는 백화점은 인간의 소비욕, 욕구를 상징하는데 그런 인간의 욕구로 인해 멸종한 동물들이 같이 있는 그림에 끌린 것 같습니다. 그런 세계관, 설정이 원작이 원래 갖고 있던 큰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더한 부분은 스포일러가 될 것 같으니 간략히 말하자면, 애니메이션의 움직임으로 깊이가 더해진 부분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입니다. 사람에 따라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타깃 고객도 여성들일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가능하다면 아이들도 보고 노인들도 볼 수 있다면 좋게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쉽게 볼 수 있고, 보고 재밌었다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성 신입 직원이 주인공이라 주인공과 가까운 연령층이 메인 타깃이 될 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만들었습니다.

 

디지털 제작으로 방향 전환이 이뤄진 작품, 애니메이션다운 '아트의 재미' 느껴주길
감독으로 신작을 만든다고 하시고 4년이나 걸렸습니다
이타즈 감독: 아무래도 코로나의 영향이 있었습니다. 이 '북극백화점의 안내원'라는 작품은 회사(프로덕션 IG) 전체적으로 디지털화로 나아가자는 의도도 있는 작품이었던지라, 코로나의 영향에 작화 방면의 디지털화라는 방향 전환까지 겹쳐져 초기 작품 제작에서 더 품이 들었습니다.

 

제작 후반에는 익숙해져서 디지털 작업 쪽이 작업 효율이 더 좋다는 느낌을 받았죠. 아무래도 익숙해지니 디지털 작업 쪽이 효율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손그림의 매력도 분명 있습니다만, 이제는 디지털로 죽 가는 것이라 이해하면 될까요
이타즈 감독: 베테랑 중에는 손으로 그리는 것이 더 빠른 분도 있어서 무리하게 디지털로 갈 필요는 없습니다만, 젊은 분들, 이제 업계에 들어오는 분들은 디지털로 그리는 것이 디폴트라 만드는 쪽도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은 꽤 이른 시기부터 작업의 디지털화로 나아갔습니다. 저는 태블릿으로 그린 지 꽤 오래됐습니다. 제가 만드는 감독작에서 회사가 디지털화로 나아가 보자고 생각한 것이 이해가 되는 부분이죠.

 

보고 온 지인들의 평가를 들어보니 '보는 맛'이 있는 작품이라고 하더군요
이타즈 감독: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서는 아트적인 작품으로 분류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평면적이지만 화면에 입체성, 빛을 중층적으로 나열하는 것이 일본 애니메이션의 큰 방향성일 텐데, 이번에는 중층적인 깊이보다는 한장의 그림의 재미를 살리며 만든 작품입니다.

 

아트적이라고 하면 아트적이지만 재미도 담아서 처음 보면 신기하게 느끼실 것 같기도 하네요.(웃음)

 

원작에서 다루지 않은 에피소드도 더 있을 텐데, 속편도 가능한 것인가요
이타즈 감독: 길게 보면 TV시리즈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양한 동물들과 만나는 것이 테마니까요. 언젠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다만 스토리에 중점을 둔 작품보다는 그림으로 만들어 가는 시리즈로 가능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성장물로는 극장판에서 다 이야기해버린 면이 있어서 다른 재미를 넣지 않으면 속편은 좀 힘들 것 같습니다.

 

애니메이션다운 연출, 그림을 담은 작품, 공감하며 봐 주시길 바라

오리지널 작품에 대한 열망이 크게 없다고 하신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생각에 변함이 없으신가요
이타즈 감독: 여전히 큰 열망이 없습니다. 하라고 하면 생각하겠지만, 오리지널이 아니라면 싫다는 기분은 없습니다. 다음에도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싶다는 열망은 있네요.

 

감독이 잘 맞는지 모르겠다고 하셨는데 작품을 끝내신 지금 느낌은 어떤가요
이타즈 감독: 솔직히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즐거운 부분도 많고 내가 부족한 부분도 보이고. 하지만 다 해냈다는 생각은 했고, 계속 하고싶다는 생각도 있으므로 오더가 있다면 다음에도 감독으로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애니메이터 출신이라 제작도 작화 중심으로 다른 것을 생각하던 것에서 이제 전보다 더 넓은 부분이 보이고 있습니다만,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입니다.

 



 

첫 감독작인데,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었나요
이타즈 감독: 애니메이션 자체가 캐릭터성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움직이는 것으로 그 사람이 어떻게 되는가가 보여지죠. 주인공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색과 애니메이션, 움직임의 변화로 이야기가 진행하고 캐릭터의 내면이 보이는 그런 부분에 신경을 썼습니다. 애니메이션다운 연출, 그림이 만들어지는 것에 주목해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개봉이 임박했는데, 한국 관객들을 위해 작품의 볼거리, 이런 부분을 봐주세요 라는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타즈 감독: 주인공 아키노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극중 벽에 부딪히고 나로서는 어쩔 수 없다 생각하게 된 시점에서 겨우 자기가 하고싶은 것을 깨닫게 되는데 우리 모두가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 부분은 보는 분들, 만든 우리도 느끼는 것이라 그런 부분에 공감할 수 있는 영화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감정은 다른 나라, 말이 안 통하는 사람들에게도 통하지 않을까 싶네요.

 

함께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즐기는 것만이 아니고 공감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

 

기자는 '북극백화점의 안내원'을 앙시에서 가장 먼저 월드 프리미어를 진행하고 다수 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하는 것에서 프로덕션 IG에서 이타즈 감독을 글로벌 무대에서 명성을 떨칠 차기 감독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 프로덕션 IG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이타즈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라 제대로 소개하고 싶어 해외에 먼저 작품을 소개한 것"이라며 "20여개국에 영화를 소개해 세계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이타즈 감독의 작품을 보여드릴 것"이라 밝혔다.

 

이어서 '북극백화점의 안내원'에 대해 "세계 시장을 노리는 것이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 전체적인 흐름"이라며 "이 작품도 그런 흐름에서 만든 것이 틀림없는 세계를 시야에 둔 작품"이라 강조했다.

 

국내 관객들이 이타즈 요시미 감독의 데뷔작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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