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눈과 제물의 세츠나', 불편하지만 매력적인 현대판 고전 JRPG

등록일 2021년01월22일 10시20분 트위터로 보내기

 

JRPG는 과거의 장르로, 지금은 힘을 잃었거나 게임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오해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파이널판타지', '드래곤퀘스트', '페르소나' 와 같은 수백만장 판매를 노리고 나오는 대작 타이틀 위주로 즐기다 보면 JRPG 장르 게임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오해를 하기 쉬운 것 같다.

 

이런 오해와 달리 JRPG는 한 시대를 풍미한 장르답게 세계적으로 팬이 많고 다양한 규모의 작품이 쏟아져나오는 장르이다. 대작 타이틀 뿐만 아니라 도트 그래픽 게임부터 고전 스타일의 3등신 캐릭터를 사용한 저예산 작품도 매년 여러 작품이 나오고 있으며, 특히 대작과 저예산 작품의 중간 위치에 있는 중규모 작품도 꾸준히 나온다는 점이 JRPG가 인기 장르임을 보여주는 부분 아닐까 싶다.

 


 

스퀘어에닉스에서는 자사의 대작 타이틀 개발 텀이 너무 길고 다양한 JRPG 팬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없다는 생각에  'JRPG의 현대적 부활'을 기치로 설립한 산하 스튜디오 Tokyo RPG Factory를 통해 중규모 JRPG를 꾸준히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여기서 만든 작품들은 한국어판이 나오지 않을 거란 생각에 일본판을 꾸준히 구입해 왔는데, 아크시스템웍스 아시아지점에서 한국어판을 출시해준 덕에 한국어로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말 국내 출시된 '제물과 눈의 세츠나' 역시 Tokyo RPG Factory의 작품으로, 설원을 무대로 마물을 잠재우기 위해 제물이 된 소녀 '세츠나'를 중심으로 세츠나를 암살하려던 암살자 주인공과 세츠나, 그리고 여행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동료들의 여행을 그린 JRPG이다.

 

기자는 이 게임의 일본어판을 구입해 플레이했는데, 한국어판이 나온다고 해 한국어판으로 마무리하려고 게임을 도중에 중단했다. 트로피도 글로벌 공통으로 하나만 붙어있어 안심했는데, 아크시스템웍스 아시아지점이 한국판을 내며 트로피를 분리 등록해 별개의 버전이 되어버렸고 결국 한국어판을 마무리하고 일본어판으로 2회차 플레이중이다.

 

이 게임에 반한 세계 JRPG 마니아들이 트로피 버전이 하나 더 나와 다시 플레이하고 싶은데 어느 나라 버전이냐고 찾고있기에 한국판이라고 알려주기도 했는데...

 



 

'제물과 눈의 세츠나'라는 게임에 대한 사전정보 없이 이 게임을 접한 게이머가 받을 첫인상은 '불편하고 불친절하다'가 아닐까 싶다. 게임의 최종 목적은 세츠나를 호위해 세상의 끝으로 가서 세츠나를 제물로 바치고 세상을 구하는 것이라고 초반에 제시가 되지만, 당면해서 해야할 일을 대사로 알려주기는 하지만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표시되지 않으며, 무엇보다 '맵'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당황할 게이머가 많을 것이다.

 

액티브 타임 배틀로 진행되는 기본 턴제 전투도 턴제에 익숙하지 않은 게이머에겐 벽으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이 장르에서 이런 점은 불편함이 아니라 개성으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글로 적어두면 '뭐야' 싶을 이런 요소도 황량한 세계에서 한치앞을 볼 수 없는 여행을 계속해야 하는 세츠나와 동료들의 상황에 잘 맞아떨어지며 매력적인 스토리와 함께 플레이해 나가다 보면 '이 길이 맞을까', '내가 가보지 않은 곳에 아이템이 숨어있지는 않을까'라는 탐험욕구를 자극하게 된다.

 



 

고전 JPRG를 현대적 그래픽으로 구현하며 게임에 맞는 편의성은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과감히 덜어내 불편하지만 재미있었던 장르적 특징을 구현했다고 해도 될 것 같다.

 

이 작품의 큰 장점은 스토리이고 세계 JRPG 팬들에게 가장 어필한 요소도 스토리일 것이다.

 

시작과 함께 세츠나를 죽이러 갔던 주인공은 세츠나의 '어차피 나는 세계를 위한 제물로 죽으러 가는 길이니 함께 가서 죽는 걸 보면 임무 완수 아니냐'는 말에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단순하게 여행 마지막에 세츠나를 희생시키고 세계를 구했습니다 가 되어버리면 이야기가 되지 않고. 세상의 비밀이 밝혀지고 시간을 넘나들며 스케일이 갈수록 커진다. 그에 따라 여행의 목적도 바뀌게 된다.

 

여행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독자 여러분이 직접 플레이해 확인해보시기 바란다. 고전 JRPG들을 추억해 보면 행복한 결말이 주어질 때도 있었지만 설정에 맞춘 슬픈 결말에 깊은 여운을 받는 경우도 많았는데, Tokyo RPG Factory의 작품들을 쭉 플레이해 보니 이 스튜디오는 단순하게 행복한 대단원을 추구하는 개발사는 아니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매력적인 세계관과 캐릭터, 그리고 여운이 남는 멋진 스토리. Tokyo RPG Factory가 JRPG의 미덕을 살린 작품들을 계속 만들어 보여주길 바란다. 그리고 아크시스템웍스 아시아지점의 예상하지 못한 선물, JRPG 한국어화가 좋은 성적을 거둬 JRPG를 계속 한국어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 '제물과 눈의 세츠나'를 몰랐던, 혹은 관심은 있었지만 넘겼다면 이 기회에 한번 플레이해 보시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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