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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문체부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 해답은 '확률 공개'가 아니다

등록일 2020년05월22일 12시50분 트위터로 보내기

 

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이하 문체부)가 게임업계 진흥을 위한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여기에는 게임 이용자 권익 증진 등의 내용이 포함되었는데, 특히나 이중에서도 눈여겨볼 항목이 있었다. 다름 아닌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가 바로 그것이다.

 

문체부가 발표한 내용은 ▲확률형 아이템의 정의 규정 신설 ▲확률형 아이템 종류와 공급 확률 정보 등 표시 의무 부과 근거 마련 ▲공정위를 통한 '전자상거래 상품 관련 고시' 개정으로 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보 공개 의무화 등이다.

 

확률형 아이템 획득 확률 정보 공개 의무화는 '게임 이용자 권익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항목에 포함되어 있다. 확률형 아이템으로 인한 게임 이용자들의 권익이 저해된다고 보고, 이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선 필요하다는 것이 문체부의 입장이다.

 



'자율 규제' 있음에도 정보 공개 법제화?
얼핏 보기에는 문체부가 실제 게임 이용자들이 불만을 표하는 이유를 잘 이해한 것처럼 보인다. ▲'랜덤박스'와 강화 시스템 등에 적용된 불합리한 확률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반복적으로 과도하게 결제해 생길 수 있는 사행성 문제 ▲공개된 확률이 실제로 올바르게 적용되고 있는지 진실 여부 등을 의무화의 이유로 명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문체부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업계에는 확률형 아이템의 획득 확률을 명시하는 '자율규제'라는 규제를 시행중이다. 애초에 실효성 논란이 끊임없이 나오는 자율 규제를 단순히 법으로 의무화 한다고 해서 없던 실효성이 생길 것 같지는 않기 때문.

 

유저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불만을 표하는 주 이유가 문체부에서 명시한 이유와 유사하기는 하다. 하지만 실제로 유저들이 원하는 것은 지불한 돈 만큼 만족감을 느끼고 납득할 수 있느냐는 것이지, 확률 공개 여부와는 무관하다.

 

게임사에서 공개한 확률을 유저들이 믿느냐의 문제도 있을 뿐더러, 법제화 된다고 해서 유저들이 피부로 느끼는 개선이 이루어질 수도 없고 실제로 개선되는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문제는 확률 공개를 하느냐, 안하느냐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율 규제' 미준수 게임들은 대부분 해외 게임… 법제화 실효성 없어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주기적으로 공개하고 있는 자율 규제 미준수 게임들을 살펴보면 대다수가 해외 게임들이다. 밸브의 '도타2'나 펀플러스의 '총기시대', 슈퍼셀의 '브롤스타즈' 등은 이미 미준수 누적 회수가 10여 회를 넘긴지 오래다.

 


 

'자율 규제'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고, 실제로도 해외 게임사들은 이를 잘 지키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지키지 않아도 확률을 공개하라는 권고 및 경고 외에는 별다른 제재도 없다. 매체 등을 통해 미준수 유무와 누적 수치가 말 그대로 '공개 되기만' 할 뿐이다. 어쩌면 해외 게임사들은 이러한 규제의 존재 자체를 모를 수도, 알면서도 무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차피 지키지 않아도 별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정보 공개를 법으로 의무화 했을 때 벌금, 시정명령,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 등을 내리는 것도 문제가 복잡하다. 아직 상세 규정이 공개된 것은 아니기에 확답을 내릴 수는 없다.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해외 게임사들이 모두 국내 법인을 갖추고 있는 것도 아닐 뿐더러, 문체부가 공개한 대로 법정 대리인을 의무적으로 지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처벌 과정이 순탄하지 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혹여나 게임 서비스 종료, 서비스 사업 철수 등의 이슈가 생긴다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유저들에게 돌아갈 우려도 있다.

 

명분 좋지만 '확률 공개'는 해답이 아니다

게임 이용자 보호, 알 권리 보호라는 명분은 좋다. 또 이러한 법제화를 추진한 배경도 충분히 이해는 간다. 게임물관리위원회 등 게임산업과 관련된 주무부처가 항상 내놓는 논리와 근거가 이용자 보호였고, 이 이용자 보호라는 것은 실제로 필요하기도 하다.

 

지금도 갑자기 서비스를 종료하고 '먹튀'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에 떨거나, 모종의 이유로 환불을 요청했음에도 이를 게임사가 무시하는 것을 감안하며 게임을 하고 있는 유저들이 있기 때문이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피로도, 획득 확률에 대한 진실성 논란과 게임 내용과는 딴판인 광고 등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자율 규제'라는 어정쩡한 표현을 사용한 규제 아닌 규제가 이미 적용되어 있음에도, 실제 유저들의 불만은 자율 규제 시행 전이나 후나 다를 바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 의무화는 '셧다운제'와 마찬가지로 실효성이 없다. 실제로 유저들이 원하는 바를 완전히 만족시키지도 못할 뿐더러 주무부처와 국내 게임사들의 일거리만 늘리는 꼴이다. 문제는 알고 있지만 내놓은 답은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것이다.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등 실질적으로 미성년자에 대한 판매 금지 권고, 금전적 가치로 환원 가능 시 도박으로 판단하는 국가들과 같이 강력한 규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단지 문제는 확률 공개 여부가 아니며, 그것만으로는 그토록 강조하는 이용자 보호를 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기자이기 이전에 게임을 즐기는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지나치게 확률형 아이템에 의존하는 현재 BM 구조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또 어떤 측면으로는 확률 공개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공개된 확률을 보고(물론 통장 잔고까지 확인한 다음) 결제를 한번 더 재고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율 규제를 의무화 한다고 해서 드라마틱 하게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명확하다.

 

게임산업을 이끌어 나가는 주무부처인 문체부가 조금 더 게임 산업에 대한 이해가 뒤따르는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길 바라본다. '셧다운제'와 같이 한번 법안이 생기면 개정하거나 폐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고려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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