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기획]위상 높아진 'e스포츠'... 이제는 생활스포츠에 도전해야 할 때

등록일 2023년12월29일 09시45분 트위터로 보내기


 

올해 '제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3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에서 국내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e스포츠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한층 높아졌다.

 

정부 차원에서도 윤석열 대통령과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 등이 게임산업과 e스포츠 시장 진흥을 위한 지지를 약속하면서 e스포츠 산업 발전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 상황. 특히 2023 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 현장에 직접 방문한 유인촌 장관은 기자들과의 대담을 통해 e스포츠를 국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하기 위한 여러 구상안들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며 e스포츠의 대중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e스포츠는 게임을 매개로 하는 스포츠인 만큼 콘텐츠의 주 소비층이 젊은층에 국한되어 있고 다른 대중 스포츠에 비해 종목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요구되는 등 대중화가 쉽지 않은 스포츠로 여겨진다.

 

이를 위해 e스포츠 단체를 필두로 업계에서는 풀뿌리 e스포츠 사업을 통해 최대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e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생활체육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유인촌 장관의 e스포츠에 대한 정확한 청사진은 알 수 없지만 그 청사진에 가장 중요한 토대가 될 현재의 e스포츠의 생활체육화 과정 상황에 대해 정리해보았다.

 


 

e스포츠 대중성 확보를 위한 생활체육화 노력
국내 e스포츠 산업의 생활체육화를 위한 여정은 생각보다 역사가 깊다.

 

이전부터 국내에서 여러 물밑 작업을 진행했지만 본격적인 행보는 지난 2014년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네덜란드, 대만, 덴마크, 독일, 베트남 등이 설립한 국제e스포츠단체 국제e스포츠연맹(IeSF)이 국제 생활체육 주관기구 '세계생활체육연맹(TAFISA)' e스포츠 주관 국제멤버로 정식 승인되면서 시작됐다.

 

이를 통해 IeSF는 e스포츠의 국제적 정식체육종목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대중에게 e스포츠를 노출시킬 기회를 얻게 됐다.

 

아울러 2015년에는 한국e스포츠협회가 대한체육회의 준가맹 단체 승인을 받았으나 대한체육회가 생활체육협의회와 통합되면서 가맹 단체 조건을 개편하면서 2018년 1월 준회원 자격을 상실했다.

 

이후 2018년 개최한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시범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이를 준비하기 위해 다시 한번 대한체육회의 한시적 준회원 단체 자격을 획득했지만 이마저도 같은 해 12월 만료됐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한국e스포츠협회는 포기하지 않고 대한체육회 준회원 가입을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시도체육회를 9개 가입해야 얻을 수 있는 준회원 자격을 얻기 위해 대전광역시, 부산광역시, 경상남도, 전라남도, 광주광역시, 제주특별자치도, 울산광역시, 전라북도, 인천광역시, 경기도 시도체육회 가입을 완료했으며 결국 2021년에는 준회원 가입에 성공했다.

 

그리고 한국e스포츠협회는 대한체육회와의 협력 끝에 올해 진행된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한국 대표팀이 출전한 e스포츠 전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e스포츠의 우월성을 전세계에 입증하고 정통 스포츠 팬들에게 그 존재를 드러내는데 성공했다.

 

e스포츠의 풀뿌리화 노력
아시안게임 이후 e스포츠에 대한 인지도가 이전보다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e스포츠의 생활화를 위해서는 보는 스포츠에서 벗어나 누구나 쉽게 직접 플레이할 수 있는 e스포츠의 풀뿌리화가 필요하다.

 

스포츠를 보급하기 위해서는 일반인들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 시설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 과제이기에 e스포츠 또한 2020년부터 꾸준하게 지정 PC방 제도를 운영해 다양한 e스포츠의 개최를 지원하고 있다.

 

e스포츠 지정 PC방은 각 지역의 풀뿌리 e스포츠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적, 행정적 서비스를 지원받는다. 먼저 동호인 대회 상금 및 시설 대관비, 홍보물, 한국e스포츠협회 공인 심판 파견, 한국e스포츠협회 및 시도e스포츠협회 주관 주최 아마추어 대회 예선 장소로 우선 유치 등 다양한 지원을 받게 된다.

 

2023년 기준으로 전국 e스포츠 지정 PC방은 93개(2021, 2022년 88개), e스포츠 시설 홈페이지 회원 수는 2021년 858명에서 2배 이상 늘어난 2023년 현재 2,817명이다. 아울러 2023년 전국 지정 PC방에서는 100개 이상의 동호인 대회가 개최됐다.

 


 

또한 최근에는 장애인들의 자존감 향상, 사회성 증진 및 장애 극복 의지 향상 등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가지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장애인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일부 게임 기업과 지자체 등에서 진행해왔던 장애인 e스포츠 대회는 점차 대회 규모를 늘려 2022년 최초로 전국 규모 e스포츠 대회가 진행됐으며 2023년 11월에도 광주 e스포츠 경기장에서 대한장애인체육회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는 '2023 전국 장애인 e스포츠 대회'가 개최됐다.

 

해당 대회에서는 리그 오브 레전드, FC온라인,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와 같은 일반 PC게임 외에도 닌텐도 스위치 테니스, 닌텐도 스위치 볼링과 같은 체감형 게임, 인도어로잉, 휠체어레이싱처럼 VR 및 특정 부위의 장애인들을 고려한 종목들을 지정해 장애인들도 e스포츠 대를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해당 대회는 장애인 선수들을 지체, 시각, 청각, 지적 4개 유형으로 나누어 경기를 진행하면서 장애인들이 경쟁과 협동을 통해 사회성을 올리고 승리의 경험 등을 통해 장애인들의 자존감을 높여 눈길을 끌었다.

 

현재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만큼 추후에는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도 장애인 e스포츠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SIE가 개발한 장애인들을 위한 컨트롤러 등 각종 하드웨어 업체가 장애인을 위한 장비를 속속들이 내놓으면서 향후 장애인 e스포츠 선수들의 활약도 기대되고 있다. 결국 e스포츠의 풀뿌리화는 장애인 e스포츠 발전과 확산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모두가 함께 즐기는 장르의 추가 필요
게임은 장르에 따라 피지컬보다는 '뇌지컬'을 더 중요하게 여기거나 즐기는 방식도 다양하고 온라인게임의 경우 협동이 중요한 경우가 많아 세대 간의 소통의 도구가 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가진 문화체육콘텐츠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세대 별로 명확히 즐기는 장르가 정해져 있기에 장르 팬층이 확고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풀뿌리 스포츠로 e스포츠가 자리를 잡기위해서는 이 격차를 줄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

 

풀뿌리 스포츠화는 결국 대중 스포츠로 가기 위해 기반을 다지는 것이므로 남녀노소 모두가 접근하기 쉬운 새로운 e스포츠 종목의 발굴이  필요하다.

 

실제로 넥슨의 '버블파이터'와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등 일부 e스포츠 대회에는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선수로 활약하며 가족 소통에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알려진 만큼 가족 간의 소통 단절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게임 종목의 다변화는 이런 순기능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새로운 장르 외에도 기존에도 존재하는 윷놀이와 알까기 등 고전 테이블 탑 게임들을 재발굴하고 이들을 활용한 가족 단위의 e스포츠 발전이 이루어진다면 더 넓은 세대 간의 교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풀뿌리 스포츠로 인한 인프라 건설은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이어진다
2023년 1월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예산집행계획서에 따르면 현재 문체부의 e스포츠 관련 사업은 지방 인프라 확산에 집중돼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기획한 게임업계 주요 신규 사업 3건으로 아산지역 e스포츠 경기장 건립에 10억, e스포츠 전문인력 양성에 10억, 장애인 e스포츠대회 개최에 5억, 경남지역 글로벌 게임센터조성에 6억 등을 소모한다고 밝혔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13일 공개한 '2023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e스포츠 대회 현장관람 의향이 없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 중 39.8%가 티켓의 가격을 선택했고 그 다음으로 35.9%의 응답자가 서울에 편증된 인프라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서울에 편증된 인프라를 e스포츠 관람의 어려움으로 꼽는 만큼 문화체육관광부의 이런 움직임은 향후 e스포츠 인구 증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e스포츠 확산을 위한 정부의 움직임은 2024년에도 지속될 예정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20일 진행한 '2024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원사업 설명회'에서 구체적으로 e스포츠 업계에 어떤 지원을 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진흥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김성준 게임 본부장은 현재 e스포츠 전문인력을 배출 중인 학교 현장의 교육성과와 노하우를 공유하는 기회를 확산하고 민관학이 협력하여 e스포츠 종주국의 위상을 강화하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학계 및 종목사, 구단 협회 등과 협업해 e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정책 강화에 힘을 쓰겠다고 밝혔다.

 

e스포츠는 이제 막 정식 종목의 길을 걷게된 만큼 어쩌면 e스포츠의 생활화는 막 씨를 뿌리고 발아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그리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전종목 메달 석권으로 대한민국의 또 다른 효자 종목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과 사회 각계각층의 관심은 e스포츠 생활화가 크게 성장하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e스포츠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음에도 e스포츠 선수들은 여전히 기자 회견장에서 “e스포츠를 스포츠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있다. 이는 아직 e스포츠가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유인촌 장관이 2023 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 현장 기자들에게 밝혔던 e스포츠를 대중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게 만들 구상안들이 부디 추후 성공적으로 선보여져 대중들이 e스포츠를 자연스럽게 스포츠로 받아들이고 하나의 일상적으로 즐기는 건강한 생활 스포츠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취재기사 기획/특집 게임정보

화제의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