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신작이 쏟아지는 글로벌 인디 게임 시장에서 '액션 로그라이트(Action Roguelite)' 시장은 가장 치열한 격전지다. 빠른 템포와 무작위성이 주는 장르적 쾌감은 유저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지만, 그만큼 장르 소모도가 빨라 웬만한 차별성으로는 눈길조차 끌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런 포화 상태의 시장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이들이 있다. 바로 예술학교 출신의 창업자들이 설립한 인디 게임 스튜디오 '웨이웨이(WayWay)'다.
이들은 단순한 오락으로서의 게임 개발을 넘어, 예술적 가치와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RGBit', 'RowRow' 등 독특한 발상의 퍼즐 게임으로 내공을 쌓은 웨이웨이는 글로벌게임허브센터 입주사로 선정되며 2026년 7월 22일 얼리 액세스(Early Access)를 시작하는 야심작 '악선(Akseon)' 개발에 스튜디오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악선’은 육도윤회 질서를 파괴하려는 '목두기왕'에게 납치 당한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죽음이 반복되는 세계로 뛰어드는 소년 무당 드레의 이야기를 그린 로그라이트 액션 게임이다. 한국의 전통 종교인 무속, 불교, 도교가 혼합된 독특한 사후 세계관을 다루며 애니메이션 등 서브컬처에서 자주 접하던 초월적 존재(육도선인)의 개념을 윤회계와 혼돈계의 대결적 구도로 그려내 선악이 모호한 다크 판타지로 묘사했다.
특히 단순히 한국적인 그래픽을 입힌 것을 넘어, 만파식적, 논개의 가락지, 천부인, 백제금동대향로, 찰갑 등 교과서에서나 보던 고유의 상징물들을 게임 내 핵심 요소로 활용해 기존 서구권 중심의 신화 이야기에서 보지 못했던 동양적인 오컬트 문화로 녹여낸 것이 게임의 매력 포인트.
지난 2024년 지스타 현장에서 첫눈도장을 찍은 이후, 게임은 어떤 치열한 고민을 거쳐 완성도를 높여왔을까. 게임포커스는 판교 글로벌게임허브센터에서 게임을 개발중인 웨이웨이 스튜디오 황성하 대표와 김재민 디렉터를 만나 그간의 개발 여정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웨이웨이 스튜디오 황성하 대표(우), 김재민 디렉터(좌)
"적당히 다른 차별화"… 4~5차례의 담금질로 완성한 액션과 템포
재작년 지스타 출품 이후, 웨이웨이 스튜디오의 가장 큰 과제는 '로그라이크 구조 안에서의 본질적인 재미 확보'였다. 유저들이 반복되는 런(Run) 속에서 지루함 대신 흥미로운 성장 과정을 경험하고, 액션성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도록 템포와 테마를 발전시키는 데 집중했다.
2024년 지스타 현장에서는 국내 및 해외 대형 퍼블리셔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약 3개월 단위로 치열한 플레이 테스트가 진행됐다. 전투 메커니즘을 시도하고 유저 피드백을 수용하는 과정을 4~5차례나 반복했다. 다양한 피드백을 통해 김 디렉터는 기존 로그라이트 유저들이 익숙한 성장 방식은 유지하되, 전투 퀄리티의 차별화를 원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에 액션의 즉각성을 높이고, 속도감 있는 전투 기반 위에 유저가 능동적으로 적의 공격을 받아치는 일종의 가벼운 ‘반격’ 시스템을 도입해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냈다.
다양한 시도와 피드백 반영은 지표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최근 참가한 스팀 넥스트 페스트(Steam Next Fest) 이후, 게임의 잔존율(80% 지속 플레이)과 이탈률(20%대 초반) 모두 안정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데모 플레이 타임은 작년 30분대에서 60분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고, 일주일 동안 유저당 평균 플레이 횟수 역시 3회에 근접하게 상승했다. 특히 넥스트 페스트 종료 이후로도 게임을 계속 즐기는 유저들이 많아지면서 지금까지 동시 접속자가 2배 이상 증가했고, 서구권에 집중되어 있던 유저풀에 중국 유저들이 대거 유입되며 55대 45의 이상적인 권역별 유저 비율을 달성하는 성과도 거뒀다.
팍스(PAX)에서 얻은 깨달음, 과감해진 한국적 색채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는 게임인 만큼 황 대표는 권역별 유저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악선'의 디테일을 다듬는 과정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팍스(PAX) 출품 당시, 튜토리얼에서 조작에 어려움을 겪는 해외 유저들을 관찰하며 국가별 키보드 배열(예: 프랑스의 AZERTY 등)의 차이를 인지하고 인풋 시스템을 개선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게임의 시각적, 미적 방향성에서 일어났다. 당초 개발진은 한국적인 무속 신앙 소재가 서구권 유저들에게 너무 낯설게 다가갈 것을 우려해 색채를 다소 소극적으로 묘사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가 "이게 무슨 소재냐"는 애매한 반응으로 돌아오자, 과감하게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색깔을 전면으로 내세우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강렬해진 동양적 아트워크는 수많은 로그라이트 게임들 사이에서 '악선'만의 확실한 무기가 되었고, 해외 유저들로부터 큰 호평을 이끌어냈다.
얼리 액세스를 앞두고 테스트 기간 중 중국 유저들의 비율이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물론 이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게임의 완성도를 타협하지 않으려는 욕심에 경제적, 시간적 한계와 부딪히며 정부지원 사업과 함께 늘어났던 팀 규모가 대폭 축소되는 위기도 겪었다. 하지만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완성하겠다는 개발진의 뚝심은 프로젝트를 흔들림 없이 이끌어왔다.
황 대표는 “잘 만들겠다는 욕심,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위해 무리를 많이 했다. 적당히 만들 생각이었으면 우리끼리 굶어가면서 하는 정도로 끝낼 수 있었는데 게임에 인생을 갈아넣다보니 돌이켜보면 어느 하나를 짚을 수 없을 정도로 만드는 모든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고 개발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이야기 했다.
7월 말 얼리 액세스 돌입… "유저의 피드백으로 완성되는 게임 될 것"
현재 '악선'은 7월 말 얼리 액세스 출시를 앞두고 최종 퀄리티 업(폴리싱)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리하게 콘텐츠 볼륨을 늘리기보다, 연출과 액션의 밀도를 높여 유저들이 '알차게 즐길 수 있는 6시간'의 코어 플레이 타임을 제공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얼리 액세스 이후에는 사전에 공개된 로드맵을 바탕으로 신규 챕터와 보스 등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가 이어질 예정이다.
황성하 대표는 "유저분들이 지불하는 금액이 아깝지 않은, 가성비 이상의 만족을 주는 게임이 되고 싶다"며, "시간과 자원의 한계는 있지만, 약속된 기간 내에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어 게임을 선택해 주신 분들께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김재민 디렉터 역시 개발자와 유저 간 소통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개발 초기부터 내 생각보다 유저의 피드백을 수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어왔고, 그 방향성에 맞게 게임이 완성되어 가고 있어 다행스럽다"며, "얼리 액세스를 통해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유저들의 새로운 목소리를 듣고, 우리만의 색깔로 고쳐나가며 평가받고 싶다. 개발팀 모두가 유저들의 모든 의견을 경청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예술적 상상력과 피드백을 통해 완성된 웨이웨이 스튜디오의 지옥도, '악선'이 올여름 글로벌 유저들에게 어떤 색다른 재미를 제공할지 향후 성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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