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O가 GSTL 2회 우승에 빛나는 강호 슬레이어스를 물리치고 GSTL 첫 우승의 영광을 차지했다. 특히 FXO는 고병재 선수의 '올킬'로 5-0으로 승리하며 압도적 힘을 보여 그 동안 약체로 평가받던 설움을 단번에 씻었다.

결승전이 끝난 직후 FXO 이형섭 감독과 우승의 주역 고병재 선수를 만나 우승 소감을 들어 보았다.

FXO 이형섭 감독(왼쪽)과 우승의 주역 고병재 선수.

Q: 우승 소감은?
고병재: 얼떨떨하다. 이제까지 올킬을 당하기만 하던 우리 팀이 우승을, 그것도 올킬로 우승을 하니 더 기쁘다.

이형섭: 압도적으로 이겨서 기쁘다. 이번 승리로 FXO의 GSTL 승률이 50%가 됐다. 앞으로도 더 노력해 다시 우승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

Q: 고병재를 선발로 세운 이유는? 고병재가 몇 승 정도 할 거라 생각했나?
이형섭: 멀티킬 정도는 기대했지만 올킬 기대는 안 했다. 뒤에 상황에 따라 선수들을 준비해놨는데 고병재가 팀원들을 믿고 해 좋은 성적을 거둬준 것 같다. 3경기 후 덥고 체력적으로 힘들 것 같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올킬을 해 준 고병재 선수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Q: 고병재 선수는 선발로 나서 몇 승 정도 할 것이라 예상했나?
고병재: 선봉 엔트리가 나오기 전까지는 자신 있었지만 문성원이라 좀 자신을 잃었었다. 문성원만 잡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고 팀원들이 다 준비를 잘 해서 1킬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했는데 어찌 올킬까지 하게 됐다.

Q: 슬레이어즈의 우승을 점치는 사람이 많았다. FXO는 하루 전에 와서 준비를 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 설명 좀 부탁 드린다.
이형섭: 슬레이어스의 승리를 점친 게 당연하다. 우리에 비해 슬레이어스가 선수층도  탄탄하고. 우리는 전 대회 4강에 올랐지만 팀 평가가 낮아 오히려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됐다.

하루 일찍 내려온 건 다른 팀이나 선수들이 지방이니 하루 전에 가서 푹 쉬고 하는 게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이리라 조언한 걸 들은 것이다. 그게 잘 맞아 떨어졌다.

Q: FXO는 팀 리그 출전 세번째인데 첫 시즌 최하위, 그 다음 4강, 이번엔 우승을 차지했다. 약체 이미지를 이제는 벗었는데 정상의 자리를 어떻게 지켜나갈 건가?
이형섭: 좋은 성적이 안 나올 때도 팀원들에겐 믿음이 있었다. 팀원 대다수가 프로를 경험하지 못한 선수들이라 경험이 부족해 성적이 안 나온 거라 생각하지 실력이 부족하단 생각은 안 했다. 이번 우승은 우리 팀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 생각한다. 이번 GSTL 결승을 계기로 더 열심히 하고 다음 대회에서도 좋은 모습 보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Q: 마지막 경기는 중계진이 상대편이 초반에 공격하면 유리하리라 예상했는데 공격을 안 하고 눈치만 봐서 결국 고병재가 이겼다.
고병재: 불리해질 상황이 많았는데 4-0이라 상대방이 공격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았다. 승기를 잡고 올킬이 다가오자 떨렸는데 마음을 추스리고 초반 유리함을 계속 이어간 게 승리의 요인인 것 같다.

Q: 안상원이 결승에서 못 이기면 이형섭 감독의 얼굴을 다시는 안 보겠다고 했는데 안상원에게 한 마디 해 달라.
이형섭: 안 그래도 안상원이 지면 서울에 올라오지 말고 해운대에 묻히라고 하더라. 스타크래프트1에서 오래 함께한 선수라 친하기도 하고 아끼는 동생인데 GSL 우승 축하하고 안상원 선수 응원 덕에 우승한 것 같다. 프통령으로 오래 정상의 자리를 유지했으면 좋겠다.

Q: 고병재 선수는 다섯 경기나 한다고 힘들었을 텐데 몇 경기 쯤 했을 때 올킬할 것 같다는 느낌이 왔나? 가장 힘들었던 경기는?
고병재: 3경기까지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는데 4경기에서 초반 기습이 통하자 감이 왔다. 가장 힘든 건 첫 경기였다. 문성원 선수는 두려워하던 선수지만 내가 무너지면 안된다는 생각에 열심히 했다. 첫경기 이후에는 다 즐겁게 경기했다.

Q: 이동녕 선수는 몇 번째 순서로 낼 생각이었나?
이형섭: 고병재 졌을 때의 플랜은 다 짜놨었다. 이동녕은 에이스 결정전으로 예정해 뒀었다.

Q: 정상의 자리를 지키려면 팀 관리를 잘 해야 하는데 FXO의 현 장점과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정상에서 안 내려가기 위해서라. 우리 팀은 분위기가 정말 좋다. 팀 내부 분위기는 정말 좋기 때문에 연습량이 관건이 될 것 같다. 지금도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그렇게 할 예정이다. 연습량만 유지하면 모든 리그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Q: 이형섭 감독은 선수도 겸하고 있는데 선수 활동은 언제까지 병행할 건가?
이형섭: 선수 활동에 대해서는 고민 중이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없다는 건 알지만 코치들이 잘 하고 있으므로 예선, 팀 내부 평가전 해서 부족하다는 생각 들면 바로 은퇴할 생각이다. 나의 연습량과 의지가 문제인데 이번 우승으로 동기부여가 되었으니 이젠 내가 팀원들에게 보여줄 차례다.

Q: 결승전 전체적으로 봤을 때 승기 잡은 순간은 언제였다고 생각하나?
이형섭: 3경기에서 70% 정도 이겼다고 봤지만 내색을 안 했다. 4경기 이겼을 땐 100% 확신했다. 설령 거기서 4경기 연속 졌어도 이동녕이 잡아줄 것이라 생각했기에 무조건 이겼다고 봤다.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고병재: 먼저 제가 게임을 할 수 있게 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응원해 주신 분들에게도 감사드린다. 팀원들에겐 조금 미안하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다 이겨버려서. 이제 우리 팀 승률이 50%가 되었는데 이게 끝이 아니고 시작이라 생각한다. 약체 이미지 벗고 강팀의 면모를 보이겠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형섭: 먼저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팀원 부모님들께도 감사드린다. 연습 열심히 한 팀원들에게도 고맙다. 결승 확정짓고 슬레이어스 뺀 모든 팀에 연습 청했는데 연습을 함께해 주신 모든 팀들, 후원업체들, 칼날여왕 현주누님께 감사드린다. 선수로서도 부족하지 않게 열심히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