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인터넷만 하니 공부할 시간이 없어서 공부를 못하는 거죠"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가 공부를 못하면 공부 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인터넷에 몰두하는 아이들이 공부하는 시간이 부족해 공부를 못하는 게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대진·박민현 교수팀은 서울의 한고등학교 학생 389명과 여중학생 253명 등 총 642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중독 스크리닝 검사를 한 결과 9.5%(61명)가 인터넷 중독 상태로 평가됐다고 18일 밝혔다.
교수팀에 따르면 전체 학생 642명 중 인터넷 중독 증상을 보인 학생은 9.5%(61명)으로 이들은 평균 9.72(±2.31)세에 인터넷 중독이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인터넷중독 청소년(59명)과 일반청소년(43명)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한 결과 인터넷 중독 청소년의 지능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점이다.
비록 지능지수 검사 표본이 적긴 하지만 가볍게 흘려 넘기기는 어려운 결과다.
이해력 항목을 보면 인터넷중독 청소년의 점수가 9.92로, 일반청소년의 11.65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졌다. 이해력은 일상생활 적응, 대인관계, 사회적 관습 등과 관계있는 항목으로 윤리, 도덕적 판단력, 현실 검증력과 관계가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런 현상은 인터넷 중독 여중생에서 더욱 뚜렷했다.
인터넷 중독 여중생의 이해력 점수는 10.5로 일반 여중생의 13과 큰 차이를 보였으며, 어휘력 항목도 인터넷 중독 여중생이 13으로 일반여중생의 14.5보다 낮았다.
어휘력은 학습과 직접 관련된 항목으로, 어휘력 점수가 낮다면 적절한 학습 기회와 시간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인터넷 중독은 수리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중독 기간이 길수록 수리력이 떨어지고, 인터넷에 중독된 나이가 어릴수록 '숫자 암기력'이 부진했다.
수리력의 경우 지속적인 주의력, 작업기억력 등과 관계되며 숫자암기는 청각주의력, 단기기억력과 연관돼 있다. 어린나이의 인터넷 중독이 주의력 결함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김대진 교수는 "만 4~10세의 환경과 학습은 인지기능 발달에 매우 중요한 시기이며, 이때 인터넷에 중독돼 적절한 학습 기회를 가지지 못하면 인지기능이 미숙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아이가 인터넷 중독 증상을 보인다면 하루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대진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미 의학전문지 '정신의학연구(Psychiatry Research)' 12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