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 모바일 액션 RPG '디아블로 이모탈', 만렙 이후에도 재미있을까

등록일 2020년12월29일 11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블리자드가 모바일 액션 RPG '디아블로 이모탈'의 알파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앞선 체험기를 통해 모바일 플랫폼에 맞춰 '핵앤슬래시' 장르의 시스템을 담아낸 점에 대해 호평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디아블로' 시리즈를 사랑하는 팬들이라면 잘 아는 것처럼 '디아블로'는 '만렙'을 달성한 이후부터 진짜로 시작되는 게임이다.

 

게임을 실행하고 첫 캐릭터의 최대 레벨(알파 테스트 기준 45)을 달성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12시간 정도였다. 원체 스피드런에는 소질이 없기도 하고, 게임 내부적으로도 시선을 빼앗는 요소들이 많기에 숙련된 게이머라면 조금 더 빠르게 최대 레벨을 달성할 수도 있겠다. 

 

최대 레벨을 달성한 이후부터는 '정복자' 레벨을 높이게 되며 전설 등급의 아이템을 파밍하고 스펙을 올리는 데에 집중하게 된다. 재미가 있냐는 질문에는 "그렇다"이지만, 수면제를 탈피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소감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새로운 '정복자'

 



 

'디아블로3'에서 최대 레벨 이후의 주된 성장 요소였던 '정복자' 시스템은 '디아블로 이모탈'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최대 레벨을 달성한 뒤에는 장비 강화를 제외하면 성장이 정체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되었지만, 시스템 자체가 단순했던 탓에 인플레이션을 부추긴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에 '디아블로 이모탈'에서는 조금 다른 형태의 '정복자'를 만나볼 수 있다. 최대 레벨에 더해 '정복자' 레벨을 높여야 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그에 따른 육성이 좀더 다양해진 것. '디아블로 이모탈'에서는 마치 스킬 트리처럼 '정복자(Vanquisher)', '생존자(Survivor)', '보물사냥꾼(Treasure Hunter)', '검투사(Gladiator)' 등의 상위 항목이 구분되어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각 항목들은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특화된 능력치를 제공한다. 초기 단계에서는 단순한 공격력 증가, 방어력 증가 등의 보너스를 제공하지만, 각 항목의 최종 단계까지 도달하면 조건부 무적이나 확정 치명타 등 게임 내에서 쏠쏠하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들을 획득할 수 있다. 단순히 수치 경쟁에 몰두했던 지난 작품의 '정복자' 시스템보다 한단계 발전한 셈.

 

정복자 레벨은 전 캐릭터가 공유하지만, 정복자 시스템으로 얻을 수 있는 보너스 중에는 각 캐릭터에 특화된 것들도 있다. 아직 다른 캐릭터까지 최대 레벨을 달성하지는 못했기에 보너스 포인트까지 모든 캐릭터가 공유하는지는 미지수. 알파 테스트 버전에서는 우선 네 가지 항목이 개설되어 있으며, 최종적으로 '검투사' 특성까지 투자하기 위해서는 정복자 레벨을 101까지 달성해야 한다. 비어있는 한 자리는 어떤 항목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된 내용이 없다.

 

휴대용 수면제? 필드는 아니고 던전은 그렇다

 



 

스토리를 전부 클리어하면 난이도를 높여 다시 스토리를 클리어하는 것이 기존 '디아블로' 시리즈의 흐름이었지만, '디아블로 이모탈'은 액트 구분을 없애고 MMO 요소를 더했기에 기존과 같은 진행 방식을 고수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최대 레벨을 달성하고 난이도를 높여도 다시 스토리를 시작하는 대신, 필드에 등장하는 적들의 레벨이 상승하고 조금 더 많은 시련들이 플레이어를 기다리게 된다.

 

최대 레벨을 달성한 이후부터 진짜 게임이 시작되는 '디아블로' 답게 보통 난이도와 지옥 난이도는 꽤나 다른 게임이다. 보통 난이도에서는 등장하는 적들의 수도 적고 이들이 사용하는 스킬 역시 그다지 까다롭지 않았지만 지옥 난이도부터는 방심하다가는 금세 사망할 수도 있다. 어느정도 성장한 이후에는 지옥2 난이도에도 도전할 수 있으며, 필드의 난이도는 언제라도 바꿀 수 있기에 부담없이 원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앞선 초반부 체험기에서 장비 획득 확률을 지적한 바 있는데,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장비의 획득 확률 역시 눈에 띄게 상승한다. 보통 난이도를 클리어하면서 전설 등급 장비를 획득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지옥 난이도부터는 본격적으로 전설 등급 장비를 수집하고 빌드를 만들어나가는 재미가 있다. 게임을 진행할수록 인벤토리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향후 BM을 통해 이 문제를 풀어나갈 것인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디아블로3'에서 시작된 '수면제'라는 악명은 어느정도 해결된 느낌이다. 게임의 시스템부터 반복 플레이를 지향하지만 난이도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변화가 없어 게임을 즐기다가 나도 모르게 잠들어버린다는 '디아블로3' 초창기 시절에서 비롯된 별칭인데, '디아블로 이모탈'에서는 넓은 필드를 활용해 플레이어가 끊임없이 새로운 상황을 마주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필드에서 발생하는 인스턴트 이벤트나 숨겨진 던전, 반복 퀘스트 등이 가득해 같은 지역을 방문해도 매번 다른 양상의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초반부 플레이에서는 제대로 짚고 넘어가지 못했는데, '디아블로 이모탈'의 필드 이벤트는 상당히 다양하다. 공동묘지에서는 매 시간마다 유령 마차가 등장해 이를 따라가면서 언데드를 격파할 수 있으며, 도서관에서는 숨겨진 서적들을 찾고 보상을 획득할 수도 있다. 특히 MMO 요소를 더한 만큼, 다른 플레이어들과 협력하는 요소들도 다수 추가되었다. 필드 상에서는 무작위로 보물 상자가 등장하는데, 4명의 플레이어가 모여야만 상자를 열 수 있다. 보상이 야박하지만 채팅으로 위치를 공유하고 다른 플레이어들과 상자를 여는 경험은 기존의 '디아블로'에서는 만나보기 힘든 재미다.

 

문제는 던전이다. 각 퀘스트의 보스 역할을 담당하는 적들은 던전에 입장한 뒤 만나볼 수 있는데, 온갖 이벤트와 퀘스트들이 기다리는 필드와 비교하면 '디아블로3' 시절의 지루한 반복 플레이를 강요한다. 첫 플레이 시의 경험을 위해 넣어둔 연출이나 복잡한 이동 동선은 반복 플레이에서는 방해가 될 뿐. 정신없이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던 필드와 달리 던전에서는 과거 '수면제' 시절의 악몽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알파 테스트 이후에는 던전의 연출을 생략하거나 이동 동선을 줄이는 등의 방법들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다.

 

알파이자 오메가인 균열, 그리고 엔드 콘텐츠 이후의 육성 요소

 



 

전작에서 하드코어 유저들의 마지막 행선지였던 균열은 '디아블로 이모탈'에서도 중요한 콘텐츠다. 일일 퀘스트 느낌으로 대량의 경험치와 보상을 획득할 수 있는 '현상수배'를 제외하면 단시간 내에 보상을 당겨 받을 수 있다. 하나의 균열을 클리어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전작들보다 상당히 짧은 편이기에 최대 레벨 달성 이전부터 '정복자' 레벨을 쌓아나갈 때까지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플레이하게 된다.

 


 

게임의 핵심 BM도 '균열'을 조명하고 있다. '고대의 균열'에 입장할 때에는 '인장'을 소모해 보너스 보상을 획득할 수 있다. 인장은 게임 내에서 얻기가 어려운 편이며, 획득처는 대부분 과금이다. 최대 세 개까지 사용할 수 있는데, 파티 플레이로 균열에 입장할 경우에는 다른 플레이어들이 인장을 사용해 보상을 공유할 수 있어 나름대로의 '품앗이'를 장려하는 모양새. 다만 균열 하나를 클리어하는 시간이 꽤나 짧은 편이고 다른 플레이어들을 즉석에서 모집하는 것이 어려운 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마도 정식 출시 이후에도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싱글 플레이를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콘텐츠 달성을 통해 진척도 보상을 획득할 수 있는 '배틀패스' 정도가 알파 테스트 버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주요 BM이었다.

 



 

엔드 콘텐츠 이후에는 '정복자' 이외에도 다양한 강화 요소들을 통해 캐릭터를 육성하게 된다. 전 부위의 장비 이외에도 최대 레벨을 달성한 이후에는 '부적'이라는 새로운 아이템이 추가된다. 캐릭터의 스킬 레벨을 추가로 올릴 수 있는 아주 귀한 아이템이지만, 플레이어의 캐릭터 이외에도 다른 직업의 부적들도 함께 획득할 수 있다. 중복으로 얻은 부적은 강화에 투자하고, 필요 없는 부적은 경매장을 통해 판매하게 된다. 경매장은 게임 내 재화로만 거래할 수 있으며, 게임 내 시세로 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이 블리자드의 계획이다.

 


 

장비의 강화는 철저하게 T2W(Time to Win) 구조다. 확률의 개입 없이, 정해진 재료만 투입하면 강화가 완료된다. 장비 강화에 필요한 재료들은 일반부터 전설 등급의 장비를 분해해 획득할 수 있어 균열이나 필드에서 높은 등급의 아이템이 나오지 않더라도 플레이어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 여기에 강화 등급을 다른 장비로 옮기는 데에도 아무런 패널티가 없어 게임에 투자한 시간만큼의 확실한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만족스럽다. 여기에 무언가를 강화해야하는데 재료는 해당 카테고리의 장비를 분해해 얻을 수 있는 깔끔한 게임 구조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블리자드의 새로운 모험 '디아블로 이모탈', 정식 출시는 언제일까

 


 

블리자드의 입장에서도 '디아블로 이모탈'은 중요한 과제다. '2018 블리즈컨' 당시의 뼈아픈 실수를 만회할 기회이기도 하며, 멀티 플랫폼이었던 '하스스톤'과 달리 온전히 스탠드 얼론으로 출시되는 첫 모바일 게임이기도 하다. 자사 IP를 통해 모바일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방법을 고민 중인 블리자드에게 있어 '디아블로 이모탈'은 출시 초반을 넘어 장기간 흥행해야만 하는 게임인 셈.

 

알파 테스트를 통해 부분적으로나마 확인해 본 결과, '디아블로 이모탈'은 이제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생각이다. MMO 요소와의 결합 역시 기대보다 훨씬 만족스러우며 장비를 획득하고 강화하며 끊임없이 성장해나가는 게임의 구조도 여전히 흥미롭다. 자동 사냥은 없지만 이에 맞춰 성장 속도가 빠른 편이기에 부담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자동 사냥으로 점철된 기존의 RPG에 불만들을 느꼈다면 '디아블로 이모탈'이 좋은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록도 전부 사라지는 알파 테스트 버전이지만 기자는 아직도 계속해서 게임을 즐기고 있다. 테스트가 종료되기 전까지도 물론 계속 '디아블로 이모탈'의 세계를 탐험할 예정. 리뷰를 쓰고도 그 게임을 계속한다는 것은 분명 재미있는 게임이라는 증거다. 곧 다가올 2월 블리즈컨에서 무언가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도 같다. 돌아온 악마 사냥의 재미를 보다 많은 게이머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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