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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PG 스타일 신작 '허풍쟁이 산의 마리사' 준비중인 도쿠오카 디렉터 "아날로그 게임과 음악, 그리고 동방 조합한 게임"

2025년09월08일 09시50분
게임포커스 이혁진 기자 (baeyo@gamefocus.co.kr)


 

'동방 프로젝트' 세계관 기반의 2차 창작 게임들이 한국어화 출시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또 하나의 '동방 게임'이 한국어화 발매된다.

 

클라우디드 레오파드 엔터테인먼트는 동방 2차 창작 게임들을 다수 선보인 Unknown X의 신작 '허풍쟁이 산의 마리사'를 한국어화 출시할 계획이다. 게이머들은 이 작품에서 동방 세계관 유명 캐릭터 레이무가 마리사를 찾는 여정을 함께하게 되며, 그 과정에서 홍마관 캐릭터들의 도움을 받게 된다.

 

한발 먼저 체험해 본 '허풍쟁이 산의 마리사'는 '동방'이나 Unknown X 하면 떠오르는 탄막 슈팅 장르가 아닌, 테이블 토크 RPG 감각을 디지털로 옮긴 게임이었다. 게이머는 계속해서 주어지는 선택지를 고르고 주사위를 굴리며 레이무의 여정을 함께하게 된다.

 


 

이 게임 개발을 지휘한 디렉터는 도쿠오카 마사토시(徳岡正肇)로, 일본 게임업계에서 25년 동안 게임을 취재한 저널리스트이자 저술가이다. 게임 저널리스트답게 40년 동안 아날로그 게임을 즐겨온 게이머이기도 하다.

 

출시 전 도쿠오카 디렉터를 만나 게임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동방과 아날로그 게임, 그리고 음악을 조합하는 작업, 쉽지는 않았어
먼저 한국 게이머들을 위해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도쿠오카 디렉터: 25년 동안 게임 저널리스트로 일했고, 한국에서 열리는 지스타를 취재차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원래는 기자님과 같은 위치에 있는 인간인데 반대 위치에 서서 매우 긴장하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주인공으로 '키리사메 마리사'를 선택하고, '허풍쟁이 산'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디렉터로서 이번 작품의 시나리오를 통해 표현하고자 한 '마리사'의 모습과 이야기의 핵심 테마는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도쿠오카 디렉터: Unknown X에서 '동방'으로 RPG를 만들자고 했을 때 아날로그 테이스트를 살리고 게임과 음악을 조화시키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됐습니다. '동방'과 음악이 매우 잘 조합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데, 저는 아날로그 게임과 음악도 매우 좋은 조합이 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동방과 아날로그 게임, 음악이라는 세 요소를 잘 조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이번 작품의 콘셉트 상의 도전이었습니다.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었죠.

 

그래서 주인공은 가급적 많은 분들이 잘 아는 캐릭터, 마리사와 레이무 같은 캐릭터 중에서 골라야 했습니다. 물론 개발팀에 마리사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는 것도 인정하지만 말이죠.

 

'허풍쟁이산'이라는 이름에 대해서도 논의를 많이 했는데, 전제가 된 것이 '게임을 전부 즐겼을 때 '허풍쟁이 남작의 모험'을 읽었을 때 같은 경험을 하게 되길 바란다'는 것이었습니다.

 

스토리의 테마에 대해서는 조금 비겁한 답을 하려고 합니다. 역시 요즘 게임의 스토리는 디자이너가 만든 스토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스토리를 자기 안에서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게임을 즐긴 분들이 직접 체험한 이야기만이 이 게임의 진짜 테마라 생각합니다.

 

다만 이야기의 테이스트라는 점에서는 물론 저도 일종의 주관을 갖고 디렉션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우리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고교 1학년 정도까지 힘겹게, 발돋움해서 읽었던 고전, 판타지, SF같은 테이스트를 참고해 만들었죠.

 

셰익스피어, 필립 K. 딕, 잭 피니, 레이 브래드버리, 앤 맥카프리, 마이클 무어콕, 머빈 피크,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데이빗 린지 등등 훌륭한 작가들의 작품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혹시 체험판을 실제 플레이하셨다면, 어쩌면 도서관에 갔을 때 '도서관이 왜 6각형이 아니지'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텐데 그런 분들은 아마 보르헤스를 읽은 분일 것입니다. 게임의 프로토타입에서는 육각형이었습니다.

 

그런 작품들은 역시 아이들에게는 어려우니까요. 저도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었다기보다 도달했다는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그런 젊은 시절의 제 감각, '도달했을 때 보인 그 풍경'을 이번 작품에서 잘 그려내고 싶었다는 것이 제 디렉션의 테이스트입니다. 그래서 이번 작품의 스토리 테마를 외부에서 규정한 용어로 말하자면 주브나일, 영어덜트 문학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진행하며 다양한 스테이지에서 마리사를 보스로 만나게 되는데, 각 마리사는 사춘기의 고민, 소망 같은 것들을 구현화한 존재로 등장합니다. 사춘기가 한참 전에 지난 분들도 그때를 떠올리며 즐겨주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목이나 게임 플레이에서 '불꽃산의 마법사'(火吹山の魔法使い)가 떠오릅니다만, 이 장르를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도쿠오카 디렉터: 장르 선택 첫번째 이유는 2021년 10월 경 있었던 트위치 유출로 인해 D&D 관련 채널의 수익이 좋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그리고 프로듀서를 포함한 스탭 전원이 PC 버전 '불꽃산의 마법사'를 플레이하고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한 것이 스타트 라인이 된 것 같습니다.

 

저도 아날로그, 게임북을 많이 즐겼고 재미있는 장르다고 생각합니다만, PC게임으로 하면 기억하고 있는 그 재미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경험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게임북의 재미를 더 추구하고 싶다는 것이 이번 게임 개발의 발단이 됐습니다.

 

여담입니다만, 게임 저널리스트 경력이 긴 제가 디렉터로 선택된 것은 40년 이상 게임을 즐겨왔고 게임 현장에 30년 이상 있으면서 다양한 PC게임도 저널리스트로 취재해 아날로그와 PC 양쪽을 모두 잘 알아서 선택되었다는 면이 있습니다.

 

PC게임 개발에도 10년 정도 전부터 시나리오라이터로 참여해 왔고, 세가의 모바일게임 개발에도 메인 시나리오로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최근에도 내비게이션 어워드라는 시상식에서 오리지널 어드벤쳐 부문에서 상도 탔죠.

 

TRPG 시장성 믿고 개발 추진
도쿠오카 디렉터의 저서를 읽어보면 무작위성을 '심리적 시뮬레이션'의 도구로 여러 번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사위 게임은 '운이 나쁘면 지는' 불합리한 경험을 줄 수도 있습니다. 순수한 운의 요소를 어떻게 전략적 선택의 영역으로 가져왔고, 개발 과정에서 이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가장 고심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도쿠오카 디렉터: 먼저 제 서적 내용까지 찾아보신 부분에 대해 동업자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집단심리 면에서는 랜덤 설정, 경험이 가능하지만 개인의 경험은 무언가가 잘 안되면 책상을 두들기고 싶어지는 것이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는 랜덤 요소가 들어가는 위치를 신중하게 검토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플레이어가 먼저 판단을 하게 됩니다. 어떤 행위가 좋을지 문장을 보고 판단해야 하죠. 좋은 판단을 했다면 비교적 간단히 통과할 수 있는 랜덤이 기다립니다. 판단이 나빴다면 어려운 판정이 기다립니다.

 

만약 판정 결과가 나쁘더라도 그 결과가 HP 등 능력치로 보조됩니다. 이번 작품에서 HP는 운이 나빴을 때 결과를 흡수하는 장치로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그러므로 플레이어에게 다양한 전략이 가능합니다. '나는 운이 나빠, 그리니 보험을 많이 들 거야' 라는 것은 아주 유효한 전략이죠. 반대로 '나는 운이 좋고, 좋은 판단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면 판정 결과가 최대화되는 방향으로 성장시키는 것도 전략적 선택이 될 것입니다.

 

어떤 능력치를 상승시킬지도 전략에 활용해서 캐릭터에 반영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날로그 개발자 중에 플레이어에게 모든 주사위가 최악의 결과만 나온다는 전제로 테스트 플레이를 쭉 하는 분이 계신데 매우 존경하는 분입니다. 그분에게 혼날 것 같습니다만 '허풍쟁이 산의 마리사'에서는 최악의 주사위만 나와서는 클리어할 수가 없습니다.

 

TRPG 스타일과 게임북이 합쳐진 디자인이 인상적인데, 80년대 후반이 게임북, 90년대 전반이 TRPG로 시기는 다르지만 한국에서도 인기를 모은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 두가지를 게임에 도입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도쿠오카 디렉터: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앞선 질문에서 대답한 부분은 생략하고 시장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시장이라는 개념에서 보면 D&D 실황 집단이 트위치에서 가장 큰 수익을 얻는 집단이라는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거기에 '발더스 게이트3'처럼  D&D 룰을 따라가는 게임이 대히트했다는 실적도 있죠. 이런 부분을 고려하면 마케팅 면에서 TRPG나 게임북이 마이너 장르이지만 완전히 승부가 안 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조사결과를 하나 언급하자면, 게임북과 현대적 로그라이크 사이에는 연결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로그라이크가 인기이니 게임북의 로직도 받아들여지기 쉬울 것이라는 가정도 가능했습니다. 제가 대학에서 PC게임의 역사를 강의하고 있는데 이 연결점에 대해서 강의하자면 90분은 필요하니 여기에서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웃음)

 


 

Unknown X의 전작 '동방 탄막카구라'는 리듬 탄막 액션이었는데, 이번에는 확률과 선택 중심의 RPG가 됐습니다. 전작에서는 기계적 정밀성, 반응 속도, 실행력이 필요했는데 이번에는 주사위 운에 맡겨야 하고 리스크 관리, 의사결정이 요구됩니다. 이렇게 완전히 스타일이 바뀌어서 개발하며 어려웠던 점, 크리에이터로 직면한 딜레마는 무엇이었는지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도쿠오카 디렉터: 이번 작품 제작이 매우 힘들었을 것이라는 예상은 가능하실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먼저 제작팀 모두가 아날로그 게임을 좋아하지만 그 부분이 역효과를 가져왔습니다. GDC 등 기술 컨퍼런스에도 나가 이야기를 듣고 개발자 교육의 장에서도 논의가 되는 부분입니다만, 아날로그 게임과 디지털 게임 사이에 존재하는 가장 큰 갭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였던 것이죠.

 

실제 GDC에서 매우 재미있는 아날로그 게임만 모아도 그 중 제대로 재미있는 PC게임이 되는 것은 25% 정도 뿐이라는 발표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 갭을 저희 나름대로 명확하게 하고 언어화해서 게임 사양을 수정해가는 작업은 겸손하게 말해도 엄청나게 어려웠다고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고전 게임들 레벨 디자인 참고, RD 사운즈 협력에 도움 많이 받아
동방 프로젝트 하면 BGM과 아트를 빼놓을 수 없는데, BGM 어레인지는 어떻게 했는지, 그리고 아트 면에서 동방다운 요소를 담으려는 노력은 어떻게 했는지 궁금합니다
도쿠오카 디렉터: 일본의 동방 2차 창작계에서 지명도가 높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아서 아트 면에서는 안심하고 '이것은 동방입니다' 할 정도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은 이번 작품에서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 포인트입니다. 음악 면에서는 원래 동방 어레인지 악곡을 많이 내고 음악과 이야기를 잘 아우르는 RD 사운즈의 도움을 받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RD 사운즈는 게임 프로토타입조차 없던 시기부터 개발 회의에 참가해서 이야기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갈지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각 스테이지 음악은 동방 어레인지 곡이 되었는데, RD 사운즈와 회의하며 어떤 음악이 되어야 하는지를 정해 나갔고요.

 

참고로 DLC로 RD 사운즈가 지금까지 만든 악곡 중 각 스테이지 필드곡, 보스곡은 '이거다'라고 RD 믹스로 고른 곡이 적용되는 것이 있는데, 실제 적용해 보면 게임 분위기가 확 바뀐 것을 느끼실 것입니다.

 

'동방 프로젝트'의 경우 제시된 가이드라인만 준수하면 상업적 이용을 공인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 작품과 Unknown X 명의로 나온 '동방 탄막 카구라'도 있고, AQUA STYLE와 Frontier Aja 같은 서클도 유명합니다. 그런데 이런 작품을 만들 때 원작자 ZUN씨와 어떤 검수 과정을 거치는지, 혹은 평소 교류하며 지내는지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도쿠오카 디렉터: 구체적인 과정은 덮어둬여겠습니다만, ZUN씨의 체크는 당연히 들어갑니다. 교류라고 하면 크리에이터마다 다르겠네요. 저희는 인디 라이브 엑스포에 같이 참여해 만나기도 했고, 자주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탄막 마츠리' 백스테이지에서도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자세한 말씀은 드릴 수 없지만, ZUN씨 컵에 든 것은 물이라는 점만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웃음)

 


 

2024년 말에 플레이 가능한 체험판 배포 후 정식 발매까지 반 년 이상 지났습니다. 단순히 후반 챕터의 작업이나 포스트 프로덕션을 위한 시간이었는지, 아니면 체험판에서 받은 피드백을 반영, 개선하는 시간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도쿠오카 디렉터: 둘 다라고 해야겠네요. 체험판에 보내주신 피드백에 감사드리고, 미지수이던 부분을 알게 되어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게임 마스터의 음성으로 실제 아나운서인 마츠자와 네키씨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현직 아나운서가 게임 음성을 녹음하는 것은 한국에서는 드문 경우인데, 왜 그녀를 섭외하기로 했는지, 그리고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도쿠오카 디렉터: '현역 아나운서를 기용했다'라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녀는 매우 진지한 게이머인데, 진지한 게이머가 직업으로 아나운서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츠자와씨는 굉장히 딥한 '여신전생' 시리즈 팬입니다. 개발팀에도 '여신전생' 팬이 있어 마츠자와씨와 대화를 나눴는데, 마츠자와씨의 '덕의 깊이'에 질려할 정도였습니다.

 

수록 기간 중 '여신전생' 신작이 나왔는데 마츠자와씨가 유튜브 플레이 방송을 새벽 3~4시까지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너무 늦게까지 방송을 해서 수록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걱정했는데 문제없이 수록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거 위험한 것 아닌가' 하고 걱정하며 지켜본 기억이 남아있네요.

 

한가지, 가장 곤란했던 것은 스탭롤의 표기 부분이었습니다. '마츠자와 네키'라는 이름을 알파벳으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고민했는데, 결론은 스탭롤에서 직접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장르 특성 상 GM에게 질문하는 느낌의 게임입니다. 레벨 디자인으로 꽤 머리가 아팠을 것 같은데, 어떤 식으로 만들어갈지를 모색하며 개발한 과정에서 고생한 부분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도쿠오카 디렉터: 말씀하신 대로 아주 고생했습니다. 하나하나 더듬어가며 감으로 했다고 해야겠네요. 물론 '이게 최선이었는가'라고 하면 더 좋아질 수 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가장 참고한 것은 초대 '젤다의 전설'이나 '슈퍼마리오'와 같은 클래식 액션게임들로, 다시 플레이하며 레벨 디자인의 기본을 다시 공부했습니다.

 

그런 작품들의 레벨 디자인은 논문도 여러편 있어서 참고가 됐죠. 고생한 것은 역시 아날로그게임과 디지털게임의 갭 부분인데, 이 부분은 아무리 연구해도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아 가장 고생했습니다.

 

레이무와 마리사는 빠르게 결정, 홍마관 4인방은 토론 끝에 출연 결정
동방 프로젝트의 방대한 세계관과 캐릭터를 게임에 담으면서 원작 팬과 게임 유저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고심한 부분, 차별화를 위한 시도는 어떤 것이 있었나요
도쿠오카 디렉터: '동방' 세계는 너무 방대해 한번에 다 넣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처음부터 전제로 둔 부분이었습니다. '동방'을 몰라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캐릭터, 유튜브에서 지나가다 왠지 본 적이 있는 레이무와 마리사 같은 친숙한 캐릭터이면서 동시에 '동방'의 성격을 잘 살릴 캐릭터를 담는 방식으로 나아갔습니다.

 

둘에 더해 이번 작품에는 홍마관 4인방이 들어가는데, 이 홍마관 멤버를 선택하기까지는 엄청 토론도 하고 RD 사운즈에서 '이 캐릭터가 좋지 않을까' 하는 긴 리스트의 제안을 받기도 했습니다.

 


 

'동방' 팬이라면 홍마관 멤버들의 역할이 궁금할 것 같습니다. 특히 작은 아가씨가 함께 있는 장면이 인상적인데, 운명, 마법, 시간은 이해가 되는데 히키코모리 파괴 아가씨가 나온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도쿠오카 디렉터: 파츄리가 '허풍쟁이 산의 마리사'라는 책을 찾아와서 이야기에 개입한다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홍마관 멤버들의 역할은 게임 플레이어가 됩니다. 프란은 TRPG 경험자라면 누구나 만나봤을 듯한, 매우 파괴적인 결정을 천진난만하게 해버리는 그런 플레이어인 것이죠. 쉽게 말해 진행 중 던전이 있다면 마스터에게 '근처에 강 있나요?' 라고 물어보는 그런 캐릭터입니다.

 

멀티 엔딩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는데, '또 다른 모험'이란 새로운 스토리나 DLC를 말하는 것인가요. 정식 출시 이후 추가적인 콘텐츠 업데이트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도쿠오카 디렉터: 또 하나의 모험은 단적으로 말하자면 2회차가 되겠네요. 숨김없이 말해드리자면 총 3회 즐길 수 있는 구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강해져서 뉴게임'에서 새로운 경험이 가능하게 되어 있습니다.

 

2회차에서는 플레이어가 바뀝니다. 그리고 작중 매우 강한 적이 있는데 3회차 정도 해서 캐릭터가 강해져야 상대하기 좋겠다 싶은 밸런스가 되어 있습니다. 추가 콘텐츠는 현재로서는 아무 것도 말씀드릴 수 없는 상태입니다.

 

Unknown X에서는 '동방' 2차 창작 게임을 쭉 만들어 오고 있는데 한국에도 최근 ZUN씨가 방한하는 등 팬들의 열기가 뜨거워지는 것 같습니다. '동방' 시리즈의 매력은 어떤 점이라고 생각하는지, 또 앞으로도 '동방' 2차 장작 게임을 계속 만들어갈 생각인가요
도쿠오카 디렉터: 게임으로 보자면 '이것은 못 깨'라고 체념하다가도, 문득 '아니, 이렇게 하면 깨질지도 몰라'라며 재도전하게 만들고, 게이머의 도전 욕구를 절묘하게 자극하는 것을 보면 잘 디자인된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또 플레이어가 스스로 '이것은 이렇게 접근하면 될 것 같은데'라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고 싶게 만드는 순환 구조가 세심하게 구축되어 있는 점에서 위대함을 느낍니다.

 

물론 캐릭터들 역시 대단히 매력적입니다. 한정된 대사와 일러스트만으로 이처럼 인상 깊은 캐릭터와 그 관계성을 묘사해 낸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을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게임 제작에 반드시 많은 텍스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아직 미숙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향후 제가 Unknown X로서 '동방' 공식 2차 창작 게임을 제작할 것인지는 현재로서는 확답드리기 어렵습니다만, 기회가 된다면 완전한 제 개인 제작 작품을 통해 꼭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이번 작품을 만들면서 특별이 영향을 받은 타이틀이 있을까요
도쿠오카 디렉터: 역시 PC 버전 '불꽃산의 마법사' 아닐까  싶습니다. 여담입니다만, 레벨 디자인 등의 문제로 막다른 길에 부딪히면, 종종 '슬레이 더 스파이어'의 A20으로 도망치곤 했습니다. 따라서 이 명작들의 영향도 분명히 있었을 것입니다.

 

인디게임 열기 뜨거운 한국 게이머들 반응 기대돼
TRPG의 묘미는 여럿이 함께 즐긴다는 데에 있지 않나 합니다. 싱글플레이 게임인 '허풍쟁이 산의 마리사'로 그 맛을 어떻게 살리려 했나요
도쿠오카 디렉터: 저는 예나 지금이나 TRPG의 묘미가 단순히 룰이나 시나리오의 재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물론 그런 요소들도 중요하지만), '마음 맞는 동료들과 함께 떠들며 즐기는' 것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TRPG를 실제로 플레이하는 시간보다도 게임이 끝난 후, 간식과 음료를 한손에 든 채 오늘의 플레이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더욱 기억에 남는 경험일지도 모릅니다.

 

본작은 이러한 'TRPG의 총체적인 경험'이 지닌 재미를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각 장 사이사이에 홍마관에서의 감상회 장면을 배치한 것도 바로 그런 의도입니다. '동료들과 함께 게임을 플레이하고 (가상이지만), 그 동료들이 게임에 대한 감상을 나누는 모습'을 통해, TRPG 특유의 '함께 즐기는 재미'를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니 본작을 플레이하실 때는 반드시 피자와 탄산음료를 가져다 두세요. 그래야 TRPG를 제대로 즐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만의 독특한 게임 메커니즘이나 시스템이 있다면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특히 '마리사'라는 캐릭터의 특징이 게임 플레이에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도쿠오카 디렉터: 가장 독특한 점은 '이 게임을 플레이중인 홍마관 멤버들이 게임 진행 중 실시간으로 코멘트를 한다'는 점일 것입니다.

 

기존에도 '익명의 시청자들이 게임 진행에 댓글을 다는 형태'의 게임들은 존재했지만, '구체적인 외모와 이름, 그리고 고유한 개성을 지닌 여러 캐릭터가 각자의 관점에서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마리사를 잘 아는 사람들이 마리사를 구출하는 모험 과정을 지켜보며 코멘트하는 구조'를 채택함으로써, '마리사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는 플레이어들도 자연스럽게 마리사의 인물상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번에는 장르를 테이블탑 스타일 RPG로 정했는데, 매번 게임의 장르, 주역 캐릭터는 어떻게 결정하는지 궁금합니다
도쿠오카 디렉터: 프로듀서급 회의(가끔 디렉터도 참석)를 거듭하면서 결정하는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마케팅이 주도하는 것은 아니며, '현재 우리가 세상에 내놓아야 할(그럴 의미가 있는) 작품이 무엇인가'라는 관점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게이머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도쿠오카 디렉터: 생각해 보면 저도 자주 한 질문인데 예상을 못했네요. 이 게임은 매우 기묘한 경험이 가능한 게임입니다.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것까지도 즐거운 부분입니다. 언젠가 알 수 있을지도 모르고, 끝까지 모를 수도 있지만 인생은 그런 것이고, 모든 것을 알게 되는 게임보다 뭔가 모르는 부분이 남는 체험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거 뭔데?' 싶은 느낌이 남을 수도 있지만, 그것까지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말은 언제나 'there is always another way', 다른 길이 있다는 말입니다. '이것은 이렇지 않으면 안 된다'보다는 '그런 것도 가능하군요'라는 스탠스로 게임을 늘 상대해 왔습니다.

 

업무 관계상 다양한 인디 게임을 접하고 있습니다만, 지금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인디게임이 제작되는 곳은 바로 한국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2015년 무렵부터 종종 폴란드의 게임 업계를 취재했는데, 당시에 느꼈던 열기를 지금의 한국 인디게임 업계에서 느낍니다.

 

그런 뛰어난 인디게임을 일상적으로 즐기시는 한국 게이머 여러분에게, 이 작품이 조금이라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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