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5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이 실태조사는 매해 게임 산업의 소비자, 즉 이용자의 게임 이용 현황과 게임에 대한 인식을 파악해 향후 게임 산업의 육성 및 발전,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가 된다.
그런데 올해 발표된 이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에는 충격적인 결과가 눈에 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 70%를 웃돌았던 전체 게임 이용률이 2022년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보이더니 2025년에는 50.2%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2022년 74.4%에서 24.2%나 감소한 수치다. 2024년의 조사 대상자 연령 범위인 10~64세 기준으로 봐도 52.7%로 크게 줄어들었다.
3년 연속 하락세라는 점, 그리고 지난 5년 간 -6.8%라는 연평균 성장률(CAGR)은 단순히 반등을 위한 조정 국면이 아님을 뜻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게임이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안전한 취미 생활로 조명 받으면서 게임 업계가 특수를 누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실상 엔데믹 상태인 현재, 코로나19 이전의 게임 이용률인 60%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실태조사에서는 이것이 일시적 조정이 아닌 중장기 구조 변화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게임을 둘러싼 생활환경의 변화로 인해, 이제 게임은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적인 여가라기 보다 시간을 들여 '각 잡고' 의도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는 여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조사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사람들이 왜 게임을 즐기지 않게 되었는가'다.
'시간 부족'이라는 응답이 말하지 않는 것
실태조사에 응답한 이들 중 44%가 게임 이용을 중단한 이유로 '즐길 시간 부족'을 들었다. 중복 응답으로는 '게임 흥미 감소, 게임 방송 시청으로 만족'이 36%, '대체 여가 발견'이 34.9%, '게임 이용 동기 부족(하는 방법 모름/하는 지인이 없음)' 33.1% 순이었다. '비용 부담'(16%)이나 '주변의 부정적 인식'(10.6%)은 그리 높지 않았다.
게임을 하지 않는 이유로 '시간 부족'을 들었다는 것은 얼핏 보기에 납득 가능한 답변이다. 실제로 나를 포함한 많은 현대인들은 일상을 살아가는데만 해도 시간이 부족하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게임을 대체한 여가 활동 1위가 OTT, TV,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영상의 시청(86.3%)이라는 점은, 게임이 영상 콘텐츠와의 경쟁에서 점차 밀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간이 없어서 게임은 못 하는데 영상은 본다. 이 간극은 단순히 '여가 시간이 부족하다'라는 답변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실태조사에 응한 응답자들이 말하는 '시간 부족'은, 사실상 물리적인 시간 그 자체가 아니라 '집중과 책임을 요구하는 활동에 할당할 수 있는 심리적 여유의 부족'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게임은 이용자에게 선택과 판단을 요구한다. 실패의 책임, 수많은 반복 학습과 그 끝에 승리에서 오는 기쁨도 당연히 이용자들의 몫이다. 하지만 영상 콘텐츠는 재생 버튼 하나로 소비가 가능하고 중단과 재개에 따른 부담도 거의 없다. 현대인의 여가 환경에서 게임은 점점 '각오하고 시작해야 하는 콘텐츠'가 되어가고 있다. 반면 영상은 '아무 생각 없이 접근 가능한 간편하고 쉬운 콘텐츠'로 분류된다.
여가 소비 방식의 자연스러운 전환, '각 잡고 시작해야 하는' 게임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이상 여가 시간에 성취를 요구하지 않는다. 익히고 반복하는 과정이 필요한 게임 대신 숏폼 콘텐츠로 '뇌빼기'를 한다. 게임이 제공하던 몰입과 성취, 긴장과 해소의 구조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현대인들이 그것을 감당할 에너지가 부족해진 것이다.
즉, 게임을 가볍게 여가 시간을 소비하기 위해 접하고 플레이 하는 라이트 이용자 층은 보다 간편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게임보다도 훨씬 더 빠르게 '도파민'을 채울 수 있는 영상 시청으로 옮겨갔다고 할 수 있다.
플랫폼 별 게임 이용 지표를 보면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진다. 캐주얼 이용자 층이 상당수인 모바일게임의 이용률은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코어 이용자 층이 다수인 PC & 콘솔 게임 이용률은 지난해 보다 오히려 상승했다. PC 게임 이용자의 하루 평균 PC 게임 이용 시간은 주중 117.9분, 주말 193.4분으로 주중 및 주말 이용 시간 모두 최근 5개년 내 가장 높은 이용 시간을 보이면서 지속 상승하고 있다. 콘솔 게임 이용률 또한 2024년 26.7%에서 2025년 28.6%(N=5024)로 소폭 증가했다.
즉 이는 전체 게임 이용률의 감소는 게임 자체가 외면받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점차 라이트 유저가 빠져나가고 코어 유저만 남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게임은 조금씩 대중 여가의 자리를 잃는 대신, '각 잡고 해야 하는 취미'로 그 방향성이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영상을 본다"는 선택지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지만 UI & UX 적인 한계가 뚜렷한 모바일 플랫폼이 주가 되고, 숏폼과 스트리밍을 위시로 한 영상 콘텐츠들이 대두됐다. 이에 그동안 게임 업계가 선택해 온 전략은 다양했다. 마치 '영상처럼' 켜놓을 수 잇는 자동 전투, 방치형 구조, 플레이 부담 완화, 클릭 몇 번으로 쉽게 마치는 '일일 퀘스트'와 숙제 콘텐츠들 까지.
다른 게임이나 콘텐츠를 즐기더라도 우리 게임을 완전히 놓지 말아 달라는, 가벼운 게임성을 지향하는 '서브 게임' 또는 '분재 게임' 전략은 이제는 너무나도 흔히 보이는 전략이 되었다. 부족한 시간을 쪼개서라도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적으로 배려하는 그런 방식 말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 게임을 '덜 게임답게' 만드는 방향이다. 더불어 이 전략은 근본적으로 모순적이다. 게임이 수동성과 학습을 강화하고 강요할수록 라이트 이용자는 "차라리 영상을 본다"는 선택을 하게 된다. 반대로 게임이 영상처럼 부담을 적게 주면서 영상과 경쟁하려는 순간 게임은 항상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영상은 이미 더할 나위 없이 게임보다 더 짧고, 더 편하고, 더 즉각적이기 때문이다.
모바일게임 이용률의 하락세가 시작된 것, 즉 라이트 이용자들의 이탈은 업계의 경쟁 및 생존 전략이 사실상 큰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함을 증명한다. '가볍게 즐기는 게임'조차 영상 소비에 밀렸다는 것은 문제가 자극의 강도가 아니라 콘텐츠의 성격 자체에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코어 이용자들에게 이러한 변화는 어떤가? 모바일 디바이스에서의 한계, 라이브 서비스 게임들이 늘 부딪히는 편의성과 게임성 사이의 모순은 코어 이용자들에게 있어 게임성 부족함을 느끼게 하는 원인이다. 모바일 플랫폼으로 출시되는 게임이지만 PC 클라이언트로 플레이 하는 이들, 모바일에서는 결제만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게임은 왜, 어떻게 선택되어야 하는가
다만 긍정적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다면, 전체 이용률이 크게 감소했지만 코어 이용자 층의 게임 이용 시간은 전년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 주말 이용 시간은 증가 추세다. 즉 게임은 여전히 일정 규모 이용자에게는 중요한 여가로 기능하고 있다.
OTT를 비롯한 영상들, 보고 있으면 시간이 사라져 버리는 숏폼 콘텐츠들이 콘텐츠 시장을 사실상 지배하는 환경에서 게임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지점은 분명하다. 게임이라는 콘텐츠가 가지는 성격과 강점을 명확히 이해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영상처럼'이 아니라 '영상은 불가능한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다.
이번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의 게임 이용률 50% 기록은 변화하기 시작한 환경을 알리는 경고이자 결과물이다. 이제 업계가 고민할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어떻게 이용자를 게임에 더 돈을 쓰게 하고, 더 오래 붙잡을 것인가"가 아닌, "그 적은 여가 시간에 게임은 왜, 어떻게 선택되어야 하는가"로 말이다.
이제는 남아있는 라이트 이용자, 그리고 남은 코어 이용자들을 어떻게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 이제 게임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의 삶과 여가 시간에 게임이 어떻게 들어가야 하는지를 재정의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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