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이후 삼국지천의 PD를 맡게 된 김기영입니다."
이 말은 어제(29일) 삼국지천 기자 간담회에서 한빛소프트의 김기영 대표가 한 말이다. 삼국지천의 부진을 만회하려고 나선 백의종군인가, 아니면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한 쇼맨십이었을까. 행사가 진행될수록 전자도 후자도 아닌 그저 한빛소프트의 현재 상황을 함축한 발언이었다.
숱한 의혹을 안고 공식석상에 나선 김기영 대표를 두고 누구는 '왕의 귀환'이라 했고, 누구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개발팀 교체 소문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는 밝혀지지 않은 채 김기영 대표의 PD 복귀만 전면에 내세웠다. 결국 진실은 덮고, 눈에 보이는 사실만 믿으라는 형식적인 간담회에 불과했다.
삼국지천의 수장 나성연 PD는 어디로?
나성연 PD의 거취를 두고 한빛소프트는 게임포커스에 "퇴사를 한 것이 아니며, 비서실로 보직이 변경된 것뿐이다."는 공식 입장을 전해왔다. 업계의 소문과 달리 현재도 한빛소프트의 직원이며, 정상적으로 퇴사도 하지 않은 상태인 셈이다.
다만 보직 변경 이후 출근하지 않아 한 직원의 무단결근으로 비춰지는 것뿐이다. 특히 나성연 PD 외에도 삼국지천 스타팅멤버(기획팀 7명)도 함께 사표를 제출한터라 의혹은 커지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일각에서는 성적 부진에 따른 경질이라는 의견과 멀리 내다보고 준비하려는 업계의 추세라는 의견으로 평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성적 부진에 따른 경질은 한빛소프트를 포함한 모든 게임회사에 적용된다. 다만 한빛소프트의 전례 때문에 배수진처럼 보이지 않을 뿐이다. 헬게이트런던-미소스가 그랬던 것처럼 개발팀 교체라는 초강수는 유독 한빛소프트만 진행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넥슨의 우당탕탕 대청소는 오픈 2주 만에 서비스 종료가 결정됐으며, 엔플루토의 G2는 한 달 만에 서버가 가동을 멈췄다. 비록 거대한 게임회사와 중견게임개발사라는 차이가 있지만, '가능성이 없으면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원칙은 변함없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유비무환 정신으로 대책을 마련했다면 상황은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나성연 PD는 삼국지천 이전에 로한 개발에 몸을 담았던 적이 있다. 즉 성공작과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MMORPG이었고, 다른 장르의 PD나 개발팀으로 보직을 변경했다면 불명예 퇴사만큼 치욕에 가까웠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빛소프트는 비서실로 보직을 변경했으며, 이를 받아들인 나성연 PD는 '회사에서 나가라'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다만 석연치 않은 이유와 껄끄럽지 않은 과정으로 나성연 PD와 한빛소프트의 진실공방만 부각될 뿐이다.
PD 교체 후 삼국지천의 미래는?
삼국지천 유저들은 현재 콘텐츠와 운영 미숙에 대해 지적한다. 경영진과 개발진의 의견 충돌보다 자신이 즐기고 있는 게임부터 정상화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오픈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20레벨 중반에는 퀘스트가 부족, 레벨 디자인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여기에 검기지천이라 불릴 정도로 패치에 따라 특정 직업이 죽고 사는 촌극은 일상다반사였고, 오토-핵 난무도 만만치 않았다. 결과적으로 보직 변경에 따른 설전은 그들만의 사정에 불과할 뿐, 정작 중요한 재미를 느낄 수 없는 콘텐츠는 나아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
현재 산재된 문제부터 해결해야 되는데 목표만 앞세운 것도 삼국지천의 암울한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에 합류한 배대범 기획팀장은 "삼국지천은 가장 삼국지다운 게임, 최고의 전쟁 게임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개발 중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삼국지에는 전쟁만 했으니 오로지 쟁(爭)으로 승부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리니지-리니지2의 공성전과 필드, 십이지천-십이지천2의 세력전, 아이온의 천족과 마족의 회랑전 등 MMORPG에는 다양한 쟁이 존재한다. 업계에서는 MMORPG의 쟁을 종합선물세트라 부를 정도로 각종 콘텐츠가 결합된 부산물이라고 평가한다. 그만큼 기본적인 콘텐츠(육성, 커뮤니티, 아이템)가 따라오지 못한다면 그저 사상누각에 불과할 뿐이다.
김기영 대표는 "3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기획하고 있는 많은 내용이 반영될 것이고, 50레벨 이후에는 전쟁의 재미를 본격적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조차도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로지 쟁만 앞세웠던 게임들은 초반에 반짝했을 뿐 오랫동안 쟁의 재미를 이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성연 PD 교체를 둘러싸고 내홍에 휩싸인 가운데 김기영 대표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왼쪽부터 이한국의별 프로그램 팀장, 장학준 그래픽 팀장, 김기영 대표 겸 PD, 배대범 기획팀장, 김성배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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