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위즈가 '지스타 2025' 현장에 '산나비: 귀신 씌인 날(이하 귀신 씌인 날 또는 외전)'을 출품하고 현장 관람객들과 만났다.
'귀신 씌인 날'은 원더포션이 개발한 조선 사이버펑크 플랫포머 액션 게임 '산나비' 본편의 일들이 벌어지기 전, '송 소령'이 한양 외곽의 로봇 폐기장의 미스터리한 사건을 파헤치는 과거 이야기를 다룬 외전이다.
이미 본편을 즐긴 이들이라면 껄렁한데다 능구렁이 같고 능청스러운 면모를 보이지만, 해야 할 때는 제대로 하는 '송 소령'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금마리'와 함께 상당한 인기를 자랑하는 캐릭터인 만큼 외전의 주인공으로 발탁된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다.
솜 소령... 아니, 송 소령이 '귀신 씌인 날'의 주인공이다
게임포커스가 '산나비'와 외전 '귀신 씌인 날'을 개발한 원더포션의 유승현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팬들의 과분한 사랑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강조하는 한편, '산나비'라는 IP에 대한 애정과 포부를 유감 없이 드러내며 눈을 빛냈다.
유승현 대표는 '산나비'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묻자 두 번째 기회를 준 소중한 게임이라고 답했다. 그가 말하는 두 번째 기회란, 인디 게임을 개발하는 이들에게는 쉽지 않은 차기작 또는 두 번째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의미한다.
많은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금전적인 문제나 나이 등의 현실적인 이유로 첫 작품을 완성하지 못하거나, 또는 완성 하더라도 두 번째 게임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측면에서 유승현 대표는 '산나비'가 많은 팬들에게 사랑을 받아 다음 게임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해준 고마운 타이틀이며, 이렇게 사랑을 보내주는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여러 게임 행사에 참여하고 마침내 '지스타 2025'를 통해서도 팬들과 만나게 됐다. 감회나 소감이 궁금하다
'산나비'는 2년 전인 2023년 11월 9일에 출시됐다. 그래서 게임을 한창 개발하던 당시의 감각을 그동안은 조금 잊고 지냈는데, 버그를 잡거나 재미 없는 부분을 개선하면서 외전을 개발하다 보니 예전 생각이 나서 감회가 새로웠다. 분량이 그리 길지 않은데도 많은 분들이 기대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기도 하고, 또 조금은 부담되기도 한다. 그래도 팬 분들이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도 시연 버전을 즐겨보니 더더욱 분량이 적다는 것이 아쉬웠다. "왜 이렇게 적어?"라는 나쁜 의미가 아니라 새로운 주인공, 새로운 메커니즘으로 본편 수준의 긴 분량을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나 또한 분량을 더 늘리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제약이 있었다. 당초 '산나비'는 메타프로그레션(Meta-progression, 세션 밖에서 지속되는 성장, 해금 구조)과 같은 성장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30분 정도의 분량을 생각하고 시작한 게임이다. 그래서 (본편에는) 가져다 붙일 만한 '슬롯'이 없었다. 시스템도 비어있는 것이 많았고 꽉 막혀 있다 보니 이대로 가면 그냥 지루한 게임이 될 것 같아 덜어낸 면이 있다.
부스 현장에는 가보셨을 것 같다. 현장의 반응이나 피드백도 혹시 들었나
나는 뒤에서 조용히, 그리고 유심히 지켜봤다. 내부 테스트시에는 조금 어렵다는 평도 있었는데 다들 너무 잘하셔서 놀랐다.(웃음) 출시한 지 2년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기다려 주시고, 또 부스에 찾아와 주시는 팬 분들에게 감사할 따름이었다. 사실 정말 감사한 마음밖에 없다. 부스가 조금 작다 보니 기다리다가 결국 시연을 못 하는 분도 많아서 죄송하기도 하다. 다행인 점이라면 2주 뒤에 출시라서 부스에서 못해보셨더라도 조금만 기다리면 직접 해보실 수 있다.
외전을 준비함에 있어 어떤 것에 주안점을 두었는지 궁금하다
우선 스트레치 골 보상으로 외전 두 종류를 준비하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처음에는 30분 정도의 분량과 보스 1종, 혹은 플레이는 거의 없고 컷씬 위주로 구성돼 지켜보는 형태의 외전을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게임이 출시되고 너무 많은 분들이 기대해 주시는걸 보니 이렇게 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초 생각보다 퀄리티와 분량을 키워서 만들게 됐다. 다만 그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 시행착오가 무엇이었나
'산나비' 본편에서의 이야기는 완결됐고 메커닉도 성장 시스템 없이 무언가를 더 하기는 많이 힘든 상황이었다. 특히 '산나비'가 매우 오래 전부터 만든 게임이다 보니 무언가를 더 추가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점들이 많았다. 그래서 개발 및 테스트와 폐기를 반복하다가, 이럴 바에는 캐릭터를 바꿔서 아예 새롭게 해보자는 결심을 했다. 팬 분들이 외전에서 기대하는 것이 단순히 '아는 맛'이 아니라 '다른 맛'을 기대할 거라고 생각했다. '송 소령'이라는 새로운 캐릭터와 새로운 시스템, 그리고 본편의 플레이 경험 사이의 중간 지점을 잡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직접 해보니 '송 소령'의 액션과 시스템이 상당히 흥미롭고 즐거웠다. 본편과의 차별화를 위해서는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궁금한데
본편의 주인공은 사실 조금만 익숙해지면 바닥을 걸어다니지 않고도 플레이 할 수 있다. 반대로 '송 소령'은 소위 '뚜벅이'다. 이동기가 없다 보니 아예 다른 베이스에서 시작하는 셈이다. 그래서 '차별화' 자체에 대한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다.
사실 차별화 보다는, 이 다른 두 캐릭터를 어떻게 비슷한 경험으로 조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더 컸다. 근접 전투 기반의 액션이지만 공중에서 플레이 하도록 하는 요소가 무엇이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고, 그 과정을 통해 2단 점프나 샷건 그리고 버스트 같은 액션이 추가됐다. 그래서 본편의 주인공처럼 매우 빠르게 이동하지는 못하더라도, 익숙해질수록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도 계속 플레이 할 수 있는 그런 방향으로 기획했다.
레퍼런스로 삼았던 사례를 소개하자면 '록맨'이 있다. '록맨'과 '제로' 두 캐릭터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싸우지만 '록맨'을 한다는 느낌은 그대로 남아있다. 단순히 같은 게임이어서가 아니라, 두 캐릭터의 전투 경험이 하나의 게임에서 구현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귀신 씌인 날'에서도 '록맨'처럼 하나의 게임, 다른 캐릭터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조금 사업적인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앞서 언급하신 스트레치 골과도 연결되는 지점인 듯 한데, 외전 2종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무료로 즐길 수 있도록 배포하기로 했다. 이런 결정의 이유가 무엇인가
우선 원더포션은 '산나비'라는 IP를 꾸준히 잘 이끌어나가고 싶은 욕심이 있다. '산나비' 본편을 통해 세계관과 캐릭터들을 보여드렸는데, 애정이 있다 보니 팬 분들의 사랑을 살려서 좋은 IP로 발전시켜 나가고 싶은 생각이다.
'산나비'는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생명력을 가지게 되는 게임이자 IP다. 그래서 본편과 '산나비 2' 사이를 이어주는 작품이나 본편의 프리퀄 등 이 세계관 자체를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별도의 내러티브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목적을 가진 외전이라면 유료로 판매하는 별도의 게임이 아니라, 팬 분들을 위한 서비스 또는 후속작을 위한 예고편 같은 느낌으로 포지셔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판매해도 될 법한 퀄리티인데도 그렇게 결정한 점에 대해 리스펙트를 해야 할 것 같다. 여담인데, 나도 본편을 하면서 눈물을 많이 흘렸다. 연출이나 내러티브의 전달력이 노련하다고 느꼈다
사실 노련하다기 보다 그냥 미련하게 계속 봤다.(웃음) 처음부터 준비를 다 한 것이 아니라 만들고 나서 별로인 것 같으면 고치는 것을 반복했다. 그렇게 개발에만 집중하다 보니 나중에는 유저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감이 오질 않았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이렇게 좋아해 주실 줄 몰랐고, 예상을 전혀 못했기 때문에 더 감사한 마음이다.
많은 팬들이 '산나비'를 좋아하는 큰 매력 포인트가 그런 내러티브다. 다만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본편 대비 분량이 굉장히 짧다. 스토리나 연출 측면에서 유저들에게 소구될 수 있도록 구성하려면 어려움이 있을 것도 같다
스토리라는 것은 적합한 전달 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산나비' 본편의 경우 약 8시간에서 10시간 분량으로 몰입감과 이야기를 쌓아 나가는 게임이다. 몰입감이라는 것은 등장 인물과 세계관에 집중하고 어떤 이야기가 전개되는지 확인하는데서 온다. 하지만 '귀신 씌인 날'은 플레이 타임이 그리 길지 않고 분량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본편 만큼의 몰입감을 끌어내기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귀신 씌인 날'에서는 본편처럼 깊이가 있는 이야기가 아닌, 뒷맛이 개운하고 깔끔하게 끝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본편을 해본 사람이라면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구나' 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귀신 씌인 날'에서는 분량이 조금 짧은 대신 연출에 공을 많이 들였다. 본편을 해본 분들이라면 "아, 이거!" 하고 알 수 있는 오마주 느낌의 장면들도 있다. 또 앞으로 '산나비 2'를 비롯해 세계관을 발전시켜 나갈 때 어떤 식으로 해 나갈 것이라는 '힌트'를 줄 수 있는 장면들 위주로 준비를 많이 해놓았다.
본편을 즐길 때 상황에 맞게 깔리는 음악들이 정말 좋았고 완성도도 높았는데, 이번 '귀신 씌인 날'에서는 방향성이나 제작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간단히 소개해 주신다면
게임의 음악들은 카자흐스탄에 살고 있는 작곡가님이 제작하고 있다. 그 작곡가님과 비주얼 배경, 스토리, 어떤 경험을 줘야 하는지 등을 토대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만들었다. 본편, 외전 모두 마찬가지다. 이번 외전의 배경이 로봇 폐기장이기 때문에 인더스트리얼한 EDM 위주로 준비했다.
현재 준비하고 있는 '낙원공방'과 '산나비 2'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해 주신다면. 그리고 향후 계획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말씀 부탁드린다
'낙원공방'은 '장도리를 든 천사의 유혈낭자 액션 누아르'를 주제로 한 게임이다. '산나비'와는 완전히 다른 IP, 다른 느낌의 게임이 될 것이다.
'산나비'를 개발하며 가장 아쉬웠던 점이 선형적 진행이었다. 물론 덕분에 강렬한 연출도 사용할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운 면도 있었다. 의도한 부분도 있지만 실력 부족으로 택했던 경우도 있기 때문이었다. 인터렉티브한 내러티브를 바랐지만 정말 개발하기가 어려웠다. 어설프게 할 바에는 선형적 진행에 집중하고 연출에 힘을 준 결과가 '산나비'였다. 그때 못했던, 아쉬웠던 것들을 '낙원공방'에서 많이 시도해 보려 한다. '낙원공방'은 핵심 스토리 라인이 있되, '산나비'처럼 하나의 스토리 라인을 쭉 따라가는 게임이 아니라 유저가 능동적으로 선택하고 바꿀 수 있는 게임으로 준비하고 있다.
'산나비 2'는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라 말하기 어렵지만, 우선 '금마리'를 주인공으로 풀어나가는 게임이 될 것이다. '산나비'의 핵심 키 포인트인 로프 액션, 스토리 중심, 조선 사이버펑크 등 세 가지 요소는 유지할 것이다. '산나비'가 인물의 내러티브 그 자체에 집중했다면, '산나비 2'에서는 조선 사이버펑크라는 세계관과 무속 신앙에 대한 사이버펑크적 해석을 테마로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다. 물론 아직 어떻게 될지 확답을 드리기는 어렵다.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천천히 내실을 쌓아 가며 준비하고 싶다.
'산나비'라는 IP, 타이틀이 대표님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나는 '산나비'를 개발하면서 '다음 게임을 만들 기회' 딱 하나를 가장 바랐다. 인디 게임을 개발하는 분들이 많지만 대부분은 다음 게임을 만들 기회를 얻지 못한다. 게임을 만드는 데 오래 걸려 나이가 차거나, 금전적 문제 등 현실적인 이유로 인디 게임 개발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걸 봐 오면서 '산나비'를 출시하고 나서도 차기작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컸다. 그래서 '산나비'가 팬 분들에게 사랑을 받고 성공해서 차기작을 준비할 수 있게 된 것에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산나비'는 나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준 고마운 타이틀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산나비'를 비롯해서 원더포션의 게임을 좋아하고 또 기다려 주시는 팬 분들에게 자유롭게 한 마디 하신다면
매번 같은 이야기를 하지만 우선 팬 분들에게 항상 감사하다는 생각 뿐이다. '산나비'는 하루 정도면 끝낼 수 있는 분량의 게임이고, 또 후속 업데이트도 없었다. 우리는 개발 속도가 빠른 편도 아니고, '산나비'는 출시된 지 2년이나 지난 게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사랑해 주시는 팬 분들께 너무 감사하다. 차기작과 외전을 준비하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응원해 주신 팬 분들을 보면서 많이 힘을 얻었다. 팬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낙원 공방'이나 외전, 그리고 '산나비 2'도 열심히 만들어서 더 재미있는 게임으로 보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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