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콤이 2004년 선보인, JRPG 역사에 남은 걸작 '하늘의 궤적' 리메이크 버전 출시일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하늘의 궤적' 리메이크작은 '하늘의 궤적 the 1st' 라는 제목으로, 다양한 일본 게임들을 적극적으로 한국어화 출시해 국내 게이머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클라우디드 레오파드 엔터테인먼트(CLE)를 통해 국내 출시될 예정이다.
기자는 '하늘의 궤적'이 나오자마자 구입해 플레이하고, 그 뒤 SC 합본팩을 구입하고 TC가 나와 또 합본팩이 나와 역시 구입해 PC 버전 '하늘의 궤적'만 3번 구입한 경험을 갖고 있다. PSP 버전과 PS Vita 버전도 구입해 '하늘의 궤적'만 5번 구입하고 이제 더 살 일은 없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리메이크 버전이 나와 6번째 구입이 확정된 상태이다.
그 동안 최신 하드웨어로 '하늘의 궤적' 3부작을 내달라는 팬들의 요구는 꾸준히 있었는데 21년이 지난 2025년 '풀 리메이크'라는 형태로 '하늘의 궤적'을 내는 이유가 궁금하던 차에, CLEK 측의 협력을 얻어 팔콤 콘도 토시히로 대표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기회가 생겼다.
'궤적' 시리즈 초대 타이틀의 리메이크작이 테마인 김에, 콘도 대표에게 리메이크에 나선 이유, 그리고 오랫동안 갖고 있던 처음부터 FC와 SC 2부작으로 낼 계획이었던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인지 등을 직접 들어봤다.
그와 나눈 대화를 가감없이 옮겨 본다.
20년 이상 이어진 시리즈, 입문작 필요하다 생각해 '하늘의 궤적' 풀 리메이크 결단
시리즈 첫 리메이크로 초대 타이틀 '하늘의 궤적' 리메이크에 나섰는데, 먼저 리메이크에 나선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콘도 대표: 시리즈 20주년을 맞아 '궤적' 시리즈가 클라이막스에 돌입합니다. 클라이막스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20년이나 된 시리즈이다 보니 도중에 참가한 분들, 관심있던 분들이 클라이막스에 맞춰 함께 할 수 있도록 입문작이 될 타이틀이 필요하지 않나 했습니다. 그리고 입문작이라면 역시 첫 작품인 '하늘의 궤적'이 맞지 않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20년 이상 이어진 타이틀이라 기존 '궤적' 시리즈 팬들에게서도 '하늘의 궤적' 풀 리메이크를 원한다는 요망을 여러번 들어 왔던지라 그런 요망에 부응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부분은 정말 사내의 문제입니다만, '궤적' 시리즈를 20년 이상 해 오다 보니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아무래도 '궤적' 시리즈를 만드는 데 너무 익숙해진 것으로, 저는 마치 하나의 온라인게임을 20년 동안 운영한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새로운 유저들을 위해 만든다는, 신선함을 주는 것이 개발 측에서 힘들어진 것이죠. 이미 다 아는 유저들을 대상으로 만드는 느낌이 강해졌습니다. 그래서 '하늘의 궤적' 리메이크를 계기로 그런 부분을 되돌리고 싶었습니다.
이번 리메이크는 원작의 충실한 재현인지, 아니면 현대적 해석이 들어간 과감한 재창조에 가까운 것인지 궁금합니다
콘도 대표: 플레이하는 분이 많으니 사람마다 다양한 해석이 나올 텐데, 저는 양쪽 다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새롭게 풀 리메이크한다면 게임 플레이 부분은 요즘 게이머들에게 맞춰 제공하고 싶고, 한편으로 과거 일본 RPG의 장점을 '하늘의 궤적'이 잘 담고 있다고 보는데 그런 부분은 지금 게이머들에게도 충분히 전해질 형태로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가령 '하늘의 궤적'은 요즘 게임들처럼 시나리오 볼륨이 크진 않습니다만, 스토리나 설정이 큰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깊이 말하지 않아도 깊이가 있는 그런 부분을 계승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요즘 게임들은 아무래도 고생해서 달성한다는 감각이 사라졌죠. '하늘의 궤적'은 난이도가 조금 높은 편이지만 달성감이 있고, 어렵지만 해냈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그런 부분은 남기고 배틀 템포를 빠르게 바꿔 필드 액션과 커맨드 배틀을 섞어서 쓸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런 부분은 요즘 게임에 가까워진 것 아닌가 싶습니다.
많은 팬이 있는 작품을 리메이크한 것인데 가장 신경쓴 부분은 어떤 부분인지, 가장 개선된 부분은 어디라고 보는지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콘도 대표: 가장 신경쓴 부분이라고 하면 역시 캐릭터들의 비주얼을 원작에 비해 어디까지 개변하는가 하는 것이 큰 분기점이었습니다. 현대풍으로 디자인을 바꾸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에스텔의 디자인을 바꿔보기도 했는데, 플레이어들이 '에스텔' 하면 딱 떠오르는 요소가 있다고 보고 그 부분을 현대풍으로 만들어 버리면 조금 달라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역시 20년 전의 낡음은 있지만 그 시절의 디자인에도 색이 선명하고 화사한 부분, 의상 디자인 등 좋은 점도 있었으니, 그런 부분을 현재의 팔콤이 가진 기술로 만들면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시행착오를 거쳐가며 만들어 갔다고 봐야겠네요.
가장 개선된 부분은 역시 컷신일까요. 전에는 탑뷰로 도트에 가까운 캐릭터가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었지만 이제는 카메라를 대담하게 움직여 보여줄 수 있게 됐습니다.
반면 과거에는 캐릭터가 작아서 가능한 표현도 많았는데 실물 크기로 표현하니 어려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초반에 침대에 누운 요슈아에게 에스텔이 뛰어오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등신대 캐릭터로 똑같이 표현하니 너무 웃긴 장면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심한 끝에 표현을 바꾸게 됐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큰 변화라고 하면 그래픽이 3D가 되면서 필드가 넓어졌다는 것이네요. 이 부분은 생동감을 주기 위해 작은 캐릭터가 빠르게 이동하던 곳을 리얼한 모션으로 광대한 맵을 이동해야 하니 필드가 넓어지게 됐습니다. 거기에 에스텔과 요슈아가 둘만 다니는 시기가 긴데 맵이 작으면 단조로워질 수 있어서 필드 탐색이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도 신경썼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여행하는데 대화가 있어야 한다 싶어 액티브 보이스, 대화를 대량으로 추가했습니다. 처음 본 것에 에스텔이 놀라고 요슈아가 맞장구를 치거나, 에스텔의 재미있는 반응에 츳코미를 넣는 식의 대화가 대량으로 들어가게 됐습니다.
'하늘의 궤적'은 처음부터 새로운 시리즈로 내고 싶었던 작품, SC 리메이크도 당연히 할 것
이번 타이틀은 '영웅전설'이라는 시리즈명이 사라지고 그냥 '궤적'에 '퍼스트'가 붙었습니다
콘도 대표: 저에게는 정말 감회가 깊은 질문입니다. 처음 '하늘의 궤적'을 발매할 때 팔콤 내부에서 그 부분에 대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영웅전설'을 붙여서 나갈 것이냐, 떼고 나갈 것이냐 하는 부분에 대해서 말이죠. 저는 떼고 하자고 했는데, '건방지다'는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이야 '궤적 시리즈'로 통합니다만, 당시 일본에서는 '영웅전설' 시리즈로 불렸습니다. '영웅전설'의 간판을 떼면 그렇게 팔리지 않을 것이다, 너가 만든 게임은 '영웅전설'이 붙어서 팔리는 것이라는 말도 들었죠. 결국 '하늘의 궤적'은 '영웅전설'의 여섯번째 작품으로 내게 됐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와서 보면 '영웅전설' 시리즈가 아닌 '궤적' 시리즈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풀 리메이크에서는 '하늘의 궤적'을 원래 야망, 목표였던 '궤적'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내도 될 것 같다 싶어서 '영웅전설'을 떼고 '하늘의 궤적 더 퍼스트'로 내게 됐습니다.
'하늘의 궤적 FC'의 엔딩은 'SC'의 프롤로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번에도 연결고리로 생각하고 만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구성으로 갔는지 궁금합니다
콘도 대표: 발매 전에 엔딩 이야기를 하는 것은 조금 그렇지만, FC의 풀 리메이크라 기본적으로 내용은 FC 그대로라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SC 리메이크로 바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해도 될까요
콘도 대표: 당연히 퍼스트를 하면 세컨드 풀 리메이크를 해야 하는 것이고, 다음 작품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실 겁니다. 저도 SC를 풀 리메이크로 내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SC 풀 리메이크는 멀지 않은 시기에 내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TC는 스토리상 조금 별개의 이야기가 됩니다만 역시 SC 풀 리메이크까지는 제대로 하고 싶고, 그 뒤 유저들의 호평이 있다면 그 다음도 생각해 볼까 정도로 생각중입니다.
SC를 PC로 처음 낼 때 FC의 결말로부터 몇년을 기다리게 하는 바람에 여러분에게 어서 좀 내라는 말을 아주 많이 들었죠. 이번에는 너무 기다리시지 않도록, 빠르게 내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2004년 '하늘의 궤적' 발매 당시에는 'FC'라는 표기 없이 나와 속편을 생각하지 않고 플레이하다 결말에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반응이 좋지 않으면 속편을 못 만들 텐데 그런 대담한 결말을 구성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콘도 대표: 처음부터 FC와 SC는 하나의 게임으로 구상하고 제작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3년 정도 개발을 하고 나니 당시 가토 대표가 '3년이 지났는데 지금 얼마나 만들었는가' 하고 물어와서 반 정도 했다고 하니 '그럼 일단 내라'고 해서, 사장이 말하는 것이니 저희는 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구상의 반만 만들어 출시한 것이니 속편은 당연히 하고 싶었습니다만, 회사에서는 안 팔리면 속편은 안된다고 하고... 당시 개발진 입장에서 마무리를 해야 하는데 어디서 마무리해야 하나 했을 때 딱 떠오른 것이 FC의 엔딩 부분이었습니다. 속편이 나올지 나오지 않을지는 회사의 판단이었지만 저희로서는 일단 완성하고 팔리면 뒷부분을 만들 수 있지만 안 팔리면 못 만드는 것인데... 유저들이 이야기가 마무리되지 않는다고 화를 내면 '다 사장 책임이지' 하고 각오를 다지고 냈던 것입니다.
사실 팔콤 타이틀 중에는 전후로 나뉘는 것이 몇개 더 있는데, 결과물만 보고 '치밀하게 생각해서 계획대로 한 것이겠지'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대개는 그때 그때 닥쳐서 대응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스' 1, 2편도 두 개의 게임으로 나뉘어 있지만 '하늘의 궤적'과 똑같은 이유로 중간에 끊긴 것이었죠.
'하늘의 궤적'도 '이스'에서 했으니 또 해도 문제없지 않나 하는 느낌으로... 달려나가며 생각하는 회사라 '망하면 어떻게 하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매 순간 전력을 다해온 결과입니다. 다행히 결과적으로 좋지 않게 흐른 적은 없었네요. '이스' 1, 2편도 그렇고 '하늘의 궤적'도 그렇고. 궁지에 몰려서 가능했나 싶기도 합니다.
또 하나 생각난 것이, '섬의 궤적'도 3편에 엔딩이 2가지 있어서 만드느라 고생했는데 당시 JDK가 제출한 엔딩곡이 스탭이 생각한 라스트와 너무 맞지 않아서 새로 만들게 해서 엔딩곡이 두개가 된 것이 계기였습니다. 엔딩곡 두개가 생겼으니 엔딩도 하나 더 만들자고 해서 엔딩도 2개, 엔딩마다 다른 엔딩곡을 담게 됐던 것이죠.
치밀하게 계획해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 전력으로 함께 고민해서 진행한 것이 결과적으로 '처음부터 그렇게 계획해서 한 것 아니냐'는 소리를듣게 되는 것이 재미있는 점입니다. 고난이 있으니 힘을 낼 수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이야기하다 보니 또 하나, '이스 오리진' 생각이 나는데, '이스 오리진'은 회사에서 1년 안에 만들어 달라는 지시를 받고 만든 작품입니다.
당시 한국 게임사와 '이스 온라인'을 만들고 있었는데 상대 회사의 운영이 어려워지며 개발을 종료해 버려서 당시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린 그림들을 다 못쓰게 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1년 안에 만들라고 하는데 그림만 남아 있다는 상태에서 '1년 안에 만들어야 하면 마을은 못 만드니 마을은 안 만들 겁니다'라고 하고, '아돌은 안 나옵니다' 해서 그 조건이라면 1년 안에 해 보겠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캐릭터는 '이스 온라인'용 캐릭터를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유니카 토바'는 '이스 온라인'의 여성 모험가 캐릭터 디자인을 그대로 채택한 경우였죠.
그렇게 나온 타이틀도 있고 게임 개발은 어떻게 흐를지 알 수 없는 것이라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면 좋은 타이틀이 나오는 계기가 되기도 하니,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원작 테이스트 지키며 보다 친절하게, 전투 시스템에도 공 들였어
원작은 공략을 보지 않고 플레이하면 속편까지 이어지는 1급 유격사로 마무리하기가 어려웠는데, 이번에는 어떨까요
콘도 대표: 과거에는 확실히 불친절한 요소들이 있었고, '궤적' 시리즈가 20년간 이어지며 유저들을 위해 시스템이 조금씩 친절해져 오는 흐름이었습니다. '계의 궤적'까지 개선된 부분들을 이번 리메이크에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퀘스트 장소를 알려주고 지도를 펼치면 퀘스트 기점이 되는 NPC의 장소도 제대로 표시됩니다. 유격사 협회에 가면 언제까지 해결해야 하는지 타이밍도 표시되는 등, 오리지널에 비해 많이 편리해지지 않았나 싶네요. 저는 낡은 인간이라 역시 찾아서 하는 것이 재미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만, 더 많은 분들이 플레이하도록 하려면 친절해져야 한다는 데에 동의하고 적용한 부분입니다.
퀘스트만이 아니라 '궤적' 시리즈라면 마을 주민들의 대화가 스토리를 진행하며 변하고 그런 대화를 보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죠. 그 부분도 NPC들의 동향, 이야기를 알고 싶다고 생각하는 플레이어들이 있으니 NPC와 대화를 했는지도 심볼로 표시해 주기로 했습니다. 그런 '궤적'다운 요소도 자연스럽게 즐기기 쉽게 되어 있으니 그 부분도 체험하며 확인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시연 버전을 플레이해 보니 전투 시스템이 '계의 궤적'과 비슷하지만 완전히 같진 않더군요. 한국 게이머들을 위해 전투 시스템에 대해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콘도 대표: '여의 궤적', '계의 궤적'의 전투 시스템은 역시 상급자용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유저들의 의견을 받아봐도 그렇게 나오고 제 경험으로도 제 아이와 같은 학급 보호자들이 모였을 때 아이 친구의 어머님이 '여의 궤적'의 전투는 너무 어렵다는 의견을 주신 적이 있습니다. 그런 지인으로부터의 피드백은 처음 경험한 것인데, 가까운 사람의 의견도 이럴 정도이니 전반적으로 그렇게 느낄 수 있겠다 싶었죠.
'하늘의 궤적'은 시리즈 초심자를 대상으로 낸다는 생각이 있었고, RPG를 처음 즐기는 사람의 '첫 RPG'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어서 조금 심플하게, 적응하기 쉽게 하자는 의견을 개발팀에 전달해서 고려해 전투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여의 계적', '계의 궤적'을 단순히 심플하게만 한 것이냐고 하면 그렇진 않습니다. '하늘의 궤적'은 에스텔과 요슈아 두 사람의 여행을 그린 게임이고 동료들이 늘 여러명 함께 행동하는 '계의 궤적'과 달리 에스텔과 요슈아 둘이서만 행동하는 시간이 깁니다.
두 사람으로만 전투를 계속하면 플레이어에게 불리한 부분이 있으니 콤비라 가능한 요소를 도입하고, 스토리 상 다양한 동료가 더해지니 동료가 더해져서 전투의 폭이 넓어지는 경험 같은 것도 고려해 '하늘의 궤적'만의 요소를 담았습니다. 그런 부분을 기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계의 궤적' 이후 루프라는 개념이 도입돼 리메이크는 '하늘의 궤적' 원래 세계가 아니라 패럴렐 월드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더군요
콘도 대표: 매우 재미있는 고찰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개발 도중 시나리오 스탭 멤버가 리메이크는 별도 루프인가 아닌가 하는 의견을 제시해 개발팀 내에서 화제가 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역시 FC의 풀 리메이크라 기본적으로 같은 세계선이라고 저는 해석하고 있습니다.
스위치로도 나오는 만큼 PS4 버전도 가능할 것 같은데 PS5로만 내는 이유가 있을까요
콘도 대표: 아무래도 스펙적으로 PS4가 완전히 무리는 아니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근래 '궤적' 시리즈는 PS4와 PS5로 같이 내 왔는데 근래 1~2년 실적을 보면 PS4 버전의 판매량은 PS5 버전에 비해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타이밍적으로 '하늘의 궤적' 시점에서 PS5에 집중하는 것이 좋지 않나 하는 전략적 판단이 있었습니다.
팔콤 직원들의 '하늘의 궤적'에 대한 애정 쏟아낸 작품, 기대해도 돼
NPC들이 전반적으로 미형이 됐습니다. 평범한 마을 아주머니라 생각했던 NPC들도 절세 미녀가 되어 조금 적응이 안되더군요
콘도 대표: 그렇네요. 기본적으로 3D가 되었는데, 과거에는 세세한 부분을 표현하지 못해서 아마 도트를 보고 사람에 따라 다양한 상상을 했을 것입니다.
3D로 세세하게 묘사하니 NPC들에 개성을 줘야 했는데요. 예전 작품들에서는 마을에 똑같이 생긴 아주머니가 잔뜩 있어도 어색하지 않았습니다만, 3D 그래픽에서 비슷하게 생긴 아주머니가 가득하면 이상한 느낌이 되니까요. 패턴을 늘리고 그 안에서 연령차를 넣고 얼굴 차이를 넣는 등 다양한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입니다. 그런 부분도 재미있게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새롭게 유입될 잠재 유저들에게 이번 리메이크작이 어떤 작품으로 다가갈 것이라 예상하시나요, 리메이크로 처음 접하는 유저들을 위한 어필 포인트가 있다면 어디라고 보시나요
콘도 대표: '궤적' 시리즈에 흥미가 있지만 시작하기 힘들다는 분들을 만나며 계속 하고 싶다고 생각해 온 타이틀이라 시리즈 초심자들의 기억에 남을 타이틀로 만들고 있습니다. 거대한 이야기의 첫 시작점이라 앞으로 확장되어간다는 분위기를 맛봐주시기 바랍니다.
이야기만이 아니라 시스템 면에서도 앞서 설명드렸듯 초심자라도 즐길 수 있도록 시리즈 중에서도 심플하게, 하지만 깊이있게 만들고 있고 튜토리얼같은 것도 포함해 정말 '궤적' 시리즈 스탭들이 너무 익숙해져 있던 부분들을 되돌아보고 만든 작품입니다. 이야기만이 아니라 시스템 면에서도 여러분이 '궤적' 시리즈를 시작하기 쉽게 만들어 뒀다 생각하고, 그런 부분에 주목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에스텔'이라는 주인공 여자아이가 매우 진지하면서도 쾌활한, '궤적' 시리즈를 시작할 분들에게 딱 맞는 주인공입니다. 솔직하고 플레이어에게 숨기는 것이 없는 캐릭터입니다.
무언가를 보고 놀났다면 놀란 모습을 보이고 슬프면 슬퍼하고,, 화가 나면 화를 냅니다.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제대로 반응해 주는 캐릭터라, 요슈아와 리벨왕국을 여행하면서 그 리벨왕국을 여행한다는 부분을 플레이어에게 그대로 전해 에스텔과 일체감을 느끼게 해 주는 캐릭터입니다.
에스텔의 슬픔은 플레이어의 슬픔이 되고 에스텔의 감동이 그대로 감동이 되는, 다이나믹한 감정을 주는 캐릭터. 최근에는 복잡한 성격의 주인공들, 플레이어에게 뭔가 숨기는 녀석이나 비밀을 가진 녀석들이 많지만, 에스텔은 플레이어에 가까운 캐릭터라 여행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체험을 플레이어에게 공유해 줍니다. 그 부분이 '하늘의 궤적'의 가장 큰 장점 아닐까 싶습니다.
20년전 작품을 리메이크하는 만큼 개발에 어려운 점이 있었을 텐데, 데이터가 소실되었다거나 개발 과정에서 곤란했던 점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콘도 대표: '하늘의 궤적' 정도부터 백업은 잘 해 둬서 데이터가 소실된 경험은 없었습니다. '태양의 신전' 같은 시점에서 만든 게임이라면 그런 일도 있었겠지만...
20년 전 개발 체제는 의외로 각 부서에 재량이 있는 형태였습니다. 각각 좋다 싶은 것은 다 하는 식이었죠. 당시 팔콤 게임에는 '스토퍼' 시스템이 있어서 본편과 다른 루트로 가려고 하면 '여기 아니에요' 하고 못 가게 하는 대사가 나왔습니다. 파티 선두가 누구냐에 따라 그 대사가 캐릭터 전원 분량의 패턴이 준비돼 있었죠.
그 대사를 전부 준비하기가 힘들고 일일이 확인하는 유저도 얼마 안 될 것이라 요즘에는 그런 부분에 힘을 주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때는 그 부분에 힘을 줘서 만들었죠. 리메이크하며 그런 부분도 재현하면 좋겠다 싶어 구현하긴 했는데, 과거 시대의 서비스정신 같은 것이라 요즘 게임에 넣자니 꽤 힘들었습니다.
20년 전의 데이터 백업은 남아 있지만 작업 자료는 남아있지 않았는데, 시나리오에서 이 캐릭터가 이 때는 여기 있고 뭘 한다거나 하는 것을 하나하나 다 남겨두질 않았습니다.
당시를 떠올려 보면 에스텔과 요슈아가 왕도 그란셀에 도착했을 때 사람이 너무 적다 싶으면 즉석에서 텍스트를 쓰고 스크립트를 넣어 캐릭터를 추가하는 식으로 만들다 보니 그 과정을 남겨두질 않았다는 것이죠. 여기 이 캐릭터가 나온다는 것이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다 보니 찾아내서 만들고 정리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늘의 궤적 the 1st' 발매를 기대하고 있는 한국 팬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콘도 대표: '하늘의 궤적 더 퍼스트'는 과거 원작을 만들었던 오리지널 스탭과 '하늘의 궤적'이 좋아서 팔콤에 입사한 젊은이들이 하나가 되어 만든 타이틀입니다.
팬들이 스탭이 되어 만든 만큼 유저에 가까운 시선으로 만들어졌다 생각합니다. 오리지널 스탭도 제대로 참여해 라스트 신을 만든 스탭이 더 퍼스트에서도 라스트 신을 만들었습니다. 20년 전 만든 것을 3D로 구현하면 어떻게 될까 두근대며 즐겁게 만들었습니다.
프로듀서로서 개발진 전원이 웃는 얼굴로 처음부터 끝까지 만든 첫 게임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늘 개발 마지막에는 죽을상이 되는 것이 게임 개발인데 말이죠.
'하늘의 궤적'에 대한 팔콤 개발진의 애정을 쏟아낸 타이틀이라 생각합니다. 기존 팬들, 신규 팬들도 모두 플레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꼭 9월 19일 발매이니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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