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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재미있는' 교육용 보드게임 '세종' 개발, 이동건 소장이 말하는 교육용 게임의 방향

등록일 2019년10월23일 17시35분 트위터로 보내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지만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배우기에 역사는 지루하고 따분한 과목이 되기 쉽다. 교육 일선에서 청소년들을 지도하는 교사의 입장에서도 아이들을 역사에 흥미를 갖도록 하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기자 역시도 중고등학교 시절 역사 과목과는 담을 쌓고 살아왔던 기억이 있다.

 

게임을 통해 학습을 장려하는 '게이미피케이션' 열풍을 타고 역사를 쉽고 흥미롭게 배울 수 있는 보드게임이 등장했다. 바로 이동건 게임연구소가 개발한 '보드게임 세종'이다.

 

'보드게임 세종'은 인문학을 비롯해 국가 운영 능력이 꽃을 피웠던 세종 시대를 배경으로, 플레이어가 직접 세종대왕과 그 신하들이 되어 당대의 인물과 업적들을 자연스럽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한 게임이다.

 

'보드게임 세종'은 텀블벅을 통해 진행한 크라우드 펀딩에서 목표액을 달성한 것은 물론, 20개 이상의 학교에서 교보재로 채택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9년 하반기 이달의 우수게임' 기능게임 부문에 선정되는 등 게임성과 교육성을 이미 입증 받았다.

 



 

게임포커스가 이동건 게임연구소의 이동건 소장으로부터 '보드게임 세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동건 소장은 조선의 많은 임금 중 세종대왕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부루마블처럼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세종 시대의 인물들과 업적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캐릭터, 시스템, 퀘스트의 3박자가 담긴 세종 시기의 조선

 

출처 - 서울시 페이스북
 

이동건 소장이 '보드게임 세종'의 영감을 얻은 장소는 다름아닌 광화문 광장이다. 당시 인파가 몰려있는 광화문 과정에서 이들을 내려다보는 세종대왕의 동상을 보고 아이들에게 게임을 통해 세종의 업적을 자연스럽게 가르칠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고. 여기에 교육을 목적으로 한 만큼, 사행성과 폭력성, 선정성에 대한 우려가 없이 쉽게 만들 수 있는 보드게임을 플랫폼으로 선택했다.

 



 

특히 당대의 인물들과 업적을 보드게임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우연하게도 캐릭터, 퀘스트, 시스템이라는 게임의 3박자가 고루 갖춰졌다는 것이 이동건 소장의 설명이다. 세종대왕 집권 당시 조선에는 황희, 김종서, 맹사성, 정인지, 장영실 등 후대에도 이름을 널리 알린 위인들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육조로 구성된 정치 행정 시스템의 체계도 잘 갖춰져 있던 것. 여기에 '대마도 정벌'이나 '4군 6진', '측우기' 등 당대 세종대왕의 지휘 하에 이뤄졌던 업적들이 많았다는 점 역시 게임을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흥미로운 소재일 수밖에 없다.

 



 

이에 이동건 소장은 '보드게임 세종'에서 각 플레이어들이 세종대왕과 신하가 되어 각 업적들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담기로 결정했다. 각 플레이어는 주사위 눈에 따라 육조에 배치되며, 서로의 능력치에 따라 각 부서에 해당하는 인재들을 등용할 수 있다.

 

같은 부서에 배치된 플레이어들은 서로 주사위 눈금의 합에 따라 업적을 완료하게 되며, 그 결과에 따라 보상을 받게 된다. 역사적인 사실들을 게임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은 물론, 플레이어들의 협력과 경쟁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 '보드게임 세종'의 매력.

 



 

이동건 소장은 "당대 조선에서는 관직에 오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지만, 일단 같은 업무를 맡은 뒤에는 서로 협력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줬다"며 "최근 청소년들이 불공정한 경쟁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는 일이 많은데, '보드게임 세종'을 통해 경쟁 못지 않은 협력의 재미도 느끼고 역사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지루하고 딱딱한 교육용 게임은 싫어, 사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역사 속 위인과 업적

 

당대 조선역사 속 각 사건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세종대왕 집권 시기의 조선에는 위인도 많고 업적도 다양하다 보니 어떤 것들을 게임에 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특히 당대 조선의 각 위인들은 저마다 하나의 업적에서만 활약한 것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기 때문. 이동건 소장은 이에 대해 여주대학교 박현모 교수의 말을 빌어 “조선시대 버전의 어벤져스”라고 표현했다.

 

'이천'과 '장영실'의 관계가 대표적인 사례. 당시 새로운 은광이 발굴되었는데, 무관이던 인물 '이천'이 광물에 대해 공부하고 이후 장영실과 만나 그의 스승 역할을 자처하게 된다. 장영실의 등장으로 기술력이 높아지자 인쇄술 역시 비약적으로 발달하고 집현전에서는 훌륭한 서적들을 빠르게 출판할 수 있게 되는 등 인물과 업적들이 서로 긴밀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이에 이동건 소장은 다양한 업적 중 24가지와 이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위인 12명을 엄선하는 과정을 거쳤다. 특히 '이종무'는 '대마도 정벌'에 대한 명을 받아 왜구 세력 약화라는 대업을 달성했지만, '보드게임 세종'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이동건 소장은 “게임의 분량 때문에 24가지 업적만 엄선하다보니 이렇게 담지 못한 위인이 많아 아쉽다”라고 말했다.

 

반면, 일반적으로 측우기를 장영실이 홀로 발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설계'부터 운용까지 '문종'이 담당했음을 명시하는 등 이동건 소장은 역사적인 연결고리와 고증을 철저히 따져가며 '조선판 프로듀스'를 진행했다. 그 결과 총 12명의 위인들이 최대 5개의 업적에 관여하는 등 소위 '황금 밸런스'가 갖춰졌다는 것이 이동건 소장의 설명. 특히 관여한 업적의 수에 따라 서로 등급을 나눠 해당 인물의 기여도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끝없는 연구와 조사 끝에 업적과 위인들을 선별했지만, 이들을 카드로 옮기는 것은 새로운 난관이었다. 조선시대의 역사는 실록 등 사료를 통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지만,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 시각적으로 정립된 이미지가 거의 없기 때문. 중국의 인기 역사물 '삼국지'가 코에이의 게임 시리즈를 통해 '초록 옷의 관우'나 '붉은 옷의 여포' 등의 이미지를 정립한 것과는 대비되는 부분이다.

 



 

역사 속의 인물들의 초상화나 실제 업적들을 기록한 그림이나 지도 자료를 활용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이동건 소장은 교육용 게임이 지나치게 딱딱하고 지루해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이에 그가 내린 해답은 모든 이미지를 새롭게 그리는 것. 이를 위해 이동건 소장은 해당 인물의 생애와 실록을 비롯한 일화들을 뒤져가며 게임 기획자의 입장에서 역사 속 인물들에 상상력을 더했다.

 

어진(왕족의 초상화)이 소실되어 외형에 대한 시각적인 자료가 없는 '문종'이 대표적인 사례. 이동건 소장은 실록 중 명나라의 사신이 '문종'에 대해 “강산의 기운이 좋아 총명하고 아름다운 자가 태어났다”라고 언급한 데에서 착안해 그를 미형의 남성으로 그리기로 결정했다. 또한 갑작스럽게 북쪽 지역으로 나아가게 된 김종서는 '왕좌의 전쟁'의 '존 스노우'의 느낌에서 영감을 받기도 했다.

 

4군 6진의 업적에 상상력을 더해 만든 삽화
 

이 밖에도 교과서 등의 자료에서 지도형태로만 표기되어 있던 '4군 6진'이나 역사 자료 속에 기록으로만 남아있던 휴대용 대포 등도 이동건 소장의 끝없는 탐구와 조사를 거쳐 그림으로 다시 태어났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보람찬 일이었다고. '보드게임 세종' 뿐만 아니라 향후 출시할 예정인 다른 보드게임에서도 상상력을 더해 그린 역사 속 사건과 인물들을 다시금 등장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이동건 소장은 “역사를 다룬 교육용 콘텐츠는 언제나 고리타분하거나 유치하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며 “실제 사건에 상상력을 더해 보자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고 말했다.

 

모두가 만류했던 교육용 보드게임 개발의 길, 개발자로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

 



 

국내에서는 시장의 크기가 작은 보드게임, 그 중에서도 상업적인 목적이 아닌 교육용 게임을 개발한다는 소식을 처음 알렸을 때, 이동건 소장의 주변인물들은 모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2000년도에 게임업계에 첫 발을 내딛고 '프리우스' 등 유명 게임들에 참여했던 그였지만, 교육용 보드게임 개발을 위해 홀로서기에 나서면서 외로운 싸움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세종대왕의 업적을 알리고 역사를 보다 쉽게 가르칠 수 있도록 하려는 그의 노력으로 인해 '보드게임 세종'은 교육 관계자 및 학생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보드게임 세종'은 출시 이전 진행한 크라우드 펀딩의 목표액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데 이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9년 하반기 이달의 우수게임' 기능게임 부문에 선정되었다. 특히 우수게임 투표 과정에서 게임을 즐겨본 학생들의 호응이 큰 힘이 되었다고.

 



 

여기에 국내에서 세종대왕과 관련된 권위자로 알려진 박현모 여주대학교 교수 및 세종리더십연구소장 역시 '보드게임 세종'을 인정하고 이동건 소장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보드게임 세종'의 정식 버전이 출시되기 이전, 이동건 소장은 게임의 프로토타입을 들고 무작정 박현모 교수를 찾아갔다. 갑작스러운 만남에도 박현모 교수는 게임의 고증을 찬찬히 살펴보고 '보드게임 세종'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수양대군'이 조세법을 만들 당시에는 '진양대군'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사실이나 문종이 측우기를 설계했다는 점 등 사소한 부분들까지 잡아내는 세심함에 호평을 내리고 흔쾌히 추천사를 써주었다는 후문이다.

 

비록 아직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지만 이동건 소장은 '보드게임 세종'을 개발하면서 20년간의 게임 개발자 생활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세종대왕 집권 당시의 조선은 중국에게도 굴하지 않고 우리의 소재로 만든 악기와 악보, 한글 가사로 우리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등 자주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라며 “당시의 여러 인물들과 화려한 업적들을 청소년들에게 쉽고 흥미롭게 전달하는 것이 게임 개발자로서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동건 게임연구소는 '보드게임 세종' 이외에도 한글을 소재로 한 교육용 보드게임을 전문 업체와의 협력 하에 준비 중이다. 이 밖에도 다양한 교육용 보드게임들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며 앞으로도 게임의 긍정적인 측면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할 예정. 특히 '보드게임 세종'에는 아직 '한글 창제' 업적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데, 향후 이와 관련해서도 확장팩 개념의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5천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이지만, 정작 게임에서 한국의 역사를 조명한 경우는 드물다. 앞서 이야기한 코에이의 '삼국지' 시리즈 이외에도 해외에서는 게임을 통해 다양한 역사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경우가 많지만, 유독 국내에서는 한국의 역사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 드문 것이 현실. 설화와 역사로 다양한 미디어믹스가 등장하는 일본을 보면 국내의 현실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기에 자랑스러운 조선의 역사를 게임에 담은 '보드게임 세종'의 앞으로가 기대된다. 지금은 하나의 보드게임에 불과하지만, 앞으로는 황희 정승을 떠올릴 때 초상화 속의 그의 얼굴뿐만 아니라 백발과 긴 수염을 자랑하는 멋진 할아버지를 연상하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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