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각기동대' 프로덕션 IG 이시카와 대표 "진격의 거인은..."

"세계시장 승부 위해 젊은 감독들 육성"

등록일 2014년04월07일 18시30분 트위터로 보내기


일본의 애니메이션 업체들이 내수 시장에만 집중할 때, 일찍부터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 작품을 만들어 온 회사가 있다. '공각기동대', '패트레이버'등으로 유명한 프로덕션 IG가 그 주인공이다.

프로덕션 IG는 극장용 애니메이션과 TV 애니메이션을 넘나들며, 최근에도 '진격의 거인' 등으로 일본은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프로덕션 IG의 창업자이자 대표, 이시카와 미츠히사가 한국을 찾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초대로 한국 콘텐츠 창작자들을 위한 강의를 위해 한국을 찾은 그를 게임포커스에서 만나 봤다.

프로덕션 IG 이시카와 미츠히사 대표. '공각기동대' 시리즈 등 프로덕션 IG가 제작한 다양한 작품의 프로듀서를 맡았다

무엇보다 프로덕션 IG가 바라보는 해외시장과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 현황이 궁금했다. 게임포커스에서는 2012년부터 토에이 모리시타 코조 부회장, 유포테이블 콘도 히카루 대표 등 애니메이션 업체 대표는 물론, 카와모리 쇼지 감독, 모리모토 코지 감독, 카미야마 켄지 감독, 히구치 신지 감독, 신카이 마코토 감독 등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를 대료하는 거장들에게 같은 주제에 대해 질문을 던져 왔다.

게임포커스: 먼저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의 현황과 앞으로의 전망을 들려주시기 바란다
이시카와 대표: 애니메이션 관련 산업은 50년 전부터 지금까지 급성장한 회사가 등장하는 그런 산업이 아니었다. 느리지만 꾸준히 브랜드 파워를 쌓고, 노하우를 쌓아온 게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브랜드 이미지는 만드는 데에 시간이 많이 들고 무엇보다 갑자기 커지거나 작아지는 게 아니라 느긋하게 올라가는 것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은 급성장도 없지만 급강하도 없었다. 다들 현재와 비슷한 분위기로 계속해서 천천히 해 왔다.

게임이라면 플랫폼의 변화가 시장 전체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플레이스테이션 1, 2, 3, 4로 플랫폼이 바뀌면 프로젝트의 성격, 규모도 바뀌게 되지만, 애니메이션에서는 영화는 영화관, TV 애니메이션은 TV라는 플랫폼이 그대로 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시대가 변화 했음에도 그리 큰 변화는 없었던 산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나오며 게임에서도 그렇겠지만 애니메이션에서도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이 등장한 것으로 작은 화면에 맞춘 애니메이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스마트폰 탓에 앞으로 격렬한 변화가 올 거라 본다.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금까지 없었던 시대가 닥쳐 온 것이다.


게임포커스: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은 애니메이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와 반대로 초 고화질을 지원하는 기기들도 속속 나오고 있는데 이 양극화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
이시카와 대표: 이미 우리는 현재에 적응하려 노력하고 있다. 클라우드 펀딩 '킥스타터'로 자금을 모아 단편을 만들기도 했다.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이 원하는 걸 만들어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라 본다.

스마트폰으로 애니메이션을 보는 유저가 늘어난다면 단가를 낮추고 빠르게 만든 작품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런 한편으로 우리 프로덕션 IG가 추구하는 시간과 돈을 들여 만든 하이 퀄리티 영화도 만들어야 한다.

이 시대에는 싸고 빠르게 만드는 작품과 하이 퀄리티 영상, 세계의 고객들이 보고싶어 하는 오리지널 작품까지 모두 염두에 둬야 한다. 스마트폰 플랫폼은 이런 흐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 본다.

게임포커스: 작은 작품과 큰 작품을 모두 추구해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이시카와 대표: 옛말에 두 마리 토끼를 쫓으면 한 마리도 잡지 못 한다는 말이 있지만 엔터테인먼트에서는 동시에 쫓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 하이엔드 영상과 저예산 작품의 길을 모두 가야 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에서도 두 쪽을 모두 쫓아야 다음 길이 열린다고 생각한다.

게임포커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프로덕션 IG는 일본의 다른 업체들에 비해 해외 시장을 중시하는 것 같다
이시카와 대표: 해외 시장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 승부하지 않으면 못 살아남는 시대가 올 거라 본다.

우리가 해 온 작품 중에는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와 같은 극장용 애니메이션, 그리고 카미야마 켄지의 '공각기동대' TV시리즈, 최근의 '공각기동대: 어라이즈'같은 작품이 세계의 팬들을 위해 만든 작품들이다. 공각기동대의 경우 스탭과 감독을 바꿔서 늘 새로운 공각기동대를 만들어 세계에 선보이려 한다.

한편으로 젊은 크리에이터들을 육성해야 한다는 측면도 있다. 젊은 감각의 작품도 필요하다. 프로덕션 IG를 보면 위에 언급한 오시이, 카미야마 감독이 이미 40대 후반~50대이다.

그런 측면에서 접근한 작품이 바로 진격의 거인이다. 베테랑 감독들은 각자의 영역이 있으니 젊은 스탭으로 작품을 만들어 보자고 시도한 것이다. 2년 전부터 '스튜디오 WIT'를 만들어서 진격의 거인을 만들기로 했고, 그를 위해 젊고 열정적인 크리에이터들에게 '길티크라운', '전국바사라' 같은 작품을 만들게 해 준비를 해 왔다.

젊은 애니메이션 팬들을 위한 젊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오시이나 카미야마같은 대가들의 팬들은 역시 나이가 많은 분들이 대부분으로 젊은이들을 위한 작품도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진격의 거인은 장기적으로 보고 젊은 이들에게 경험을 쌓게 하자고 만든 작품이었지만 목표는 역시 세계적으로 흥행하는 작품이었다. 우리는 일본만이 아니라 세계에 통화는 작품을 만들자는 게 일관된 목표다.

게임포커스: 진격의 거인은 특이한 점이 제작이 프로덕션 IG가 아니라 스튜디오 WIT였다. 프로덕션 IG는 제작협력으로 들어갔다. 보통은 반대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시카와 대표: 그렇다. 보통은 우리가 전면에 나서고 스튜디오 WIT가 아래에 들어가는 게 맞다. 하지만 이번에는 매니지먼트를 담당한 회사가 아닌 실제 제작한 회사를 전면에 내세우기로 했다. 모티베이션 측면에서도 그게 좋다고 봤고, 무엇보다 그룹 회사고 하니 프로덕션 IG의 이름은 뒤로 빼고 WIT로 나서기로 한 것이다.

게임포커스: 진격의 거인 다음에도 WIT의 '진격'은 계속되는 건가?
이시카와 대표: 물론 다양한 작품을 준비 중이다. 현재 방영중인 작품 중에는 '호오즈키의 냉철'을 WIT에서 만들고 있다. 물론 새로운 기획은 몇 가지 있지만 지금 말할 순 없다.

팬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 수 있을 작품을 준비 중이라고만 말해 두겠다.

게임포커스: 공각기동대의 이야기가 나왔다. 감독과 스탭을 변경해 제작하는 이유가 뭔가?
이시카와 대표: 오시이나 카미야마 같은 감독이 계속해서 그 작품을 만들면 예산이 지나치게 커져 버린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요구도 커져 큰 성과가 요구된다.

퀄리티 면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을 보여줘야 하고 고객이 원하는 영상의 수준도 높아진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돈이 많이 든다. 솔직히 투자한 만큼 회수하는 게 어려워진다는 거다. 감독을 바꾸고 예산을 낮추되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 보자는 전략이다.

사실 이런 전략은 오시이 마모루의 '이노센스'를 만든 데에서 큰 교훈을 얻었던 것에 기인한 면도 있다.

2013년 한국을 찾아 게임포커스와 만난 카미야마 켄지 감독

게임포커스: 그래도 TV시리즈 팬들 중 많은 이들이 카미야마 감독의 공각기동대를 기대하고 있다
이시카와 대표: 카미야마의 공각기동대가 앞으로 없다고는 보지 않는다. 카미야마 감독의 새로운 공각기동대를 만든다면 디지털, 3D 더 시장이 커지고 기술이 발전해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그 때 같이 하자는 게 카미야마 감독과 프로덕션 IG 사이에 협의된 사항이다.

어라이즈를 만들어서 다음 단계의 공각기동대로 나아가고, 추후 기술이 발전해 원하는 수준의 기술에 지금보다 돈이 덜 든다면 카미야마 켄지를 다시 공각기동대에 쓰자고 생각하고 있다. 카미야마 감독 본인은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예산과 퀄리티 면에서 지금 단계에선 만들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게임포커스: '사이보그 009'는 한국에도 소개됐다. CG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이시카와 대표: 그 쪽으로도 더 나아갈 것이다. 풀 CG 애니메이션, 3D와의 융합을 시도하는 것이 다음 카미야마 켄지의 작품이 될 것이다. 준비 중이다.

TV시리즈를 만드는 부분에서는 이후 당연히 디지털 프로젝트가 추진될 것이다. CG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것은 위에 언급한 하이엔드와 저예산 양쪽을 다 커버할 수 있는 부분으로 기술, 스케줄 관리, 작품 퀄리티 면에서 숙련도가 쌓아야 한다고 본다. 실제 그를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게임포커스: 프로덕션 IG는 원작이 있는 작품의 영상화는 물론 오리지널 작품도 활발히 제작하고 있다. '사이코패스', '취성의 가르강티아' 같은 작품은 인상적이었다
이시카와 대표: 여기서도 역시 한 쪽으로만 가선 안 된다고 본다. 원작이 있는 작품만 제작하면 크리에이터들의 모티베이션에 문제가 생기며 브랜드 가치도 낮아진다. 그렇다고 오리지널만 할 수도 없다.

우리는 산하에 만화 출판사도 갖고 있는데, 만화든 애니메이션이든 75%는 시장 친화적인 원작이 있는 작품을 만든다. 게임, 소설 원작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를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25% 정도는 도전적인 오리지널 작품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진행하고 있다.

아시다시피 현재도 오리지널 작품인 사이코패스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다. '블러드 C'의 감독에게 맡겼으며, 극장판 역시 오리지널 작품이다.

TV시리즈에서 계속되는 내용이 될 것이다. 사람들이 질리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사이코패스를 1쿨만 방영하고 끝나는 작품이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선라이즈의 '건담', 가이낙스의 '에반게리온'도 그렇지만 계속 새로운 작품이 나와 팬층을 두텁게 해야 한다.

사이코패스와 가르강티아 모두 후속 오리지널 기획을 진행 중이다. 사이코패스 역시 다음 극장판으로 끝이 아니다. 사실 오리지널 신작을 더 준비하고 있었는데 사이코패스와 가르강티아 후속 작품을 만들며 조금 밀리기도 했다.

오리지널 작품이 성공하면 그 돈으로 다음 시리즈는 물론 새로운 작품을 만들 수도 있어서 제작 입장에선 장점이 많다. 물론 성공시키기가 쉽지 않은 것 역시 사실이다.

게임포커스: 공각기동대도 계속되는 건가?
이시카와: 우리가 망하기 전까진 계속 될 것이다. 계속해서 나오는 데에 이 타이틀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선라이즈 하면 건담이듯 프로덕션 IG 하면 공각기동대가 되게 하고 싶다.

'짱구는 못말려: 어른 제국의 역습', 하라 케이이치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게임포커스: 거장 하라 케이이치 감독과도 함께 작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시카와 대표: 사실이다. 2015년 중으로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완성해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하라 감독은 일본에서도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감독으로, 일본만이 아니라 세계에 통하는 감독이다. 세계 시장을 의식해서 하라 케이이치 감독을 고른 것이다.

게임포커스: 프로덕션 IG에서는 한 번에 몇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나?
이시카와 대표: 10개 정도가 동시에 진행된다. TV시리즈와 영화의 비율은 3대1 정도가 된다. 작품 수는 영화가 TV시리즈의 1/3이지만 예산 면에서 보면 영화 프로젝트에 전체의 절반 정도의 예산을 사용한다.


게임포커스: 카미야마 감독을 만나보니 '정령의 수호자'나 '동쪽의 에덴' 속편을 만들고 싶다고 하더라
이시카와 대표: 쉽지 않다. 정령의 수호자나 동쪽의 에덴이 좋은 작품이긴 하지만 현재 카미야마 감독과는 새로운 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오리지널 작품으로 준비 중이다. 아시다시피 일본은 TV 방송국이 제작위원회에 들어와 제작비를 내는 시스템인데, TV시리즈에서 오리지널 작품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정령의 수호자나 동쪽의 에덴 신작을 만들더라도 우리 힘만으로 만드는 건 위험이 크고, TV 방송국이 원하지 않으면 우리로서도 제작에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작품과 카미야마 감독을 위해 팬들이 우리보다는 방송국을 설득해 주시기 바란다.

게임포커스: 다른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인들이 TV애니메이션에서 영화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말을 하는 경우가 많더라
이시카와 대표: 비즈니스적으로는 TV시리즈가 영화에 비해 투자비 회수율이 높은 게 사실이다. 제작 입장에서 TV시리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브랜드 파워를 쌓고, 자본을 마련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투자자는 TV시리즈를 만들고 싶겠지만, 제작사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한다. 자연스런 현상이다. 영화를 만들어 지브리 작품만큼 성공한다면 모르겠지만 지브리 외에 영화만으로 먹고 살 수 있는 회사는 일본에 없다.

게임포커스: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프로덕션 IG의 앞으로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린다
이시카와 대표: 프로덕션 IG는 크리에이터가 만들고 싶은 것을 최대한 만들 수 있도록 도와 왔고, 앞으로도 그런 방향으로 작품을 만들어 가려 한다. 오시이, 카미야마의 높은 연령층의 애니메이션 팬들을 위한 작품 뿐만 아니라 진격의 거인과 같이 10대를 위한 작품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프로덕션 IG는 베테랑 감독들과 신예 감독들 양쪽으로 힘을 쏟아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니 양쪽 모두 기대와 응원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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