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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이드 리듬게임 '펌프 잇 업' 시리즈를 개발 및 서비스하는 안다미로가 이번에는 신작 '펌프 잇 업 라이즈(Pump It Up R!SE)'로 PC 플랫폼 진출에 도전한다.
사실 '펌프 잇 업 라이즈'가 시리즈 최초의 PC 버전은 아니다. 다만 안다미로의 주 무대는 늘 아케이드 시장이었고, 최신작 '피닉스'까지도 여전히 아케이드 중심으로 개발 및 서비스를 해오고 있었다. 국산 아케이드 리듬게임이라는 정체성과 자존심은 25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대로 이어온 것이다.
그 사이 2020년을 기점으로 PC 리듬게임에 대한 공급과 수요가 크게 늘면서 시장 환경이 변화했고, 이전에 비해 이용자들의 수나 시장성도 확장돼 현재에 이르고 있는 상황이 됐다. 그리고 마침내 이러한 시류에 '독고다이' 안다미로까지 합류하며, 국산 리듬게임 대표 IP 3종이 한 곳에 모두 모이는 진풍경이 펼쳐지게 됐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정말 상상조차 어려울 일이다.
'펌프 잇 업 라이즈'는 25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사랑 받은 아케이드 리듬게임 '펌프 잇 업' 시리즈의 PC 플랫폼 신작이다. 2024년 10월 해외에서 열린 대회 현장을 통해 깜짝 공개된 뒤 패턴 선호도 파악을 위한 테스트, '스팀' 상점 페이지 공개, '2025 PlayX4' 시연 버전 출품 등 출시를 위한 '스텝'을 착실히 밟은 끝에 7월 15일 '스팀'을 통해 얼리액세스로 출시됐다.
수많은 경쟁작들이 등장하며 새로운 '리듬게임 르네상스' 시대를 지나고 있는 현재, 오랜 시간 아케이드 리듬게임 시장을 주름 잡았던 '펌프 잇 업'은 어느 정도의 저력과 노련미를 보여주고 있을까? 어린 시절 '펌프 잇 업 엑스트라' 버전을 즐기기 위해 오락실을 쏘다니던 추억을 곱씹으며, 출시 전 플레이 테스트를 통해 게임을 즐겨본 소감을 전한다.
첫인상, 그리고 '펌프 잇 업 라이즈'만의 무기
'펌프 잇 업 라이즈'에게는 무기가 있다. 글로벌에서 시리즈의 인지도와 인기가 꽤나 높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는 타 게임들과 대비되는 매우 큰 강점이자 경쟁력이다. 안다미로에게는 이를 잘 살릴만한 기획이나 업데이트 방향성이 요구될 것 같다. 실제로 '스팀'에 남겨진 해외 이용자들의 평가를 살펴보면 대체로 긍정적이고 호평을 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게임의 업데이트와는 별개로 '인지도가 높다'는 강점을 잘 살려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강점이라면 리듬게임이라면 무릇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수록곡의 면모가 매우 훌륭하다는 것이다. 인지도가 높은 레거시 곡들부터 비교적 최근 시리즈 곡(피닉스는 제외하고)까지 두루 갖추면서 얼리액세스 기준으로도 다양성과 볼륨을 동시에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아케이드 버전의 '펌프 잇 업' 시리즈들이 대대로 그러했듯이 오리지널 신곡들 또한 새로이 게임을 접할 이용자들에게 어필하기에 충분한 라인업으로 구성됐다. 곡 측면에서의 단점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겠다.
다만 여러 경쟁작들이 존재하는 만큼 '펌프 잇 업 라이즈'를 플레이 할 당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큰 숙제는 남겨져 있다. 과거에 비해 시장과 이용자 규모가 확장되었다고는 하나, 리듬게임이라는 장르 자체가 RPG 등 인기 장르에 비해서는 극히 소규모인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앞서 언급했듯 2020년을 기점으로 경쟁작들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왔고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파이는 상대적으로 작은데 신작은 계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펌프 잇 업' 시리즈의 수록곡을 정식으로 집에서도 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확장한다는 개념에서 머무른다면 순항을 장담할 수 없다. 물론 이 또한 매우 중요한 피쳐는 맞다. 시장성은 증명 되었고 아케이드에만 머무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안다미로 또한 이러한 단순 플랫폼 확장에서 오는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그런 측면에서 선점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리듬게이머들이 다양한 리듬게임을 두루두루 플레이를 하는 성향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주력'으로 플레이 하는 게임이 있기 마련이다. '얼마나 파이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기본기 잘 갖춘 기능 및 시스템들, UI에 대한 아쉬움은 존재
게임에는 최근 PC 리듬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이 요구하는 기능, 시스템과 더불어 '펌프 잇 업 라이즈'만의 고민과 해답도 어느 정도 녹아 있었다.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기본적인 틀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기능 측면에서 흥미로운 점을 몇 가지 꼽자면 우선 노트가 나오는 방향을 지정할 수 있다는 것을 들고 싶다. '펌프 잇 업'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아래에서 위로 노트가 올라오는 형태인데, '라이즈'에서는 옵션을 통해 방향을 위에서 아래로 변경할 수 있다. 상당수의 PC 리듬게임들이 탑다운 형태를 띄고 있는데 이러한 게임을 즐기고 있는 이용자들을 위한 기능으로 볼 수 있다.
또 하드코어한 플레이를 즐기는 이용자들, 목표를 설정하고 즐기는 것을 선호하는 이용자들을 위한 '골(GOAL)' 기능도 주목할 만하다. 여타 다른 아케이드 리듬게임에서 볼 수 있는 목표 설정 기능인데 활용하기에 따라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레거시 곡들의 BGA 전면 리마스터는 매우 호평하고 싶다. 구곡과 최신 곡들 사이의 위화감을 줄이고 '최신 타이틀'이라는 느낌을 주기에 좋은 선택이다. 특히 단순 플랫폼 확장이 아닌 젊고 새로운 세대가 '펌프 잇 업' 시리즈를 접할 기회로 보는 것이라면 더더욱 과거 리소스들을 현대 수준에 맞게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했는데 이를 성공적으로 잘 해냈다.
대부분의 컨트롤러들은 큰 문제 없이 인식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컨트롤러 및 '스팀 덱' 지원은 꽤 긍정적인 방향성으로 느껴졌다. 다만 아래에서 언급할 패턴의 방향성과는 상충하는 부분이 있어서 방향성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 명확히 할 필요는 있겠다.
UI는 아무래도 아쉬운 면이 있다. 팝 아트 내지는 코믹스 스타일로 구성된 디자인은 인상적이었다. 다만 UI의 기능과 배치 구성이 타 PC 리듬게임을 과하게 참고 내지는 의식한 느낌을 주고 있어 '펌프 잇 업'만의 특색이 많이 희석된 것처럼 느껴진다. 아케이드처럼 가로 형태로 곡 커버를 구성하는 등 약간의 차별화를 더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노트 어시스트 시스템은 현재로서는 싱크 문제가 있는 관계로 완전히 끄고 플레이 하는 편이 훨씬 정확했다. ASIO 장치가 오디오 설정에서 인식은 되나 제대로 작동을 안하거나 또는 버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최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요소다.
주기적이고 장기적인 업데이트 플랜이나 로드맵에 대해서는 걱정되는 면이 있다. 주기적으로 새로운 곡이 추가 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아니다. 신곡 업데이트는 아케이드에서도 꾸준히 해오던 것이기 때문이다. 차별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신규 모드의 추가, 패스 시스템을 통한 꾸미기 요소의 주기적인 업데이트도 꽤 중요한데 단발성 혹은 비주기적인 업데이트 요소가 될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다만 개발팀이 공식 디스코드를 통한 Q&A 및 피드백 수렴 등 적극적인 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고, 웜업 스테이션 경험치 구조 개편이나 해금 조건 표기 등의 빠른 개선이 필요한 요소들은 핫픽스가 이루어지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얼리액세스 단계에서는 시간을 두고 조금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일자 배치 vs 발판 배치… 패턴의 방향성과 의도는?
'펌프 잇 업 라이즈'는 전통의 싱글(5버튼), 그리고 PC 리듬게임 이용자들이 진입하기에 부담이 없도록 하기 위한 하프더블(6버튼) 등 두 가지 모드를 지원하고 있다. 전반적인 패턴의 퀄리티는 싱글이 보다 좋은 편으로 느껴졌고, 하프더블은 기존에 PC 리듬게임을 즐기던 이용자들이 플레이 하기에 난이도 측면에서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은 수준이었다.
다만 하프더블에서의 패턴 퀄리티는 일자 배치로 플레이 했을 때 아무래도 아쉬움이 크다. 싱글은 일자 배치로 플레이 해도 보조 키를 활용하면 치는 맛과 재미가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하프더블에서는 일자 배치일 경우 트릴이나 계단과 같은 특정 패턴의 반복, 또는 약지가 자주 사용되는 불편한(불합리한) 배치들이 종종 보인다. 물론 이는 기본적으로 패턴들이 키보드 일자 배치를 상정하고 만들어진게 아니기 때문에 생기는 이슈다.
일자 배치와 펌프 발판 형태의 배치는 추구하는 재미나 방향성에서 큰 차이가 있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키 변경을 통한 일자 배치 플레이가 가능하지만, 반대로 시연이나 PV 등을 통한 주요 피쳐로 '스팀 덱'과 컨트롤러 플레이를 강조하고 있다. 때문에 컨트롤러의 출시를 바라는 이용자들의 의견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만약 일자 배치보다 펌프 발판 형태 배치로 플레이 하기를 의도한 것이라면 몇몇 과하게 반복되는 트릴 등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는 패턴의 퀄리티가 크게 문제될 것은 없는 것으로 느껴졌다. 실제로 키보드로 플레이 하더라도 키의 배치 자체를 펌프 발판 형태로 하는 편이 더 '펌프 잇 업' 시리즈 특유의 패턴 동선이나 재미를 느끼기에는 적합했다. 단지 다른 키보드 키와의 간섭이 문제가 될 뿐이다.
향후 하프더블 이상, 즉 풀 더블(10버튼)을 지원하게 된다면 현재 상용 PC 리듬게임 중에서는 꽤 독특한 포지션을 갖게 될 수 있어 보였다. 플레이 하는 절대적인 인원 수는 적을 수 있겠으나, 마치 'EZ2'의 10K, 14K나 '팝픈 뮤직' 같은 다 버튼 플레이를 지원하는 것 자체가 매력 포인트가 될 수도 있을 듯 하다.
곡 해금의 경우 완화 내지는 조정이 필요해 보였다. 사실 아케이드 리듬게임에서는 많이 사용하는 비즈니스 모델 겸 플레이 타임 확보 전략이지만, PC 리듬게임 이용자들에게는 그다지 호평을 받지 못할 요소다. '내가 하고 싶은 곡이 잠겨 있어서 해금을 위해 억지로 플레이 한다'는 것 자체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아케이드 리듬게임 터줏대감의 새로운 도전, '펌프 잇 업 라이즈'
오랜 시간 아케이드 리듬게임 터줏대감으로 자리해온 안다미로다. 이 가운데 안다미로는 얼리액세스 답지 않은 훌륭한 볼륨과 퀄리티의 수록곡으로 무장한 '라이즈'로 마침내 다양한 리듬게임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PC 플랫폼에 출사표를 던졌다.
안다미로는 나에게 있어 (왕래가 그다지 없었던 것이 이유였지만) 눈에 띄게 왕성한 활동을 하기 보다 조용히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해 나가는 회사라는 인식이 있었다. '피닉스'나 이번 '라이즈'를 즐겨 보면서 그들의 노력이나 고민 그리고 그 결과가 충분히 와 닿았고, 25년 이상 시리즈가 계속해서 이어져 올 수 있었던 비결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펌프 잇 업' 시리즈가 글로벌에서의 높은 인지도와 두터운 팬층 등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만큼 이번 신작 '라이즈'의 행보를 앞으로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려 한다. 특히 기존에 독고다이로 아케이드 시장에서 힘을 내왔던 안다미로인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한 PC 리듬게임들과의 경쟁 및 상생 구도, 향후 운영 등에 대한 기대감과 호기심과 궁금증이 크다. 국산 아케이드 리듬게임 터줏대감의 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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