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25]넥슨게임즈 박용현 대표 "국내 개발사가 빅 게임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시간 길지 않다"

등록일 2025년06월24일 13시25분 트위터로 보내기


 

넥슨게임즈의 박용현 대표이사가 6년만에 오프라인 공개 행사로 개최된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 25’ 기조강연 ‘우리가 빅 게임을 만드는 이유’를 통해 국내 대형 개발사들이 빅 게임에 도전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박용현 대표는 본격적으로 빅 게임에 도전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 전 국내 게임 시장을 과거부터 현재까지 돌아보고 미래를 전망하는 시간을 가졌다.

 

과거 초창기 국내 게임 시장은 미개척지 상태에서 로컬 기업들이 각자 자신들의 전문 분야를 가지고 저마다의 시장을 만들어 나가는 상황이었다.

 

특히 그 당시에는 문화적, 제도적, 경제적 요인 등으로 인해 다른 지역 시장으로의 진출이 힘든 상황이었지만 선두 기업 간의 경쟁도 치열하지 않고 각자 자신들이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하는 시기였다.

 

그리고 그 상황 속에서 새로운 시장에 개척에 성공한 기업들이 빅 플레이어(대형 게임사)가 됐으며 이후 게임 시장을 주도하는 위치가 됐다고 박용현 대표는 설명했다.

 

반면 박용현 대표는 지속적으로 시장이 확장하던 과거와 달리 현재 시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용현 대표에 의하면 현재 게임 시장은 모든 플랫폼에서 게임 시장은 위기를 맞았거나 정체 상태였다.

 

먼저 PC 시장의 경우 국내 PC방 순위 상위권 게임에 2020년 이후로 나온 게임이 없는 상황이다. 이는 글로벌 시장도 비슷한 양상인데 스팀 상위권 게임 또한 절반 이상의 게임이 출시된지 5~10년이 된 장수 게임이며 스팀에 출시하지 않은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도 출시 5년차를 맞은 게임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

 

모바일게임 시장 또한 정체된 것은 마찬가지였다. 글로벌적으로 한국과 대만 시장은 그나마 신작 게임들의 상위권 진출이 쉽게 됐으나 그만큼 차트 아웃도 빨리 진행됐고 일본이나 미국 시장은 신작의 진입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모바일게임 시장의 진짜 위기 요인은 게임시장 안쪽이 아닌 그 바깥에 있다고 박용현 대표는 경고했다.

 

현재 전체 모바일 앱에서 게임의 매출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며 외부 앱 중에서도 틱톡과 유튜브의 매출은 게임 매출을 넘어서며 경쟁 게임보다 더 큰 위협이 됐다는 것.

 


 

그렇다면 최근 국내에서 주목하고 있는 패키지 게임의 시장 상황은 어떻까?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패키지 게임 시장은 다소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어 어쩌면 정체된 게임시장에서 제로섬 게임을 하는 시장보다는 수월해 보이지만 유저들의 눈과 기대치도 높고 패키지 게임의 개발비도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콜드 워’와 같은 탑급 게임의 개발비는 1조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글로벌 대형 게임사도 AAA급 게임 한 두개만 실패해도 큰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위기 상황 속에서 게임 시장의 미래는 어떨까? 로컬 게임사들이 각자 가지고 있던 시장은 포화됐으며 이 같은 흐름은 다른 글로벌 시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로컬 시장들은 이전처럼 자신들이 잘하는 분야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다른 시장의 장점을 흡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호그와트 레거시’ 등을 성공적으로 론칭한 워너브라더스는 차기작을 라이브 게임 서비스로 제작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박용현 대표는 자신의 시장이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기보다는 더 공격적으로 도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나마 소규모 개발사는 좋은 아이디어로 성공할 수도 있지만 빅 플레이어는 소규모 게임만 제작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빅 게임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박용현 대표가 말하는 빅 게임은 단순히 스케일이 큰 게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규모와 퀄리티가 글로벌 개발사와 비교해 밀리지 않는 게임을 뜻한다.

 

이미 전통적인 글로벌 대형 게임사 외에도 최근에는 중국과 동유럽 개발사 중 탄탄한 자금력을 가진 개발사도 글로벌 시장에서 빅 게임에 도전하는 상황 속에서 오히려 국내 개발사들의 도전은 늦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후발주자인 우리도 아직 경쟁의 여지는 있다고 박용현 대표는 설명했다. 우리의 강점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실리콘 밸리처럼 고비용 구조는 아님
2. 서구/동구권 대비 라이브 서비스 게임 노하우 승부
3. K-컬처가 글로벌하게 유행
4. 빅 게임 경험도 예전보다 많이 쌓이는 중

 


 

하지만 이 강점도 몇 년 후에는 개발 비용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 서구/동구권도 라이브 서비스 게임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하게 되고, K-컬처의 유행이 영원할 수는 없는 등 단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우리에게 기회가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은 수년 뿐이라고 그는 진단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넥슨게임즈는 규모를 키우며 기존 글로벌 강자들과 대결할 빅 게임 개발에 착수했지만 기존의 게임 개발 지식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고 그는 밝혔다.

 

우리가 지금까지 가졌던 게임 개발 지식은 빅 게임보다는 작은 규모와 국내 시장에서의 서비스 노하우가 중심이었는데 이를 글로벌 시장으로 돌리자 큰 차이가 존재했다.

 

가장 큰 차이는 마케팅에서 나타났다.

 

국내 게임 시장에서의 게임 론칭은 사전등록 – 캐릭터 선점 – 론칭 순으로 진행됐고 이 기간은 약 2개월 정도로 짧은 텀에 게임 공개와 마케팅을 진행했다. 하지만 글로벌 대작들을 조면 최소 1년 전부터 게임 플레이 정보가 담긴 트레일러를 공개하며 게임에 대한 마케팅을 시작하며 장기 브랜딩을 시작한다.

 

이렇게 기간의 차이가 난 것은 한국이라는 국가가 마케팅 효율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한국은 좁은 지역에 유동 인구가 높고 네트워크 인프라가 발전돼 짧은 기간에 마케팅으로 노출해도 효과가 뛰어나지만 미국 시장의 경우 사람은 많지만 땅이 넓어 돈으로 인지도를 가는 것의 가성비가 높지 않아 대형 IP를 구매하고 기존 인기 게임의 후속작을 만드는 것이 오히려 효율이 좋았다.

 

그런 상황에서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국내 개발사는 신규 IP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할 때 지속적으로 관심을 끌 매력적인 트레일러를 공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중국의 개발사들이 빠르게 빅 게임 시장에 뛰어든 노하우기도 했다. 현재 중국의 빅 게임 대표작 ‘원신’과 ‘오공’은 출시 전 일찌감치 공개한 트레일러가 좋은 면에서든 나쁜 면에서든 화제가 돼 눈길을 끌고 출시 후 관심으로 이어진 것.

 


 

물론 개발 과정에 이런 트레일러를 공개하는 것이 개발진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것은 맞아 이것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은 있겠지만 박용현 대표는 개발이 늦어지더라도 안 팔리는 것보다는 낫다며 이는 답이 정해진 양자택일임을 강조했다.

 

또한 우리가 가지고 있던 지금까지의 개발 경험이 오히려 시행착오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개발진이 생각하는 퀄리티의 기준과 유저들이 생각하는 퀄리티의 기준이 달라지면서 생기는 문제였다.

 

예를 들면 기존 국내 게임의 스토리 전달 방식은 특정 장면에서 연출을 신경쓰는 가성비 높은 스토리텔링에 익숙했지만 글로벌 시장의 경우 스토리텔링은 그 씬만을 위한 표정, 동작 등의 연기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우리의 기술력이 기존 빅 게임의 그래픽 퀄리니까지는 따라갈 수 있지만 문제는 어디까지 퀄리티를 올려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박용현 대표는 차라리 모르는 것은 해외 자료를 보고 배우면 되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한 개발 방식 가성비를 따지는 방법론 안에서 빅 게임을 개발하려고 하면 그 틀 안에서 생각하고 해석하면서 악영향을 끼치는 상황이다고 설명하며 빅 게임 개발을 위한 우리의 편견을 거둬내야 한다고 충고했다.

 

마지막으로 개발 인력 관리의 어려움도 박용현 대표는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서 AA급 대작을 만드는데 약 150명의 인원이 참여하는 편이지만 빅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보다도 많은 수 백명의 인원이 필요하다. 다만 조직이 커질수록 조직 자체의 유지도 어렵고 비전 통일이 어려워진다는 단점이 있다.

 

지금까지는 팀 마다 게임을 만들고 꼼꼼한 디렉터가 고쳐가며 하나의 게임으로 다듬었지만 수백 명이 참여하는 프로젝트에서 모든 디테일을 디렉터가 챙길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는 전통의 빅 게임사들은 각각 다른 지사에서 한 부분씩 개발을 진행하고 마지막에 합체 로봇처럼 게임을 완성하거나 조직을 직군 별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소규모 개발 조직으로 나누고 각 개발 조직마다 콘텐츠 단위로 개발을 진행해 개발 조직끼리 경쟁을 하는 식으로 개발을 진행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 방식을 국내 개발사에 바로 적용하는 것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은 조금 더 필요한 상황이다.

 


 

박용현 대표는 아직 개발 구조 부분에서는 고민이 필요하지만 비전 통합 부분에서는 게임 개발 초기부터 공개하는 트레일러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빠르게 게임의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해당 게임과 비슷한 게임을 개발했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구조이기 때문.

 

하지만 박용현 대표는 지금까지 나온 문제보다 이 문제를 해결한 뒤 만나게 될 미지의 문제점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지만 우리는 후발주자이기에 앞선 사람들이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보고 해결점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이점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박용현 대표는 “우리는 아직은 기회의 문이 열려 있는 이 때 현재의 숙제를 빠르게 풀고 글로벌 시장을 뚫어야 한다”라며 “그렇기에 이번 NDC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풀리지 않는 문제를 발견했을 때 왜 안되는지 혼자 고민하기 보다는 그 문제점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해결법을 찾으며 나아가는 방향을 찾아야 하는데 이번 NDC가 그런 시간이 되길 바란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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