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하신 분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김신부 (役.김윤석)
최부제 (役.강동원)
12 형상
가톨릭에는 암묵적 합의 하에 움직이는 비공식 조직 '장미십자회'가 존재하고 있었다. 힘이 강력하기로 유명한 12악령, 12형상 중 하나가 한국에 상륙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형상의 힘이 생각보다도 더 강력했던 것 같다.
서울 도심의 어느 외진 골목, 장미십자회의 가톨릭 신부 둘이 목숨을 잃었다. 문제는 그 후에 일어났다. 신부 둘이 목숨을 잃었던 사고현장에는 소녀 한 명이 있었는데 사고현장에서 살아남은 그 소녀가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사고 후유증으로 인해 종종 이상행동을 보여, 심리치료를 받는 환자가 많다고는 하지만 소녀의 경우, 단순 후유증으로 치부하기엔 증상에 차이가 있었다.
소녀가 내뱉는 말에는 악(惡)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그 힘이 상당히 강력했다. 외려 역풍을 맞았으면 맞았지 일반적인 엑소시즘으로는 쉽게 떨쳐낼 수가 없었다. 일주일이면 될 거라는 김신부의 호언장담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그렇게 6개월이 흘렀다.
보조사제
김신부는 본래 보조사제였다. 엑소시즘을 행하는 신부의 뒤에서 묵묵히 그를 돕는 일을 해왔다. 그러다 소녀에게 빙의한 형상의 엑소시즘을 진행하는 동안에 어떤 사고가 일었고 보조사제였던 김신부가 엑소시즘을 진행하게 되면서 보조사제 자리에 공석이 났다. 김신부는 그동안 꽤 여러 보조사제들을 만나 엑소시즘을 행했는데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형상이 내뿜는 악으로 인해 보조사제들이 겁에 질려 떠난 것이다. 열 번을 넘게 그랬다. 일반적인 악령이라면 혼자서도 충분했겠지만 상대는 12형상 중 하나였다. 보조사제가 꼭 필요한 일이었다. 끝내 적당한 인물을 찾을 수 없었던 김신부는 신학대학을 통해 적임자를 찾기로 했다. 그래서 뽑힌 것이 최부제. 뭐 보조사제 적임자로 뽑혔다고는 해도 신학대학에서 내린 그의 실질적인 임무는 김신부와 하는 모든 일들을 감시, 촬영, 보고하는 것이었다.
영신 (役.박소담)
엑소시즘
악령 참 지독했다. 어떻게든 쫓겨나지 않고 버텨보겠다며 곁에 있는 사람을 갖은 막말과 힘으로 괴롭히는데 누가 악령 아니랄까봐 공포감이 절로 형성되는 것이 아주 무시무시했다. 그걸 다 견뎌내면서 끝까지 엑소시즘을 행하겠다는 김신부가 참 대단한 인물이었다. 종교적 사명감, 직업의식 뭐 이런 것 보다는 소녀와의 친분, 정, 동정심에 더 이끌려서 행했던 일이기에 소녀에게 빙의한 악령이 지독하게 굴면 굴수록 더 쉽게 질렸을 만도 한데 그렇지가 않았다.
그러다 네가 죽는다며 이제 그만 포기하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참 한결같았다. 오로지 엑소시즘을 위한 준비에만 몰두했다. 그리고 음기가 가장 강하다는 보름달이 뜨던 날 밤, 모든 준비를 끝마친 김신부는 최부제와 함께 엑소시즘을 강행했다. 준비는 나름대로 완벽했으니 정신만 바짝 차리면 되는 일이었다. 그 정신만 바짝 차리는 일이 어려워서 자꾸 문제가 생기는 것이 문제라서 그렇지...
장르와 대중성 그리고 강동원
시사회 반응도 그렇고 강동원 출연 영화 대부분이 '강동원 영상화보집'이라는 평을 받아왔던지라 '검은 사제들'에 대한 기대치가 많이 낮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나는 이 영화가 꽤나 재미있었다. 장르가 획일화 되어 있던 국내 영화시장에서 '엑소시즘'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가 나왔다는 것만 해도 나에게는 무척 반가운 일이었고. 우리나라 특유의 한(恨)이나 신파가 없었다면 더 무난하고 깔끔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약간의 아쉬움도 있기는 하지만 '검은 사제들'은 내가 그동안 접했던 엑소시즘 영화와 달리 엑소시즘을 당하는 인물 보다 행하는 인물이 주인 영화라 그 나름대로의 신선함이 더 크게 다가왔다. 이를 테면 처음 접하는 악령으로 인해 겁에 질린 보조사제의 모습 같은 것들이..
'검은 사제들'은 장르성이 강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김윤석과 강동원이라는 대중적인 배우의 출연, 서양 종교인 가톨릭과 국내 무속신앙의 큰 이질감 없는 어우러짐에, 같은 소재의 다른 영화들에 비해 비교적 접근이 쉬운 편이었다. 무엇보다 강동원의 미모가 때때로 영화의 장르를 잊게 만들었다.
네이버 영화 명대사란을 보면 이런 후기가 있다. '강동원이 Vitimae paschali laudes라는 성가를 부르면서 십자가 들고 종을 울리며 연기를 뚫고 나오는데 예수님 강림하신 줄 알았다.' 그렇다. 정말 그 분이 강림하신 줄 알았다. 완벽한 핏과 출중한 미모에 나는 그만 넋을 놓고 말았다. 악령의 대사 임팩트도 그렇고 박소담의 연기도 그렇고 대체적으로 좋게 잘 보긴 했지만 기승전'강동원'이 될 수밖에 없는 영화, 강동원의 출연을 이유로 시작부터 객관성은 잃고 보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