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조연설에 나서는 마크룽 프랑스 대통령(대통령실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
한국과 프랑스가 공동 의장국을 맡아 9월 7일(월), 프랑스 생폴드방스 마그 재단에서 개최한 국제 영화·영상 분야 회의인 ‘뤼미에르 서밋(The Lumière Summit, 이하 서밋)이 개최된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기조연설을 통해 "프랑스 주도의 '국제 비디오 게임 페스티벌(Festival international du jeu vidéo)'을 창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이 발표한 4대 핵심 이니셔티브(영상 유산 보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독립 상영관 네트워크 IRIS, 국제 비디오 게임 페스티벌) 가운데, 게임 페스티벌은 프랑스의 문화 주권과 창작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독자적 문화 프로젝트로 제시됐다.
"게임은 종합 예술"... '프랑스 문화적 예외'에 게임 전격 편입
마크롱 대통령은 연설에서 "게임은 영상, 각본, 음악, 디자인, 기술이 교차하는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창작 형태 중 하나"라며 "프랑스가 영화를 비롯한 순수 예술 창작물을 지키기 위해 확립했던 '프랑스 문화적 예외(l'exception culturelle française)'의 영역에 게임 역시 당연히 포함되어야 한다"고 천명했다.
'문화적 예외'는 문화 콘텐츠를 단순한 공산품이나 상업적 상품으로 취급하지 않고, 시장 논리로부터 창작 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세제 지원과 기금 등을 지원하는 프랑스 특유의 보호주의 문화 정책 모델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선언은 프랑스 정부가 유비소프트(Ubisoft) 등 자국 게임 산업의 성과를 문화적 자산으로 격상하고, 공적 보호막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게임판 칸 영화제' 지향… 상업 마케팅 쇼 탈피
새롭게 창설되는 페스티벌은 전 세계 창작자, 개발 스튜디오, 혁신 기술 기업, 게이머와 산업 관계자를 결집하는 글로벌 정례 행사로 치러진다. E3나 게임스컴 등 신작 홍보 중심의 기존 글로벌 게임 박람회와 달리, ‘예술성과 창작성, 독창적 내러티브를 조명하는 권위 있는 글로벌 플랫폼’을 지향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산 게임들이 거둔 세계적 성공은 창작의 풍요로움과 게임 산업의 저력을 방증한다"며 "이 같은 창의성을 기리고 글로벌 대중과 산업의 지지를 이끌어낼 공식 무대가 필요하다"고 행사 추진 배경을 밝혔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은 플랫폼 중심의 '주의 경제(Attention Economy)'와 생성형 AI가 게임 생태계에 미치는 부작용을 강도 높게 경고했다.
그는 "이미 성공한 포맷만을 무한 복제하는 양산형 콘텐츠 대신, 게임 스튜디오가 실패 위험을 감수하고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을 창조할 수 있는 환경을 지켜야 한다"며 "단순 연산에 불과한 AI가 인간 고유의 창작성을 대체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되며, 저작권과 창작자의 정당한 보상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서밋에서는 프랑스의 독자적 게임 페스티벌 창설 외에도, 한국과 프랑스가 향후 5년간 10억 유로(약 1조 4천억 원 이상)를 투입해 영상 및 문화 주권을 강화하는 '루미에르 파트너십(Partenariat Lumière)'이 함께 발표됐다. 프랑스가 자국 문화 주권 강화를 위해 게임을 '문화적 예외'의 핵심 축으로 끌어올린 가운데, 글로벌 플랫폼과 AI 기술 격변에 대응하는 유럽발 게임 정책 기조가 향후 글로벌 게임 산업 지형 및 한국의 게임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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