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인상적이지만 욕심이 과했다

등록일 2014년05월07일 16시40분 트위터로 보내기


* 아래 리뷰 내용 중에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의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 해설하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품을 아직 안 보신, 스포일러를 피하려는 분들은 먼저 극장에서 작품을 본 뒤에 기사를 보시기 바랍니다.

** 아래 스크린샷들은 보도를 위해 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가 배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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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성급한 리부트라는 우려와 함께 개봉했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500일의 썸머'로 로맨스 장르에서 재능을 보인 마크 웹을 감독으로 기용해 히어로 무비와 틴에이저 로맨스 무비의 결합 가능성을 시험한 바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완성도에 있어서는 논란이 많았고, 흥행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지만 소니의 의욕적인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에 비해서는 박스오피스 성적에서 뒤쳐지고 말았다.

흥행 결과와 타 영화사에서의 감독 스케줄 문제로 한 때 감독 교체설이 돌기도 했으나 이번에 개봉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역시 감독은 마크 웹이 맡았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전작에 이어 틴에이저 로맨스를 표방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연인을 잃는 아픔을 딛고 한단계 성숙해지는, 미성년에서 성년으로 나아가는 주인공의 성장담을 담고 있다.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감독인 마크 웹의 전작 제목인 500일의 썸머를 따와 500일의 스파이더맨이라고 불릴 정도이다.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이란 표어처럼 뉴욕에 함께 사는 소시민 히어로로서의 성격이 강한 스파이더맨에게 이번에도 힘든 고난의 나날이 이어진다. 일상과 사람들을 구하는 히어로로서의 임무를 병행하는 것은 날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아이돌처럼 단지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과한 관심과 시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고민은 십대 다운 사랑 문제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1이 피터 파커와 그웬 스테이시가 호감을 갖고 연인이 되는 과정이었다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연인이 된 두 사람이 졸업과 각자의 진로를 찾아가는 것으로 인해 멀어지는 안타까움과 비극으로 끝맺는 사랑을 중심축으로 하고 있다.

이는 마크 웹의 장기를 살림과 동시에 샘 레이미의 트릴로지와 거리를 두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마크 웹의 이번 시리즈는 스파이더맨이 거미줄로 I LOVE YOU를 대교에 내거는 장면을 보여줄 정도로 로맨스를 전면에 내세우며 의도적으로 삼촌인 벤의 비중을 줄이고 있다. 샘 레이미의 트릴로지에서 히어로로서의 정체성을 만들어 준 벤 삼촌 대신 마크 웹의 시리즈에서는 아버지인 리처드 파커에 얽힌 오스코프의 음모와 죄책감과 불안의 다른 모습인 스테이시의 환영이 자리하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각 부분은 인상적이지만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다소 떨어져서 아쉬웠다.


부분을 따로 떼어놓고 보면 인상적인 장면이 많다. 타임스퀘어와 발전소를 무대로 펼쳐지는 스파이더맨과 일렉트로의 액션은 백미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예고편에도 등장했던 스파이더맨과 일렉트로가 펼치는 종횡무진 액션은 인상적인 3D 연출과 함께 마치 그 자체로 테슬라코일 연주를 보는 듯한 일렉트릭 파티였다.

또 클라이막스 부분에 추락하는 그웬 스테이시를 붙잡기 위해 피터 파커의 손처럼 뻗어나가는 거미줄은 코믹스 원작의 임팩트를 섬세하게 잘 살린 장면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우선 빌런(villain. 악당)이 셋 등장하지만 사실상 메인 빌런은 일렉트로이고, 그린 고블린은 다소 어정쩡한 위치에 놓여있다. 라이노는 그저 얼굴을 비친 것에 의의를 둬야 할 정도로 미미한 역할이다.

'스파이더맨3'가 샌드맨, 베놈, 그린 고블린의 동시 등장으로 인한 혼잡함을 수습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던 것에 반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반대로 각 빌런들이 지나치게 분절적이다. 유기적으로 팀을 이루지 못해 굳이 한 영화 안에 등장하지 않았어도 될 캐릭터들을 무리하게 쓸어담았다는 느낌을 주고 본편에서 회수하지 못하는 떡밥만 대량으로 뿌리고 있다.


이는 소니의 스파이더맨 프랜차이즈에 대한 과욕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한다. 이미 소니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3편과 4편의 제작을 발표했고, 스핀오프로 악역들의 연합인 '시니스터 식스'를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베놈' 단독작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지나치게 차기작인 시니스터 식스를 의식하면서 정작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빌런이 갖는 본연의 매력은 깎아내리는 모순을 저지르고 있다. 모든 빌런을 오스코프가 쥐고 흔들도록 음모론 안에 가두고 있기 때문이다.

본편에 직접 등장한 벌처의 날개와 닥터 옥토퍼스의 문어발 등 앞으로 등장할 주요 빌런의 능력이 오스코프로부터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각자의 사정으로 악당이 될 수밖에 없었던 불행한 사건을 그림으로써 매력과 개성을 부여하던 스파이더맨의 빌런들을 단순한 꼭두각시 범죄자로 전락시킬 위험이 내포되어 있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등장한 알렉세이가 마지막에 오스코프에 의해 라이노로 등장할 때 그는 단순히 더 큰 악에 고용된 범죄자에 지나지 않는다. 그저 그웬 스테이시의 죽음을 딛고 일어선 스파이더맨에게 당해야 하는 기계적인 악역을 떠안은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진행될 시니스터 식스에 대해서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서사의 유기성과 밸런스까지 깨뜨려가며 굳이 그웬 스테이시를 죽인 것 또한 흥행을 위한 자극성 소재가 아닌가 싶어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될 정도이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트랜디한 틴에이저 로맨스 무비로써, 원작의 스파이더맨 캐릭터를 잘 살린 3D 액션 영화로써 인상적인 부분을 가진 영화이다. 하지만 제작사의 과욕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무리한 전개와 편집은 영화 전체의 가치를 좀 떨어뜨린 느낌이다.

한 동안 계속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이전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의 마지막이 과욕으로 인해 무너져 내렸던 것을 되짚어 봐야할 것 같다.


* 본문의 내용은 게임포커스 리뷰어 Sion님이 기고하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리뷰를 가필, 수정한 것으로 게임포커스 편집부의 편집 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필자 프로필
닉네임 Sion. 영화, 서브컬쳐 칼럼니스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만 덕후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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