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스마일게이트 배급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 AAA 게임들과 어깨 나란히 하는 '슬리퍼히트'

등록일 2025년04월30일 14시10분 트위터로 보내기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와 스마일게이트가 국내 배급, 프랑스의 신생 개발사 샌드폴 인터렉티브가 개발한 턴제 RPG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이하 클레르 옵스퀴르)'가 '슬리퍼히트'의 면모를 보여주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올해는 '몬스터헌터 와일즈', 'GTA 6', '데스스트랜딩 2' 등 AAA 게임들이 대거 출시됐거나 혹은 출시를 예고한 상황이라 냉정하게 상대적으로 '클레르 옵스퀴르'는 체급으로도, 장르적으로도 주목을 받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오리지널 신생 IP이고, 소규모의 개발자들이 모여 만든 (상대적으로 대중적이지 않은) 턴제 RPG이며, 출시 시기에 (국내에서는 즐길 수 없지만) '엘더스크롤 4: 오블리비언' 리마스터 판이 등장하는 바람에 화제성도 가져올 수 없었다.

 

하지만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 했던가. 출시 초기 메타크리틱 90점 이상을 기록하는 등 평단에서 호평을 받자 게이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흥행에 성공한 모습이다. '클레르 옵스퀴르'는 국내외에서 여러모로 '슬리퍼히트'의 면모를 보여주며 출시 3일 만에 100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하는 등 깜짝 흥행작으로 떠올랐다.

 

지난 3월 체험기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게임이 가진 잠재력은 이미 상당했다. 나는 범람하는 AAA 게임들과 견줄 수 있는 기대작이라 평했는데 본작을 플레이 한 뒤에도 이러한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무엇보다도 주목할 만한 점은 이 게임이 샌드폴 인터렉티브의 첫 작품이라는 점이다.

 

샌드폴 인터렉티브는 자신들이 영향을 받은 여러 고전 JRPG의 강점을 잘 흡수해 색다른 매력으로 재구성하는데 성공했으며, 장르의 성공 공식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차세대 턴제 RPG로서의 발전 가능성도 제시했다. 다음 타이틀을 기대감 속에 기다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관련 기사: [체험기]'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 범람하는 AAA급 게임 사이에서 등장한 깜짝 기대작

 


 

'클레르 옵스퀴르'가 가진 두 가지의 강력한 무기 첫 번째, 매력적인 스토리와 설정

깊이 있으면서도 매력적인 스토리 및 설정은 이 게임의 강력한 무기다. 또 장르적인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중요한 역할도 겸하고 있다. '클레르 옵스퀴르'는 고전적인 JRPG에 크게 영향을 받은 게임이며, 또 완성도 높은 RPG에게는 좋은 스토리가 필수적인 만큼 조건 중 하나는 만족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게임은 무거운 주제를 풀어내는 방식이 상당히 노련하며, 턴제 RPG라는 장르 속에서 그 문법을 충실히 따르며 게이머들을 세계 속에 몰입 시킨다. 스토리를 구상하고 다듬는 데만 4년이 걸렸다는 이야기는 허튼 소리는 아니었던 셈이다. 자세히 언급할 수 없는 스토리 상의 놀라운 지점들도 여럿 있다. 전반적인 전개에도 큰 흠이 없다.

 

그렇기에 이 게임을 온전히 즐기고 싶다면 인물들의 대화나 컷씬을 넘기지 않기를 추천하고 싶다. 캐릭터들의 감정을 전달하는 헐리우드 출신 성우들의 연기는 매우 세심하고 뛰어나며, 영상미와 OST도 상당히 좋기 때문에 몰입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특히 콕 찝어서 언급하자면 OST는 정말 최고 수준이다.

 

스토리가 강력한 무기인 만큼 최대한 스포일러를 피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채로 즐기길 추천한다. 다만 초반부에서 고유명사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점, 후반부 전개가 너무 급한 점은 아쉬움이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플레이 타임은 메인 스토리 기준으로 30시간, 사이드 콘텐츠까지 소화하면 60시간 가량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플레이 타임이 100시간 가까이 소요되는 RPG들이 많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일견 짧아 보일 수 있지만, 반대로 '클레르 옵스퀴르'의 구성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고 볼 수도 있다. 무조건 플레이 타임이 길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무기, 몰입감 넘치는 반응형 턴제 전투

'클레르 옵스퀴르'가 가진 또 하나의 강력한 무기는 바로 현대적인 업그레이드가 가미된 전략적 턴제 전투다. 기본적으로 턴제, 특히나 고전적인 JRPG의 경우 상당히 지루하다는 편견을 가지기 쉽다. 하지만 '클레르 옵스퀴르'에서의 전투는 화려한 연출과 조작이 가미된 턴제 전투로 턴제도 몰입감과 박진감이 넘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다시금 깨닫게 한다.

 

'클레르 옵스퀴르'의 반응형 턴제 전투는 상대 턴의 공격에도 집중해야 하는 독특한 스타일이다. 내 턴에서는 턴제인 만큼 당연하게도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내기 위한 전략적 사고 방식이 요구되며, 상대 턴에서는 적의 공격을 패링하거나 회피해 보다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해 집중할 필요가 있다. QTE 입력이 요구되는 패링과 회피는 성공했을 때의 리턴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회피는 상대적으로 타이밍이 여유롭지만 패링은 어지간한 액션 게임에 준할 정도로 타이밍이 빡빡하다. 적마다 공격의 패턴이나 박자가 다르기 때문에 해당 적의 공격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마치 소울라이크 액션 게임에서 적의 공격 타이밍을 익혀가며 시행착오를 겪는 것과 유사한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단지 액션 게임처럼 이동이나 거리 조절이 없을 뿐이다. 그렇기에 완벽히 패링에 성공하거나 적의 턴을 무용지물로 만들 때의 쾌감과 손맛은 상당하다. 만약 회피나 패링에 그다지 자신이 없다면 난이도 조절도 가능하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캐릭터의 능력치나 동료와의 관계가 좋아지면 특수기인 '그라디언트 어택'이 해금된다. 턴을 소모하지 않기 때문에 전투에 있어 매우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적도 '그라디언트 어택'을 사용하는데, 이에 맞서 '그라디언트 카운터'로 대응할 수 있다.

 




 

폭 넓은 다양성의 캐릭터 빌드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고유 매커니즘을 갖고 있으며, 꽤 자유롭게 스킬트리를 바꾸고 빌드를 시험하며 여러 조합을 시도해볼 수 있다. 특히 이 매커니즘과 스킬들은 캐릭터들끼리 유기적으로 시너지를 내도록 의도적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또한 고전적인 JRPG의 공식 그대로다. 어떻게 하면 내 턴에서 더 강력하게 공격할 수 있을지 조합과 순서를 고민하고 이를 성공시켰을 때의 쾌감이 상당하다.

 

'픽토'와 '루미나'는 빌드 다양성의 폭을 몇 배는 더 넓혀주는 키 포인트 시스템이다. 캐릭터들의 잠재력을 보다 무궁무진하게 확장시켜주는 중요 시스템이므로 빠르게 적응할 필요가 있다. '픽토'는 캐릭터에 직접 장착할 수 있는 일종의 퍽(Perk)인데, 조건을 만족하면 어떤 캐릭터든 이 '픽토'를 패시브로 장착할 수 있다. 캐릭터 빌드를 구상하면서 조합을 고려하고 사기적인 빌드를 찾아내는 재미가 있다. 다만 이전 프리뷰 빌드에서도 느꼈던 단점으로 '픽토'와 '루미나'를 관리하는 UI가 다소 불편하다는 점은 그대로라 아쉽게 느껴진다.

 

'오버월드'라 명명된 월드맵에서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숨겨진 요소를 찾는 등 탐험에서도 JRPG의 향취를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다. '마임' 등 깜짝 등장하는 기믹형 보스들도 존재하므로 탐험 그 자체에서 매력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 '에스키에'를 만난 뒤 확장되는 월드맵 탐험 경험은 상당히 흥미로우면서도 고전의 느낌이 물씬 풍겨 기분 좋은 인상을 준다. 다만 세부 미니맵을 지원하지 않거나 느긋한 속도의 월드맵 이동 등 일부 (의도된) 불편한 요소들도 있으니 감안할 필요가 있다.

 




 

턴제 RPG를 좋아한다면 무조건, 아니라고 해도 해볼 가치 있는 게임

만약 자신이 턴제 RPG를 사랑한다면 무조건, 그렇지 않다고 해도 한 번쯤 해볼 가치가 있는 게임이다. 약간의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충분히 감안할 수 있는 수준이다. '클레르 옵스퀴르'는 수많은 고전 JRPG에서 받은 영향과 아이디어를 자신들만의 색깔과 매력으로 재구성하는데 성공했으며, 또 그 이상으로 현대 게이머들에게 턴제 RPG라는 장르가 앞으로 어떻게 자신을 어필해야 하는지 그 방향성을 제시한 기념비적인 게임이라고 평하고 싶다.

 

샌드폴 인터렉티브는 단 30명의 개발자로 이루어진 상대적으로 소규모의 개발사다. 샌드폴 인터렉티브가 마치 '페인트리스'를 상대하기 위해 원정대를 꾸려 떠난 '구스타브' 일행처럼, 무한한 경쟁이 기본인 게임 업계라는 거대한 폭풍 속으로 원정에 나선 30명의 원정대로 겹쳐 보이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 것 같다. 드라마틱한 게임 속 이야기는 한편으로는 샌드폴 인터렉티브의 도전과도 겹쳐져 보이는 면이 있다.

 

뛰어난 아트워크와 비주얼, 화려한 연출과 몰입감을 제공하는 반응형 턴제 시스템으로 빚어낸 흥미로운 전투,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세계관과 스토리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훌륭한 사운드까지 크게 흠잡을 곳이 없는 될성 부른 떡잎이자 '슬리퍼히트'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게임이었다. 올해에도 '몬스터헌터 와일즈' 같은 강력한 AAA 게임들이나 '스플릿 픽션' 같은 통통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게임들이 GOTY 유력 후보로 거론되지만, '클레르 옵스퀴르' 또한 후보에 올려도 될 자격과 조건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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