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뻔한 것을 거부하는 '즐거운 의심', 토비 폭스 '델타룬'

등록일 2018년12월17일 08시25분 트위터로 보내기

 

인디 게임 개발자 토비 폭스의 '언더테일'이 등장한 지도 어느덧 3년이 훌쩍 지난 2018년 10월 말, 한동안 별다른 소식 없이 전해지지 않던 그의 SNS에 "누군가 당신과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라는 짧은 글이 올라왔다. 그리고 얼마 뒤 공개된 '델타룬'은 '언더테일'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언더테일'은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인디 게임에 대한 불신과 고정관념을 날려준 게임이다. 조악한 그래픽과 퍼즐 요소 뒤에 숨겨진 매력적인 스토리와 '제4의 벽'을 넘나드는 특유의 소름돋는 연출은 기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오랜 만에 등장한 '언더테일'의 후속작 아닌 후속작(?) '델타룬'은 무료 데모로 챕터 1만 우선 공개됐다. 토비 폭스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왔을까? 완전판이 아니라는 점이 매우 아쉬웠지만, 그래도 토비 폭스의 또 다른 이야기를 즐겨볼 수 있다는 사실에 기대감을 갖고 플레이를 해봤다.

 

*'언더테일'과 '델타룬' 챕터 1 데모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토비 폭스 특유의 독특한 연출, 그리고 계속되는 '즐거운 의심'

앞서도 언급했듯이 '언더테일'은 기자에게 매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델타룬' 또한 직접 플레이 해보니, 기대감에 반하지 않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언더테일'의 강점은 그대로 이어오면서 동시에 게임성은 개선됐다. 또한 '언더테일'의 흥행에 힘을 보탰던 OST도 '델타룬'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어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특히 'Rude Buster'와 'Field of Hopes and Dreams', 그리고 'Checker Dance'는 여전히 반복 재생으로 듣고 있다. 토비 폭스의 '밴드 캠프'에서 OST를 미리 들어볼 수 있으며, 앨범을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니 팬이라면 확인해 보자.



토비 폭스는 '언더테일'을 통해 흔히 RPG 하면 떠올릴 수 있는 문법들을 거부했다. 적을 처치해 얻을 수 있는 'EXP'와 캐릭터의 'LV'이 사실은 처형 점수(Execution Point), 폭력 수치(Level Of ViolencE)라거나, 전투 방식이 슈팅 게임을 연상케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번 '델타룬' 데모에서도 왕관을 써서 강력해진 'K. 라운드'와의 전투에서 인사를 하며 왕관을 떨어트리거나, '랄세이'를 직접 던져서 왕관을 맞추는 등 특유의 독특한 전투 스타일과 유머러스한 연출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인사 오지게 박습니다!
 

게임에는 샌즈나 언다인, 토리엘 등 '언더테일'에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짧게나마 등장한다. 하지만 시간대와 캐릭터의 관계, 그리고 일부 설정들은 '언더테일'과 일치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게임의 이름부터 아나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플레이하는 입장에서 '뭔가 숨겨져 있을 것 같다'는 즐거운 의심을 하게 만든다. 이후 출시될 '델타룬' 본편에서도 '언더테일'과 같이 뻔한 것을 거부하는 토비 폭스 특유의 감성이 그대로 이어지길 바라본다.

 

감탄사 참기 Lv.MAX
 

사실 약 3시간 분량의 짧은 데모를 가지고 '언더테일'만큼의 충격을 받았다고 포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기대감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데모를 플레이한 이후, 토비 폭스가 밤잠을 설쳐가며 떠올린 이야기에 더욱 관심이 가게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다양한 해석과 가설 그 가능성을 엿보다

'언더테일'과 '델타룬' 모두 다각적인 해석의 재미를 주는 게임이다. 문학 작품의 해석에 정답이 없는 것처럼, 플레이어가 마음껏 해석의 다양성을 게임에 녹여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델타룬'을 '좋은' 게임이라고 평하고 싶다. '언더테일'과 '델타룬'이 갖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리얼한 그래픽도 뛰어난 전략성도 아닌, 스토리와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예측과 '설정 놀이'이기 때문이다.

 

경찰이 된 언다인의 모습이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진다
 

많은 영화와 소설, 드라마들이 작품 내에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것을 은연중에 드러내곤 한다. 보는 이로 하여금 퀴즈를 맞추듯 이 의도를 해석하고, 그것이 작가의 의도와 동일했을 때 보는 이가 만족감을 얻도록 하기 위해서다. '언더테일'은 게임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러한 의도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다수 숨겨두었고, '델타룬' 또한 이러한 기조를 그대로 이어 받았다. '좋은 작품'은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 작품이다. 좋은 영화나 소설, 시는 늘 다양한 시각의 해석과 분석이 뒤따르고, 이를 통해 작품의 가치가 높아지게 된다. '언더테일'과 '델타룬'이 그런 케이스다.

 



 

'언더테일'과 '델타룬'의 관계를 파고드는 팬들에게 원작자인 토비 폭스는 후속작, 시퀄, 프리퀄 등으로 '델타룬'의 정체성과 의도를 정의하는 대신, '언더테일'을 클리어한 후 즐길 수 있는 어떤 게임이라고 애매모호하게 답변했다. 이 대답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대신 데모를 즐긴 후, 기자는 그럴싸한 가설과 '떡밥' 그리고 팬들이 커버한 음악들을 즐기며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언더테일'이 보여준 '클리셰 부수기'를 다시 볼 수 있기를
현실에 가까울 정도로 뛰어난 그래픽으로 무장한 AAA급 게임들이 난무하고, 일명 '먹히는' 연출과 그래픽이 '클래식'이라는 미명 하에 남발되는 상황에 경종을 울렸던 것이 '언더테일'이었다. 실제로 샌즈와 플라위를 중심으로 한 개발자의 촘촘한 선택지 예측과 이에 따른 연출은 기자에게 상당히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물론 이전에도 '제4의 벽'을 넘나드는 캐릭터들이 다수 있었고, '스펙 옵스: 더 라인'과 같이 충격적인 연출과 결말로 클리셰를 부순 작품도 존재했다. 이러한 작품들과 비교하거나 폄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독특한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링과 플레이어의 생각을 뛰어넘고 예측하는 연출이 '언더테일'이 가진 강력한 무기 중 하나였다고 강조하고 싶다. 물론 '델타룬' 또한 마찬가지다.

 



 

'델타룬'을 통해 보여준 결과는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하다. 여전히 캐릭터들은 어딘가 나사가 빠졌지만 유쾌하고, 등장하는 적들도 매력이 넘친다. 이제 막 1챕터가 공개된 시점이고 언제 게임이 완성될 지는 토비 폭스 본인도 확답을 내리지 못했지만, 그렇기에 본편이 더욱 기대된다. 이를테면, 지금은 '언더테일'의 초반 부분만 플레이 한 후 '포토샵 플라위'의 게임 강제 종료, 세이브 & 로드 공격과 같은 연출을 보지 못한 상태인 셈이다. 아마도 기다림은 매우 길겠지만 '언더테일'을 처음 즐겼을 때, 특히 '포토샵 플라위'를 만났을 때 느꼈던 충격을 '델타룬'을 통해 다시 한 번 경험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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