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판 라인업 꾸준히 늘리는 인트라게임즈, 자체 게임번역팀을 만나다

등록일 2018년02월01일 16시35분 트위터로 보내기


한국어화 출시되는 게임이 늘어나면서 게임 번역의 퀄리티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기존 외주 혹은 건당 계약으로 번역을 진행하던 콘솔게임 업체들이 일정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린다.

다들 고민하던 자체 번역팀을 구성해 로컬라이징 작업을 한다는 구상을 실제 행동으로 옮긴 회사가 있어 주목받고 있다. 한국어화를 활발히 진행하며 '오토메게임' 등 장르 다변화에도 힘써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고있는 인트라게임즈가 그 주인공이다.

인트라게임즈는 2016년 10월경 자체 번역팀을 꾸려 지금까지 번역, QA, 감수 등을 직접 챙기고 있다. 초기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안정된 번역 퀄리티로 유저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번역팀을 총괄하는 인트라게임즈 송화섭 해외사업팀장 및 팀원들을 직접 만나 번역팀을 직접 꾸리게 된 계기와 그 동안의 경과, 번역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 등을 들어봤다.


인트라게임즈 게임번역팀의 최현옥 QA 총괄은 '추방선거', '쟃빛 매의 사이키델리카' 등의 번역을 담당했고 신륜진 번역 총괄은 '떠도는 밤: 심연', '검은 나비의 사이키델리카' 번역을 담당했다.

'마녀와 백기병2'는 공동번역으로 작업을 진행했으며 '디스가이아5 for Switch', '절대절망소녀 단간론파 PS4', '하코니와 컴퍼니웍스', '루프란의 지하미궁과 마녀의 여단 PS4', ' 섹시 브루테일', '더스티 레이징 피스트' 등은 번역 감수를 함께 진행했다.

번역 퀄리티와 빠른 출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자체번역팀 꾸려
자체 번역팀은 언제부터 가동한 건가
송화섭 팀장: 2016년 10월경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마녀와백기병2'부터 자체 번역을 진행했다. 그 후 추방선거, 검은 나비의 사이키델리카, 떠도는 밤: 심연 등을 진행했고 현재는 '7스칼렛' 번역을 한창 진행중이다.

번역팀을 꾸리기로 결정한 계기가 궁금하다
송화섭 팀장: 번역팀을 꾸리기 전 혼자 번역 감수, QA를 진행할 때에는 해외 게임을 가져와서 번역, 개발해 출시하는데까지 시간이 6개월 정도 걸렸던 것 같다.

6개월이라는 텀이 게임이라는 콘텐츠에서는 적지않은 텀이다. 패키지게임은 라이프사이클이 그렇게 길지 않은데 반년은 너무 길게 느끼는 유저가 많을 것이다. 그 텀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체 번역팀으로 귀결되었다.

번역을 외주로 진행할 때에는 순수 번역기간이 대개 1달 정도로 책정된다. 거기에 QA도 있고 감수도 해야 한다. 이 과정을 3개월 정도에 마무리하는 걸 늘 목표로 하지만 실제 해보면 6개월 정도는 걸리더라.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 일정 조정도 필요하고 막상 결과물을 받아보니 퀄리티가 생각만큼 나오지 않아 다시 손대야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무리 빠르게 진행해도 6개월 이상은 걸리곤 했다.


번역팀의 작업 프로세스도 설명해주기 바란다
송화섭 팀장:  예전부터 번역을 급하게 진행하면 나중에 손을 더 대야하므로 시간이 결과적으로 더 소요되곤 했다. 처음 번역할 때부터 번역자가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을 주자는 생각이 번역팀의 구성, 작업으로 이어졌다.

먼저 해외 개발사에서 자료, 세계관 설정, 캐릭터 등을 받아서 번역팀에서 인물들의 관계, 말투, 분위기를 사전에 검토를 한다.

내부 프로세스에 의해 그 결과물을 문서로 정리한 후 본격적으로 번역이 시작되면 게임에 따라 다르지만 1달 반에서 2달 정도 순수 번역 시간을 갖는다. 사전 검토기간을 가진 후의 번역이지만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고 번역을 진행하려 한다.

번역 전에 게임 플레이도 해서 어떤 장면에 어떤 대사가 나오는지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본문 번역을 하니 좀 더 부드럽게 번역작업이 진행된다. 가능한 한 스케쥴을 잘 잡아서 이 사전 검토 및 게임플레이 시간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작업중이고 앞으로도 이 부분에 신경을 쓰려 한다.

번역된 텍스트는 빌드에 적용되기 전 한번 더 텍스트 검수를 진행한다. 그리고 빌드 적용 후 QA에 들어가서 다시 검수를 한다. 두 번 체크가 들어가서 정확도 면에서도 갈수록 안정적으로 작업이 진해되는 걸 느끼고 있다.

QA를 2~3회 정도 진행해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개발을 끝내고 발매 준비에 들어간다.

QA를 3번 진행하는데 해외 큰 회사들은 더 많이 하고 있다. 우리도 시간이 충분하다면 좀 더 하고싶은 게 사실이다. 이번에 아이디어팩토리와 오토메게임 작업을 하며 니폰이치와 진행할 때와 마찬가지로 3~4회 QA를 진행했는데, 아이디어팩토리 측에서 어떻게 이렇게 오류가 적을 수가 있냐고 감탄하고 프로세스를 물어보더라.

우리가 잘하고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실감을 못했는데 아이디어팩토리와 작업하며 우리가 잘 하고 있는 게 맞다는 걸 확인했다. 로컬라이징팀의 두분이 너무 잘 하고 계신다.

자연스러운 한국어 문장이 되도록 번역한다
게임을 좋아하니까 이 일을 택했을 것 같긴 한데, 원래 게임을 좋아하고 많이 플레이하나
최현옥 총괄: 저같은 경우 온라인게임 위주로 플레이하면서 콘솔게임은 PSP나 닌텐도 게임기를 주로 플레이했다.

신륜진 총괄: 게임도 좋아하고 서브컬쳐 전반에 관심이 있다. 그래서 일본어를 공부했고 인트라게임즈에 입사해 일하게 됐다. 지금은 스위치를 구입해 주로 즐기고 있다.


최근 출시한 검은 나비의 사이키델리카는 첫 오토메게임이자 고유명사가 많이 나오는 등 번역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신륜진 총괄: 오토메게임 번역은 처음 해 봤는데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번역을 해야 해 신경을 많이 썼다. 진지한 장면이 많고 기본적으로 연애하는 게임이 아니라 진지하고 어두운 분위기의 게임이다.

고유명사가 많이 등장하고 세계관도 독특한 게임으로 후속작도 있고 해서 세계관에 맞게 용어를 번역하는 걸 생각해가며 번역했다.

고유명사들은 영문표기도 찾아보고 일본어 표기와 비교해서 한국어 표기를 결정했다.

번역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은 장르마다, 게임마다 다른 게 당연할 텐데 어떤 게임이 가장 번역하기 힘들었나
신륜진 총괄: 마녀와 백기병2는 공동작업으로 진행하고 검은 나비의 사이키델리카는 혼자 작업했는데, 마녀와 백기병의 경우 2개월 정도가 소요된 것 같다. RPG라 스토리보다 다른 데 더 손이 많이 갔던 것 같고 신경쓸 게 많았다.

번역 자체가 가장 힘들었던 타이틀은 추방선거다. 텍스트가 정말 많았다. 대략 130만자 이상이었다. 참고로 검은 나비의 사이키델리카가 45만자 정도이다.

장르를 놓고 보면 그래도 비주얼노벨의 경우 단어수 차이가 좀 있어도 어느 정도 분량이라는 감이 오는데, 니폰이치 RPG 타이틀은 용어집부터 해서 글자 수가 어마무시하다. 예를 들어 '디스가이아5'는 400만자가 들어있어 감수에도 애를 많이 먹었다.

최현옥 총괄: 힘들었던 작업은 역시 분량이 굉장히 많았던 추방선거였던 것 같다.


게임번역 시 가장 힘든 점은 실제 어떤 장면에 나올지를 알 수 없이 텍스트만 받아 번역을 한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어려움은 없나
신륜진 총괄: 확실히 어려운 부분이다. 기본적으로 추측에 의존해 번역해야하다 보니 엉뚱한 실수가 나올 수도 있다. 그래서 QA를 진행할 때 그런 부분에서 애매했던 장면에 대해 확인해 보고 협의해 가며 하고 있다. 사전 플레이도 하고 있는데 큰 도움이 된다.

최현옥 총괄: 한 사람이 번역을 하면 어떤 맥락에서 사용된 말인지를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다른 사람이 게임을 실제 플레이하면서 이런 장면이었다고 조언을 주기도 하며 힘을 합쳐 번역을 하고 있다.

앞으로 RPG 타이틀 작업을 더 진행하게 될 텐데, 텍스트 양이 많은 것 외에 또 어떤 어려움이 있나
신륜진 총괄: RPG는 기본적으로 대사량이 적어도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일단 장면마다 텍스트들이 끊어져 있는데 텍스트만 받아보면 이게 이어지는 장면인지 끊어진 다른 장면인지를 파악하기 힘들다. 그런 면에서 텍스트게임은 기본적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라는 면에서 번역이 쉬운 편이다.

또 RPG의 경우 용어를 정하는 게 어려운 부분이다. 스킬이나 아이템 이름같은 것들의 글자 수가 제한되어 있다는 점도 어렵다.

최현옥 총괄: 최대한 칸에 맞게 아이템, 스킬의 이름을 잘 정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띄어쓰기를 최대한 지키려 하지만 스킬과 아이템에서는 지킬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긴 단어를 한 글자로 줄여서 표현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마다 의논을 해서 결정하거나 전례를 찾아보고 결정하곤 한다.

게임번역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은 어떤 점인가
신륜진 총괄: 아무래도 일본어가 만화, 애니메이션 등으로 친숙한 유저가 많다. 그런 만큼 직역투가 익숙해지기 쉬운 게 일본어인 것 같다. 일본어를 공부하다 보면 일본에서만 쓰는 표현인데 자연스럽게 한국어 표현으로 착각이 될 때도 있다.

번역을 할 때 최대한 직역같지 않고 한국어스러운, 한국인이라면 이럴 때 이런 표현을 쓰고 이런 표현은 쓰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서 번역하려고 한다. 더 신경을 써서 자연스러운 번역을 하고 싶다.

최현옥 총괄: 저도 그 부분은 같은 생각이다. 그리고 게임의 경우 캐릭터들의 개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므로 최대한 개성적인 표현을 살리면서 자연스러운 한국어 문장이 나올 수 있게 번역을 하려고 신경을 많이 쓴다.

아직 부족하지만 앞으로도 그 방향으로 한글판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자연스럽고 즐겁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번역하고 싶다.


팀장님이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한말씀 하고 마무리하자
송화섭 팀장: 오래전부터 열악한 번역환경에서 한국 유저들을 위해 양질의 게임을 전달하려 노력해 왔다. 여건이 안 되어 많이 어려운 시기도 보냈지만 내부에 번역팀을 신설하는 지점까지 올 수 있어 기쁘다.

내부 번역팀을 두고 작업해 보니 역시 혼자 할 때보다는 경험과 노하우, 전문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 하는게 더 효율적이고  결과물의 퀄리티도 좋게 나오는 것 같다. 앞으로도 자체 번역팀으로 더 좋은 퀄리티의 게임번역을 전달해 드리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여건이 더 좋아진다면 인원도 더 늘려서 팀을 계속 확장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부족할 수도 있지만 계속 개선해 나가는 상황이고 앞으로 더 좋아질 테니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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