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17]'4차 산업혁명 시대' 게임개발사와 개발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등록일 2017년04월25일 16시4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넥슨 왓 스튜디오의 이은석 디렉터가 국내 최대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 2017'의 기조강연 연사로 나섰다.

이은석 디렉터는 넥슨 '마비노기 영웅전' 디렉터, '마비노기' 아트디렉터, '화이트데이' 디렉터를 거쳐 현재 왓 스튜디오에서 개발중인 '야생의 땅: 듀랑고'의 개발을 총괄하고 있으며, 지난 'NDC 15'에서 '게임 속 로봇 경제와 내몰리는 인간'을 주제로 인간의 집단지성과 봇 시스템에 대한 경계를 강조한 바 있다.

이번 기조 강연에서는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게임 개발'이라는 주제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게임 개발자와 게임 개발사들이 앞으로 준비해야 할 요소들에 대해 다양한 질문거리를 던졌다.


먼저 이은석 디렉터는 "40년 전 쯤에 그려진 도라에몽 만화를 보면, 도라에몽이 만화를 그려주는 기계를 가져와 새로운 만화를 만들어주는 장면이 묘사가 되어있다. 전에는 판타지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됐다"라며 "인공지능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으니, 게임을 개발하면서 오래 버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됐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 디렉터는 "게임은 스트리밍 영화 제공과 가장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다. 아무리 복제 전송해도 열화가 일어나지 않고, 때문에 한계비용의 주 요인이 거의 없다"라며 "영화가 균일가인 이유는, 좌석 하나의 임대료밖에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미 여가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수단은 얼마든지 있고, 돈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수요에는 한계가 있다. 유저 개인이 가진 시간은 24시간으로 한정되어 있고, 그마저도 여가시간이 따로 존재한다. 이 여가시간을 두고 게임은 물론 다양한 즐길 거리들이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디렉터는 "게임과 식당의 차이는 바로 한계비용에 있다. 게임 산업은 태생이 글로벌 경쟁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세계 최고의 고급 레스토랑이 있다고 해도, 실제로 뉴욕까지 가본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라며 "그러나 게임이나 영화는 언제 어디서든 세계 최고 수준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심지어 가격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즉, 게임업계는 동네 식당이더라도 뉴욕 맛집과 경쟁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런 상황 속에서 인공지능의 불가능이 점점 가능으로 바뀌면서 인간이 1초 이하의 생각으로 할 수 있는 정신적 업무는 지금, 또는 근시일 내에 AI 자동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며 "'약한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약한 인공지능 시대에서는 게임 업계의 독과점과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즉, 특정 플랫폼을 선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은 그 규모와 경제 외에도 네트워크적인 효과가 크다는 것.

이에 대해 이 디렉터는 "전화를 쓰는 사람이 많을수록 전화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과 같다. 유튜브와 페이스북의 대체재를 만드는 것은 이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의 기업들은 알고리즘이나 툴킷은 공개하지만, 데이터를 공개하지는 않는다. 데이터가 곧 차별점이기 때문"라고 덧붙였다.

이 디렉터는 플랫폼과 퍼블리셔의 독과점 체제가 굳건해지고, 이와 함께 개발팀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무인화가 적극적으로 추진된다면 일자리가 감소되고, 노동기회가 감소되면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가상의 바둑게임 '오메가 고'를 예로 들었다. '알파고'는 자신이 승리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오메가 고'는 상대 플레이어의 즐거움이 목표다. 인게이지먼트 기록이 함께 수록된 기보 십만여 개를 입력해 학습시키고, 어디에 두면 상대가 희열을 느낄 수 있는지 지도 학습한다.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무조건 이기는 것이 재미있는 것이 아니므로, 플레이어가 희열을 느낄 수 있는 통계적 패턴을 찾아내 상대 실력에 맞추어 드라마틱한 과정을 의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이 디렉터는 "당연히 시장에는 AAA급 게임들이 존재하겠지만, 이러한 AI 개발 게임들은 공짜에 가깝게 공급될 것이기 때문에 AAA급 외의 게임들은 한계비용에 가까운 가격으로 팔리게 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기업 수준, 그리고 개인 수준의 대처 방법을 제시했다. 먼저 기업이 역으로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첫 번째 방법이다. 이 디렉터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게임을 만든다면 계속해서 변화하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개인별 맞춤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그는 "뻔한 게임과 패턴화된 게임은 경쟁력이 없으므로, 다른 IP에 매몰되지 않고 각 개발사만의 IP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며 나이안틱 랩스의 '인그레스'와 '포켓몬고'의 성적을 그 예로 들었다.

이어 이 디렉터는 개인 수준의 대처 방법으로는 데이터가 많이 생기는 분야에 있다면, 다른 영역으로의 확장을 도모하라고 조언했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기계화(패턴화)'되기 쉽고, 인공지능이 더 뛰어난 능률을 보일 수 있기 때문.

더불어 "약한 인공지능이 뛰어난 통계적 추론을 하지만, 인간과 같은 추론은 불가능하므로 이해와 공감,그리고 협상 능력을 키우고, 의도를 파악하거나 능동적으로 협상하며 일하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아실현에 대한 고민, 그리고 이를 위해 일하는 자발적 참여자들과 함께 하는 법을 알면 좋다"고 말했다. 금전적인 보상이 아닌, 존중과 재미, 성장 같은 요소가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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