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솔 게임 원년이라는데, 여전히 부족한 시장 이해도는 숙제... 2024년 기대작들에 주목해야

등록일 2023년12월26일 12시55분 트위터로 보내기

 

2023년은 온라인게임, 모바일게임이 바톤을 이어가며 주류였던 한국 게임시장에서 콘솔게임이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은 한해였다.

 

대한민국게임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네오위즈의 'P의 거짓'과 최우수상을 수상한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가 모두 콘솔과 PC로 발매된 싱글플레이 게임이었던 것은 상징적 사건이었다. 싱글플레이 게임이 게임대상 대상과 최우수상을 휩쓴 것은 게임업계 안팎에 적지 않은, 그리고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지스타에서는 주요 게임사들이 콘솔, PC게임울 대거 선보이기도 했다. 여전히 '운영'을  해야하는 서비스 게임이 많았지만 '판매'를 위한 게임을 들고나온 게임사도 적지않아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지스타에서 만난 게임업계 관계자들에게 10년 동안 시장을 지배한 모바일게임이 성장 한계를 맞이하며, 과도하게 늘어난 개발비와 마케팅, 모객비용, 성공 가능성을 고려하면 더 이상 모바일게임 개발은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의견도 많이 들었다.

 

그런 환경 변화에 더해 선행해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게임들이 나와준 덕분에 용기를 내어 새로운 플랫폼, 장르, 소재, BM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 것이라 봐야할 것 같다.

 

게임사들은 이렇게 격변한 환경과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변하고 있지만, 시장의 이해도는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낮은 시장 이해도로 생겨난 불신과 주가 변동에 국내 게임사들, 특히 네오위즈는 영문도 모른 채 신뢰를 잃고 고통을 맛봐야 했다.

 

'데이브 더 다이브'와 'P의 거짓' 사례를 살펴본 뒤, 국내 게임사들이 개발중인 기대작들의 개발 상황을 짚어보려 한다.

 

넥슨의 변화 알린 '데이브 더 다이버', 신임 대표 시대에도 기조 유지될까...
'데이브 더 다이버'는 네오플에서 오랫동안 사내 프로젝트로 진행하던 것을 넥슨에서 제대로 완성해 출시한 타이틀이다.

 

정상원 전 부사장이 개발을 관할하던 시절 넥슨에서는 본사와 계열사들에서 분출되는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싶다'는 개발자들의 열망을 '이런 작은 게임을 넥슨 이름으로 낼 수 없다'고 거부하던 상황이 이어졌다.

 

이정헌 대표와 김대훤 부사장 체제로 바뀐 뒤 변화를 꾀한 두 사람의 합의로 탄생한 브랜드 '민트로켓'의 이름으로 마침내 빛을 볼 수 있게 된 게임이다.

 



 

판매량 100만장에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 인디게임에 가까운 게임으로 인식되어 '우리도 사내 인디로 하고 싶은 게임 할 기회를 줘 볼까'라는 생각을 모두에게 하게 만들었다. 향후 넥슨처럼 사내 소규모 개발그룹에게 기회를 주는 사례는 더 생길 것 같다.

 

다만 김대훤 부사장이 회사를 떠나고 이정헌 대표도 본사로 자리를 옮기며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에 힘을 실어줄지는 미지수다. 신규개발본부와 전략기획실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로운 IP 창출을 추진하던 김대훤 부사장이 물러나고 라이브 서비스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 예상되는 강대현 신임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 다시 넥슨의 개발 방향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강대현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게임들, '크레이지 아케이드'와 '메이플 스토리'의 대규모 속편이나 스핀오프 타이틀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데이브 더 다이브'가 한국 게임업계에 신선한 충격과 변화를 가져왔는데, 이런 변화가 단발성에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네오위즈는 시장의 신뢰를 잃었습니다... 제가요??
네오위즈는 주요 대형 게임사 중 처음으로 소품이 아닌 대작 싱글플레이 콘솔게임에 도전해 의미있는 성과를 낸 사례로 주목받았다.

 

게임스컴, 지스타 등 게임쇼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글로벌 기대작으로 부상한 'P의 거짓'은 개발 과정에서 게임업계 관계자들보다 여의도 투자자들에게 더 주목받았다. 그리고 이런 증권가의 관심은 콘솔게임의 판매 사이클, 개발 규모, 장르 등 전반적인 몰이해로 인해 과도한 기대가 쏠리며 네오위즈 주가 폭등으로 이어졌다.

 

당시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앞다퉈 '게임스컴에서 상을 받은 게임은 모두 1000만장 이상 판매됐다'거나 '엘든링으로 소울라이크 장르 1000만장 시대가 열렸으니 P의 거짓도 1000만장 가능하다'는 식의 근거없는 비유로 엉뚱한 수치를 제시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최소 500만 장, 600, 700만 장 이상도 가능하다는 믿음이 열병처럼 번졌다.

 

네오위즈 주가는 그런 열기 속에 한때 5만 3000원을 기록했지만, 출시 후 여의도의 기대와는 달리 500만장, 1000만장 판매가 되지 않자 반토막나고 말았다.

 



 

당시 만난 투자자들은 입을 모아 '네오위즈는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어떤 호재가 나와도 이제 오르지 못할 것'이라거나 '네오위즈는 거짓말로 자멸했다'는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을 했는데, 네오위즈에서는 단 한번도 'P의 거짓'을 1000만장 팔 것이라거나, 500만장이 팔릴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공식적으로 또는 비공식적으로도 네오위즈는 늘 100만장 이상 판매된다면 성공적, 200~300만장 누적 판매량이 현실적 목표라고 이야기해 왔다. 일반인 또는 투자자들이 네오위즈의 이야기는 믿지 않고 애널리스트들의 근거없는 수치와 뜬소문으로 생겨난 '예상치'를 네오위즈가 내건 목표라고 인식했다는 이야기인데...

 

네오위즈에서 그런 목표나 기대치를 제시한 적이 없지 않느냐고 묻자 "적극적으로 시장 기대를 부정하지 않았으니 동조한 것, 거짓말을 한 것과 같다"는 답변이 나와 기자를 할말 없게 만들기도 했다.

 

게임사 IR의 역할이 회사의 게임을 기대하게 만들고 전망이 밝아 보이도록 하는 것에서, 이제는 '우리 게임 그 정도 기대작 아닙니다', '우리 게임 망할 겁니다' 라고 기대치를 낮추는 쪽으로 변해야 하는 것인지 알쏭달쏭하게 만든 경험이었다.

 

주가의 향방과는 관계없이 네오위즈는 의미있는 성과를 냈고, AAA 타이틀로 충분히 승부할 수 있다는 자신도 얻었다. 내년 2~3분기 사이로 예상되는 'P의 거짓' DLC와 2025년경으로 예상되는 속편에 기대해봐도 될 것 같고, 다른 시도도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다.

 

콘솔 대작이라고 하면 듣기는 좋은데... 방향성 명확히 해야
넥슨과 네오위즈가 먼저 달려갔고, 이제 엔씨, 넷마블 등 대형 게임사는 물론 중견 게임사들도 앞다퉈 콘솔 대작을 만들고 있다는데... 방향성을 명확히 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판매'용 게임과 '서비스'용 게임은 게임 디자인에서 큰 차이가 나니 처음부터 방향을 명확하게 해야 할 것이며, 서비스 게임을 만든다면 이미 나와 서비스중인 팀 대항 게임, 루트슈터, FPS 등 성공 사례를 잘 살펴보고 참고해야 할 것이다.

 

'데스티니'같은 게임을 만들어서 돈은 '리니지'처럼 제대로 벌어 보자는 유아적 발상에서 개발이 진행되어서는 제대로 된 게임이 나올 수 없다. '데스티니'같은 스타일의 게임을 만든다면 BM도 '데스티니'를 참고해야할 것이고, '워 프레임'같은 게임을 만든다면 역시 BM도 '워 프레임'을 참고하는 식이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완성도나 개발방향 양면에서 모두 가장 기대가 되는 게임은 넷마블의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이다.

 



 

넷마블에프앤씨에서는 언리얼5로 '원신'보다 더 뛰어난 그래픽의 '초 하이 퀄리티' 원신라이크 게임을 개발중인데, IP와 그래픽으로 승부하고 나머지는 성공적인 결과물을 참고하는 것은 좋은 선택으로 보인다.

 

PC 버전의 경우 요구 사양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미호요처럼 콘솔 버전을 제대로 만들어 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 같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기대작은 네오플의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다. 네오플 윤명진 대표가 디렉터로 개발을 지휘하고 있는데, 네오플 대표가 아니라 카잔의 디렉터로 불러달라는 그의 진심을 믿고 싶다. 그래픽 스타일이 너무 멋져서 제대로 완성되어 나온다면 한국이 소울라이크 강국(?)으로 인식되는 타이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멍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넥슨게임즈의 '퍼스트 디센던트', 엔씨소프트의 'LLL', 엔픽셀의 '크로노 오디세이'는 그래픽 면에서는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지만 더 다듬어야할 것 같다. 내부적으로도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을 텐데, 잘 완성되어 나오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는 오랫동안 기대보다는 우려가 되던 타이틀이었는데, 마침내 소니와 계약 발표가 나와 기대감이 커졌다. 사실 양사의 합의는 상당히 오래 전 이뤄졌지만, 소니가 게임 디자인, 그래픽에는 만족했지만 몇 차례에 걸쳐 콘텐츠, 볼륨이 보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소니의 요구를 클리어하고 계약 발표가 이뤄졌다는 면에서 '스텔라 블레이드'는 충분한 완성도에 볼륨도 충분히 갖춘 게임으로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시프트업은 김형태 대표와 '꾸엠'으로 대표되는 캐릭터 디자인, 아트 디렉션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임사이지만, 그 이상으로 스토리와 세계관 등 싱글플레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잘 만드는 게임사였다. 우수한 시나리오 기획자를 다수 확보하고 놓치지 않은 덕분일 것이다.

 

'승리의 여신: 니케'의 경우에도 캐릭터가 먼저 주목받았지만 서비스 기간이 길어질수록 가장 큰 장점으로 '스토리'가 꼽히는 게임이 되었다는 점에서 '스텔라 블레이드' 역시 아트로 후킹하고 스토리와 게임성으로 승부하는 좋은 게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모인다.

 

언급한 게임들만으로도 2024년은 유례없이 많은 콘솔 신작, 대작이 한국에서 출시되는 한해가 될 것 같다. 여기에 언급되지 않은 타이틀도 더 많은 상황이라, 2024년은 한국 게임이 콘솔게임 시장에서도 주요 축으로 자리매김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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