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서브컬쳐' 장르로 통하는, 미소녀 캐릭터들을 전면에 내세운 미소녀게임 장르가 국내 게임업계 주류 장르로 부상했다.
한때 소수 마니아들만 즐기는 장르였던 미소녀게임을 이제는 국내 내로라하는 게임사들이 모두 준비중인 상황으로, 이런 흐름은 게임사들이 지스타가 아닌 미소녀게임의 본고장 일본의 도쿄게임쇼와 장르 마니아들이 모이는 행사인 AGF를 더 중시하게 만드는 상황까지 만들었다.
작은 규모의 게임들이 나름의 성과를 내는 케이스는 있었지만, 미소녀게임 장르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이 장르에 대한 국내 게임사들의 시각을 바꾼 작품은 역시 넥슨게임즈의 '블루 아카이브'라고 봐야할 것 같다.
본고장 일본에서 먼저 성공하고 그 다음에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로 나아가는, 지금 개발되고 있는 게임 중 상당수가 가려고 하는 길을 개척한 개척자이기도 하다.
'블루 아카이브'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을, 현재 넥슨게임즈 IO본부 본부장으로 '블루 아카이브'와 신작 '파레이돌리아' 개발을 지휘하고 있는 김용하 본부장은 개발을 책임지게 된 후 꾸준히 미소녀게임에 도전해 오다 '블루 아카이브'의 성공 후에는 장르를 대표하는 스타 개발자로 자리매김했다.
9월 일본 치바의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도쿄게임쇼는 김용하 본부장에게도 감회가 새로운 행사가 됐을 것이다. '마법도서관 큐라레'가 일본에 서비스되기 전 당시 일본 퍼블리셔가 도쿄게임쇼에 부스를 냈고 그 부스 한켠에 '마법도서관 큐라레' 시연대가 설치된 적은 있지만, 이번에는 자신이 개발을 지휘하고 있는 신작을 전면에 내세운 대형 부스에서 온전히 그 게임을 보러 온 일본 게이머들을 대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도쿄게임쇼를 마친 뒤에도 '파레이돌리아' CBT를 위한 개발 조정, 대격변을 앞둔 '블루 아카이브' 프로젝트 관리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용하 본부장을 만났다.
젊은 시절 기자와 김 본부장은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며 먼발치로 닉네임만 알고 지냈던 것 같다. 만화와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주로 활동하던 기자와 달리 대학생 시절부터 게임, 특히 리듬게임 분야에서 이름을 알렸던 김용하 본부장 사이에는 큰 접점이 없었다.
당시에도 이름은 들어 알고 있었는데, 리듬게임을 즐기며 대학원에서 인공지능을 공부하던 그가 왜 대학원을 박차고 나와 게임 개발에 뛰어들게 되었는지, 그 계기를 먼저 듣고 싶었다.
그리고 '마법도서관 큐라레'를 만들던 시절과 '블루 아카이브'를 만들던 시기의 개발 환경 변화, 도쿄게임쇼에 게임을 소개하고 일본 게이머들을 대면한 소감, '파레이돌리아'를 신규 IP로 개발하기로 한 이유, 앞으로의 미소녀게임에 대한 생각 등을 두루 들어보기 위해 이번 인터뷰를 기획했다.
김 본부장은 평소에도 '서브컬쳐'라는 장르 표현은 국내에서만 사용하는 용어라, 미소녀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일본의 전통적 장르 표현 '걸게임'-갸루게, 미소녀게임을 차용해 장르 표현에서 '미소녀게임'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고 여러 강연 등에서 밝혀 왔는데, 기자 역시 게임 자체가 서브컬쳐로 분류되던 시기를 보낸 올드 오타쿠로서 '서브컬쳐'라는 표현에는 의문이 있었기에, 이번 인터뷰에는 장르 표현으로 '미소녀게임'을 사용했음을 미리 밝혀 둔다.
도쿄게임쇼 '파레이돌리아' 좋은 반응에 계속 개발 이어갈 힘 얻었어
이혁진 기자: 먼저 도쿄게임쇼 후 처음 만났으니 도쿄게임쇼에 '파레이돌리아' 부스를 내고 일본 게이머들을 만난 소감, 도쿄게임쇼에 참가한 총평을 먼저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김용하 본부장: 사실 참가하기 전에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도쿄게임쇼에 나가야 한다는 생각은 연초부터 하고 있었는데, 도쿄게임쇼 기간에 맞춰서 어디까지 준비해 보여줄지에 대해서는 여름 무렵이 되어서야 결정한 것 같습니다.
게임 플레이도 보여줘야 할 텐데 어디까지 나가야 하나, 어떤 체험을 도쿄게임쇼에서 전달할 것인지, 다른 게임들과 어떻게 차별화를 해야 할지에 대해 준비하며 논의를 많이 했습니다. '파레이돌리아'가 기존 게임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임이다 보니 어떻게 받아들여 주실지 걱정을 많이 했죠.
도쿄게임쇼가 아무래도 콘솔게임이 많이 나오는데, '파레이돌리아'는 PC버전도 같이 나가기는 하지만 일본에서 말하는 '소샤게'쪽 게임에 가까우니까요. 그런 면에서도 어떻게 반응이 나올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됐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플레이해 보신 분들이 저희가 전달하고자 한 세계관 체험적인 부분을 좋게 봐 주신 것 같고,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블루 아카이브'와는 다르다는 것을 어필했고, 다른 부분을 어떻게 보여줄까 하는 점에 신경을 썼습니다. '파레이돌리아' 부스는 스토리가 어떻고 하다는 게임 내용 직접 전달보다는 세계관을 느낄 수 있는 체험적 프로그램, 가위바위보 이벤트도 그렇고 타소가레관 일부를 부스에 재현해 게임의 세계관을 게임 밖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신경을 썼습니다.
시연 버전의 게임 플레이도 한번의 사이클을 보여드리는데 집중했고요. 짧은 시연 시간에 스토리 내용을 많이 못 넣고 전투도 빌드업을 못하고 맛만 보여주는 것이라 이것으로 괜찮을까 했는데 다행히 게임의 사이클이 어떠게 돌아가는지 이해를 해 주셔서 저희 의도대로 된 것 같습니다.
주말 퍼블릭데이에 가서 지켜봤는데 일본 게이머들이 시연 후 사진을 찍고 부스에 이벤트도 즐기는 것이 반응이 괜찮은 것 같더군요
김용하 본부장: 사실 제가 제가 게임쇼에 자주 나간 편은 아니잖아요. '블루 아카이브' 때에도 게임쇼에 출품하지 않았었는데, 이번에 게임쇼를 통해 소개드리는 작품이 이미 알고 계신 '블루 아카이브'와는 다를 수 있는 장르의 게임인데, 그것을 좋게 봐 주셨으면 좋겠지만 기대와 걱정을 함께 갖고 현장에 갔습니다. 일본 게이머들이 기대한 부분에 좀 더 가깝게, 좋게 봐 주셔서 다행이라는 생각이고, 앞으로 저희가 게임을 계속해서 열심히 개발하고 이어갈 원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파레이돌리아' 도쿄게임쇼 시연 대기 시간이 심할 때는 150분이던데, 이런 대기 시간은 진짜 화제작, 기대작에서나 보이던 것이라 놀랐습니다
김용하 본부장: 시연대가 좀 적었던 영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시연대를 당초 예정보다 늘려서 16대까지 늘리고 한정된 부스 안에서 최대한 쥐어짜내서 진행했는데, 다시 게임을 보여드릴 기회가 있다면 그보다는 시연대를 더 늘려야할 것 같습니다.
미소녀 AI를 꿈꾸던 대학원생에서 미소녀 캐릭터를 만드는 게임 개발자로
이제 옛날 이야기를 좀 해 보죠. 요즘도 '블루 아카이브' 유저들이 젊은 시절 리듬게임하는 영상, 사진을 공유해 화제를 모으곤 하던데 그런 것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김용하 본부장: 사실 그 시절 뭐 했는지 거의 다 잊고 있다가 그런 것이 인터넷에 올라오면 기억이 새록새록 살아나기도 합니다. '아, 저때도 열심히 놀았구나' 같은 생각도 드는데, 그렇게 열심히 놀았던 것이 바탕이 되어 게임을 만들고 있는 것이니까요. 그 시절 사고를 안 쳐서 다행인 것 같습니다. 그 시절 나쁜 짓은 안 한 덕에 과거 영상이나 사진이 발굴되어도 불타진 않고 그냥 웃음을 주는 정도인 것 같고, 부끄러움은 있지만 그런 것이 올라오면 찾아주시고 기억해주시는 것이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더 큽니다.
게임을 만드는 일을 하기로 한,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김용하 본부장: 리듬게임을 즐기던 시절보다 더 옛날로 가면, 어린 시절부터 게임을 좋아하다 게임업계에 들어온 것이죠. 초등학생 때 컴퓨터 학원에 들어가 컴퓨터를 배우다 게임을 알게 되었고, 게임기를 사서 게임을 많이 즐기게 된 흐름입니다.
패미컴 등 필수 루트를 거친 후에는 그 시절 남들이 다 하는 게임기보다는 약간 비주류였던 PC엔진을 샀던 기억이 납니다. 이유는 PC엔진에 미소녀게임 많이 나왔기 때문이었죠.
아 PC엔진, 저는 어른이 된 다음에나 실물을 볼 수 있었던 게임기인데요. 게임잡지에서 몇몇 게임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기억은 납니다
김용하 본부장: '도키메키 메모리얼' 같은 게임들 말이죠. 압니다. 당시 색감이 메가드라이브는 칙칙한데 PC엔진은 이쁘게 나와서 역시 미소녀게임을 하려면 PC엔진이라고 생각해 PC엔진으로 갔고, 그 다음에는 플레이스테이션으로 갔고요. 그러면서 게임잡지 투고도 하고...
그 후 대학원생이 되어 리듬게임을 열심히 하면서 공부를 계속할까 게임을 만들까를 고민하다 병특 회사를 게임 개발사로 찾아 들어가게 되며 개발자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병특 회사는 판타그램이었죠
김용하 본부장: 네. 판타그램에 들어가서 개발을 시작했는데, 그 전에 잡지 공략 필자도 많이 했고 게임에 관심은 있었습니다.
대학원까지 가서 하던 공부를 접고 게임을 만들자는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김용하 본부장: 대학원에서 신경망 인공지능 연구를 했는데, 신경망을 테마로 고른 이유는 미소녀 인공지능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미소녀 인공지능을 만들려고 보니 기존의 AI 방법론으로는 안 되었고, 사람같은 인공지능을 하려면 신경망을 해야 한다고 해서 그쪽으로 들어갔던 것이죠. 그런데 실제 들어가 연구해 보니 이상과 현실의 갭이 너무 컸습니다.
사실 그 시절은 AI의 글자 인식도 어렵던 시절이라, 이것을 연구해서 언제 미소녀 AI를 만들 수 있을까. 10년 안에는 안되겠다 싶더군요. 그래서 미소녀를 더 빨리 만들 수 있는 분야는 게임이라는 생각에 게임 개발로 진로를 결정했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드디어 눈에 보이는 지점까지 오긴 했습니다만, 그때 대학원에 계속 남았다면 미소녀 AI를 지켜볼 때 쯤에 은퇴해야하는 시점이 됐을 수도 있을 것 같고요. 게임업계로 오기를 잘한 것 같습니다.
그 뒤에 넥슨과 아이덴티티를 거치며 몇몇 프로젝트에서 이름을 들었지만 실제 만든 게임이 빛을 보는 것은 '마법도서관 큐라레'까지 가야 합니다
김용하 본부장: 데브캣 시절 '프로젝트 뫼비우스' 개발이 접힌 것도 생각나네요. 저는 개발자가 되고 처음부터 내가 관여하는 게임에 미소녀 캐릭터가 나오지 않으면 의욕이 생기지 않았고, 무조건 미소녀가 나오는 게임을 만든다는 생각을 넥슨 시절부터 했습니다.
다만 그 시절에는 너무 호기로웠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많은 게임을 플레이해 보기도 했고 기술적으로 MMORPG 타이틀에 2개 정도 참여해 보니, 최신 기술도 사용해 봤고 충분히 가능하다고 접근했다가 접힌 타이틀이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게임을 게임의 특장점을 살린다는 생각보다 기술적인 부분에 너무 집중해서 개발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몇차례 개발하던 게임이 접히는 아픔을 맛봐야 했죠.
그 사이에 '확산성 밀리언아서'가 캐릭터 수집 게임이라는 새로운 문을 열었습니다
김용하 본부장: 말씀하신 것처럼 '마법도서관 큐라레'를 개발하던 시점에는 좋았던 것이, 이미 '확산성 밀리언아서'로 시장이 만들어졌고, 이렇게 하면 캐릭터 게임을 팔 수 있다는 것이 모바일에서 입증된 뒤였습니다.
'마법도서관 큐라레' 직전에 참여했던 프로젝트가 아이덴티티에서 하던 MMORPG 프로젝트인데, 프로젝트가 접히게 됐습니다. 같이 일하던 친구들과 '확산성 밀리언아서'를 열심히 플레이하며 나도 캐릭터 콜렉팅 모바일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하니 의견이 갈렸습니다.
MMORPG를 계속 하고 싶다는 친구들은 이상균님과 크래프톤으로 가고 저와 뜻을 같이한 친구들은 캐릭터 콜렉팅 모바일게임을 만들러 스마일게이트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큐라레에서 배운 것, 남은 아쉬움
그리고 스마일게이트에서 '마법도서관 큐라레' 개발로 나아가죠
김용하 본부장: '마법도서관 큐라레'를 개발할 때에는 만들고자 하는 게임이 명확했습니다. 차 한대 살 정도의 금액을 '확산성 밀리언아서'에 과금하고 이 정도는 나도 쉽게 만들 수 있겠다, 그리고 다음 세대가 될 만한 것을 넣어서 이러이러하게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확신이 있었죠.
무엇보다 전투를 재미있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 전까지의 캐릭터 콜렉팅 게임은 덱을 짜면 그냥 한대씩 때리고 맞고 하는 식이었으니까요. 전투를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많은 고민을 담아 '마법도서관 큐라레'의 전투를 기획했습니다. 협동전투도 되도록 했고요. 그렇게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청사진이 있었고 캐릭터를 잘 만들어 거기에 재미있는 전투를 붙인 부분이 그 시대에 맞게 팔릴 구성으로 나와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낸 것 같습니다.
지금 돌아봤을 때 아쉬운 점도 있나요
김용하 본부장: 그때 만들며 부족했던 부분이 '장기적으로 어떤 게임이 될까'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라이브 서비스를 몇년씩 이어간다는 고민을 못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그래도 '마법도서관 큐라레'가 어느 정도 성과는 냈지만, 라이브 서비스를 끌어가기에는 게임으로서 전부 다 갖추지 못하고 시작해 서비스를 진행하며 붙여나간 면도있었고요. 부침을 겪다가 그렇게 오래 서비스를 이어가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돌아보면 '마법도서관 큐라레'는 2년 정도를 들여 만들었는데, 도중에 전투를 한번 갈아엎기도 했지만 인원이 적어서 오히려 빨리 만들 수 있었던 측면도 있고요. 처음에는 개발팀 규모를 30명 정도로 만들어 출시해야지 했는데, 결국 출시 시점에는 개발팀 규모가 50명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 기준으로는 완전 콤팩트한 사이즈이죠.
리소스 대부분이 2D 캐릭터였고 외주로 해결한 부분이 많았고요. 요즘 게임들처럼 리소스가 엄청 많이 드는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서비스하며 확장을 어떻게 할지를 미리 고민했으면 좀 더 서비스를 끌고갔을 텐데... 제대로 마무리짓지 못해 유저들을 실망시킨 것이 지금도 큰 아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마법도서관 큐라레' IP로 콘솔게임도 경험했고, VR 프로젝트도 만들고 다양한 시도를 하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콘솔 버전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한 기억도 나는데, 그때 경험이 다음 프로젝트들에도 도움이 좀 됐을까요
김용하 본부장: 콘솔 출시까지 경험해본 것은 많은 공부가 됐습니다. 당시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의 경우 사전 체크 항목이 몇백개가 되었는데, UI 반응은 몇초 안에 이뤄져야 한다거나, 네트워크 프로토콜 암호화 같은 다양한 항목에서 빽빽하게 사양이 적혀져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애플 앱스토어 검수도 경험했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고요. 콘솔은 정말 디테일하게 봐서 통과하기가 만만치 않았는데 좋은 경험이었고, 거기 맞춰서 하려면 이러이러한 부분을 지켜서 만들어야겠다는 것을 개발을 시작하는 시점부터 고려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VR게임 개발은 사실 나중에 '블루 아카이브' 개발에도 영향을 미친 경험이었습니다. 결국 플레이어로서 하는 체험이 어떻게 실제인 것처럼 느껴지게 할 것인가, VR에서 중요한 요소가 '실재감'이잖아요. 실제 그 세계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디자인해야 하는가, UX는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가, 캐릭터 반응이 어떻게 나와야 실재감이 생기는지를 신경쓰다 보니 '블루 아카이브'가 VR 환경의 게임은 아니지만 스토리를 보여주는 방식, UX 등에서 그런 관점을 두고 게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주인공, 선생님의 모습을 표현하지 않은 것도 그 연장선상이겠네요
김용하 본부장: VR게임에서는 자신의 모습은 못 보니까요. 선생님이 인게임에 그림으로 표현되는 것이 맞느냐, 나오지 않는 것이 맞느냐에서 보여주지 않는 것이 더 몰입시킬 것이라는 판단한 것도 그렇고, 플레이어의 말을 인게임 지문으로 넣을 것인가 전부 선택지로 표현할 것인가에서 모두 선택지로 해 보자고 판단한 것 등이 VR 경험에서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유저들을 몰입시킬 방법을 가능한 한 할 수 있는 데까지 시도하려 했고 다행히 좋게 받아들여져서 '블루 아카이브'를 즐기는 분들이 선생님의 역할에 만족하며 플레이하시는 것 같습니다. 신경써서 디자인한 부분인데 영향이 좋게 나타났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신작 '파레이돌리아'도 그 연장선상에서 생각하는 것들이 있고, 그래서 포기하는 것도 많습니다. 플레이어가 인게임에 나오는 쪽이 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난다는 면에서는 좋을 수 있습니다. 적당량을 어떻게 게임적인 허용으로 넣는가 하는 판단은 아직도 고민중인 부분입니다.
시연 버전에서는 1인칭 시점으로 미소녀 캐릭터들을 바라보도록 연출되었더군요
김용하 본부장: '파레이돌리아'도 플레이어 자신을 보여주지는 않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게임이 어떤 것을 가장 중요하게 내세우는, 게임으로서 다른 게임과 차별화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블루 아카이브'는 기본적으로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제가 '학원물'을 좋아해서 학원물로 가자, 많은 학생 캐릭터를 볼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자, 플레이어가 선생님 역할에 몰입해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자는 점에 집중한 게임이고 그것이 잘 받아들여졌다고 하면 될 것입니다.
'파레이돌리아'는 플레이어에게 다른 역할을 '어떤 세계에서 어떤 식으로 몰입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서 만들고 있습니다. 도쿄게임쇼에서 어느 정도 괜찮다는 평가를 받기를 바랐는데, '블루 아카이브와는 다른 점이 있다'는 반응이 나와 그 점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블루 아카이브'로 국산 미소녀게임 일본 흥행이 가능함을 증명하기까지
'블루 아카이브'와 '파레이돌리아'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나와 버렸습니다. '블루 아카이브' 개발에 나서던 당시 이야기를 좀 들려주시죠. 당시는 이미 소위 '코레'(함대 콜렉션으로 촉발된 미소녀 캐릭터 수집게임을 가리킴)류가 레드오션화된 상황이었죠
김용하 본부장: '코레'류가 이미 발달해 그때도 이미 레드오션이라는 말이 나오던 시절이었습니다. 한국에서 만든 미소녀게임이 본고장 일본에서 흥행이 되겠나 하는 의구심이 크던 시절이고요. 먼저 한국 시장을 봐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고 일본 시장을 먼저 공략한다는 생각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박용현 대표님은 그때도 할 수 있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계셨거든요. 기본적으로 캐릭터 콜렉션 장르는 일본 시장에서 잘 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신작을 만든다면 그럴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고, 저도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번에는 어떻게 만들면 어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명확하게 있었던 거죠.
'마법도서관 큐라레'를 개발하던 시절보다 개발팀 규모도 커진 시대였는데요. 개발자를 구하는 건 어렵지 않았나요
김용하 대표: '마법도서관 큐라레' 팀을 세팅할 때보다는 뽑기가 쉬웠습니다.
일단 '마법도서관 큐라레'를 만들 때에는 그런 장르 개발을 해본 사람이 없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를 구하려 해도 '판타지 마스터즈'의 카드 일러스트를 그리던 분들, 동인지 쪽에서 활동하던 분들 정도의 풀에서 찾아야했죠. 게임에서 미소녀 캐릭터를 그리던 분들은 물론, 그런 풍의 게임 자체가 드물던 시절입니다. MMORPG나 캐주얼게임에서 활약하던 분은 있었지만 '큐라레 마법도서관'에 딱 맞는 분을 그쪽에서 찾기는 쉽지 않았고요.
그림을 그리는 분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터, 기획자도 경험해본 사람이 없다보니 근래 '서브컬쳐' 장르로 불리는 아니메풍 게임에 맞는 방법론이 어떤 것인지 같은 기초적인 부분부터 같이 이야기하면서 개발해 나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블루 아카이브'를 개발할 때 즈음이 되니 그런 류의 게임을 개발해 본 분도 조금 생겼고, '마법도서관 큐라레'때 인연을 맺었던 아티스트들도 수월하게 다시 컨택해 다시 한번 같이 해 보자고 합을 맞추기도 쉬웠습니다.
채용을 시작해 보니 이력서가 너무 많이 들어와 놀랐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이미 미소녀게임을 만들어 어느 정도 성과를 낸 다음에 하는 것이라는 점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고, 회사에서도 지원을 많이 해 주셨습니다.
사실 '블루 아카이브'를 시작하던 시점에도 미소녀게임을 만든다고 하면 TO를 많이 잡지 않던 시절이거든요. 이 장르에서 50~70명을 새로 채용해야 하고, 포지션이 얼마나 필요하다는 점 등에 대표님이 공감해 주셔서 TO를 확보하는 것도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블루 아카이브'는 다행스럽게도 처음 생각한 방향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개발이 진행됐습니다. 가장 큰 부분은 대표님이 어떻게 해야한다를 구체적으로 관여하지 않고 개발팀이 하려는 방향을 지지해 주셨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전투가 어떻게 되어야 한다, 어떤 캐릭터가 나와야 한다 같은 세세한 부분에서 지침을 주셨다면 개발팀이 시행착오를 더 겪어야 했을 테고 개발 기간이 길어졌을 수도 있는데, 방향성을 믿고 지지해 주셔서 개발팀이 처음 생각한 거의 그대로 게임이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블루 아카이브' 개발을 시작해 선보일 때까지 2년 6개월 정도, 3년을 넘기지 않고 마무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 아닐까 합니다.
당시 모두가 바라보던 '코레'류와는 다른 방향성을 처음부터 가져가신 거죠
김용하 본부장: 기술적으로 다음 단계로 간다면 2D 캐릭터를 3D로 보여주는 것 아닐까 했습니다. SD 캐릭터들이 소위 '붕쯔붕쯔'(기자 주: 무기나 팔을 허우적거리듯 전투하는, 액션성이 떨어지는 연출을 비판하는 인터넷 밈)하는 것보다는 좀 더 캐릭터들의 다양한 것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코스트가 너무 많이 들어가지는 않으면서도 3D SD를 거치는 것이 기술적, 비주얼적 차별점을 가져가 우리가 공략해볼 수 있는 지점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 출시할 때 그 부분이 차별화가 된 것 같다고 보고요. 물론 그런 연출만이 아니라 특유의 세계관이나 일러스트 퀄리티, PV 등이 잘 어필된 것도 있겠죠.
출시 직후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김용하 본부장: 출시 직후 '어 기대보다 잘 되나' 하는 착각을 잠시 했지만 저희가 안정성 대비가 덜 되어 있었다는 것을 금새 실감했고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피말리는 경험을 했네요. 거기에 '우마무스메'가 나와버리고...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그때를 잘 넘기고 나니 다시 게임 업데이트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한국에도 '블루 아카이브'를 출시하고 반응이 좋아 시너지를 내서 그 다음부터는 한국과 일본에서 같이 라이브 서비스를 하면서 조금씩 좋은 결과를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지금 와서 돌아봤을 때 '블루 아카이브'가 잘 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용하 본부장: 회사와 퍼블리셔가 더 잘 될 수 있다고 믿어줬다는 점이 크죠. 더 잘 될 수 있다고 믿고 지원을 초반 1~2년 계속 해준 것이 서비스 초반에 게임이 죽지 않고 생존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습니다. 저희 개발진도 물론 지금 준비된 것들이 들어가면 충분히 더 좋은 반응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자기 확신이 있었기에 계속할 수 있었고요.
그런 믿음이 없어서 '수치가 꺾였으니 사람을 줄여야 한다', 'ARPPU를 높여야 한다'(기자 주: ARPPU는 과금 유저의 1인당 평균 매출액)는 지시가 나와 게임이 흔들리는 사례를 많이 봐 왔는데, '블루 아카이브'가 초반에 그쪽으로 가지 않은 것이 너무 다행이었습니다. 믿고 이해해 주신 경영진,퍼블리셔에게 감사한 마음이고 운도 따라줬다고 봅니다.
거기에 팬 여러분의 성원이 있었기에 기대한 것 이상으로 성과가 나왔고요. 아니, 물론 기대는 크게 했지만 말이죠.(웃음)
2차 창작, 팬들 반응이 생태계를 이루게 되었고 그런 반응을 보면 저희도 '더 잘 될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하게 되고, 그런 것들이 전달되어 경영진, 퍼블리셔의 마음도 움직인 것이니까요. 선생님들의 적극적 지지, 2차 창작이 저희가 죽지 않고 살아난 원동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올드 오타쿠인 기자는 물론 코미케를 가본 적 있는 한국 오타쿠라면 누구나 '블루 아카이브'가 코미케 메이저 장르가 되었다는 것에 놀랐을 것 같습니다
김용하 본부장: 물론 코미케 메이저 장르가 되면 좋겠다고 노리긴 했지만, 코미케 메이저 장르가 노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노려서 되면 누구나 메이저 장르가 됐겠죠.
준비한 만큼 반응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저희는 도전자 입장이었으니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개발진도 열심히 바라고 노력했지만 그보다는 운도 좀 따라줬고, '블루 아카이브'를 좋게 봐 주신 팬 여러분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용현 대표는 젊은 시절은 물론 요즘도 코미케에 빠지지 않고 참가하는 것으로 아는데, 자사 게임이 코미케 메이저 장르가 된 것에 대한 박 대표 반응은 어땠나요
김용하 본부장: 박용현 대표님이 그런 것에 대해 잘했다고 직접적으로 반응하는 분은 아니잖아요? 그래도 흡족해 하시는 것 같긴 했습니다.
제가 코미케에 가서 '블루 아카이브' 동인지를 사려고 부스에 줄을 서고 있으면 대표님이 지나가는 것이 보이거든요. '블루 아카이브' 동인 부스들에서 밝은 표정으로 쇼핑하시는 것을 보고 '맘에 드셨나 보다' 했던 기억도 납니다.
'마법도서관 큐라레' 때는 장기적 관점이 부족했던 점이 아쉬운 점이라 하셨는데, '블루 아카이브'는 그런 관점을 갖고 만들었다는 말이겠죠
김용하 본부장: '마법도서관 큐라레' 때 아쉬움이 남은 점은 '스토리 중심 전개를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한 부분입니다. 장기 서비스의 중심 계획을 스토리를 중심으로 빌드업해서 주년 단위의 어떤 이벤트, 반주년 단위 업데이트 사이클 같은 식으로 충분히 준비를 해서 계획하고 론칭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가는 부분이 컸습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서비스 마무리 형태가 만족스럽게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는 형태가 됐고, 여전히 마음의 짐으로 남아있습니다.
'블루 아카이브'는 물론 그런 부분에서 더 잘 준비를 해서 시작했고, 서비스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차기작 '파레이돌리아', 그리고 그 다음에 대한 생각
'블루 아카이브'로 성공했는데 신작을 또 만들어야 하는 상황, 처음 차기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것은 어느 시점인가요
김용하 본부장: 차기작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 것은 '블루 아카이브' 출시 다음해 정도였던 것 같네요. 출시 직후에도 신작을 생각해 보라는 말은 들었는데, 1년쯤 지나니 구체적으로 해 보자는 말이 나왔습니다.
물론 '블루 아카이브' 일정이 있으니 당시는 브레인스토밍 단계 정도에 그쳤습니다. '블루 아카이브'를 한국에 출시하고 한국 성적이 괜찮았고, 일본 라이브도 궤도에 올라 그 시점에 신작을 구체적인 계획으로 이어가지는 못했죠.
그렇게 신작 계획을 묵혀놨다가 다음해, 2022년 여름 즈음부터 신작을 어떻게 할 것인가, '블루 아카이브'의 확장 세계관으로 가느냐, 스핀오프로 가느냐, 완전 신작으로 가느냐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그 시점에서 '블루 아카이브' 1부 엔딩까지를 매우 큰, 시나리오적, 그리고 서비스의 목표점으로 보고 있었던지라, 1부 엔딩까지는 '블루 아카이브'에 에너지를 더 공급해야 하는데 연관된 확장이나 스핀오프로 신작을 가져가면 온전히 집중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도 사람이 부족하니 '블루 아카이브'와 연관된 신작을 하기보다는 아예 별도로 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쪽으로 의견이 수렴됐습니다.
그렇게 해서 2022년 시점에 어떤 작품이 될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지만 '완전 신작'으로 가야겠다, 새로운 IP로 가야겠다, 팀도 새로운 팀을 꾸려서 '블루 아카이브'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것이 가을 즈음에 결정이 됐습니다.
그저 '완전 신작으로 간다'가 결정된 시점에서 개발 규모를 키울 수는 없었고 TF 정도로 팀을 꾸려 시작했는데, 대표님이 언리얼 엔진을 잘 다루는 프로그래머를 영입해 프로그래밍부터 세팅하고 차기작은 언리얼로 가자는 뜻을 밝히셨습니다. 마침 현재 '파레이돌리아'를 책임진 차민서 PD가 건강 문제로 '블루 아카이브' 팀에서 잠시 쉬다가 복귀하게 됐는데, 예전 팀으로 돌아가기보다는 신작을 맡겨보자고 이야기가 되어서 차민서 PD를 중심으로 신작 기획을 해 보자고 10명이 안 되는 인원으로 기획을 진행한 것이 2022년 말 까지입니다.
그때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봤는데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죠. 그 뒤에 RX스튜디오가 생긴 것이 2024년이니까, 그 사이 2년 정도에 두번째, 세번째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전투나 게임의 구성을 시험해 봤습니다.
생활 사이클을 도는 게임이라면 성립할 것 같았고, '블루 아카이브'와 다른 세계관으로 하면 어필이 되겠다는 쪽으로 2023년 말~ 2024년 초 신작 TF에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그리고 2024년에 RX스튜디오로 정식 발령이 나서 그때부터 개발팀을 본격적으로 충원하고 이제 2년 반 정도가 지났네요.
'블루 아카이브'를 개발하던 때와는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모두가 미소녀게임을 만든다고 하고, 도쿄게임쇼에 한국 주요 게임사가 모두 출동해 미소녀게임을 선보였습니다
김용하 본부장: 몇몇 주요 성공 사례가 나온 뒤, 2024년 정도부터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덩치가 큰 회사는 성공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어하는데 히트작이 나와 성공할 수 있다는 근거가 있고 시장이 증명되면 그리로 가는 것이죠. 그래서 모두가 리니지라이크로 갔고, 기존 유명 타이틀의 후속작을 만드는 것이고, 인기 IP를 활용하는 쪽을 선호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해 오던 분야가 아니지만 '서브컬쳐'라는 시장이 잘 된다고들 하니 모두가 '서브컬쳐'라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한다는 것을 '블루 아카이브'가 성과를 낸 2023~2024년부터 계속 들어왔고, 구체화된 프로젝트도 여럿 있다 들었습니다. 2025년에 이미 출시된 게임들도 있고 여전히 개발중인 게임들도 있는 상황이죠.
그런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든 생각이 큰 회사들이 미소녀게임, 서브컬쳐 장르를 자신들의 포트폴리오에서 가성비 항목 정도로 상업적 판단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접근법으로는 고도화되는 미소녀게임 장르에서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바라보는 시각이 개발팀 규모 50명~70명 정도로 만들 수 있는데, 매출은 개발 규모에 비해 많이 나올 수 있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만 되지는 않으니까 말이죠.
현재 '블루 아카이브'에만 150명, 신작 '파레이돌리아' 개발팀도 150명 선으로 개발하고 계시죠. 사실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국내와 일본에서도 유저들의 눈높이가 높아져 거기 맞추려면 상당한 규모의 개발팀을 꾸려야 하는 상황인데 시각이 과거에 머물러있다는 느낌을 저도 취재하며 자주 받았습니다
김용하 본부장: '파레이돌리아' 준비 과정에서 '차기작을 출시한다면 2027~2028년 정도가 될 텐데 그 시점에는 더 이상 SD 3D로는 안 되고 풀스케일 3D로 그래픽을 가져가야 할 텐데, 애니메이션도 많이 만들어야 하고 제대로 된 스펙으로 보여주려면 개발팀 규모가 100단위는 무조건 넘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희는 100명 넘는 인력을 투입해 어떻게 개발해야 할지, 프로토타입으로 게임의 사이클은 확인했지만 게임의 구성, 리소스를 어떻게 해야 언제까지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를 고민해 예상 가능한 그림이 나와서 스튜디오를 정식 발령내고 진행하게 된 것이죠.
아, 물론 오픈월드는 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전제로 있었고요. 오픈월드를 안 할 것이니까 150~200명 정도면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정도면 캐릭터 표현에서 그래도 다른 개발팀들이 하지 않는 영역까지 보여주며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구체적으로 있었던 것이죠.
남들이 하지 않는, 니치하지만 확실히 좋아할 사람이 있는 영역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블루 아카이브'를 만들던 시절과 요즘 환경을 보면 어떤 차이를 느끼시나요
김용하 본부장: '블루 아카이브'를 만들던 때에는 세계관, 비주얼에서 '우리가 차별화가 확실히 될 수 있다'고 본 것이, 그때는 모두가 아포칼립스 세계관으로 가고 밝은 쪽을 만들지 않던 시절이라 이런 쪽은 출시 시점까지 겹치는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노린대로 출시 시점에서 그런 부분이 상대적으로 호평받았죠.
'블루 아카이브' 서비스도 5년이 넘은 현재는 비슷한 테마가 너무 많이 나왔습니다. 밝은 것만으로는 승부가 안되고, 아니메풍 특이한 비주얼만으로는 쉽게 공략할 수 없는 시장이 됐습니다. 게임플레이 면에서도 비슷한 패턴을 많이 경험한 지금 했던 것의 연장선상의 무언가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쉽지않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그렇다고 오픈월드로 가서 우리가 오픈월드를 감당할 수 있느냐고 하면... 물론 할 수야 있겠지만 너무 큰 각오가 필요합니다. 100단위가 아니라 그 이상의, 적어도 2~300명은 투입해야 하는 장대한 프로젝트로 가야할 수 있는데, 제가 그것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지금이 확실히 '이것은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무엇'이라고 말하기 더 어려워진 시장은 맞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부터 나온 미소녀게임들이 기대한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사례를 여럿 봤고, 중국에서 오픈월드로 차별화된 게임을 내놔도 기대만큼으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원신'이 있고, '스타레일'이 있고 '명조'가 있습니다. 기존 인기작들이 큰 포지션을 갖고 있고, 그런 상황에서 미호요도 같은 장르로 가지 않고 틀어서 가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일 테고요.
이제는 다른 방향을 시도해야 할 타이밍이 됐고, 증명된 적이 없는 시도를 해야 하니 더 어려워졌습니다. '블루 아카이브' 때에도 증명된 적 없는 시도를 해서 성공했지만 그때보다 더 선택지가 줄어든 시장이 됐다고 해야 할까요...
'블루 아카이브'도 코레류 전성기에 다른 방식으로 풀어보자고 시도했던 타이틀이고 '파레이돌리아'도 다른 게임들과 겹치지 않는, 우리만의 무기로 잘 했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더 잘할 수 있는 것이 아직 있다고 생각하고, 그 부분을 하면 좋아해 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파레이돌리아'를 내놓으면 또 다음 신작을 요구받을 텐데요, 차차기작에서도 완전 신작으로 가게될 것 같나요
김용하 본부장: '파레이돌리아' 다음에 또 완전 신규 IP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완전 신작을 하더라도 당분간은 '파레이돌리아'가 잘 받아들여지는 데 힘써야 하고, '블루 아카이브'라는 IP도 외부로 확장할 고민을 진지하게 할 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다음, 충분한 TO와 가능성이 생기면 그때 완전 신작을 고민하게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페이트' IP로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나오고 각각의 애니메이션이 나오고 하는데 우리도 그런 전개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 꿈을 갖고 있습니다. 조직으로서 그런 것을 해낼 내부 역량이 생긴다면 하고 싶은 부분이고, '파레이돌리아'도 독립 조직이 아닌 본부 산하 조직으로 그런 장르 전개를 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 역량을 만들자는 생각을 하고 준비해 왔습니다.
평생 미소녀게임만 만들 것, 한국에서 그 동안 본 적 없던, 할 수 없던 일들에 도전하고파
국내에서만 미소녀 캐릭터들을 내세운 미소녀게임에 '서브컬쳐'라는 장르를 붙여 부르고 있습니다. 평소 그런 표현을 안 써도 되는, 이번 인터뷰같은 자리에서는 미소녀게임이라는 표현을 쓰고싶다고 언급해 오셨죠
김용하 본부장: '서브컬쳐'라는 표현은 사업 쪽 분들이 시장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분류 아닌가 합니다.
사실 우리 젊은 시절에는 애니메이션, 게임을 서브컬쳐라 불렀었는데 서브컬쳐의 일부였던 게임의 장르로 서브컬쳐가 있다고 하니 올드 오타쿠에게는 너무 어색하죠
김용하 본부장: 게임사업에서 'MMORPG', '캐주얼게임' 처럼 다른 게임들과는 다른 분야의 게임들을 설명하기 위해 붙인 이름 같은데, 본고장인 일본에서는 쓰지 않는 표현이기도 하고요. 미소녀게임이라고 표현해도 되는 자리에서는 미소녀게임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사업에서는 '블루 아카이브'와 '러브앤딥스페이스'를 같은 서브컬쳐 장르라 부르는데 우리가 이 말을 들으면 뭔가 납득하기 쉽지 않은 면이 있잖아요. 미소녀게임과 미소년게임이라고 해도 되지 않나...
같은 형식인가, 같은 시장을 공유하는가 라는 기준으로 접근하면 전혀 다른 게임군이란 말이죠. 비슷한 문법이지만 많이 달라서 재미있습니다. 게임에서 바라는 감성이 다른 것 같아요.
게임의 난이도나 얻는 보상, 동기부여 같은 공유하는 문법도 있지만, 캐릭터와의 어떤 것이 게임의 최종 목표인가, 캐릭터와 교감을 어떻게 하는가 등을 보면 상당히 다르죠.
미소녀게임, 미소년게임 같은 말이 나왔는데, 최근 유저들 사이에서 여성 캐릭터만 나오는 게임을 선호한다는 이야기가 보이잖아요. 중국에서 특히 많이 나오는 이야기인데... 마침 '블루 아카이브'는 여성 캐릭터만 나오는 게임인데, 이런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용하 본부장: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저도 제가 플레이하는 게임에 남성 캐릭터가 나오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네요. '인간 남캐'가 나오는 것을 싫어합니다. 가챠풀에도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요.
저처럼 가챠풀이나 게임에 인간 남캐가 나오지 않는 게임을 바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 보고 그런 분들을 위한 게임을 집중해서 만들다 보니 '블루 아카이브'도 그렇고 '파레이돌리아' 가챠풀에서 남성 캐릭터는 안 나오는 게임이 됐습니다.
심지어 NPC 중에도 '인간 남캐'가 안 나오도록 하자는 방향으로 갔고, 하다 보니 플레이어 자신도 보여주지 않게 되는 흐름이라고 해야 하나... '블루 아카이브'에서는 '적으로 나오는 보스가 남성인 것은 괜찮나'를 고민하다 그래, 머리를 없애버리자, 몸은 남성형이라도 비인간, 크리쳐처럼 표현하면 되겠다가 됐고요.
'인간 남캐'라고 했으니 수인은 괜찮냐는 의문이 드실 텐데, 수인, 디포르메한 캐릭터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시바 점장은 허용범위인 것이죠. 이런 부분은 어디까지나 취향의 영역인 것이라, 이 게임의 규칙은 그런 것으로 하자고 하면 그렇게 가는 것이죠.
물론 미호요처럼 남녀 모두에게 골고루 사랑받는 게임이 부럽긴 합니다. 간혹 사업부에서 '우리도 남성 캐릭터를 내면 시장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하면 '우리는 그런 것은 만들지 않습니다'라고 답하고 넘어가죠.
농담처럼 말씀드렸는데, 남성 캐릭터가 들어가면서도 성립하는 세계, 매력적인 남성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을 잘 할 수 있으면 하면 됩니다. 저는 그 부분을 잘 못해서 여성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밖에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개발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2027~2028년 사이에 '파레이돌리아'가 출시될 것이라 말씀하셨는데, '파레이돌리아'가 나오는 시점에는 시장이 어떨 것 같으신가요
김용하 본부장: '파레이돌리아'와 겹치는 것은 안 나올 것 같습니다. 아직 보여드리지 않은 것이 많고 그런 부분을 포함해서 출시 시점에 차별화되는 경험을 주는, 플레이어가 어떤 이세계에서 어떤 경험을 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게임이니, 차별화된 경험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CBT도 할 것이고 있고 평가를 받아 봐야겠지만 말이죠. '파레이돌리아'가 담으려는 것은 특정 세계, 시대를 다시 맛보라는 것이 아니라 메마르지 않은 이세계, 가상세계니까요.
마지막으로, 끝까지 미소녀게임만 만드실 생각이겠죠. 다시 한번 다짐하며 마무리하죠
김용하 본부장: '마법도서관 큐라레' 때부터 '앞으로의 개발인생은 미소녀로 쭉 가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좋아해 주시는 분이 많이 생긴 '블루 아카이브'에 신규 IP까지 바라보고 있는 시점인데, 아우르는 조직원들과 어디까지 같이 가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IO본부라는 조직과 이 조직에서 한국에서 그 동안 못봤던,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해보고 싶습니다. 긴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드리고, 게임포커스 창간 16주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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