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게임이 뜨는 순간을 노린다, '알고리즘 스나이핑'으로 바뀌는 성공 복제의 속도전과 이어집니다(바로가기).
법은 어디까지 막아 주는가, AI가 넓히는 회색지대
AI로 빠르게 유사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이 현실이 되면서 자연스러운 질문이 따라붙는다.
"AI를 활용한 알고리즘 스나이핑으로 만들어진 게임은 어디까지 법적으로 허용되는가"
답을 찾으려면 현행 저작권 분쟁의 판례부터 봐야 한다. 게임 저작권의 경계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아이디어와 표현의 구분이다. 게임의 장르나 기본 규칙, 진행 방식 자체가 곧바로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다만 게임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가 개발자의 선택에 따라 독창적으로 배열·조합되고 그것이 다른 게임과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을 이룬다면, 게임 전체가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
한국 대법원도 2019년 킹닷컴('팜히어로사가')과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포레스트매니아')의 분쟁에서 같은 기준을 제시했다(2017다212095). 대법원은 게임이 캐릭터와 아이템, 배경화면, 프로그램, 영상, 음악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복합적 저작물이라고 설명했다. 개별 구성요소뿐 아니라 이들이 특정한 제작 의도와 시나리오에 따라 선택·배열·조합된 결과 게임 자체가 다른 게임과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을 갖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작 게임이 그런 개성을 갖고 있고 피고 게임도 주요 구성요소의 선택과 배열, 유기적 조합에 따른 창작적 표현형식을 담고 있다고 판단해, 원고 패소로 본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RPG나 FPS, RTS처럼 하나의 규칙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게임에서 특히 중요한 기준이다. '적을 쏘고 처치한다', '캐릭터를 성장시킨다', '자원을 모아 건물을 짓는다'는 방식만으로는 저작권을 주장하기 어렵다. 그러나 어떤 시스템을 선택하고 어떤 순서로 도입하며 그것을 어떤 UI와 캐릭터, 맵, 연출과 결합했는지에 따라 독창적인 게임 구조가 만들어진다.
게임 방식과 아이디어에서 불가피하게 따라오는 표현은 보호할 수 없다고 판례한 카라테 챔프(좌), 카라테 챔피언십(우) 사례(이미지 : dataeastgames, atarimania)
반대로 장르적 특성이나 기술적 제약 때문에 사실상 피하기 어려운 표현은 보호 범위에서 빠진다. 1988년 미국 제9연방항소법원의 Data East USA v. Epyx 사건이 대표적이다.
Data East의 격투게임 '카라테 챔프(Karate Champ)'와 Epyx의 '월드 카라테 챔피언십(World Karate Championship)'은 캐릭터 움직임과 경기 진행, 점수 방식 등 상당수 요소가 비슷했다. 법원은 유사성의 상당 부분이 실제 가라테 경기의 특성이나 당시 컴퓨터의 기술적 제약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데 사실상 필수적이거나 일반적인 표현이라는 이유로 보호 대상에서 제외했고, 남은 표현만으로는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게임의 유사성을 놓고 법적 분쟁을 이어간 Tetris Holding과 Xio Interactive
전체적인 외관과 느낌을 뜻하는 '룩 앤드 필(Look and Feel)'과 표현적 요소가 보호받을 수 있음을 보여 준 사례도 있다. 2012년 뉴저지 연방지방법원의 Tetris Holding v. Xio Interactive 사건에서 Xio는 Tetris의 규칙과 기능을 중심으로 복제했다는 논리를 폈다. 법원은 특정 블록의 형태와 색상, 움직임, 플레이 영역 등이 게임 규칙과 별개의 구체적 표현이며 이를 표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고 봤다. 규칙을 표현하는 방식을 사실상 그대로 가져온 행위까지 단순한 '게임 방식의 차용'으로 볼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같은 해 워싱턴 서부 연방지방법원의 Spry Fox v. Lolapps 사건에서는 'Triple Town'과 'Yeti Town' 사이의 게임 구조와 표현 요소의 유사성이 쟁점이 됐다. 법원은 단순한 게임 아이디어나 기능적 요소는 보호되지 않는다고 보면서도, 특정 오브젝트의 계층 구조와 게임 진행 방식의 결합 등은 보호 가능한 표현일 수 있다며 피고의 소송 기각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측은 최종 판결까지 가지 않고 합의했고, Yeti Town의 지식재산이 Spry Fox 쪽으로 넘어갔다. 최종적인 침해 확정 판례는 아니지만, '플레이 방식'이라는 이유만으로 관련 요소가 전부 법적 보호에서 빠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 준다.
이 사건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다. '얼마나 비슷한가'만으로는 부족하고 '무엇이 비슷한가'를 따져야 한다. 게임의 기본 규칙과 장르적 문법을 가져왔는지, 독창적인 시스템의 선택·배열·조합을 가져왔는지, 캐릭터와 UI 같은 구체적 표현까지 복제했는지, 소스코드와 그래픽 에셋을 직접 가져왔는지. 이를 나눠서 보는 법리는 AI가 개입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AI를 활용했다는 사실 자체가 침해를 뜻하지 않고, AI가 결과물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원작자의 권리가 사라지지도 않는다. 따질 것은 AI가 무엇을 입력받았고 무엇을 만들어 냈으며, 그 결과물이 원작의 보호 가능한 표현과 실질적으로 얼마나 닮았느냐다.
회색지대를 '사업적으로' 활용할 때
법은 아이디어와 표현을 구분하지만 시장에서는 둘이 깔끔하게 나뉘지 않는다. 어떤 개발자가 인기 게임의 핵심 아이디어와 이용자 경험을 빠르게 분석한 뒤 캐릭터와 배경, 이름과 그래픽을 모두 바꿔 유사한 게임을 내놓는다면, 침해를 입증하는 일은 소스코드나 에셋을 그대로 옮긴 경우보다 훨씬 복잡해진다.
게임을 이루는 요소는 다행하기에 법적 분쟁 요소 역시 광범위하고 까다롭다(출처 : Video games and intellectual property law)
한국에서도 게임 규칙을 일부 공유하면서 별도의 캐릭터와 그래픽, 창작 요소를 갖춘 게임은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된 사례가 있다. 반대로 주요 구성요소의 선택·배열·조합 자체가 창작적 표현으로 인정돼 보호된 경우도 있다. 어디까지를 독자적 창작으로 볼지는 사건마다 달라지는 구조다.
그래서 법적으로 명백한 복제는 피하면서 원작의 성공 요인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하는 전략이 가능해진다. 물론 이런 행위가 언제나 합법이라는 뜻은 아니다. 직접적인 복제나 시장 혼동을 유발하는 요소, 부정한 취득 경위 같은 사정이 더해지면 저작권 밖의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킹닷컴 사건의 1심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을 인정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법이 금지하는 선을 넘지 않으면서 원작이 만든 시장의 관심에 최대한 빨리 올라타는 것. 이것이 하나의 사업 전략이 될 가능성도 별개의 문제다. 생성형 AI가 법적으로 보호받기 어려운 아이디어와 이미 검증된 흥행 공식을 결합해, 원작보다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
결국 원작자가 맞닥뜨리는 것은 소송의 어려움만이 아니다. 나중에 권리를 인정받더라도 그 사이 유사작이 시장의 관심을 가져가고 이용자를 확보한 뒤라면, 법적 구제가 시장에서 발생한 시간적 손실까지 되돌려 주지는 못한다.
알고리즘 스나이핑의 위험은 법을 어기는 카피캣이 얼마나 늘어나느냐에만 있지 않다. 허용되는 모방과 허용되지 않는 복제의 경계가 복잡하다는 점, 그 경계를 넘나들며 원작의 선점 효과를 최대한 빨리 약화시키려는 사업적 유인이 생긴다는 점이 더 크다. AI가 만든 결과물이 법의 회색지대가 되는 게 아니다. AI를 활용해 그 회색지대를 훨씬 빠르게 탐색할 수 있다는 데 위험이 있다.
"AI가 쉽게 만들 수 없도록 게임을 더 크고 비싸게 만들면 되지 않나"
법으로 완전히 막을 수 없다면 현실적인 반론이 나올 법하다.
"원작자가 후발주자가 따라오지 못할 수준으로 게임의 규모와 완성도를 끌어올리면 되지 않나"
"더 많은 개발자를 투입하고 더 긴 시간을 들여 콘텐츠와 기술력을 쌓으면, AI로 빠르게 만든 유사작이 경쟁 상대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나"
어느 정도는 효과적인 방어막이다. 'GTA 6'처럼 방대한 오픈월드와 콘텐츠, 캐릭터, 애니메이션, 음악, AI 기술이 결합된 초대형 프로젝트는 핵심 아이디어 몇 개를 AI로 재현한다고 같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락스타 게임즈 역시 GTA 6를 두 차례 미루며 완성도를 높일 개발 기간을 확보했다.
개발 규모 자체가 복제 비용을 높이는 장벽으로 작용한다. 핵심 아이디어만 따라 하는 것과, 수년간 쌓인 노하우와 방대한 콘텐츠, 독자적 기술을 갖춘 완성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다만 이것이 근본적인 해법이 되는지는 별개다. 알고리즘 스나이핑이 노리는 것은 완성된 게임 전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원작이 충분한 이용자층을 확보한 뒤 통째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게임이 주목받기 시작하는 순간 발생하는 '성공 신호'를 포착해 그 일부를 빠르게 구현하고 같은 관심의 영역에 들어서는 것이다.
압도적인 개발 규모와 콘텐츠로 전세계 게이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GTA6
수년간 개발한 게임도 이용자가 처음 접하는 것은 거대한 전체가 아니다. 트레일러 속 한 장면, 독특한 전투 시스템을 보여 주는 수십 초짜리 영상, 개발 중인 프로토타입, 새로운 게임플레이를 담은 짧은 클립 하나다. 알고리즘 스나이핑이 이런 초기 신호를 대상으로 삼는다면, 원작자가 수년간 쌓은 개발비와 인력이 결실을 맺는 시점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다. 원작을 따라잡는 데 드는 비용과, 원작이 만든 관심에 따라붙는 데 드는 비용은 전혀 다르다.
개발 규모를 키우는 전략은 방어막이 되지만 그 효율은 게임의 종류와 경쟁 시점에 따라 갈린다. 완성된 AAA 게임 전체를 모방하려면 막대한 개발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시장이 형성되기 전 초기 단계에서 핵심적인 재미만 빠르게 재현해 관심을 끄는 데는 훨씬 적은 비용이면 된다. 더 많은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는 방식은 '복제하기 어려운 게임'을 만드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복제자가 들어서기 전에 선점 효과를 확보하는 문제까지 해결하지는 못한다.
업계의 흐름은 이 문제를 더 날카롭게 만든다. 게임사들은 최근 수년간 개발비 상승과 프로젝트 대형화에 대응하느라 인력과 개발 과정을 효율화해야 하는 압력을 받고 있다.
게임 개발 규모는 전세계적으로 감축 추세이다(이미지 : gaminglayoffs)
GDC의 2026년 조사에서 응답자의 28%가 최근 2년 사이 직접 해고를 경험했고, AAA 스튜디오 소속 응답자의 3분의 2는 회사에서 해고가 있었다고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종사자의 36%는 업무에 생성형 AI를 쓴다고 답했다. 가장 흔한 용도는 리서치와 브레인스토밍(81%)이었고 일상 업무와 코드 지원이 각각 47%, 프로토타이핑이 35%였다.
앞서 말했듯 원작자의 방어력을 높이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더 많은 인력과 시간을 투입하는 것이다. 그런데 산업은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결과물을 만드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모든 게임사가 GTA 6만큼의 자본과 인력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설령 가능하더라도 초기 아이디어가 공개되는 순간부터 시장의 관심이 형성되는 과정을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다.
모든 게임이 거대해질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인디게임과 소규모 프로젝트 중에는 단순하지만 새로운 게임플레이 아이디어 하나로 관심을 얻는 작품이 있다. 이들에게 '더 많은 인력과 비용으로 방어하라'는 처방은 경쟁력을 잃지 않으려면 계속 몸집을 키우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문제는 다시 시간으로 돌아온다. 원작자가 수년에 걸쳐 게임을 완성하는 동안, 후발주자가 공개된 아이디어로 최소한의 유사작을 만들어 시장에 들어서기까지 걸리는 시간. 그 격차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느냐다.
알고리즘 스나이핑은 이미 눈앞의 문제다
실제 친구처럼 대화하며 함께 게임을 즐기는 AI 에이전트인 '버추얼 프렌드'를 개발중인 크래프톤(이미지:공식 유튜브 갈무리)
알고리즘 스나이핑이 게임산업 전반에 일반화된 현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사례가 충분히 쌓였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별도의 산업 현상으로 측정한 통계나 연구도 찾기 힘들다. 그러나 이런 일이 벌어질 기술적 조건과 실제 사례가 이미 나왔다는 점은 분명하다.
홀메르의 사례가 이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 준다. 회전하는 게임판을 활용한 퍼즐게임 프로토타입을 짧은 영상으로 공개했고, 영상이 관심을 얻자 다섯 시간이 지나기 전에 복제 영상이 올라왔으며, 며칠 안에 최대 네 개의 유사한 AI 제작 게임이 확인됐다. 그중 한 개발자는 하루 만에 자기 버전을 만들어 출시했다. 홀메르가 공개한 것은 완성된 게임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확인하기 위한 프로토타입에 가까웠지만, 유사작은 그 아이디어가 상업적 가치로 바뀌기도 전에 나타났다. 카마보코의 미완성 게임은 복제작에 출시 순서를 내줬다.
이 글에서 다룬 사례가 모두 같은 유형은 아니다. 다만 알고리즘 스나이핑이라는 공통분모는 있다. 통계로 보여 줄 만큼 사례가 많지는 않아도, 성공 신호를 발견하고 유사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시장에 들어서기까지의 시간이 압축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현실에서 관찰된다.
그렇다면 게임사는 무엇을 준비하고 고민해야 할까.
먼저 쉽게 복제할 수 없는 것을 만드는 일이다. 알고리즘 스나이핑이 가장 잘 통하는 분야는 짧은 영상만으로 재미를 설명할 수 있는 게임이다. 회전하는 퍼즐, 독특한 조작법, 단순한 규칙처럼 몇 초짜리 영상으로 핵심이 전달되는 게임은 생성형 AI 프로토타입과 궁합이 좋다. 실제로 지금까지 눈에 띈 유사 사례도 퍼즐, 단순 슈팅, 런 게임에 몰려 있다. 반대로 경쟁력이 세계관과 캐릭터, 커뮤니티, 장기간 쌓이는 콘텐츠, 라이브 서비스 운영, 독자적 기술, 플레이어 데이터처럼 복합적인 요소에 분산돼 있다면 아이디어 하나를 복제하는 것만으로는 원작과 겨루기 어렵다.
GTA 6 같은 초대형 게임이 강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게임의 가치가 하나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수많은 콘텐츠와 기술, 브랜드, 개발 경험의 결합에서 나온다면, 일부 게임플레이를 모방하는 것만으로는 같은 시장 지위를 얻지 못한다. 물론 모든 게임사가 택할 수 있는 길은 아니다. 모든 게임이 더 크고 복잡해져야 한다면 개발비와 기간은 계속 늘어나고, 인디게임의 작은 규모와 실험성은 경쟁력이 되기 어렵다. 필요한 것은 규모 경쟁이 아니라 모방 비용의 분산이다. 아이디어가 주목받는 순간의 위험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해도, 시간을 벌어 준다는 점에서 유효한 선택이다.
AI 기술의 도입으로 게임 개발자들의 개발 기간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2026 Unity 게임 개발 보고서)
가장 단순하면서 강력한 해결책은 원작자의 시간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알고리즘 스나이핑의 요체는 후발주자가 더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원작이 자리를 잡기 전에 유사작을 내놓아 관심을 나눠 갖는 것이다. 그렇다면 효과적인 대응은 공개한 아이디어가 출시까지 가는 시간을 줄이는 데 있다. 개발 인력을 무조건 늘리라는 뜻이 아니라, 아이디어 공개 시점과 실제 플레이 가능한 버전의 공개 시점 사이 간격을 좁히라는 뜻이다. 초기 아이디어를 공개한 뒤 수년간 개발하는 방식보다, 핵심 아이디어가 검증되는 시점에 프로토타입을 빠르게 완성해 데모나 얼리 액세스, 체험판처럼 이용자가 직접 만져 볼 수 있는 단계로 넘어가는 전략이 더 직접적인 방어책이 된다.
물론 이 길에도 대가는 따른다. 게임업계는 오랫동안 개발 중인 게임을 일찍 공개하고 트레일러와 개발자 인터뷰, 테스트로 출시까지 관심을 쌓아 왔다. 공개와 출시가 가까워질수록 후발주자가 끼어들 시간은 줄어들지만, 사전 홍보 기간도 함께 짧아져 이용자와 투자자에게 게임의 존재감을 알릴 시간이 줄어든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알고리즘 스나이핑은 어느 한, 두 가지 방법으로 문제를 완전히 피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쟁력을 여러 요소로 분산하면 모방 비용은 높아지지만 개발 부담이 커진다. 출시를 앞당기면 후발주자가 따라붙을 여유는 줄지만 기존 마케팅 전략과 부딪힌다. 규모를 키우는 방식도 모든 개발사의 선택지는 아니다. 찾아야 할 것은 알고리즘 스나이핑을 완전히 차단할 단 하나의 해법이 아니라, 게임을 잘 만드는 일과 그 게임이 시장에 안착할 때까지 확보해야 하는 시간을 서로 다른 경쟁 요소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홀메르의 프로토타입을 따라 한 첫 영상은 공개 다섯 시간이 채 지나기 전에 올라왔다. 카마보코의 게임은 복제한 쪽 주장대로라면 두 시간 만에 만들어져 원작보다 먼저 세상에 나왔다. 게임사의 로드맵이 몇 달, 몇 년 단위로 짜이는 동안 후발주자의 시계는 시간 단위로 돈다. 공개하고 나서 플레이할 수 있게 되기까지 얼마가 걸리는지, 영상 한 편으로 설명되는 재미에만 기대고 있지는 않은지, 복제되고도 남는 것이 무엇인지. 출시 계획을 짜는 자리에서 이를 묻지 않는 게임사에게 첫 트레일러는 경쟁자의 출발 신호가 된다. 알고리즘 스나이핑이 산업 현상으로 굳어질지는 더 많은 사례와 연구로 확인해야겠지만, 그 확인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쪽은 언제나 원작자가 될 것이며 피해 역시 스스로 감내해야될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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