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 있는' 기획祭, 신규 IP 쏟아내는 니폰이치의 저력은 어디서 나오나

등록일 2016년05월03일 11시40분 트위터로 보내기


일본 콘솔게임 내수시장이 축소되며 내수시장을 메인 타깃으로 게임을 개발하던 중견 개발사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기존 게임의 속편, 리메이크, 유명 IP를 원작으로 한 팬디스크 수준의 게임이 쏟아지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고령화 사회로 나아가며 게임을 할 아이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일본의 중소 게임사들에게는 미지의 땅인 해외를 메인 타깃으로 재정립하고 도전에 나서는 길과 나이를 먹어가는 팬들을 대상으로  개발비를 줄여가며 소규모 게임을 만드는 길이 놓여있는 셈이다.

그나마 어느정도 규모가 되고 여력이 있는 중견 개발사들은 신규 IP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신규 IP 창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디스가이아' 시리즈에 이어 '신 하야리가미', '요마와리' 등으로 아시아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 니폰이치소프트는 그런 중견 개발사 중에서도 가장 먼저 신규 IP 확대에 나선 개발사다.

니폰이치소프트 1층 로비에는 이제까지 수상한 상패들과 함께 캐릭터 상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니폰이치가 최근 선보이고 있는 신규 IP들을 보면 일관된 방향성이 없고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살을 붙인 듯한 게임들이 많다. 이런 게임들의 기반은 니폰이치가 사내 전직원을 대상으로 매년 진행하는 아이디어 공모전, '기획祭'에 있다.

니폰이치소프트는 전통적으로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수용해 실제 개발, 출시까지 연결시키고 구작들의 리메이크도 열의를 가진 사원이 리메이크 아이디어를 제출해 통과되면 그 사람에게 리메이크 기획을 맡기는 방식을 택해 왔다. 아이디어는 상시 받았지만 실제 제출되는 아이디어는 많지 않았고, 이에 상시 행사로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하기로 한 것.

이 기획제 참가조건에는 직군, 직급 등의 제한이 전혀 없다. 영업, 마케팅 직원부터 서버관리자까지 누구나 아이디어를 낼 수 있으며 매년 한편 이상은 무조건 실제 게임으로 만들어 출시가 된다.

기획제를 통해 개발, 출시된 '요마와리'는 흥행면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아이디어 제출 시에는 거창한 PPT나 기획서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A4 한장 정도로 핵심 콘셉트와 아이디어를 정리해 제출하면 된다. 국내에도 한글판이 출시된 '요마와리', '오오에도 블랙스미스', 그리고 다운로드 버전으로 출시된 '호타루노닛키' 등이 이 기획제에서 선정되어 개발, 출시된 작품들이다.

니폰이치소프트에서 개발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니이카와 쇼헤이 대표는 기획제를 진행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게임기획을 언제든 제안해도 된다고 했지만 당연한 이야기로 실제 제안이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도쿄가 중심인 일본 게임업계에서 기후현 시골에 있는 니폰이치까지 게임을 만들러 왔다는 것은 게임 개발에 대한 엄청난 정열을 갖고 있을 것 아닌가. 그런 개발자들의 정열을 분출하고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 기회를 제공하는 건 게임회사로서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개발자들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개발사의 의무라는 니이카와 대표의 말을 듣고 망치에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회사에서 월급을 받아가며 게임을 만드는 게임회사에서 '너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어라' 라니... 한국에선 상식과 어긋나는 말로 받아들여질 것 같기도 하다.

처음부터 기획제에서 선정된 아이디어는 무조건 게임으로 개발해 출시한다는 원칙을 정한 덕에 실제 '내 아이디어가 게임이 되었다'는 걸 경험하고 지켜본 사원들의 참여율은 매년 높아져 2015년에는 60건 가까운 아이디어가 접수됐다. 영업 사원이 낸 아이디어나 입사 1년차 사원이 낸 제안이 최종 심사까지 남은 경우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역시 게임회사에 들어왔다면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나라면 이런 게임을~ 같은 생각을 다들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직원들에게 게임기획에 대해 공부할 기회를 주기 위해 유명 크리에이터들을 초청해 기획에 대한 사내 강연도 자주 진행하고 있다. 이번달에는 팔콤의 콘도 대표가 게임기획에 대해 강연한다"

훌륭한 사상에 입각한 멋진 제도다. 하지만 이걸 국내 게임사에 도입한다고 생각하면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니폰이치에서 이런 제도가 원활히 기능하는 게 가능한 이유는 직원이 300명에 육박하는 회사임에도 부문간, 직군간 대립이 거의 없고 전통있는 개발사답게 니폰이치의 게임과 사풍을 좋아해 입사한 직원이 많기 때문이다.

기획제를 통해 게임화가 확정된 기획은 아직 더 있고, 현재 개발이 진행중인 타이틀도 있다. 어떤 아이디어들을 보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기회가 된다면 2016년 행사는 직접 기후로 날아가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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