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부치 스나오(片淵須直) 감독은 미야자키 하야오 이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중 한사람이다. 그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아리테히메'( アリーテ姬)는 시대를 앞서간 선진적인 메시지를 담은 걸작이었고, 연이어 보여준 '마이 마이 신코 이야기'( マイマイ新子と千年の魔法)와 '이 세상의 한구석에'(この世界の片隅に)도 걸작으로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품이 되었다.
카타부치 감독은 2019년 기자와의 만남에서 '내 작품을 만들 스튜디오도 설립되었으니 작품을 더 빨리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혀 기대감을 키웠는데, 그로부터 7년이 지났지만 아직 감독의 신작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취재와 조사를 마치고 이제 본격적인 제작에 돌입할 단계까지는 왔다는데... 신작이 늦어지며 국내 애니메이션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카타부치 감독의 신작 '도토리색의 나기코들'(つるばみ色のなぎ子たち)이 일본 헤이안 시대를 배경으로 한 '괴수물'이라는 헛소문까지 퍼진 상황이다.
카타부치 스나오 감독을 만나 신작 제작 상황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정확한 조사로 제대로 묘사하고 싶어 시간 걸렸어, 2027년에는 일부라도 보여줄 수 있을 것
이혁진 기자: 지난번 인터뷰에서 '내 작품에 집중할 스튜디오도 설립했으니 보다 빨리 작품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기다림이 조금 길어지는 느낌입니다
카타부치 감독: 확실히 시간이 꽤 걸려 버렸습니다. 1000년 전의 사회를 이해하고 만들려 하는데 책을 읽어도 책에 안 나오는 것이 많아서 말이죠. 그런 비어있는 부분을 우리가 연구해서 묘사해야 하는 상태입니다.
저희 스탭들이 학문적 연구자들보다 더 많이 연구하고 고민했을지도 모를 정도입니다. 헤이안쿄 복식의 각 부분의 길이같은 것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생각되던 것을, 우리가 바른 수치를 조사해서 만들어야 했고, 그 정도의 연구를 지금까지 해 왔습니다. 물론 연구가 끝난 것은 아니고 계속 진행되고 있고요.
'도토리색의 나기코들'의 주인공은 세이쇼나곤(清少納言)입니다. '나기코'는 세이쇼나곤의 이름이라고 하는데(기자 주: 기요하라노 나기코(清原諾子)가 본명이라는 설이 있고, 학계의 정설은 아니다) '마이마이신코'에 나온 그 나기코와 같은 사람입니다.
나기코가 성장해서 마쿠라노소시(枕草子)를 쓰게 되는데, 마쿠라노소시 내용 중에는 '오니가 같은 집에 살고 있다'는 묘사가 있습니다. 문을 열면 오니가 있으니 열지 말라는 말에 실제 열어보지 않아서 오니를 눈으로 보지는 못하죠. 마쿠라노소시는 일본의 고교생이라면 일부지만 모두가 읽은 책입니다. 하지만 거기 ㅈ거힌 것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배경이 클 것이라 그 배경을 모두 이해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가령 나기코에게는 형제가 있는데, 어떠한 사정으로 죽어버렸나, 그 시대에 살아있는 사람도 있는가, 어떤 아이를 낳았는가까지 조사했습니다. 최근에는 세이쇼나곤 나기코의 언니가 어디에 묻혔는지 알게 되어 지난주 토요일에 교토에 가서 보고 왔습니다. 보통은 그런 부분까지 신경쓰지 않는 것 같지만, 저는 신경이 쓰여서 직접 보고 왔습니다.
내년에는 완성된 작품을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카타부치 감독: 내년에도 부천에 오게 된다면 보다 긴 버전, 영화 전체를 보여드리는 것은 무리일 것 같지만 보다 긴 버전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현재 제작은 어느 정도 단계에 있다고 보면 될까요
카타부치 감독: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만들려고 하는 상태입니다. 지금까지 파츠를 잔뜩 만들어 왔고, 이제 파츠가 충분히 갖춰져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괴수물은 '이 세상의 한구석에' 제작 전 구상했던 기획, 신작에 괴수 등장은 없어
전에 뵈었을 때, 전염병이 도는 헤이안쿄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작품이 될 것이라는 말씀을 들었는데, 한국에서는 괴수가 나오는 괴수물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 사이에 변화가 있었던 것인지, 오해인지... 오해를 풀어주시기 바랍니다
카타부치 감독: 오니가 나오지만 여기서 말하는 '오니'는 상징적인 의미로, 실체를 갖고 존재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모두가 '오니는 있다'고 하지만 모습이 보이지 않거든요.
당시는 여성들도 밖에서 볼 수 없도록 가려지고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오'와 '온나'(여성)를 같은 것으로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오니를 아군으로 삼는 정도의 기분이 되면 좋지 않나 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괴수라.. 형체가 있는 괴물이 나오는 작품은 아닙니다. 안 그래도 관객 중에서도 괴수가 나오지 않느냐고 물어보는 분이 있던데 상징적인 의미로만 나오는 것입니다.
사실 괴수물이라고 하면 '이 세계의 한구석에'를 만들기 전 만들고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괴수가 언제나 그 세계에 있어서 괴수가 오는 것이 태풍이나 지진같은 재해라고 생각하는 세계를 그려보고 싶었죠.
그런데 2011년에 실제 세상에 대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진짜 재해가 일어나 버려서 그런 소재를 엔터테인먼트로 하기는 힘들어진 면도 있었고, 지금은 안 하는 쪽이 좋겠다고 생각해 재해가 아니라 전쟁으로 테마를 바꿔서 '이 세상의 한구석에'를 만들게 됐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는 역병 재해를 다루게 된 셈입니다. 어떤 재해냐는 매번 다르지만 역시 재해를 다룬 작품입니다.
괴수물도 언젠가 다시 도전할 생각이 있으실까요
카타부치 감독: 비슷한 소재를 그 후에 다양한 분들이 만들어서 이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시 괴수물을 한다는 생각이 들려면 뭔가 큰 계기가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예술적 작품 한다는 생각 없어, 오락성 강한 작품, 액션 강한 작품도 하고싶다는 생각
개인적으로는 감독님이 만드신 '블랙라군'처럼 오락성이 강한 작품을 더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카타부치 감독: 오락성이 강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락성이 강하다고 하면 '이 세상의 한구석에'도 매우 오락성이 강한 작품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맞습니다. 오락성이라는 표현보다는 액션이 강하게 들어간 작품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카타부치 감독: 사실 아주 아티스틱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액션이 강하게 들어간 작품은 저도 하고 싶다는 생가을 갖고 있고요.
신작에서는 어떨까요. 액션이 많이 들어가게 되나요
카타부치 감독: 액션이 아예 안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은 아직은 말씀드리기 힘든 단계라는 점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BIAF에서 이번에 신작의 파일럿 영상을 공개하셨습니다. 한국에서 감독님의 신작을 기다리고 있는 팬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카타부치 감독: 이번에 부천에서 보여드린 영상은 정말 새로운 것으로 세계 최초로 보여드린 영상입니다. 부천에서 보여드린 후에 일본에서도 공개되었지만요.
늘 새로운 것을 한국 분들에게 보여드리려 하고 있고, 이번에도 보여드리고 이야기 나눈 것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신작을 긴 시간을 들여 만들고있는데, 그 만큼 좋은 작품이 될 것이라 생각하므로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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