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들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일찍부터 콘솔게임 시장에서 싸워온 이키나게임즈의 이야기

등록일 2024년01월10일 12시40분 트위터로 보내기

 

바야흐로 콘솔게임 시대이다. 국내 내로라하는 게임사들이 앞다퉈 콘솔 대작을 개발중이며, 중견 게임사 중에도 콘솔, 스팀 플랫폼으로 신작을 준비중이라는 곳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2023년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와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이 평단의 좋은 평가에 더해 글로벌 시장에서 수백만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흥행과 평가 모든 면에서 콘솔, 스팀 싱글플레이 게임 시장이 국내 게임사들에게도 '해볼만 한 시장'으로 각인된 것 같다.

 

오랫동안 콘솔게임 시장을 시야에 두고 개척해 온 게임사들 역시 콘솔게임 신작을 한다고 했을 때 시장에서의 반응, 투자, 퍼블리셔의 반응이 달라진 걸 느끼고 있다는데... 배준호 대표와 개발자들이 모두 콘솔, PC 싱글플레이 게임 마니아로 꾸준히 콘솔게임 시장에 도전해 온 이키나게임즈 역시 그런 게임사 중 하나다.

 

이키나게임즈는 만화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을 운영하는 한편으로 싱글플레이 게임, 미소녀 캐릭터 게임을 꾸준히 선보여 온 실력파 개발사. 이미 콘솔, 스팀으로 게임을 출시한 경험이 많아 협업을 원하는 게임사도 많고, 자체적으로 복수의 게임을 준비중이다.

 



 

2024년은 근래 개발에 매진해 온 프로젝트들을 시장에 선보이는, 수확의 해가 될 것이라는데... 꾸준히 지켜봐 온 이키나게임즈가 2024년 어떤 게임들을 준비중인지 확인해 보기 위해 2024년 첫 인터뷰로 이키나게임즈 배준호 대표를 만났다.

 

2023년 힘든 상황에서도 개발 끈 놓지 않았어
배준호 대표에게 먼저 2023년은 어떻게 보냈나를 묻자 바로 "진짜 힘든 한해였다"는 답이 돌아왔다. 업계 전반적으로 불황의 그림자가 짙은 한해였지만, 이키나게임즈는 신규 IP 게임 출시를 위해 오랫동안 운영해 온 '페어리테일' 서비스를 종료한 상황에서 신작 출시가 2024년으로 밀려 예상 밖의 어려움을 겪은 한해였다고. 

 

"IP 기반 신작을 2023년 론칭하려고 했는데, 2024년 애니메이션 등에 맞춰 준비하기 위해 출시를 미루게 됐습니다. 운영비를 견인해 주던 '페어리테일' 서비스를 종료하고 1년여를 버텨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죠.

 

거기에 지난해 출시한 '더 램지'와 '지금 우리 학교는'을 자체 퍼블리싱으로 출시하다 보니 콘솔게임을 어떻게 프로모션해야 할지 몰라 시행착오를 겪게 됐습니다. 플레이해 본 사람들의 평판은 좋은데 확산이 되지 않아 판매량이 아주 좋게 나오지는 않았고, 그러다 보니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습니다.

 

2023년 한해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버티는 한해'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개발의 끈은 놓지 않고 계속해서 게임을 열심히 만들었고, 그 덕분에 2024년에는 신작을 더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배 대표가 언급한 '더 램지'는 메트로배니아 장르만 꾸준히 개발해 온 팀에서 개발한 게임이고, '지금 우리 학교는'은 동명의 인기 웹툰을 기반으로 한 텍스트 어드벤쳐 게임이다. 이키나게임즈가 개발력 면에서 호평받는 것은 개발자들이 잘 하고, 하고 싶은 장르의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해당 장르를 계속 만들어 노하우가 이어질 수 있는 개발 체제를 갖췄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 더해 다양한 플랫폼을 커버할 수 있다는 점도 이키나게임즈의 장점으로, '지금 우리 학교는'의 플레이스테이션 등 다른 플랫폼 버전도 2024년 중 선보일 계획이다.

 

'더 램지' 개발팀의 후속작 '텔레빗'도 담금질을 마치고 출시를 향한 막바지 작업중인 상황. '더 램지'는 BIC, 지스타 등 각종 게임쇼에서 호평받은 작품으로, 스테이지의 다을 찾아내는 퍼즐풀이의 재미가 있는 플랫포머 액션게임으로 개발중이다. 스피드런 경쟁심을 자극하는 디자인에 레트로한 그래픽을 갖추고 협업할 퍼블리셔를 찾고 있는 상황으로, 이키나게임즈에서는 빠른 시일 내에 퍼블리셔가 구해지지 않으면 자체 출시로 나아갈 계획이다.

 

고전 JRPG 향수 현대적으로 살려낸 '스타바이츠'와 비주얼노벨 장르로 다양한 플랫폼에 도전
이키나게임즈가 개발중인 게임 중 기자가 가장 기대하고 있는 타이틀은 JRPG 스타일 신작 '스타바이츠'(STARBITES)이다.

 

'스타바이츠'는 매력적인 주인공과 동료들이 엮어내는 스토리에 중점을 두고 성장, 채집, 전투 등을 즐기는 고전 JRPG 감성을 현대적으로 표현한 타이틀. 턴제 배틀과 매력적인 세계관, 재미있는 스토리, 그리고 내 동료로 삼고싶은 캐릭터 라는 JRPG의 기본에 충실한 타이틀로, 전투 액션 연출과 그래픽도 매력적이라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큰 반향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스타바이츠는 꾸준히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JRPG의 기본을 지키자는 생각으로 개발을 시작한 타이틀로, 턴제 배틀에 스토리라인, 매력적인 세계관과 내 동료로 삼고싶은 캐릭터 같은 JRPG의 핵심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만들고 있는 작품입니다. 전투는 성장과 전략이 연결되도록 구성하고, 파밍과 전투와 성장이 잘 어우러지는 전투를 만들면 기본적인 재미는 줄 수 있지 않을까 했고, 기본에 집중해서 만들고 있습니다"

 

스타바이츠 기획의도에 대한 배준호 대표의 설명이다. 이키나게임즈에서는 '스타바이츠'를 2024년 출시 계획으로, 플레이스테이션5, Xbox 등 최신 콘솔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PC 버전도 얼리억세스를 진행하지 않고 완성된 게임을 판매하기 위해 준비중이라고.

 



 

'스타바이츠'의 플레이 타임은 메인 퀘스트 클리어에 20시간, 도전과제 컴플릿까지 고려하면 30시간 정도가 될 예정이다. 배준호 대표는 "게임쇼, 전시회 등에서 그래픽과 세계관이 호평받은 만큼 재미있게 제대로 완성해서 출시할 것"이라며 "기본적인 방향성은 잘 잡았고 템포를 좀 더 빠르게 하고 플레이를 다듬어 재미있는 게임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다짐을 전했다.

 

이키나게임즈의 장기는 RPG와 메트로배니아만이 아니다. 국내에서는 비주류 장르로 분류되어 온 비주얼노벨 장르에도 꾸준히 도전하며 노하우를 축적중이다. 2023년에는 인기 웹툰 IP를 기반으로 한 '지금 우리 학교는'을 선보여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2024년에는 플레이스테이션을 포함한 더 많은 플랫폼에 게임을 이식하는 한편 개발팀의 신작도 선보일 계획이다.

 



 

비주얼노벨의 경우 국내에서는 비주류이지만 글로벌로 보면 탄탄한 팬층이 있는 장르. 배준호 대표는 "비주얼노벨 장르의 경우 성인용 게임이 더 잘 팔리는 시장이지만 저희는 성인용이긴 해도 선혈이 난무하는 미스테리, 스릴러물을 추구하는 방향성"이라며 "비주얼노벨 장르는 이키나게임즈를 창업한 10여년전부터 꼭 만들 고싶던 장르"라고 강조했다.

 

배 대표는 이키나게임즈를 14년전 창업할 당시 자신이 좋아하는 비주얼노벨, 리듬게임, SRPG 세 장르 작품은 꼭 만들겠다고 다짐했다는데... '스타바이츠'도 초반 기획은 SRPG로 진행했지만 보다 팬층이 넓은 JRPG로 가자는 사내 의견을 수용해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 대표는 "개발자들이 만들고 싶은 장르 게임을 만들도록 지원하고 있는데, 대표가 만들고 싶은 장르도 한번 해야하지 않을까. '스타바이츠' 차기 프로젝트는 미소녀 SRPG로 꼭 진행하고 싶다"고 밝혀 기자의 기대감을 키웠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PC버전을 선행 출시하고 스위치 버전에 이어 Xbox, 플레이스테이션 버전도 연내 출시될 예정. 개발팀의 후속작 '추락의 그림자'는 추리 어드벤쳐 장르로, 증거를 모아 진상을 추론하는 형태의 게임이 될 예정이다.

 

기자와 비슷한 세대 개발자답게 배 대표는 사회파 추리게임을 만들고 싶어하지만, 젊은 개발자들의 의견을 더 반영해서 군상극 스타일로 만들고 있다고. 추리게임 장르에서도 차차기 작품에서는 배 대표 취향의 사회파 추리게임이 나오면 기자 개인적으로는 매우 기쁠 것 같다.

 

'추락의 그림자'는 해외 퍼블리셔들의 관심도 받아 일찌감치 글로벌 출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함께 공부하고 장르에 특화되어 가는 개발조직 구성, 게이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게임을 내놓을 수 있게된 것 같아
배준호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좋은 게임회사의 조건은 좋은 개발팀을 만들어가는 것일 텐데, 이키나게임즈가 이제는 적어도 '아 내놓기 부끄러운데 어쩔 수 없이 내놨다'는 말은 안 들을 정도의 개발팀을 만든 것 같다"고 창업 후 14년을 돌아봤다.

 

창업 초기에는 시간에 쫓기며 만들어 출시한 뒤 후회가 남는 작품이 많았지만 이제는 개발팀이 제 역할을 하게 되어 안정적인 개발 체계가 갖춰졌다고. 장기근속자들과 3년차 이상의 중견 개발자, 주니아 개발자가 고루 섞여 너무 낡지도, 신선함에만 치우치지도 않은 팀을 잘 갖췄다는 것이 배 대표의 설명이다.

 



 

이키나게임즈 개발 조직의 특징은 '서클'로, 특정 장르를 공부하고 개발하는 이키나게임즈의 개발 그룹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RGP, 비주얼노벨, 메트로배니아 등 특정 장르를 선호하는 서클 주도로 게임 개발을 진행하며 각 직무 단위 직무 리더들이 직무별 주니어들의 실력을 향상시켜 회사 전체의 개발력을 끌어올리면서 모티베이션도 유지한다는 의도가 담긴 구조로, 배준호 대표는 "개발자들의 욕망을 받아들여 다양한 시도를 하려 한다"며 "개발자들이 나서서 하고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회사로서도 좋은 것 같고, 가능한 한 지원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2024년은 이키나게임즈가 갖춘 이런 개발 체계가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한해로 만들겠다는 것이 배 대표의 각오. 배준호 대표는 "IP를 활용한 신작에 '스타바이츠'에 다양한 장르, 플랫폼에서 성과를 내고 우리가 만든 '서클'이 확실한 경쟁력을 가진 개발그룹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며 "'스타바이츠'는 후속작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되면 좋겠다. 플레이한 사람들이 만족하고 다음 이야기, 캐릭터들의 전말이 궁금하다고 생각할 정도가 되어 후속작의 기반이 되고 시리즈까지 될 수 있는 한해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장 가까운 신작 '텔레빗'에 대해서는 "개성있는 플랫포머 게임으로 기억되어 '이키나게임즈가 게임을 제대로 만드네'라는 인상을 주고, 전작인 '더 램지'까지 찾아볼 수 있는, 그렇게 이 게임을 만든 개발사가 전에는 무엇을 만들었나 찾아보는 정도의 개발사가 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배준호 대표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개발 규모와 체계를 갖춘 만큼 개발자이기 이전에 게이머이기도 한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고 싶다는 말을 해 기자를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그가 말한 '욕망'이란 앞서 언급된 미소녀 SRPG와 같은 소재, 장르도 있지만, 어린 시절 재미있게 즐긴 고전 게임을 부활시키는 리메이크 작업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미도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배 대표는 이전에도 고전 걸작 '젤리아드' 등의 리메이크를 추진했지만 안타깝게 불발된 적이 있었다고. 이제 개발 체계가 더 잘 잡힌 만큼 고전 걸작 리메이크에도 더 힘을 줘 추진해 볼 계획이다.

 

배준호 대표는 마지막으로 "괜찮은 개발팀을 만든 것이 2023년의 최대 수확이었던 것 같다"며 "2024년의 과제는 어마어마한 겨울에 직면한 게임업계에서 잘 살아남아 좋은 게임을 보여드리는 것이다. 한국 게임사, 개발자 여러분 모두 무사히 겨울을 넘기고 좋은 게임을 세계에 선보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2024년은 콘솔게임에 대한 국내 게임업계의 관심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발 먼저 콘솔게임 개발 경험을 쌓은 개발사들에 대한 주목도도 더 올라갈 것이다. 이키나게임즈와 같은 개성적인 개발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 국내 게임업계에 다양성을 더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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