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또 다른 '주토피아'를 기대했지만... '인어공주'보다 나은 작품이라는 것에 만족해야 할 '엘리멘탈'

등록일 2023년06월26일 14시35분 트위터로 보내기

 

*이번 리뷰에는 '엘리멘탈'에 대한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치적 올바름(PC)은 최근 문화콘텐츠 업계에 매우 중요한 화두 중 하나다.

 

'다름'을 '틀림'이 아닌 다름 그대로 받아 들이고 차별하지 말자는 의도와 취지 자체는 좋지만 일부 문화콘텐츠 제작자들이 이를 무분별하게 남발하다 못해 자신들이 소비자 보다 우위에 있는 존재인 것 마냥 자신들의 PC 주장을 억지로 소비자들에게 주입하려는 의도로 만든, 그리고 이 때문에 전체적인 수준이 낮아도 한참 낮아진 콘텐츠 결과물은 정당한 금액을 지불하고 해당 문화콘텐츠를 소비한 소비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그런 논란의 작품 중 하나가 바로 최근 디즈니가 공개한 '인어공주'의 실사 영화였다. 디즈니는 지난 수 십년간 인어공주 '에리얼'이 붉은머리의 스트레이트 헤어를 가진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백인 여성이라는 관념을 대중에게 심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기존의 관념을 완전히 뒤집은 '에리얼'을 선보였던 것.

 

이런 비주얼적인 차이 때문에 많은 영화팬들이 반발했고 여기에 영화의 낮은 완성도와 타겟층을 고려하지 않은 연출, 그리고 주인공의 설정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80년대 아름다운 에리얼을 염두에 둔 시나리오 및 영화 설정은 영화를 보는 사람에게 괴리감을 불러 일으켰다.

 

여러 문제들 속에서 인어공주 실사 영화는 한국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 정말 얄궂게도 비슷한 시기에 디즈니가 또 한번 PC한 소재가 담긴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공개했다.

 

바로 '엘리멘탈'이다.

 


 

엘리멘탈은 불, 물, 공기, 흑 4개의 원소들이 살고 있는 '엘리멘트 시티'를 배경으로 불 원소 앰버와 물 원소 웨이드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최근 PC의 핵심 주제인 다름이라는 소재를 게임 등에서 흔히들 사용하는 원소들의 특성을 통해 표현한 이 작품은 그에 걸맞는 화려한 연출 등이 특징인 작품이다.

 

비록 제작 스튜디오는 달라도 같은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가 국내 배급을 맡았고 종족과 성장 배경이 다른 남녀가 사랑에 빠지고 다름을 받아들이고 하나가 된다는 인어공주와 비슷한 흐름을 가졌지만 다른 방향성을 보여준 엘리멘탈을 보고 온 감상을 정리해보았다.

 

다름에 대한 방향성
엘리멘탈은 앞서 말했 듯 엘리멘트 시티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주인공 앰버의 경우 부모님 세대가 고향에서 본인들이 일군 모든 것을 잃고 그들의 뿌리를 상징하는 파란 불을 가지고 이민해 터를 일군 이민자 가족의 외동 딸로 현재는 불 원소들끼리 모여 사는 거주 구역에 다른 불 원소 이민자들과 모여 살고 있다.

 

흔히 말해 미국에서 한국인이나 화교가 코리아 타운이나 차이나 타운을 일구고 살아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지내고 있는 것이다.

 

즉 이 작품은 이민자 가족인 앰버와 그와 극상성을 가진 물 원소에다 엘리멘트 시티 고위층 자제에다 아직은 말단으로 보이지만 공무원으로 일하는 웨이드의 이야기를 통해 서로의 다름을 받아 들이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과거 이민자들이 같은 지역 출신끼리 모여 하나의 마을 일군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의사소통과 토착민과는 다른 그들의 문화 문제가 가장 컸을 것이다.

 

엘리멘탈도 이런 부분이 잘 드러난다. 심지어 그들은 원소이기에 그 부분이 더욱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알다시피 불은 다른 개체를 태우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흙 원소가 달고 다니는 나무를 태워 상처를 줄 수 있고 물이 닿으면 그 부분이 꺼진다(이 때 나무 등의 장작을 먹어 몸을 복구한다). 이 때문에 그들이 사는 공간에 물이 없어야 하고 그들이 상처 줄 수 있는 다른 원소도 없어야 해 그들만의 타운을 구축하고 그 마을은 단수한 채로 특정 지역에서 그들만의 문화를 발전시키고 살아가고 있었다.

 

아울러 불을 이용해 만드는 음식은 매우 뜨거운 편이기 때문에 다른 원소가 먹기에는 힘든 편으로 실제로 웨이드가 먹었을 때 몸 안에서 기포가 매우 일어날 정도였다. 이를 쉽게 먹기 위해 웨이드는 그 음식에 물을 타 마시는 것을 본 앰버의 아버지가 본인이 모욕을 당한 것마냥 크게 화를 내는 장면에서 현실에서 사소한 문화 차이로 인한 싸움을 보는 느낌이었다.

 

또한, 한국인이라면 일부 우리 주위에서, 그리고 미디어 믹스에서 본인이 못 이룬 꿈을 자식에게 바라고 내가 가진 것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미래라고 생각하며 헌신하는 부모상은 흔하게 볼 수 있었는데 이런 모습을 앰버의 가족에게서 확인할 수 있었다.

 

나름 이런 사소한 개연성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다름을 표현한 개발진의 섬세함은 나름 칭찬해줘야 하는 부분이라고 본다.

 

디즈니의 다른 영화 인어공주가 가장 크게 지적 받는 부분도 사실 이런 개연성이다.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의 개연성은 단순히 '예쁘다'로 모두 귀결되었다. 에리얼의 천방지축 같은 행동도 귀엽다로 끝날 정도로 예뻤고 에릭이 얼굴을 보자마자 운명을 느낄 정도로 예뻤고 말을 못해도 그 단점도 상쇄할 만큼 예뻤다.

 

지금에서야 보면 낡은 관념이지만 어쨌든 에리얼은 예뻐서 왕자와 결혼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일부러 디즈니가 기존의 미적 관념에서 벗어난 배우를 인어공주 에리얼로 내세웠을 때 저 개연성을 중심으로 하는 시나리오는 절대 차용하지 말았어야 했지만 실사 영화 인어공주는 기어코 그 스토리를 그래도 지금의 캐스팅에 적용했기에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는데 실패했다.

 

주 타겟층을 노린 여러 요소들
엘리멘탈은 앞서 말했 듯 불 원소 앰버와 물 원소 웨이드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불과 물과 관련된 화려한 연출이 자주 등장한다.

 

작게는 앰버의 가게에서 음식과 오브젝트를 만드는 장면이 있었고 크게는 물을 이용한 장면들도 있었다.

 

특히 원색을 화려하게 잘 활용했기에 이 런 장면들을 보는 재미를 잘 살렸다. 다소 아쉬운 점은 영화의 대부분 포커스가 불과 물 원소에만 집중돼 다른 속성의 원소들의 능력은 크게 기억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한 이 엘리멘탈을 보면서 눈에 띄는 점은 어쨌든 이 영화의 주된 타겟층은 어린이와 그 부모들이고 불, 물, 흙, 바람 등의 원소를 소재로해서 그런지 어린이 맞춤형 과학적인 장면이 다수 존재했다.

 

예를 들면 어린이들의 국민 게임 '마인크래프트'에는 모래를 화로에서 구워 유리를 얻는 조합법이 존재하는데 이 작품을 통해 그 과정을 조금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장면들이 존재했다. 이 외에도 무지개가 만들어지는 과정 등을 설명할 수 있는 장면 등 어린이들이 평소에 궁금했을 일부 과학 상식들에 대한 답을 이번 영화에서 찾을 수 있었다.

 


 

다소 아쉬운 깊이감
이 영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은 공감하고 이해하지만 이를 풀어가는 과정은 개인적으로 제일 아쉬웠던 부분이다.

 

이 영화는 빌런 없이 갈등 요소만 있는데 첫 번째는 속으로는 가게를 이어받고 싶지 않지만 아버지의 무한한 기대를 받고 자란 성장 배경 탓에 가게를 받아야 한다는 강박감을 지닌 앰버의 상태, 두 번째는 본인의 실수로 문을 닫을 뻔한 앰버 가족의 가게,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로 사랑하지만 서로 극상성이어서 닿을 수 조차 없는 앰버와 웨이드 그 자체이다.

 

대부분의 갈등 요소가 웨이드와 엮인 만큼 앰버는 대부분의 장면에서 웨이드와 함께하는데 대부분은 흥미롭게 그려지지만 로맨스와 엮여 다소 중간 중간 전개가 늘어지는 부분이 있어 일부 지루한 장면이 있었다.

 

또한 일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웨이드가 결정적이지는 않지만 큰 영향을 주는데 이런 웨이드의 생각과 행동은 앰버와 비슷한 고민을 했던 한국의 흔한 장녀의 입장에서는 다소 동떨어진 느낌이고 모르는 사람이 쉽게 말하는 느낌이라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도 나름 이민자들의 이야기로 PC 요소를 담으려고 한 것은 알겠지만 그들이 앰버를 비롯한 불 속성을 피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으려고 온갖 방법으로 본인을 감싼 앰버에게 다른 속성의 원소들이 뭐라고 하는 장면의 표현 방법과 행동은 마치 도라에몽 속 퉁퉁이와 비실이가 약자인 진구를 괴롭히는 모습 또는 초등학생들이 하는 장면과 비슷해 보여 다소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이 작품에서는 불 원소들이 왜 차별 받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 없이 약자를 괴롭히는 듯한 모습만 보여줘 일부 장면에서는 기분이 나빠질 정도였다.

 

아울러 이전까지의 엘리멘트 시티는 동일 원소끼리 사랑하고 결실을 본 것으로 보이지만 앰버와 웨이드를 비롯해 여러 다양한 원소들이 사랑을 시작한 것으로 표현됐다. 이 부분은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인데 이 부분을 단순히 서로 사랑한다로 끝내지 말고 아이도 나왔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시나리오적으로 힘들었다면 이들의 결합으로 생기는 변화를 화려한 이펙트로 연출했다면 더 강조 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개인적으로 디즈니에서 PC한 요소를 정말 잘 담은 최고의 명작은 '주토피아'라고 생각한다. 주토피아는 편견의 무서움을 동물로 빗대어 확실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재미도 놓지 않은 작품이었다.

 

물론 엘리멘탈도 나름 그런 부분에 신경 쓴 것이 보였고 최근 디즈니에서 개봉한 인어공주와 비교하면 완성도 면에서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말하고자 했던 핵심 주제에 대한 고민을 주 타겟층을 고려해서 그런지 주토피아와 비교해 예상보다 더 가볍게 그려진 느낌이다. 그래도 PC 소재를 가지고 이 정도까지의 완성도를 끌어올린 것을 다행이라 여겨야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아이에게 영화관의 영화로 다름을 다름으로 인정할 수 있는 눈을 키우고 싶다면 단순히 주인공의 언니들의 피부 색을 알록달록하게 바꾸고, 핵심 주제와 구성의 변화없이 없이 주인공의 인종만 바꾼 완성도가 낮은 작품을 보기보다는 핵심 주제 말고도 보고 배울게 많은 엘리멘탈이 더 합리적인 소비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가장 합리적인 소비는 IPTV에서 주토피아를 구매하…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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