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코로나 펜데믹이 바꿔놓은 국내 게임시장... 게임을 바라보는 소비자 시선도 변했다

등록일 2022년10월20일 09시40분 트위터로 보내기

놀이 수단에서 벗어나 문화 예술로의 가치를 인정 받은 '게임'(이미지 제공 : 픽사베이)
 

2022년 게임은 미술, 음악, 무용, 연극, 영화, 사진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문화예술로 분류되기 위한 마지막 절차(본회의)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는 1972년 ‘문화예술진흥법’이 제정된 이후 약 50년만의 일로 문화예술진흥법 제정 초기 문화예술로 분류된 문학, 미술, 음악, 연예, 출판(1972년), 이후 문화 예술로 새롭게 추가된 무용, 연극, 영화가(1987년), 응용미술, 국악, 사진, 건축, 어문(1995년), 그리고 지난 2013년 분화예술로 분류 된 만화 등과 드디어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

 

게임은 오늘날 현대인이 즐기는 가장 대중적이고 접근성이 높은 문화예술 콘텐츠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영향으로 대한민국 역시 전체 경제가 역성장(-0.7%, 2020년 한국은행)하고 여기에 경제, 인구 등의 불확실성 요소가 전체적인 소비에도 영향을 끼치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문화콘텐츠보다 저렴하고 접근성이 높으며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해소할 수 있는 게임의 가치가 급부상하며,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던 사회 전반의 인식도 크게 개선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됐다. 

 

게임은 높은 접근성만큼이나 다른 문화예술과는 많은 면에서 차이를 가지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차이라면 유동성, 즉 콘텐츠가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현재의 문화예술 콘텐츠는 모두 창작자가 자신이 만들어낸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단방향 콘텐츠로 콘텐츠의 극적인 전달을 위해 시간과 공간, 수단이 제약되는 경우도 생긴다. 

 

단일 IP로 지속적인 성장과 파생산업 탄생이 가장 적극적으로 일어나는 문화콘텐츠인 '게임'
 

반면 게임의 경우 콘텐츠의 전달 방식은 기존의 문화예술 콘텐츠와 동일하지만 끊임없는 지속성이 요구되고 여기에 소비자들의 콘텐츠 소비를 위한 편의 서비스가 필요하다. 때문에 소비자가 창작자의 창작활동에 크게 관여하고 필요하다면 콘텐츠 전체의 방향성도 달라지게 된다.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게임은 이용자이자 소비자인 유저들과의 매우 밀접한 호흡이 중요한 콘텐츠로 꼽힌다.

 

특히 게임이 제공하는 콘텐츠의 품질만을 평가했던 과거와는 달리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인플레이션 때문에 효율적인 소비가 화두가 되고, 게임과 게임 개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게임을 주로 소비하는 20~40대의 소비자들의 관심은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 게임의 서비스와 판매 전략, 운영 등 게임의 전반적인 서비스와 직결된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게임포커스는 창간 11주년을 맞아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등 국내 대표 게임사들과 현직 게임 개발자들로 이루어진 개발 커뮤니티를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달라지고 있는 소비자들을 분석해보고 나아가 최근 소비자들의 트럭시위로 불거진 게임업계의 서비스 현황을 살펴봤다.

 

PC방 산업 직격타 맞았지만…모바일-콘솔 산업 50% 이상 성장하고 개인 PC의 보급 늘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1게임백서에 따르면 2020년 현재 국내 게임 시장은 전년도 대비 21.3% 성장한 18조 8855억 원(대한민국게임백서 2021) 규모로 10년 동안 꾸준히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 중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10조 8311억 원으로 국내 전체 산업의 57.4%를 차지하고 있으며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맞아 40% 이상의 시장 성장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꾸준히 증가했던 PC방 시장은 2019년 코로나 사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며 성장율이 4.3% 감소한 4조 8058억 원 규모로 줄어들었으며 2020년에는 백신 접종자가 늘어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되면서 전년대비 2.0% 증가한 4조 9012억 원 규모로 회복세를 보였지만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콘솔을 중심으로 한 멀티 플랫폼 시장이 커지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콘솔 게임과 아케이드 게임 시장이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의 차세대 게임기 판매량이 늘어났으며 인디 개발사들을 위한 콘솔 제작사들의 적극적인 개발 지원책 역시 국내 콘솔 시장을 크게 키우는데 큰 역할을 했다. 

 

2020년 콘솔 게임 시장 매출액은 전년도보다 약 57.3% 증가한 1조 925억 원 규모로 2021년 콘솔 게임 시장 규모 역시 전년 대비 17.3% 증가한 1조 2815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며 넥슨, 엔씨소프트, 네오위즈, 스마일게이트, 펄어비스 등 다수의 개발사들이 콘솔 프로젝트를 개발중인 만큼 국내 콘솔 게임 시장의 성장세는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과연 국내 게임시장의 성장은 국내 게임사들의 성장으로도 이어졌을까?

 

다수 게임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약 70%에 해당하는 대다수의 개발사들이 큰 변화가 없다는 흥미로운 답변을 했다. 이용자들이 소폭 증가하거나 감소하기도 했지만 그것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여파는 아니라는 것, 실제로 변화가 없다고 응답한 대다수의 게임사들은 이용자 수를 결정짓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업데이트와 이벤트를 꼽았다. 

 

반면 이용자수가 증가했다고 응답한 기업의 상당수는 방치형 게임, 퍼즐류 게임을 개발하는 중, 소형 게임 개발사였는데 게임 한번의 플레이에 오랜 시간이 소모되지 않고 간단한 규칙만으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선호하는 유저들이 복수의 비슷한 게임을 더 즐겼던 것으로 분석된다. 해당 게임사들은 게임에 큰 비용을 들이지 않는 무과금, 소액 이용자층이 크게 늘어났으며 이를 통한 광고 수익도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또한, 신규 유저들의 유입은 많지 않았지만 코로나 사태는 대다수 게임사들이 제공하는 라이브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평균 플레이 시간을 크게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다수의 라이브게임을 서비스하는 게임사들을 대상으로 이용자 플레이 시간 등의 이용 패턴 변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0%가 게임 이용자수가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코로나 사태가 절정으로 치달았던 2020년을 기준으로 유저당 게임 이용 시간이 최대 60% 증가했으며 2021년에는 최대 37% 증가해 2019년 대비 약 두 배 이상 이용시간이 증가했다. 

 

게임 이용시간의 증가의 세부적인 이유로는 대다수의 게임사들이 모바일과 PC를 넘나들며 게임을 즐기는 크로스 플랫폼 환경 제공이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인해 PC방을 방문하지 못하는 PC방 선호 유저 층이 가상 화폐 대란으로 가격이 오른 그래픽카드 대신 CPU중심의 PC업그레이드를 하면서 코로나 기간 대다수의 게이머들이 즐기는 평균 PC사양이 크게 향상했다고 응답했다. 

 

게임 ‘콘텐츠’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게임을 바라보는 소비자 인식 변했다

 

2만 명이 넘는 이용자들이 몰린 '우마무스메' 이용자 간담회


코로나가 한창인 2021년, 넷마블이 서비스하는 ‘페이트 / 그랜드 오더’의 스타트 대시 캠페인 중단으로 시작된 이른바 ‘트럭 시위’는 소비자의 권리를 요구하기 위해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집단으로 행동한 사례로 게임에 대한 꾸준한 지지를 보였던 게이머들과 개발사간의 신뢰가 무너지면서 생겨난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게이머들이 적극적인 항의에 나서는 이유는 한 마디로 ‘소비자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다. '소비자 주권'은 미국의 경제학자 윌리엄 헤럴드 허트가 1936년 ‘민주 사회에서 국민들이 정치적 주권을 가지고 있듯이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이 경제적 주권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처음 사용했다. 게이머들의 집단 시위는 현재의 게임사들이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 요구되고 있는 ‘소비자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 않은 데서 나온 강력한 항의 메시지라고 볼 수 있는 것.  

 


 

게임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고 게임을 즐기는 소비자층이 늘어나면서 게임의 장기적인 서비스를 위한 소비자들의 피드백도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게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약 90%가 게임에 대한 인식 변화 및 피드백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응답했다. 

 

주목할 부분은 게이머가 게임을 플레이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 또한 사회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설문에 응답한 대다수의 개발사들이 과거에는 계정 도용, 플레이 안정성, 게임 밸런스 등 게임 내적인 요소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게임에 대한 ‘공정성’을 강조하는 피드백이 늘어났다고 응답했다. 특히 단순히 콘텐츠를 잘 만드는 ‘개발’의 영역에서만 머무르기 보다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잘 듣고 반영하며 소통하는 ‘서비스’에 중점을 두기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 

 

특별한 발표 없이 순수한 이용자와의 소통에 나선 '메이플스토리' 강원기 디렉터의 방송은 이용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실제로 해당 방송에 나온 치킨은 배달앱 검색순위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반면 소규모, 인디 개발사들의 과거와 큰 변화 없이 게임 내적인 요소의 피드백을 더 중요시한다고 응답했다. 설문에 응답한 대다수의 개발사들이 과거와 현재의 변화가 거의 없거나 없다고 응답해 게임의 서비스 규모와 형태에 따라 이용자들의 반응에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게임은 안돼?” 불만 높아지는 소비자들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은 물론 개발사들에게도 많은 의미를 주었던 넷마블과 유저 대표단의 이용자 간담회
 

앞서 언급했듯 넷마블의 ‘페이트/그랜드 오더’를 즐기는 유저들로부터 촉발된 ‘트럭시위’, 최근에 화제가 된 카카오게임즈의 ‘우마무스메’ 게이머들이 선보인 ‘마차시위’ 및 법률 소송까지의 일련의 사건들은 앞으로 게임사들의 게임 서비스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사건을 마주보는 유저들의 시각도 달라졌다. 과거 게임 서비스와 관련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사건 당사자나 게임을 즐기는 일부 유저들의 ‘일탈 행위’로 바라보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문제가 일단락 됐지만 지금은 이러한 모든 문제를 단순한 특정 유저들의 문제로 보지 않고 게임 전체의 서비스 품질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보고 회사를 평가한다. 결국 지난해 유저들 사이에서 큰 화제로 떠오른 확률형 아이템 논란과 게임의 운영 문제로 인한 유저들의 ‘마차 시위’는 별개의 사건이 아닌 소비자 권익 향상을 위한 게임 산업 전체가 해결해야만 하는 성장통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유저들의 인식 변화에 게임사들도 콘텐츠 중심에서 서비스 제공 중심의 형태로 변하고 있다. 게임포커스가 주요 게임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해본 결과 응답한 대다수의 게임사들이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것으로 운영을 포함한 안정적인 서비스, 소비자와의 소통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게임회사가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공급하고, 소비자는 이를 받아들이거나 떠났던 기존의 시장 구조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게임에 불만을 가지고 떠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목소리를 내면서 게임이 변하기를 원하는 게이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이처럼 게이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에는 게임에 대한 정보나 이슈를 접할 수 있는 커뮤니티 채널의 다양화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되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게임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개별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의 커뮤니티가 세분화돼 각 게임의 커뮤니티가 베타적이 아닌 상호 보완의 형태로 정보와 이슈를 공유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설문에 응답한 조사 대상 별로 주목할만한 부분이 있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대형 게임사들은 콘텐츠의 퀄리티 보다는 서비스와 고객 소통에 더 중심을 두고 있었으며 상대적으로 콘텐츠의 퀄리티를 확보할 수 없는 중, 소형 개발사나 인디 개발사들은 정상적인 서비스를 위한 환경 마련(개발 환경 포함)과 콘텐츠 제공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장기적인 게임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부분으로 모든 응답군에서 유저들과의 소통을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는 점에서 그동안 콘텐츠 중심의 서비스를 선보였던 게임사들의 장기적인 서비스 정책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게임업계에도 불어오는 ‘휴머니스틱 브랜드’ 열풍

전문가들은 게임 업계도 인문주의적 이상을 뜻하는 ‘Humanistic(휴머니스틱)’에서 유래된 휴머니스틱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독보적인 기술로 브랜드를 만들고 이 브랜드를 인간적으로 느껴지고 의미 있는 사회적 관계의 대상으로 만들어 소비자들로 구성된 탄탄한 팬덤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소비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한 첫 트럭 시위의 대상이 된 넷마블이 수년이 지나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해 마련한 응원의 커피 트럭을 받은 사례,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고 오랫동안 준비한 콘텐츠를 과감히 폐기, 수익 손실에도 유저 중심의 콘텐츠 업데이트로 전환해 결국 유저들의 응원을 받은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가 보여준 사례는 소비자들이 게임에 갖는 애착 만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현 게임 업계에 장기적인 게임 서비스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답을 보여준다. 

 

익명의 게임업계 관계자는 “ 개별 타이틀을 벗어나 전사 차원에서 소비자 권익 보호와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태스크포스가 구축돼 유기적인 협업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이들의 권리 요구 또한 결국은 소비자들이 자신이 아끼는 게임의 서비스가 더 잘 되기를 바라는 '애정'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깨닫고, 이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듣고 반영하려는 전사적인 마인드 셋을 갖추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이 선행되면 소비자 권익 보호와 인식 개선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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